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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64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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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64화

 

64화

 

 

 

 

 

 

그제야 힘이 풀리는지, 유걸이 떨리는 손으로 의자를 잡았다.

 

‘도대체 저놈이 누구기에 혈심부를 말 한마디로 움직인단 말인가?’

 

 

 

자시가 되자 이백삼십여 명의 무사가 검인보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이대로 도착하면 자시가 지나기 전 이백 오십 명이 넘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향주.”

 

공손양이 상황을 살피고 좌소천을 찾아와서 보고했다.

 

좌소천이 모이산을 바라보았다.

 

“남향은 언제쯤 도착할 것 같습니까?”

 

“저희보다 세 시진 늦게 출발했습니다만, 아침이나 되어야 도착할 것 같습니다.”

 

포규상이 좌소천에게 물었다.

 

“이제 계획을 말씀해 주셨으면 하오.”

 

“수하들은 모두 쉬게 했습니까?”

 

“그렇소. 명대로 오는 족족 방에 들어가 쉬라고 했소.”

 

좌소천이 옆에 앉은 공손양을 돌아다보았다.

 

공손양이 품에서 작게 접은 종이를 꺼내 펼쳤다. 지도였다.

 

그의 손이 효창이라 쓰인 곳을 가리켰다.

 

“현재 우리의 위치는 이곳입니다. 인시 말에 이곳을 출발해서 곧장 이곳으로 갈 겁니다.”

 

그의 손이 곧장 서남쪽으로 죽 그어졌다.

 

포규상과 모이산의 눈이 공손양의 손을 따라가더니 한껏 커졌다.

 

총지부가 있는 황파는 동남향이다. 한데 공손양의 손이 멈춘 곳은 그와 정반대나 다름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향주의 직속무사 중 두 사람이 이미 그곳에 가 있습니다. 그들이 배를 구해놓을 것입니다.”

 

 

 

인시 말.

 

패천단원 중 한 시진 이상 쉰 사람들만 모두 이백육십 명. 거기에 검인보에서 선별한 무사 백 명이 합해진 삼백육십 명이 조용히 검인보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벽수양이 좌소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파로 가지 않으려는 것 같은데, 어찌하려고 그러는 건가?”

 

좌소천은 반쯤 빠져나간 연무장을 바라보며 나직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운몽(云夢)으로 가서 강을 건너갈 생각입니다.”

 

“어디로……? 설마……?”

 

“내일 점심은 응성(應城)에서 먹을 생각입니다. 조금 늦은 점심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벽수양의 눈이 홉떠졌다.

 

운몽에서 강을 건너면 전마성 응성 지부와 삼십 리 거리다. 좌소천의 말인즉, 황파 지부로 가지 않고 곧장 응성 지부를 치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제야 좌소천의 계획을 눈치 챈 그는 대경해서 다급히 말렸다.

 

“응성의 전마성 지부는 그 숫자만 오백이나 되네. 운몽 지부에서 무사들을 보충한다고 해도 겨우 비슷한 정돈데, 아무리 패천단이 고르고 고른 정예라 해도 그들을 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어차피 부딪쳐야 할 적입니다. 한발 빨리 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설령 이긴다 해도 손해가 막심할 텐데 나중 일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차라리 황파의 호북 총지부에서 고수들이 합류한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낫지 않겠나?”

 

좌소천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싸늘하게 마저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염려하시는 것처럼 그리 큰 피해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미 황파에도 사람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응성을 접수할 때쯤이면 황파의 지원군이 응성에 도착할 것입니다. 지부장님께선 남향의 향주가 오시거든, 저희들의 움직임을 전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피해를 줄일 방법이 있나?”

 

안심이 안 되는가 보다. 하긴 장남인 벽화웅이 검인보의 무사들을 이끌고 나간 상황.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좌소천은 조금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수하들의 목숨을 희생시켜서 공을 세울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곧 제 마음을 아시게 될 겁니다.”

 

“후우, 믿긴 하네만, 응성 지부가 워낙 강한 곳이다 보니…….”

 

좌소천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응성 지부는 전마성의 동부 최전선 지부다.

 

강 하나를 두고 제천신궁과 권역을 나누는 곳. 그런 만큼 전마성의 지부 중에서도 잠강, 형문 지부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력한 힘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가 그걸 알면서도 응성 지부를 치려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그들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하루만 지나면 제천신궁의 움직임이 알려질 수밖에 없는 터. 힘을 조금 더 해서 준비된 곳을 치는 것보다 지금 치는 것이 더 나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래야 전마성의 다른 지부가 힘을 집결시킨 채 바짝 긴장할 것이 아니겠는가.

 

‘혁련호승, 너는 내가 먼저 지부를 설립하는 걸 죽어도 보고 싶지 않겠지?’

 

 

 

 

 

3

 

 

 

 

 

혁련호승이 검인보에 도착한 것은 공손양의 예측대로 진시 말 경이었다.

 

그는 검인보에 들어오자마자 술부터 한잔 걸치고 무천단과 제천단의 무사들을 쉬게 했다.

 

검인보가 또 한 번 들썩이며 손님맞이에 분주해졌다.

 

한잔 술로 목을 축인 혁련호승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벽수양을 바라보았다.

 

“북향이 오지 않았었소?”

 

거만한 표정,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말투다.

 

‘쯧, 어째 천소라는 사람과 비교되는군.’

 

벽수양은 속으로 혀를 차고는 간단하게 좌소천의 움직임을 전했다.

 

순간 혁련호승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술이 밖으로 튀어나가도록 술잔을 탕! 내려놓은 혁련호승이 서슴없이 욕을 내뱉었다.

 

“이 거지 같은 자식이!”

 

“이야기가 안 되어 있었나?”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가 되어 있단 말이오? 그래, 지부장은 그놈의 단독 행동을 말리지 않았단 말이오?”

 

마치 추궁하듯이 몰아붙이는 혁련호승이다.

 

혁련무천과는 생긴 것만 비슷할 뿐, 반의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혁련호승의 인품에 벽수양의 표정도 굳어졌다.

 

“내 자식도 그들과 같이 같네. 그래서 말했더니 걱정 말라더군.”

 

“제기랄! 보나마나 그 거지새끼가 공을 먼저 세우기 위해 움직인 것 같은데…….”

 

술잔을 부서지도록 움켜쥔 혁련호승이 옆을 바라보았다.

 

“조 대주, 우리도 갑시다!”

 

무천단의 이대주인 조용익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로 말이오?”

 

“어디긴 어디겠소? 곧장 한천으로 가서 선도(仙桃)로 진격하자는 것이지!”

 

조용익의 이마에 파인 골이 깊어졌다.

 

무천단은 제천단에서 나이 삼십 중반이 넘은 자 중 고수들을 골라 이루어진 단체다. 그러니 다른 대주와 격이 다를 수밖에. 

 

그런데도 혁련호승은 자신을 말단 수하처럼 취급한다.

 

‘어린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 일은 무리외다. 응성이 공격당한 걸 안다면 전마성 선도 지부에 비상이 걸릴 것이고, 우리가 갈 때쯤이면 그들은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오.”

 

“무슨 말이 그렇게 많소! 향주인 내가 가자면 가는 것이지! 제천단이 이백이나 되는데 그리 자신이 없소?”

 

조용익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러나 혁련호승은 궁주의 아들, 차마 대놓고 더 따지지는 못하고 이만 악물었다.

 

그때 제천단을 이끌고 온 소궁석이 넌지시 혁련호승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단 가봅시다. 저희 제천단 이백에 무천단의 선배, 열. 거기에 한천 지부의 무사들이라면 충분히 선도를 칠 수 있을 것이오.”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그깟 놈들도 치지 못하면서 잠강을 어떻게 치겠다는 거야?”

 

끝내 조용익도 지그시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 그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결국 조용익마저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자 혁련호승이 호기롭게 소리치며 일어섰다.

 

“자, 가서 날이 새기 전에 선도를 접수합시다!”

 

그때였다.

 

저만치 벽여령이 바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혁련호승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저 여자는 누굽니까, 지부장?”

 

벽수양은 혁련호승이 말하는 여자가 바로 자신의 딸임을 알고 표정을 굳혔다.

 

“내 딸이라네.”

 

“호오, 그래요? 정말 아름다운 따님을 두셨군요. 이리 불러올 수 있겠습니까?”

 

“아마 지 어미의 심부름을 가는 모양이네. 바쁜 모양인데, 나중에 만나보게나.”

 

혁련호승의 눈에 갈등이 떠올랐다.

 

당장 출발하자고 한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진짜 예쁘군. 미려보다 나아 보여. 후후후, 내가 제천신궁 궁주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면, 손만 벌려도 가슴으로 안겨들겠지?’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

 

구름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벽여령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저 정도면 충분히 정실로 받아들여도 되겠어.’

 

나이 스물여덟이 되도록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어 혼인을 못한 그다. 그는 은근히 욕심이 났다.

 

‘한 시진이면 충분히 구워삶아서 품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일단은 좌소천을 이기는 것이 먼저였다.

 

당장 안지 못하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며칠 정도 참으면 마음껏 품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제기랄, 조금만 더 일찍 알았어도 오자마자 저 계집부터 품는 건데.’

 

혁련호승은 속마음을 감추고 느물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올라갈 때 반드시 들러야겠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 벽수양이다.

 

표정만 보고도 대충 혁련호승의 마음을 짐작한 벽수양은 불편한 마음을 억지로 감추었다.

 

“그리하도록 하게나.”

 

‘흥! 네놈이 올 때면 내 딸은 천 리 밖에 있을 것이다, 이놈아.’

 

혁련호승은 다시 한번 월동문으로 사라지는 벽여령의 뒷모습을 음탕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조용익과 소궁석에게 명을 내렸다.

 

“놈이 새벽에 갔다면 지금쯤 운몽에서 배를 타고 있을 것이오. 우리도 달려갑시다!”

 

일각도 되기 전에 혁련호승을 비롯한 무천단과 제천단이 검인보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혁련호승이 어찌나 서두르는지, 그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한천을 향해 치달려야만 했다.

 

 

 

점심 무렵, 이유있는 외출을 한 세 노인이 벽수양을 찾아왔다.

 

벽수양은 자신을 찾아온 세 노인 중 한 사람의 정체를 알고는 대경해서 급히 예를 갖추었다.

 

“벽수양이 등 선배를 뵈오이다.”

 

“저 양반에게 먼저 인사를 올리게.”

 

“예? 어느 분……?”

 

“저기 얼굴 동그란 양반 있잖아. 동천옹이시네.”

 

벽수양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검인보의 벽수양이 동천옹 어르신을 뵙습니다.”

 

그러나 헌당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고 오직 한 사람에 대해서만 물었다.

 

“킁. 그래. 그건 그렇고, 좌소천이라는 꼬마가 안 왔었나? 어디로 갔지?”

 

“좌소천이라니요?”

 

“아참, 천소라고 해야 알겠군. 천소라는 젊은이가 오지 않았었나?”

 

“천 향주는 운몽으로 해서…….”

 

제천신궁의 최고 어른들이다. 이들이 가면 전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벽수양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서 있던 위지승정이 점잖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위지승정이라 하외다. 그가 언제쯤 떠났소?”

 

검왕 위지승정!

 

동천옹과 신권은 잊힌 이름이다. 그러나 검왕은 아직 강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름이었다.

 

벽수양은 한껏 커진 눈으로 위지승정을 바라보았다.

 

“인시 말쯤에 떠났습니다, 검왕 선배.”

 

벽수양의 대답에 헌당이 투덜댔다.

 

“아. 그놈, 성질 더럽게 급하군. 빨리 가세.”

 

“거참, 그렇게 서두른다고 바로 찾을 수 있겠수? 식사나 하고 갑시다.”

 

“음? 그럴까?”

 

“등 선배 말씀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르신.”

 

벽수양은 재빨리 사람을 불러서 식사를 준비시켰다.

 

한 시진, 그들은 벽여령의 시중을 받으며 식사를 마쳤다.

 

검인보를 떠나기 전 헌당이 벽수양에게 넌지시 물었다.

 

“저 애, 네 딸이야?”

 

헌당의 말에 벽수양이 허리를 숙였다.

 

“예, 어르신.”

 

“킬킬, 정말 얌전하고 예쁘네. 내 손자며느리 삼으면 딱 좋겠구만.”

 

동천옹의 칭찬에 벽수양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천옹은 묘한 표정으로 벽여령을 바라보고는 실실거리며 몸을 돌렸다.

 

“잘 있게나. 다음에 또 들르지.”

 

 

 

세 노인은 왔을 때만큼이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벽수양은 멍하니 세 노인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꿈을 꾼 것 같았다.

 

“천 향주의 이름이 좌소천이라고?”

 

바로 그때였다. 희뿌연 그림자 하나가 세 노인이 사라진 곳으로 죽 뻗어간다.

 

‘뭐지? 햇빛 때문에 헛것을 봤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뒤에서 벽여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이상해요. 음식이 상당히 많이 남았었는데, 방금 들어가 보니 다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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