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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9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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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99화

 

99화

 

 

 

 

 

 

도를 뽑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그러나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큰 충격을 주어야 한다.

 

그는 딸깍, 도를 밀어 올렸다.

 

“참으로 건방진 놈이로다!”

 

노성을 내지른 중년인이 검기가 일렁이는 검을 앞세운 채 좌소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절정의 고수답게 검끝에 맺힌 연푸른 검기가 일순간에 푸른빛을 더한다.

 

찰나였다!

 

쉬이익!

 

무진도가 묵선을 그리며 어둠을 길게 갈랐다.

 

묵빛 벼락이 뻗친 순간,

 

쩡!

 

중동이 부러진 검날이 허공으로 튕겨지고, 중년인의 몸이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힘없이 꼬꾸라졌다.

 

털썩!

 

동시에 반쯤 갈라진 목에서 분수처럼 솟구치는 핏줄기가 진한 혈향을 풍긴다.

 

갑자기 무거운 침묵이 장내를 짓눌렀다.

 

외곽에서 벌어지는 싸움 소리조차 침묵에 눌려 들리지 않는 듯했다.

 

절정에 달한 고수, 전양검 이정관이 일 초도 받아내지 못하고 죽었다.

 

그 사실이 묘한 침묵과 함께 사람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하늘이 되기 위해 만인의 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나요. 대항한다면…… 모두 죽을 것이오.”

 

좌소천의 음울한 목소리가 얼어붙은 침묵을 깨고 흘러나온다.

 

둘러싼 백여 명의 무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투. 오히려 덤비면 모두 죽을 거라는 듯 말한다.

 

설학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떴다.

 

이정관은 자신에 비해 그리 약하지 않는 사람이다. 승부를 내려면 적어도 수십 초를 허비해야 할 터. 

 

그런 이정관이 단 일초를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입 안에서 상대를 공격하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

 

하단으로 내린 무진도의 도신. 그 속으로 어둠조차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자신이 초절정의 경지 초입에 들어섰기에 그는 좌소천의 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본능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덤비면 다 죽을지도…….’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수도 있다. 이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딸린 식구들이 너무나 많다. 일천오백의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결국 그의 입에서 억눌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대는… 누군가?”

 

만 장 깊이의 심해처럼 깊어진 좌소천의 눈빛이 설학진의 눈에 꽂혔다.

 

“하늘이 되고자 하는 사람.” 

 

순간 설학진은 입술을 깨물어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고, 핏물이 흐르는 입술을 겨우 떼었다.

 

“뭘 바라고…… 본 장을 핍박하는 것이냐?”

 

“내가 아는 어떤 분이 귀하를 평하길, 함께하기에 괜찮은 사람이라 하더이다.”

 

그때였다.

 

“아직도 손 안 들었냐? 우리가 여기 있는 놈들 다 쓸어버릴까?”

 

동천옹의 맑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에서 복면을 쓴 사람들이 훌훌 날아들었다.

 

모두 넷. 겉모습은 가지각색인데, 마치 바람도 없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섰다. 

 

그들의 신법을 본 설학진은 기운이 빠져서 대항할 마음조차 사라졌다.

 

“그냥 다 죽이면 깨끗하게 정리될 것 같은데…….”

 

특히 검은 안개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는 복면인의 신법은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것이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디서 저런 고수들이…….’

 

위지승정이 그런 설학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좌소천에게 말했다.

 

“싸움을 중단시키는 것이 어떻겠나?”

 

좌소천의 눈이 설학진을 향했다.

 

“결정은 설 장주가 내리시지요.”

 

 

 

휘이이이익!

 

휘파람이 길게 울렸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격전을 중단하라는 외침이 신검장에 울려 퍼졌다.

 

“신검장의 무사들은 대항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라!”

 

장원이 워낙 넓어 싸우는 소리가 잦아드는 데 한참이 걸렸다.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싸움이 중단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동료가 적에게 당했다는 것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장주의 명이 떨어진 이상 싸움을 멈추지 않을 수는 없었다.

 

웅성거림도 잠시, 사방에서 구포방의 고수들이 쫙 갈라진 신검장 무사들 사이를 걸어 중앙의 연무장 쪽으로 걸어왔다.

 

설학진이 그들 중 육부경을 알아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육… 단주?”

 

신월맹 초혈단의 단주였던 육부경을 그가 모를 리 없다.

 

육부경도 설학진을 잘 알기에 차가운 표정으로 마주 인사를 건넸다. 신월맹의 멸망에도 곧바로 제천신궁에 달라붙은 그가 탐탁지 않은 것이다.

 

“오랜만이오, 설 장주.”

 

“그대가 어떻게?”

 

“얼마 전부터 저분을 모시고 있소이다.”

 

설학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된 것 같습니다만.”

 

좌소천이 입을 열자 설학진이 터진 입술의 피를 닦아내며 몸을 돌렸다.

 

“따라오시오.”

 

 

 

마주 앉은 사람은 모두 열 명이었다.

 

좌소천의 옆에 구포봉과 육부경이 앉고, 설학진의 옆에 신검장의 원로 둘이 앉았다.

 

좌소천이 예상했던 임무(?)를 멋지게 해낸 네 노인은, 한쪽에서 신검장의 원로 둘을 앉혀놓고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칠십이 넘은 두 원로가 절절매는 모습에 신검장 사람들은 최대한 그곳을 보지 않았다.

 

그들도 이제 아는 것이다. 네 노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때 도유관과 능야산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좌소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해결했습니다, 단주.”

 

“밖으로 날아가던 비둘기는 모두 네 마리였는데, 다행히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좌소천이 설학진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야기를 나누어보지요.”

 

 

 

 

 

4

 

 

 

 

 

두 시진 후.

 

좌소천은 육부경을 비롯한 구포방의 무사들만 남겨놓은 채 신검장을 나섰다.

 

그 당시 소광섭은 신검장의 외곽 서쪽의 송림에 숨어서 몸을 돌보고 있었다.

 

그는 좌소천이 도유관과 능야산, 네 노인을 대동한 채 신검장을 나서자 몸을 일으켜 송림을 나섰다.

 

그를 본 좌소천도 방향을 돌려서 그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피 묻은 옷을 입고 있는 그였지만, 두 시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그의 움직임은 전보다 나아 보였다.

 

절룩거리며 다가온 소광섭에게 좌소천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소 대협.”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린 소광섭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좌소천을 올려다보았다.

 

“자넨 누군데 나를, 영령이를 아는 것인가?”

 

“악양의 포봉객잔을 기억하십니까?”

 

소광섭이 눈살을 찌푸렸다.

 

도주하던 중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객잔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처음 들어보는군.”

 

그때 좌소천이 몇 개의 단어를 꺼내었다.

 

“광한방의 무사들, 홍백쌍사, 형산의 제자들. 그리고 검은 연기.”

 

순간 소광섭의 눈이 커지고 좌소천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설마 자네가… 그 중년인과 함께 앉아 있던 그 소년?”

 

당시의 중년 무사를 잊을 수 없는 소광섭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그곳에서 한 많은 생을 마쳤을 테니까.

 

좌소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영령이는, 영령이는 어떻게 되었나?”

 

소광섭이 다급히 물었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살아남는 동안 마음이 굳어버린 그다. 하지만 하나 남은 조카의 안위는 그의 굳어버린 마음조차 흔들고 남았다.

 

문제는 좌소천조차 그 일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지요.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창의 객잔에 들어가 마주 앉은 지 일각.

 

좌소천의 이야기가 끝나자 소광섭의 표정이 암울해졌다.

 

“허어! 그분이 바로 선우 대협이었단 말인가? 우리 영령이가 선우 대협의 제자가 되고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령 매를 지켜주지 못했으니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무슨 말을……. 목숨 던져 그 아이를 구하려 한 자네가 왜 나에게 미안해한단 말인가? 오히려 나만 살겠다고 도망친 내가 죄인이지. 게다가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 하지 않았는가?”

 

“제가 아는 한, 분명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확신은 없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확신에 찬 말이다. 그만큼 절박한 소원이었다.

 

소광섭 또한 그러한 마음이었다.

 

“그래, 분명 그 아이는 살아 있을 거네. 분명히!”

 

한참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네 노인도 그저 술잔이나 홀짝이며 묵묵히 안주나 집어 먹었다.

 

한탄곡이라면 백 장도 넘는 절벽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뛰어내렸단다. 

 

죽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매를 구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제각각의 눈빛으로 좌소천을 힐끔거렸다.

 

그중에는 ‘미쳤지!’ 하는 눈빛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뜨겁게 달아오른 눈빛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좌소천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술잔을 내려놓은 소광섭이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광한방으로 갈 거네.”

 

좌소천의 눈빛이 찰나간 반짝였다.

 

“그럼 그곳으로 가기 전에 악양을 먼저 들르십시오.”

 

“악양?”

 

“그곳에 가서 구포방을 찾아가십시오.”

 

“구포방이라… 처음 듣는 이름이군. 뭐 하는 곳인가?”

 

좌소천이 담담한 목소리로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번에 신검장을 친 무사들이 그곳의 무사들입니다.”

 

소광섭이 눈이 한껏 커졌다. 그러다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좌소천에게 물었다.

 

“혹시 자네도……?”

 

“구포방주가 바로 포봉객잔의 주인입니다. 저의 숙부 되시는 분이니 광한방을 상대하려 한다면 적잖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객잔의 주인이 구포방의 주인이고, 그 구포방이 신검장을 쳤단다.

 

누가 들으면 혀를 차며 미친놈 취급할 말이다.

 

하지만 이미 신검장이 무너지는 것을 멀리서나마 지켜본 소광섭이 아닌가.

 

더구나 광한방은 신검장의 두 배 이상 전력을 지닌 곳. 혼자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복수를 한다는 것은 목숨이 열 개라도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그도 잘 알았다.

 

다만 하지 않을 수 없어 달려가려는 것뿐.

 

그게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니까.

 

그때 동천옹이 좌소천을 빤히 바라보고 물었다.

 

“너 혹시… 광한방도 꿀꺽할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

 

좌소천이 손에 들린 술잔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못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한 잔의 술이 가슴을 태웠다.

 

‘어차피 세운 목표. 강하고, 넓은 하늘을 만들 생각이지요.’

 

 

 

 

 

 

 

10장 만월평(滿月坪)에 사풍(死風)이 불고

 

 

 

 

 

1

 

 

 

 

 

바람에 날린 낙엽 하나가 달빛을 타고 만월평 중앙의 삼층 전각 지붕 위에 내려앉았다.

 

츠르르…….

 

바람에 쓸린 낙엽이 지붕을 구르고, 그림자 하나가 낙엽이 구르는 소리에 섞여 지붕 위를 치달리는가 싶더니, 낙엽이 처마 끝에 걸려 버둥거리는 사이 전각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사람이 잠자던 그대로 백회혈에 검이 꽂힌 채 죽임을 당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것은 날이 환하게 밝은 후였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신 날은 늦게 일어나는 그이기에, 시비는 전날 유난히 술을 많이 마신 그를 떠올리고 식사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식사 준비를 마친 시비가 그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영원히 식사를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싸늘히 굳어 있었다.

 

머리맡을 흥건히 적신 핏물을 본 시비의 입에서 비단 자락 찢어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아악! 지부장님!”

 

일각도 되지 않아 만월평이 발칵 뒤집히고, 황파 총지부의 주요 간부들이 식사를 하다 말고 일제히 진월각으로 모여들었다.

 

혁련무성의 몸을 살핀 끝에 그들이 찾아낸 것은 오직 하나, 폭이 좁고 얇은 검이 백회혈에 꽂혔다 빠져나온 흔적이었다.

 

그로부터 반 시진 후, 십여 마리 전서구가 만월평의 하늘을 수놓으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날 오후.

 

좌소천은 육부경 등을 신검장에 남겨놓고 일행과 함께 장강을 건너 공손양과 합류했다.

 

“앙축드립니다, 단주.”

 

공손양의 인사에 좌소천은 마주 포권을 취했다.

 

“모두가 염려해 준 덕분이오.”

 

순간 공손양의 전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오늘 오전에 만월평에서 십여 마리의 전서구가 날았습니다.>

 

그 말에 좌소천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그곳의 상황은 누가 주도하고 있습니까?>

 

<청호가 응성 지부에 가 있는 사이 서열 이위인 장만학과 사위인 관악이 주도권 다툼을 하는 듯 보입니다.>

 

많은 사람이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그 일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게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지금쯤은 사공은환도 전서구를 받아봤겠군.’

 

천천히 가도 저녁이 되기 전에 황파에 도착할 것이다.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된다.

 

<패천단은 지금 어디 있소?>

 

<현재는 각자 흩어져 있습니다만, 신시 말까지 황점 북쪽 지점에 모일 것입니다.>

 

그쯤 되는 곳에 있다면 황파 총지부까지 삼십 리 정도. 언제라도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였다.

 

좌소천은 몸을 돌려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네 노인이 좌판에서 파는 노리개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가시죠, 어르신들.”

 

네 노인이 모두 노리개를 하나씩 집어 들고 뒤를 따라왔다.

 

좌소천이 노인들의 손에 들린, 조개로 만든 노리개를 보고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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