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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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18화
118화
“모르고 있었나 보군. 하나, 귀하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소. 당시 본 방의 배에 실렸던 물건이 광한방 사람들에 의해 상양의 상가에 풀렸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기껏 그런 일 때문에 본 방에 시비를 걸겠다는 것이냐?”
“시비라……. 뭘 모르고 있군. 우리는 시비를 걸자고 온 것이 아니오. 본 방의 사람들을 해한 대가를 받고자 하는 것이지.”
섭정산이 슬쩍 눈을 돌려서 섭양산을 바라보았다.
“양산, 알고 있는 일이더냐?”
형산과의 문제로 시작된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 게다가 상대의 행동을 보니 구차한 변명을 한다고 통할 것 같지도 않다.
연무장 주위는 광한방의 무사 수백에 의해 완벽히 포위된 상태. 거기다 방주가 장로들과 광한팔마를 대동하고 나섰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포위망을 뚫을 수는 없을 터. 섭양산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상강을 지키던 수경당의 아이들이 악양에서 오던 배 한 척을 귀마문의 배로 알고 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 일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
이마를 찡그린 섭정산이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대가라 했나? 그럼 나도 묻지. 그대들에 의해 본 방의 무사들도 제법 많은 수가 죽었다. 그건 어떻게 할 거지?”
좌소천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맺혔다.
자신감 때문인지 순순히 시인하는 섭양산이다.
광한방의 모든 무사들이 들었고, 형산의 장원영이 들었다. 그것으로 명분은 섰다.
“일단 먼저 빚을 받고 나서 생각해 보겠소.”
담담히 말하던 좌소천이 갑자기 소광섭을 불렀다.
“소 대협.”
탈혼궁에 한 대의 탈혼시를 건 채 섭정산을 노려보던 소광섭이 입술을 씹으며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은 자그맣고 기다란 통이었다.
소광섭은 그 통 끝에 매달린 줄을 문질러 삼매진화로 발화시키고는, 연기가 이는 통을 탈혼시 끝에 달고 하늘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그제야 섭양산이 하얗게 변한 얼굴로 소리쳤다.
“형님! 놈이 화살을 쏘지 못하게 막으십시오!”
섭정산도 소광섭이 화살을 쏘려는 의미를 알고 황급히 몸을 날렸다.
“멈춰라, 이놈! 모두 놈들을 쳐라!”
동시에 광한팔마와 장로들이 달려나왔다.
그러나 섭정산의 앞에는 좌소천이 있었다.
하늘 높이 쳐들린 좌소천의 무진도가 땅을 향해 그어진다.
쩌저적!
대기가 쩍 갈라지며 시커먼 묵선 한줄기가 일직선으로 뻗는다.
“헉!”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거대한 도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다.
전력을 다한다 해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를 가공할 도세!
섭정산은 건곤을 가르는 도세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으로 몸을 튕겼다.
그사이 하늘 높이 화살 하나가 솟구쳤다.
쉬이이익! 펑!
이십여 장 높이에서 화살 끝에 달린 통이 터지더니, 붉고 진한 연기가 넓게 퍼져 나간다.
“적들이 침입할지 모른다! 조장들은 수하들을 이끌고 외곽을 지켜라!”
섭양산이 다급히 명을 내렸다. 그러고는 포위망을 구축한 고수들에게 좌소천 일행을 공격하게 했다.
“이놈들을 먼저 죽여야 하오! 체면 보지 말고 합공을 하시오!”
7장 천하를 향해 나아가는 자
1
광한방에서 오 리가량 떨어진 곳.
전호와 육부경을 비롯한 구포방 무사들이 하늘로 치솟는 붉은 연기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 아래, 삼면에서 달려가는 일천오백 무사들이다. 그 위용은 가히 해일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육부경을 수장으로 전만추, 용수강, 소리승문, 차조양, 연자호가 오백의 무사를 이끌고 먼저 남쪽 정문으로 달려갔다.
시은형을 수장으로 북궁창, 낙소교, 염상적, 무등혁, 조공인 등이 오백의 무사를 이끌고 서쪽 담장으로 접근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전호가 이끄는 전마성에서 온 신월맹의 무사들, 적사응과 황신양의 패천단 이백 무사, 신검장의 두 장로가 이끄는 신검장의 무사들은 동쪽 담장을 향해 다가갔다.
쩌정! 차차창!
선두에 선 무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잡아 뽑았다.
그 소리에 자극을 받았는지 무기를 뽑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뒤로 이어졌다.
광한방의 거대한 장원이 점점 가까워진다.
열다섯 자 높이의 담장이 천정산 자락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한때는 경외의 대상이었던 담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칼로 내려치면 단번에 끊어질 것 같은 허리띠 정도로 보일 뿐이다.
“잊지 마라! 최대한 빨리 치고 들어가서 놈들을 굴복시켜야 한다!”
“무사가 아닌 사람은 죽이지 마라!”
“가자! 광한방이 저기에 있다!”
들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간다.
해일이 밀려간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태풍이 천정산 자락을 덮쳐 간다!
한편, 좌소천은 무진도를 옆으로 늘어뜨리고 상황을 살폈다.
“세운산장의 원혼들을 위해 네놈을 죽일 것이다, 섭정산!”
물러선 섭정산을 향해 소광섭이 다시 탈혼궁을 날린다.
섭정산은 자신을 신경 쓰느라 소광섭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
공손양과 도유관과 능야산도 광한방의 장로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어우러진 상황. 장원영과 양화천 역시 마찬가지다.
도, 검, 편, 창 등 갖가지 무기에서 이는 기운이 방원 이십여 장 안에서 휘몰아친다.
절정고수들의 싸움판에 일반 무사들은 아예 끼어들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광한방의 무사들 중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절정고수가 이십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이 합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적지 않은 숫자다. 시간이 지나면 곤경에 처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 분명한 상황.
‘일단은 숫자를 먼저 줄여야겠군.’
마음이 움직임과 동시 몸도 움직였다.
좌소천은 광한팔마를 향해 한 걸음 내딛으며 무진도를 휘둘렀다.
유령처럼 흐르는 신형에서 묵빛 도강이 넘실댔다.
쉬쉬쉬쉭!
대기가 잘게 갈라지며 묵광이 층층이 밀려갔다.
숨쉬기조차 힘든 압박감을 참지 못하고 광한팔마 중 두 사람이 좌소천을 향해 쇄도했다.
“우리가 상대해 주마!”
“쉽지 않을 것이다, 이놈!”
좌소천은 달려드는 두 사람을 보면서 무진도를 비틀었다.
땅!
묵광과 부딪친 검이 부러지고, 검을 부러뜨린 무진도가 그대로 상대의 목을 긋고 지나간다.
“컥!”
단말마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좌소천은 무진도의 방향을 틀어 또 다른 자를 덮쳤다.
쾅!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
광한팔마 중 하나가 뒤로 훌훌 날아갔다.
“마, 맙소사!”
엄청난 광경에 응혈마 석광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거짓말 같은 광경이었다. 빤히 보고서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지경.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아직 멈춘 것이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좌소천의 도세가 방향을 틀어서 광양팔마 중 남은 자들을 향해서 밀려갔다.
광한팔마 여섯은 감히 대항할 엄두도 못 내고 피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들은 섭정산이 아니었고, 섭정산만큼 강하지도 못했다.
먹구름처럼 밀려간 좌소천의 도세가 그들을 뒤덮자 비명과 신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따다당! 쩌정!
“커억!”
“으헉!”
그것은 공포였다.
묵광이 번뜩일 때마다 절정의 고수들이 피분수를 뿜어내며 쓰러진다.
겨우 피한다 해도 연이어 밀려드는 도세가 파도처럼 덮친다.
도검을 들어 막으면 도검이 부러지고, 설령 부러지지 않는다 해도 손아귀가 찢어져 도검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니 부딪친다는 자체가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광한팔마 중 다섯이 제대로 대항조차 해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나머지 셋은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려움에 질려 멀찌감치 물러선 상태.
“여기도 있다!”
뒤늦게 장로 여섯 명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좌소천의 도는 옆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무서웠다.
주욱, 그어진 묵선이 소용돌이처럼 와류를 일으키며 휘돌 때마다 소름 끼치는 도강이 그들을 휘감았다.
“헉!”
“이, 이런! 조심해! 물러서!”
장로들은 몇 수를 나누기도 전에 묵빛 도강을 피하느라 정신없었다.
기호지세!
좌소천은 금환비영을 펼치며 광한방의 장로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가가가각!
쩌정! 쨍!
작정하고 구성의 내력을 끌어올린 좌소천의 무진도가 대기를 찢어발겼다.
하늘이 온통 시커먼 묵빛 도강에 난자되며 그물처럼 갈라졌다.
피가 튀고, 잘려진 팔다리가 바닥을 뒹굴고, 부서진 도검이 허공으로 튕겨졌다.
뒤이어 신음 섞인 비명이 목구멍을 비집고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끄윽!”
“흐억!”
“피, 피해! 놈은 우리 상대가 아니다!”
결국 장로들도 공포에 질려서 정신없이 물러섰다.
그때, 소광섭의 공격을 피한 섭정산이 좌소천의 등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호남의 제왕처럼 군림하던 그가 남의 등을 공격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체면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제 육기 구마 중 하나가 인피면구를 뒤집어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강한 적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죽여서 광한방을 구해야 했다.
찰나의 순간, 섭정산은 좌소천의 등 뒤로 다가가서 극성으로 일으킨 천혼수를 내려쳤다.
강철조차 우그러뜨리는 천혼수다.
시퍼런 손 그림자가 일 장의 거리를 둔 채 뻗어나가는데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섭정산의 입가에 득의의 웃음이 매달렸다.
쭉 뻗어나간 시퍼런 수강이 좌소천의 등에 틀어박히는 것이다.
‘죽어라, 괴물 같은 놈!’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눈앞에 있는 놈의 등에 손바닥이 틀어박혔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스스스…….
안개처럼 흐트러지는 잔영.
“헛!”
그제야 섭정산은 자신의 손이 상대의 허상을 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급히 상대의 공격을 대비해 몸을 돌렸다.
바로 그때!
허공이 사선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도 하나가 섭정산을 덮쳤다.
금환비영으로 일 장가량 좌측으로 몸을 이동시킨 좌소천이 무진도로 허공을 가른 것이다.
구성의 금라천황공이 실린 무진칠도 중 벽뢰참광(劈雷斬光)에 대기가 진저리치며 갈라졌다.
그 직후, 시커먼 묵빛 도강이 섭정산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일순간, 붉은 선혈이 허공으로 치솟고, 억눌린 신음이 섭정산의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크으윽!”
툭!
몸을 트는 섭정산의 몸에서 팔 하나가 뚝 떨어졌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팔이 잘린 곳에서 분수처럼 뿜어지는 선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모든 광한방 무사들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좌소천은 비틀거리는 섭정산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좀 더 빠른 결정을 내기 위해서 섭정산의 공격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
그 결과로 섭정산의 팔 하나를 잘라냈다.
참담하게 일그러진 표정. 절망에 물든 눈빛. 섭정산의 그 얼굴에서 패자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다.
좌소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소광섭을 바라보았다.
소광섭이 탈혼궁을 들어 섭정산의 가슴을 가리키고 있다. 당장이라도 활시위를 놓을 것만 같다.
그러나 아직 섭정산이 죽어서는 안 되는 상황.
“소 대협, 잠시만 참으시지요.”
좌소천의 말이 떨어진 순간, 소광섭의 입술을 뒤덮은 수염을 파르르 떨렸다.
망설임이 가득한 표정.
하지만 좌소천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소광섭은 끝까지 끌어당긴 탈혼궁의 시위를 느슨하게 늦췄다.
그제야 좌소천은 섭정산을 향해 눈을 돌렸다.
“결정을 내리시오.”
그때 외곽 쪽에서 함성과 함께 격전음이 들렸다.
“쳐라!”
“구포방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마!”
마침내 구포방의 무사들이 사방에서 광한방의 담장을 넘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와아아!”
쩌저정! 콰광!
“오늘부로 광한방은 사라질 것이다!”
“막아! 놈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으악!”
“크억!”
잠시의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비명과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격전을 벌이는 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만큼 광한방의 무사들이 빠르게 밀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연무장에 있던 무사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섭양산을 바라보았다.
외곽으로 달려갈 수도, 좌소천 등을 향해 달려들 수도 없는 형국이었다.
그때였다. 전각 쪽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리며 노인 넷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모두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