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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8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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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87화

 

87화

 

 

 

 

 

 

“일차로 삼백 정도만 추릴 생각이야.”

 

“어이구, 구포방 많이 컸네요. 쓸 만한 무사 삼백이 일차 인원이라니.”

 

“시답잖은 소리 말고, 가서 간부들에게 전해. 인원 단속 잘 하고 있으라 하고. 아마 가보면 반가운 사람도 있을 거네.”

 

“알겠습니다요, 대방주님!”

 

장하경이 과장된 몸짓으로 허리를 푹 숙이더니 히죽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방에 혼자 남은 구포봉의 표정이 그제야 굳어졌다.

 

“이제… 시작인가? 흐미, 진짜 떨리네. 저 자식 앞에서 무게 잡느라 허리에 힘주었더니 더 떨리는 것 같네. 젠장!”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투덜대던 구포봉의 눈이 방문을 향했다.

 

“그건 그렇고, 나중에 귀찮지 않으려면 오늘 장가 놈이 잘해줘야 할 텐데…….”

 

 

 

얼굴이 굳어진 것은 장하경도 마찬가지였다.

 

반가운 사람이 있을 거라더니 정말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십여 명의 한가운데. 풀어헤쳐진 머리 사이로 각진 턱이 보였다.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이.

 

“서, 설마… 다, 단주님?”

 

장하경의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자, 앉아 있던 오십대 후반의 초로인이 고개를 돌렸다.

 

한참만에야 그의 입이 열렸다.

 

“고생이 많았나 보군. 얼굴이 많이 긁혔어.”

 

털썩, 무릎을 꿇는 장하경의 눈에 안개가 자욱이 깔렸다.

 

“초혈단 제일조장 장하경이 단주를 뵈오!”

 

“일어나게, 장 조장.”

 

몸을 일으키는 장하경의 눈에 방울이 맺혔다.

 

“단주께서 살아 계시다니, 이게 꿈인지 생신지…….”

 

“운이 좋았지. 놈들의 검이 가슴에 세 개나 꽂혔는데도 심장이 뚫리지 않았으니 말이야. 덕분에 오 년이나 고생을 했는데, 자네를 보니 내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던 것 같군.”

 

“원, 단주님도…….”

 

“그래, 듣자하니 자네가 좌소천인가 하는 청년을 잘 안다고 하던데, 그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보게.”

 

장하경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걸 보는 초로인, 육부경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곧 장하경의 입에서 긴 이야기가 청산유수처럼 쏟아졌다.

 

“제가 좌 공자님을 처음 만난 곳이…….”

 

와중에도 가릴 것은 가려서 말했다.

 

단칼에 절정고수를 죽였다는 말을 해봐야 믿지도 않을 테니, 누구와 싸워서 그냥 이겼다는 식으로만 설명했다. 입이 근질근질해도 하는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다 끝나갈 즈음, 육부경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전마성의 장로 종후전이 그에게 패했다 들었다. 그와 내가 붙는다면 누가 이길 거라 보는가?”

 

장하경이 그의 물음에 움찔했다.

 

육부경만이 아니다. 앉아 있던 사람들도 잔뜩 굳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문득 기이한 기분이 든 장하경은 육부경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 양반이 엉뚱한 생각을……?’

 

신월맹의 무사 삼백 이상이 모였다. 그것도 거의 모두가 일류고수들이다. 엉뚱한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겨우 잡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숨을 크게 내쉰 장하경이 곧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십 초 안에 승부가 날 거라고 봅니다.”

 

육부경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다른 사람들 역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장하경을 노려보았다.

 

“설마 육 단주께서 진다는 말은 아니겠지?”

 

한때 신월맹 귀월단의 부단주였던 시은형이 살기 띤 눈으로 묻는다.

 

장하경은 턱에 힘을 주고, 마저 입을 열었다.

 

당장 때려죽여도 분란의 소지는 막아야 했다.

 

“그것도 최대한도로 잡은 것입니다. 만약 좌 공자님이 살의를 품고 도를 펼친다면, 십 초도 힘듭니다.”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진짜 때려죽일 것 같은 눈빛들이 장하경을 짓눌렀다.

 

하지만 장하경은 눈을 부릅뜨고 한마디 더 했다.

 

“내기를 하라시면…… 제 목숨을 걸지요.”

 

 

 

 

 

2

 

 

 

 

 

태양이 중천에 뜰 무렵, 좌소천 암살미수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제천신궁 일대에 퍼졌다.

 

암살자들의 신원에 대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마성에서 보낸 암살자가 아닌가 하는 추측만이 무성할 뿐.

 

탕!

 

“대체 어떤 놈들이 그따위 엉성한 짓을 한 거야?”

 

사공은환은 탁자를 내려치고는 오만상을 다 찌푸렸다.

 

자신 역시 최후의 방법으로 암살을 생각했다. 밀천단에는 그런 일을 누구보다 완벽히 처리할 사람들이 제법 되었으니까.

 

그런데 어떤 멍청한 놈이 먼저 시도하고 실패해 버린 것이다. 좌소천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 채.

 

“빌어먹을 새끼들. 다섯 놈이나 달려들었으면 적어도 팔 하나는 베어냈어야지!”

 

차라리 성공이라도 했다면 화낼 것도 없었다. 오히려 손도 안 대고 코푼 격이니 술잔을 들어 건배할 일이었다.

 

그러나 멍청한 놈들이 암살에 실패한 이상, 자신은 계획을 구석에 처박고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단주, 놈이 호북으로 갈 때 사람을 보내보면 어떻겠습니까?”

 

사공은환은 밀천단의 부단주이자 자신의 오른팔인 종효민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호북에서 처리하자는 거냐?”

 

“전마성의 무사로 가장하면 그만큼 위험부담도 덜어질 것 아니겠습니까?”

 

“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나, 실패하기라도 하면 놈의 어깨에 힘만 실어줄 뿐이야. 놈은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고도 남을 만큼 머리가 좋으니까.”

 

오늘의 일만 해도 그랬다. 그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좌소천을 동정하며 누군지 모를 적을 성토하고 있는 판이었다. 

 

은연중 암살자들이 좌소천을 도와준 꼴이 된 것이다.

 

그러나 종효민은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

 

“빈객으로 와 있는 기가와 그의 수하들인 오살(五煞)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사공은환의 눈빛도 흔들렸다.

 

종효민이 기가라 부른 자. 귀영문의 주인이었던 귀영천살(鬼影天殺) 기천승.

 

당금 강호에 존재하는 세 명의 초특급살수 중 하나, 천하제일살수 자리를 다투는 살객이 바로 그다. 

 

제천신궁에 있다는 것 자체가 비밀일 정도로 전 강호인이 두려워하며 공적처럼 여기는 존재.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사람을 철저히 가려서 죽였다. 같은 세력에 속한 사람을 죽이라고 했을 경우, 그가 나설지는 미지수였다.

 

그는 자신의 명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단순한 수하가 아닌 것이다.

 

사공은환도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가 나서줄까?”

 

“그의 꿈을 들어주는 조건이라면 나설 겁니다.”

 

“꿈이라……. 귀영문의 재건 말인가?”

 

“좌소천이 만에 하나 전마성과의 싸움을 이기고 돌아온다면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그 어린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귀영문을 재건해도 결국 본 궁의 예하 세력에 불과할 텐데 말입니다.”

 

결국 사공은환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좋아, 일단 그의 생각을 타진해 봐라. 대신 모든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할 것이야. 만일 기회가 나지 않으면 무리하지 말고 그냥 돌아오라고 하고.”

 

“걱정 마십시오. 기천승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천하에 열 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못 미더운지 사공은환이 이마를 찡그렸다.

 

“잠강에 연락해서 혹시라도 놈이 살아서 도착하면 철저히 감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단주.”

 

 

 

 

 

3

 

 

 

 

 

패천단의 출정은 조용히 이루어졌다.

 

전마성과 무림맹은 물론이고, 주위의 다른 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제 갓 들어온 무사 이백 명을 남겨놓은 채 팔백수십 명의 패천단 인원이 모두 빠져나가는 데는 이틀이 걸렸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제천단과 무천단의 무사들이 제천신궁을 나섰다.

 

그렇게 패천단이 조용히 빠져나간 다음날. 

 

제천단의 삼백 정예와 무천단의 고수 오십이 북서쪽의 남양으로 달려갔다.

 

말로는 전마성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혹시 모를 무림맹의 발호를 견제한다는 것이었지만, 그 속뜻은 따로 있었다.

 

 

 

그 즈음, 섬서에서 조용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태백산에서 일천의 무인이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나타난 지 이틀. 한중 일대 십여 개 문파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천외천가에 충성을 맹세했다.

 

종남과 화산이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한중 반경 일천 리가 완벽히 천외천가에 의해 잠식된 후였다.

 

급작스런 그들의 출현에 여주(汝州)의 무림맹이 발칵 뒤집혔다.

 

그것은 정한거의 혈풍에 비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 * *

 

 

 

 

 

여주의 무림맹.

 

한중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간이 늦었음에도 정천전에 무림맹의 장로들이 모두 모였다.

 

“천외천가가 태백산을 나오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대체 본 맹의 정보망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단 말이오?”

 

“안 됩니다! 절대 그들이 한중을 지배하게 해선 안 됩니다! 그리되면 섬서가 완전히 갈리게 됩니다!”

 

“즉시 조사대를 보내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봐야 하오!”

 

“사자를 보내 천외천가의 진정한 뜻을 알아봅시다!”

 

“혹시 그들이 야욕을 품은 게 아니오?”

 

설왕설래.

 

무림맹의 장로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댄다.

 

하지만 누구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곤혹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자, 가만히 앉아 있던 노승이 일어났다.

 

“아미타불!”

 

그리 크지 않은 불호였지만, 모든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일어선 노승이 무림맹의 장로원주인 소림의 법현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하시고, 군사의 말을 들어봅시다.”

 

나직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상석의 우측에 앉아 있는 제갈진문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제갈진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시 생각을 해보느라 여러 장로들의 의견에 미처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둘러앉아 있는 이십여 명의 장로를 둘러보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동안 천외천가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한 것은 분명 저의 불찰입니다. 그 점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나… 지금은 잘못을 책하기 이전에 대책을 논의할 때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분간 저의 잘못에 대한 질책을 뒤로 미루어주셨으면 합니다.”

 

“험, 그야 당연한 말이지.”

 

“뭐, 굳이 그걸 군사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나?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게나.”

 

장로들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씩 했다. 그리고 곧 조용해지자 제갈진문이 입을 열었다.

 

“천외천가가 한중에 있던 본 맹 예하의 문파들을 쳤다는 것은, 그들이 마침내 세상에 나서기로 작정했다는 뜻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로들의 표정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천외천가의 힘은 온통 비밀에 가려져 있다. 알려진 것이라고 해봐야 그들의 힘이 구파일방 오대세가에 못지않다는 정도가 다였다.

 

천 년 만에 세상으로 나선 그들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중에서 끝날지, 아니면 다른 곳까지 뻗칠지.

 

장로들의 마음이 무거워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상석에 앉아 있던 노도인이 제갈진문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왜 갑자기 태백산에서 나올 생각을 했을 거라 보는가?”

 

당금 무림맹의 맹주이며 오제 중 검제(劍帝)인 화산의 우경 진인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제갈진문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의 힘이 커지다 보니 밖으로 표출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 세상으로 나왔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서 세상으로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장로들이 웅성거렸다.

 

제갈진문이 말을 이었다.

 

“최근 제천신궁이 남양에 제천단과 무천단을 파견해서 본 맹과 경계에 있던 문파들을 복속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일이 한중의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천신궁이?”

 

“그들이 천외천가와 손을 잡았단 말인가?”

 

경악한 장로들이 소리치듯 입을 열었다.

 

우경 진인이 손을 들어 그들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보시오. 군사의 이야기를 더 들어봅시다.”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제갈진문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직은 추측일 뿐입니다. 그러니 장로들께서도 제가 한 말을 당분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로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제갈진문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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