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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75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75화

 

75화

 

 

 

 

 

 

“그는… 주군의 성격을 미리 파악하고 이런 수를 쓴 것입니다. 진정 무서운 자입니다, 각주.”

 

“…….”

 

한참만에야 가응겸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우리만 알고 있으면 어떻겠나?”

 

“그럴 수도 없습니다, 우리 무사들이 출발할 즈음에는 셋째 공자와 종 호법이 도착할 테니까요.”

 

착잡한 어조로 말하던 백리도운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어쩌면…… 출발시간까지 예상하고 풀어주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맙소사.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군.”

 

 

 

백리도운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전서를 건네주자 사도철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로부터 일각이 지났을 때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무사들의 무장을 해제시켜라.”

 

“주군…….”

 

“화가 나고 속이 뒤집히는 일이지만, 비록 마도를 추구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 역시 무사다. 무사의 자존심조차 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

 

“하오나 너무 쉽게 포기하시는 것이 아닌지요?”

 

사도철군이 이를 갈며 백리도운을 바라보았다.

 

“놈들의 목숨을 거둘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일 뿐이야. 받은 것이 있으니 별수 없잖은가?”

 

이미 굳어버린 마음이었다.

 

백리도운은 갑자기 가슴이 떨렸다.

 

‘그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생각했을까? 보름 정도? 과연 그 후에 그를 칠 수 있을까?’

 

 

 

사도진성이 전마성에 도착한 것은 오시 무렵이었다.

 

예정대로 출정을 감행했다면, 전마성의 입구에서 만났을지도 몰랐다.

 

사도철군과 백리도운은 사도진성의 공력이 멀쩡한 것을 알고 더욱 놀랐다. 

 

중요한 적의 공력을 그대로 보존해주다니. 

 

그가 어디 멍청해서 그랬을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사도철군도, 백리도운도 모르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도운.”

 

“뭔가를 바란다는 뜻이 아니겠는지요?”

 

“뭔가를 바란다? 그러니까, 일종의 대가를 바라는 선물이란 말이지?”

 

백리도운은 말하고 나서야 아차 했다. 사도철군이 빚지고 못사는 성격이란 걸 깜박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도철군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가만있을 순 없지. 도운, 공격 유보 기간을 보름에서 한 달로 늘려라.”

 

‘빌어먹을!’ 

 

백리도운은 속으로 투덜거리다 말고 몸을 움찔 떨었다.

 

‘설마 이것도 예상한 것은 아니겠지?’

 

그때 사도진성이 말했다.

 

“아버님, 그자가 비록 제천신궁에 몸을 담고 있기는 하나, 혁련무천과의 사이가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사도철군의 눈이 커졌다.

 

“뭐라?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리 생각한단 말이냐?”

 

“그게…….”

 

사도진성이 좌소천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 사도철군의 이마가 좁혀졌다.

 

“그놈이 그런 말을 했다고?”

 

“예, 아버님.”

 

사도철군과 백리도운이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도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가 단순히 혁련무천에 대한 불만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 같진 않다만.”

 

백리도운이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내쉬고 입을 열었다.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적에게 불만을 털어놓겠습니까? 그런 말을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렇다면 일단 이유부터 알아봐야겠군.”

 

“주군께서 허락하신다면 그 일에 관해서는 속하가 알아서 처리했으면 합니다.”

 

“네가?”

 

가만히 백리도운을 바라보던 사도철군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일에 관해서는 네게 전적인 권한을 주마.”

 

동시에 백리도운의 눈 깊은 곳에서도 기광이 번뜩였다.

 

‘그는 분명히 고의로 셋째 공자의 입을 통해 그 말을 전했다. 그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아직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나쁜 의도가 담긴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4

 

 

 

 

 

한낮의 태양이 불처럼 달궈져서 한여름의 날씨처럼 덥기만 하다.

 

그런 더위에서도 홍려운은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차아아앗!”

 

좌소천이 삼초 도법을 알려주었다, 상승의 절정도법을. 자신의 신체와 잘 어울리는 도법이라며.

 

자신의 공력으로는 아직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긴 해도 열심히 수련하다 보니 초식의 투로는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다.

 

문제는 어색한 자신의 칼질을 놀려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더위보다 더 뜨겁게 머리가 달아올랐다.

 

“멍청아, 그런 칼질로는 꼬리 흔드는 강아지도 못 잡겠다.”

 

칼을 휘두르던 홍려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재밌는지 동천옹은 바위 위에 앉아서 홍려운을 놀려댔다.

 

“킬킬. 저 녀석, 또 얼굴 빨개졌네.”

 

홍려운은 입을 꾹 닫고 열심히 칼만 휘둘렀다.

 

‘빌어먹을 늙은이. 노인만 아니라면 그냥……!’

 

물론 늙어서 혼내주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동천옹의 손가락질 한 번이면 자신쯤은 골로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녀석아, 왼쪽으로 세 번 내리그을 때 힘을 너무 주잖아!”

 

게다가 가끔씩 훈수를 해서 그의 달아오른 머리를 식혀주기도 했다.

 

그래서 홍려운은 가까스로 참고 칼만 휘두를 수 있었다.

 

쉭쉭쉭!

 

“이렇게요?”

 

“너무 뺐잖아, 얼굴 빨간 멍청아!”

 

 

 

좌소천은 멀리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객방으로 들어갔다.

 

악양의 장가라는 사람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가 아는 악양의 장가는 한 사람뿐이었다.

 

객방으로 들어선 좌소천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자신을 기다리는 장한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상처투성이 손과 등에 걸린 투박한 검은 자주 보았던 것이었다.

 

“오늘내일 사이에 연락이 없으면 내가 연락을 하려고 했소, 장 형.”

 

좌소천이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장하경은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멋쩍게 웃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공자.”

 

“조금 바쁘게 지내기는 했소만, 그리 나쁘진 않았지요. 악양은 지금 어떻소? 별일은 없소?”

 

장하경이 입술을 비틀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별일이 없기는요. 사람들이 백수십 명이나 몰려오니 구 방주가 좋아서 죽으려고 합니다.”

 

“훗, 그래요? 다행이군요.”

 

“너무 좋아하다가 입이 찢어지지나 않을지 걱정 될 정도죠.”

 

“아마 쉽게 찢어지지 않을 거요. 얼굴 가죽이 굉장히 질긴 분이니까. 그런데 어쩐 일로 장 형이 직접 오신 거요?”

 

“그야 공자의 얼굴을 잊어버릴까봐 제가 자청해서 왔죠. 그리고 여기…….”

 

장하경이 대충 얼버무리며 서신 하나를 내밀었다. 구포봉이 보낸 서신이었다.

 

좌소천은 서신을 펴서 읽어보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서신에는 구포방의 현 전력이 비문(秘文) 비슷하게 적혀 있었다.

 

‘큰 닭이 스무 마리에, 중닭이 백여 마리. 그리고 꿩이 일곱 마리라…….’

 

첫 머리에 일류고수인 장하경을 중닭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꿩은 절정고수라는 말.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한 힘이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시일이 지나면 보다 더 강한 사람들이 모여들 터. 대홍산의 고수들까지 모인다면 능히 호북의 일각을 감당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전력이 될 수 있을 듯했다.

 

좌소천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계획이 그려졌다.

 

그러나 아직 실행에 옮길 단계는 아니었다. 예상보다 강한 힘이긴 하나 어중간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북쪽으로는 힘을 뻗치지 말고, 호남 쪽만 신경 쓰라고 전해주시오.”

 

그리 말하면 구포봉이 알아서 할 것이었다.

 

다행히 호남 쪽으로는 그 정도의 힘만으로도 어느 정도 세력을 뻗칠 수 있었다. 상양의 광한방만 조심한다면.

 

“예, 좌 공자.”

 

“나는 며칠 후에 제천신궁으로 돌아갈 것이오.”

 

“다시 가신단 말입니까?”

 

“그렇소.”

 

“그럼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장하경이 고집스런 눈으로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안 된다고 하면 몰래 뒤따라올 눈치다. 직접 서신을 갖고 온 것도 그 때문인 듯했다.

 

마침 자신의 직속무사의 자리에 둘이 비어 있는 상태.

 

“좋습니다.”

 

좌소천의 응낙에 장하경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5

 

 

 

 

 

사도진성을 돌려보낸 지 사흘째 되던 날, 좌소천은 천문의 번화가로 나갔다.

 

공손양과 도유관을 비롯한 직속무사들은 좌소천을 삼재의 방위로 호위한 채 뒤를 따랐다. 오랜만의 외유여서인지 활짝 펴진 표정들이었다.

 

 

 

천문의 번화가는 선창이 있는 곳과 중앙대로 쪽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좌소천은 일행들과 함께 선창 쪽으로 나가서 천문하가 내려다보이는 객잔의 이층으로 올라갔다.

 

좌소천의 뒤를 따라서 이자광이 올라가자, 이층에 모였던 사람들의 눈이 한껏 커졌다.

 

“엄청나군.”

 

“이 객잔에선 곰도 받나?”

 

이자광은 차마 화를 내지는 못하고 눈만 부라렸다.

 

“그러게 살 좀 빼, 곰탱이.”

 

전하련이 그런 이자광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한마디 했다.

 

짜르르, 이자광은 몸을 부르르 떨며 헤벌쭉 웃었다.

 

“걱정 마, 요즘 열심히 빼고 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좌소천 일행이 간단하게 술도 한잔씩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다.

 

삼십대 초반의 평범해 보이는 서생이 이층으로 올라왔다.

 

그는 좌소천이 마주 보이는 건너편 탁자에 앉더니 음식을 주문했다.

 

좌소천은 술 한 잔을 입 안에 털어 넣고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침나절부터 천문 지부를 주시하던 전마성 정보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그들이 바빠질 일이 무엇이겠는가?

 

좌소천은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하나는 저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 왔다는 것이었다.

 

좌소천은 두 번째 이유라 생각하고 직속무사들만 데리고 나왔다. 저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마침내 저들 중 하나가 자신을 찾아온 듯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서생은 눈이 마주치자 슬며시 눈을 돌렸다.

 

좌소천이 먼저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

 

<할 말이 없다면 일어서겠소.>

 

서생이 화급히 입술을 달싹였다.

 

<북향의 향주십니까?>

 

<그렇소.>

 

<저의 주인께서 만나뵈었으면 하십니다.>

 

마치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 좌소천이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디에 계시오?>

 

<서호(西湖)의 선상 주루인 용수선(龍水船)에 계십니다.>

 

<가서 기다리시오. 반 시진 이내로 갈 테니까.>

 

 

 

좌소천이 직속무사들과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이각이 더 지나서였다.

 

그는 동쪽으로 가지 않고 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몇몇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향주, 지부로 가시지 않을 겁니까?”

 

관추릉이 넌지시 물었다.

 

“잠시 들를 곳이 있소.”

 

그 말에 누구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공손양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고, 도유관은 가는 대로 따라가겠다는 듯 일말의 의문도 품지 않았다.

 

“서쪽에 뭐가 있지?”

 

이자광은 뭐가 그리 궁금한지, 만날 구박만 주는 전하련에게 물었다. 당연히 전하련은 이자광에게 한마디 툭 쏘아붙였다.

 

“곰탱이도 모르는데 이곳에 처음 와본 내가 어떻게 알아?”

 

언자홍이 넌지시 대답했다.

 

“서호가 서쪽에 있지 아마?”

 

사람들이 혀를 찰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서호가 당연히 서쪽에 있지, 그럼 서쪽에 동호나 북호가 있어?’ 

 

그런 눈빛이었다.

 

관추릉이 그래도 같은 처지라고 언자홍을 비호했다.

 

“서문에서 이십 리 서쪽에 호수가 있는데, 그곳을 서호라고 부른다네.”

 

한심하다는 눈빛이 관추릉에게로 옮아갔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던 홍려운이 물었다.

 

“그럼 동호는 동쪽에 있습니까?”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좌소천의 뒤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동호는 동쪽에 있었다.

 

 

 

서호는 백여만 평 정도 크기의 제법 큰 호수였다.

 

가장자리는 온통 갈대로 뒤덮여 있었는데, 좌소천 일행이 다가가자 갈대 사이사이에서 놀던 오리 떼들이 꽥꽥거리며 푸드득 날아갔다.

 

좌소천이 찾는 용수선은 그 서호의 가장자리 갈대숲 속에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는 목교(木橋)는 물이 차오를 때를 생각해서 만들었는지 구불구불한 길이가 삼십여 장이나 되었다.

 

좌소천은 갈대가 양옆으로 늘어선 목교를 걸어 용수선으로 향했다.

 

그 뒤를 한가한 표정의 직속무사들이 따랐다.

 

그들 중 공손양을 뺀 나머지는 좌소천이 멋진 곳에서 한잔 사려나 보다 하는 마음에 즐겁기만 했다.

 

 

 

용수선 안에는 손님이 이십여 명 정도 있었다.

 

평범한 손님들처럼 보였지만, 좌소천 일행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좌소천의 뒤를 따라서 용수선에 오른 사람들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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