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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73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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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73화

 

73화

 

 

 

 

 

 

“멈춰라!”

 

대경한 황창안이 혁련호승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보다 좌소천이 먼저 움직였다.

 

어릴 때 혁련호승의 반쯤 돌아버린 눈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발길질에 코피가 터진 혁련호승에게 남은 것은 살기뿐이었다.

 

지금의 눈이 그때와 같았다.

 

‘네가 확실하게 무덤을 파는구나, 혁련호승!’

 

좌소천은 혁련호승이 북향의 무사를 죽였을 때부터 다음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다른 무사의 반항하는 말이 터져 나왔다.

 

좌소천의 몸이 서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좌소천이 사라진 것을 느꼈을 때, 그는 이미 이십 장 떨어진 곳에 나타나서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다.

 

땅!

 

혁련호승의 검이 무사의 세 치 앞에서 튕겨졌다.

 

그 여력에 옆으로 다섯 자가량 밀려난 혁련호승이 살기 띤 눈으로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네놈이……!”

 

“죄없는 수하를 죽이려 하다니,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소.”

 

“네가 감히 나를 막겠다는 것이냐?”

 

뒤늦게 혁련호승의 옆에 도착한 황창안이 좌소천의 손을 들어주었다.

 

“천 향주는 당연히 할 일을 했다!”

 

하지만 혁련호승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좌소천만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명령을 어긴 자다. 나는 상관으로서 놈을 즉결에 처할 자격이 있다!”

 

“그는 명령을 어기지 않았소.”

 

“뭐야?”

 

“그는 향주의 말이 잘못된 것을 지적했을 뿐이오. 한데도 향주는 그를 죽이려 했소. 잘못한 것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시오.”

 

형이라 하지도 않고, 공자라 하지도 않고 지위를 부른다. 너나 나나 같다는 말.

 

그 말투에 더 분노의 불길이 타오른 혁련호승이 부들부들 떨었다.

 

“좌소천! 네놈이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악을 쓰며 외친 그가 손에 들린 검을 뻗어 좌소천을 공격했다.

 

마침내 인내의 한계가 무너진 것이다.

 

기껏해야 일 장의 거리.

 

쐐!

 

혁련호승의 검첨이 독 오른 독사의 이빨처럼 날아들었다.

 

“조심하게!”

 

황창안이 대경해 내지른 소리가 끝나기도 전, 좌소천은 좌수로 혁련호승의 검을 휘감았다.

 

‘오냐, 이놈! 네놈의 손모가지를 잘라주마!’

 

하얗게 웃으며 검을 든 손을 비트는 혁련호승이다.

 

순간 시퍼런 강기가 쭉 뻗더니 휘돌았다.

 

그때다. 왼 손바닥에서 은은한 금빛 광채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좌소천의 좌수가 혁련호승의 검 중동을 틀어쥐었다.

 

거의 동시, 우수 일권이 혁련호승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그야말로 찰나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쾅!

 

“커헉!”

 

혁련호승의 몸이 붕 떠서 허공을 날았다.

 

좌소천은 곧바로 검을 놓아주고는, 혁련호승이 검을 든 채 날아가도록 그대로 놔두었다.

 

털썩!

 

이 장을 날아간 혁련호승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섰다.

 

“이, 이놈의 거지새끼! 내 오늘 죽여 버리고 말겠다!”

 

반쯤 미쳐 버린 혁련호승은 앞뒤 가리지 않고 몸을 날렸다.

 

이성을 잃은 그의 전신에서 제천신공의 기운이 뭉클거리며 흘러나왔다.

 

그가 강하게 나올수록 좌소천으로선 나쁠 게 없었다.

 

누가 있어 혁련호승을 제재할 수 있을까.

 

황창안조차 몇 마디 노성을 내질렀을 뿐, 직접적인 제재는 못하고 있는 판이다.

 

어쩌면 일반 무사들은 혁련호승이 더 혼나기만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혁련호승. 어디 네 마음껏 날뛰어봐라!’

 

좌소천은 슬쩍 뒤로 물러서며 코앞으로 날아든 혁련호승을 향해 쌍권을 휘둘렀다.

 

제천신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혁련호승의 경지는 칠팔 성에 불과했다. 그 정도로는 작정하고 펼쳐진 좌소천의 건곤신권을 파훼할 수가 없었다.

 

건곤신권이 펼쳐지자 혁련호승의 검세가 흔들렸다.

 

좌소천은 그걸 보고도 몇 걸음 더 물러서며 혁련호승의 화를 돋우었다.

 

<혁련 형, 포기하시오. 그 정도로는 나를 어쩔 수 없소.>

 

좌소천의 전음이 귀청을 때린다.

 

자신을 놀리는 건가?

 

‘이 찢어죽일 놈이!’

 

혁련호승의 검세가 더욱 거세졌다.

 

시뻘게진 얼굴!

 

미친 듯 검을 휘두르는 그의 두 눈에서 불길이 쏟아졌다.

 

그러더니 끝내 그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개자식! 네 병신 아비처럼 목을 잘라 죽여 버리겠다!”

 

좌소천은 굳은 표정을 한 채 미친 듯 달려드는 혁련호승을 노려보았다.

 

말이 필요없는 상황!

 

뒤로 물러서던 좌소천이 앞으로 한발을 내딛었다.

 

두 손이 엇갈리는가 싶더니 혁련호승의 검세를 감싸고 휘돈다.

 

고오오오!

 

분노한 와중에도 당황한 빛이 역력한 얼굴!

 

좌소천은 당황한 혁련호승의 검을 한쪽으로 밀어내며 일순간에 팔권을 후려쳤다.

 

대경한 혁련호승은 다급히 제령수를 펼쳐서 좌소천의 주먹을 막아갔다. 그러나 그가 막기에는 좌소천의 주먹에서 쏟아지는 묵빛 권세가 너무 강했다.

 

그의 제령수에 세 번의 주먹질이 막혔지만, 나머지 오권이 어깨에서 단전까지 찰나간에 틀어박혔다.

 

퍼버버벅!

 

“커어억!”

 

신음을 토하며 뒤로 튕겨지는 혁련호승의 입에서 가느다란 선혈이 흘러나온다.

 

좌소천은 여전히 석 자의 거리를 둔 채 혁련호승을 그림자처럼 따라갔다.

 

동시에 좌소천의 두 손이 뒤집어지고, 묵광 속에서 은은한 금빛 광채가 피어났다.

 

좌소천의 두 손이 혁련호승의 가슴에 닿았다 떨어진 순간!

 

콰광!

 

비명도 지르지 못한 혁련호승이 삼 장 밖으로 날아갔다.

 

털썩!

 

그의 몸이 땅에 떨어지자 피로 물든 땅에서 먼지가 솟구쳤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선 혁련호승이 허리를 꺾었다.

 

“우웩!”

 

한 움큼의 피가 쩍 벌린 입에서 쏟아진다.

 

부들부들 떨던 그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꼬꾸라진다.

 

좌소천은 혁련호승이 땅바닥에 이마를 처박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당신은 내 선친을 모욕하지 말았어야 했소.”

 

“이, 이… 거지…….”

 

“분명히 말했었소. 다시는 참고 있지만 않겠다고. 그나마도 당신이 궁주의 아들인 것을 감사히 생각하시오. 아니면 오늘 내 손에 죽었을 테니까.”

 

“우웩!”

 

혁련호승이 다시 한번 피를 토하더니 반쯤 일어서다 말고 또 꼬꾸라졌다.

 

그제야 조용익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솔직히, 얄밉던 혁련호승이 두들겨 맞은 것은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자신이 모시는 상관이 아니던가. 더구나 궁주의 아들이고 말이다.

 

“괜찮소, 혁련 공자?”

 

혁련호승은 그의 부름에 몸만 꿈틀거렸다.

 

조용익이 좌소천을 올려다봤다.

 

“너무 심하게 손을 쓴 것이 아니오?”

 

“죽지는 않을 것이오.”

 

“하나……. 하아, 거 참…….”

 

조용익이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황창안이 다가왔다.

 

“그는… 그렇게 맞아도 싸다네, 조 대주.”

 

“물론 죄 없는 수하를 죽였으니 그렇긴 합니다만…….”

 

황창안이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혁련호승을 내려다봤다.

 

“그 이유 때문이 아니네.”

 

“예?”

 

조용익이 황창안을 바라보자 황창안은 고개를 돌려 좌소천을 응시했다.

 

“혁련 향주가 좌소천이라 부르더군.”

 

좌소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자네가 신유 좌유승 태군사의 아들인가?”

 

쿵!

 

조용익은 간덩이가 떨어져 나가는 충격에 홱, 고개를 돌렸다.

 

근처에 다가와 있던 사람들도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부릅떴다.

 

장내가 갑자기 낙엽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좌소천이 나직이 대답했다.

 

“제 선친이십니다.”

 

“역시 그랬군. 모정에서 자네를 소천이라 부르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맙소사!”

 

황창안과 조용익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황창안은 신월맹을 칠 당시 무천단의 대주였다.

 

그리고 조용익은 제천단의 대주였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무천단의 고수들은 모두 그 당시 제천단에 있던 사람들이었고, 제천단의 무사들은 반수 이상이 당시에도 제천단에 속했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감회가 깊은 눈으로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때 황창안의 말이 이어졌다.

 

“혁련호승은 본 궁의 일등공신인 신유 좌유승 태군사를 모욕했네. 그것은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를 모욕한 것보다 더 지독한 일이지. 이 일에 대해선 내가 직접 궁주께 아뢸 것이네.”

 

그제야 조금 전 혁련호승의 말을 상기한 무사들이 바닥에 꼬꾸라져 있는 혁련호승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떤 자는 바닥에 침을 뱉고, 어떤 자는 코웃음치며 욕도 서슴지 않았다.

 

“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자가 어디서 태군사를 욕한단 말인가!”

 

“흥! 처음부터 알아봤지. 어린놈이 궁주님만 믿고 돼먹지 못한 짓을 하더니…….”

 

좌소천은 잠시 혁련호승을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부상자들이 많으니 일단 그들부터 돌보는 게 순서 같습니다. 그리고… 혁련 향주도 안으로 옮기지요.”

 

“으음, 알겠네. 그리하지.”

 

황창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는 좌소천의 등에 대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잘 참았네.”

 

좌소천의 입가로 가느다란 냉소가 걸렸다 사라졌다.

 

‘혁련호승, 적어도 일 년은 고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낫는다 해도 무공을 제대로 펼칠 수는 없을 테지만.’

 

그냥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 같은 자의 목숨 하나 얻자고 자신의 계획을 망칠 수는 없는 일, 혈맥 서너 군데만 끊어놓았다.

 

도저히 고칠 수 없는 곳으로 골라서.

 

‘너는 약자의 설움을 더 겪어봐야 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줘야 돼.’

 

 

 

 

 

 

 

9장 나 역시 무사다

 

 

 

 

 

 

 

1

 

 

 

 

 

전마성의 대전마전(大戰魔殿).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기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수십 명이 앉아 있었다.

 

철혈마제 사도철군을 위시하여 전마성의 주요 고수들이 총망라 된 회합.

 

간부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사도철군의 시선을 피해서 탁자 위만 바라보았다.

 

특히 무릎을 꿇고 있는 월영신마 전호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처분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전호가 전마성에 도착하고, 그에게서 잠강 지부의 소식이 전해졌다. 천문 지부의 소식이 전해진 지 한나절 만에.

 

사도철군은 당장 잠강으로 달려갈 것처럼 대노했다.

 

원로 몇이 말리지 않았다면 분명 그러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모아야 하고, 상대의 정황을 알아야 한다며 원로들이 말렸다.

 

그제야 사도철군은 이각 만에 분노를 가라앉히고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깊은 생각에 잠겨 입을 열지 않았다.

 

사도철군의 입이 다시 열린 것은, 그가 입을 다문 지 근 한 시진 만이었다.

 

뜻밖에도 대노해 터뜨리는 노성이 아니라 어이없어 하는 나직한 한숨이었다.

 

“하아, 참으로 한심하군.”

 

차라리 때려죽이겠다며 분노를 토해내면 나을 것이었다.

 

그런데 철혈마제답지 않게 한숨이 내쉬는 것이 아닌가.

 

앉아 있는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전호는 고개를 더욱 깊게 숙이고 이마를 바닥에 댔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성주.”

 

사도철군의 굵은 눈썹이 슬며시 치켜졌다.

 

“그대를 죽이면, 그러면 잠강 지부가 다시 우리 것이 되나?”

 

“하오나 수하들이 죽어갔는데도 몸을 돌린 죄, 죽어 마땅…….”

 

“그럼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을 다 죽여야겠군. 그러기를 바라나?”

 

“아니옵니다, 성주. 저만…….”

 

“그만!”

 

사도철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전마전이 우르릉 흔들렸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나중에 놈들을 죽이고 죽어!”

 

“성주!”

 

“단 이틀 사이에 네 개의 지부를 빼앗겼다! 그리고 칠백의 무사를 잃었지! 이제 우리가 놈들을 쳐야 하는데, 내 손으로 수하들을 죽이란 말인가?”

 

눈을 부릅뜬 사도철군의 말에 전호가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쿵!

 

사도철군이 털썩, 의자에 등을 기대고 손을 저었다.

 

“그러니 허튼소리 말고 앉아!”

 

그때 좌측에 앉아 있던 학자풍의 백의중년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셋째 공자가 천문 지부에 잡혀 있다 했습니다, 주군. 그들이 셋째 공자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협상을 하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인상을 찌푸린 사도철군이 주먹을 쥐어 태사의의 손잡이를 내려쳤다.

 

탕!

 

“아들 때문에 복수를 하지 말라는 말인가?”

 

“조금 늦추자는 것이지요. 상황을 알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셋째 공자님까지 구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는 할 수 없네. 내일 당장 쳐들어갈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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