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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02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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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02화

 

102화

 

 

 

 

 

 

“그렇다면 본래부터 있던 자들과 좋은 사이라고는 할 수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총지부의 무사 대부분은 저희 패천단을 반기는 눈치입니다.”

 

패천단이 외부의 무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기에 동질감을 느끼는 듯했다.

 

“단원들에게 그들을 절대 홀대하지 말고, 동화돼라 이야기를 해놓으시오.”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미 각 대주와 조장들에게 철저히 일러두었습니다.”

 

“오늘 중으로 본 궁의 명이 전해질 거요. 혁련무성의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하라 이르고,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도록 하시오.”

 

“예, 단주.”

 

 

 

4

 

 

 

아침에 다섯 번째 서신을 받아 든 사공은환의 눈이 번들거렸다.

 

‘무슨 꿍꿍이인 줄은 모르지만, 덕분에 말하기가 쉽겠군.’

 

서신은 길지 않았다. 내용도 간단했다.

 

어젯밤 만월평에 입성한 좌소천이 황파의 지휘를 맡게 되었다는 것.

 

찝찝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사공은환은 서신을 차곡차곡 접어 서랍에 집어넣고, 입가에 웃음을 매단 채 혁련무천을 만나기 위해 밀천단을 나섰다.

 

 

 

세 번째 보고를 올린 지 일각.

 

혁련무천의 입은 열릴 줄을 몰랐다.

 

사공은환은 묵묵히 혁련무천이 입을 열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혁련무천은 한참이 지나도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이각, 더 이상 참지 못한 사공은환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때 혁련무천이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살수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나?”

 

“아직……. 사인에 대해 자세한 보고가 올라온 만큼 곧 알아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혁련무천의 입에서 나직한 질책이 떨어졌다.

 

“바보 같은 놈…….”

 

사공은환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사촌 동생인 혁련무성을 향한 것이었다.

 

무인이 싸움터도 아닌 안방에서, 그것도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고수가 일개 살수에게 죽다니!

 

하나 질책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혁련무성의 죽음은 단순히 그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빈자리만큼 자신의 힘이 약해진다는 말과도 같았다.

 

대업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려는 판에 제동이 걸린 느낌. 

 

혁련무천은 스멀거리는 그 느낌에 더 화가 났다.

 

“총지부의 상황은 어떤가?”

 

마침내 혁련무천의 입에서 황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다렸다는 듯 사공은환이 입을 열었다.

 

“호북 지부의 모든 지부장들이 모이고, 패천단주까지 만월평에 입성했다 합니다.”

 

그 말에 혁련무천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소천이가?”

 

“예, 주군. 사도철군이 전마성의 무사들을 이끌고 형주로 퇴각한 것을 알고 일부 수하들과 함께 황파로 달려왔다 합니다.”

 

눈을 뜬 혁련무천의 이마에 골이 파였다.

 

전마성의 퇴각 소식은 그도 들은 터였다.

 

격전이 벌어지지 않아 패천단의 힘이 그대로인 것이 못마땅했다. 아니, 그보다는 그로 인해 좌소천의 위명이 더욱 솟구치는 것 같아 속이 끓었다.

 

어제, 그 소식이 전해지자 간부들이 앞 다투어 말했다.

 

 

 

“철혈마제도 좌 단주와 싸우기가 껄끄러웠나 보군.”

 

“흥! 설령 이겨도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텐데, 그가 돌지 않는 한 전면전을 할 리가 없지.”

 

“혹시 아나? 저번 일만 해도 그렇고, 붙었으면 좌 단주가 이겼을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들 역시 제천신궁의 무사들. 혁련무천은 불만이 있어도 삭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좌소천이었다.

 

‘손에 쥐고 있기에는 너무 컸어.’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사공은환이 입을 열었다.

 

“즉시 총지부장의 시신을 본 궁으로 운구할까 하옵니다, 주군.”

 

혁련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황강산의 가족묘에 묻혀야 한다. 장례도 최대한 성대하게 치를 생각이다. 

 

살수에게 죽은 것은 불만이지만, 그간 호북 총지부를 별일 없이 십여 년간 다스려 온 공이 있으니 그 정도는 해줘도 될 듯했다.

 

“하온데 황파의 호북 총지부를 누구에게 맡길 것이온지……. 지금은 전마성이 물러갔다 하나, 언제 또 검을 들이밀지 모르는 판이옵니다. 총지부장의 죽음이 안타깝긴 하오나, 당장 급한 일인지라…….”

 

사공은환이 말을 이으며 혁련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련무천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우가 죽은 지 하루가 지났다. 아직 아우의 죽음이 실감나지도 않는데 후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 어쩔 수 없다. 그것이 강호인 것을 어쩌랴.

 

“마땅한 사람이 있나?”

 

“현재 호북 총지부의 최고 상급자는 패천단주 좌소천입니다. 게다가 그가 지난밤 다른 지부장들의 동의를 얻어 황파를 지휘하고 있다 합니다.”

 

“소천이가 황파를 지휘한다고?”

 

조금은 불만인 표정이다. 사공은환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어차피 패천단주의 서열은 총지부장과 같사옵니다. 어찌 생각하면, 파견단의 수장으로 간 만큼 오히려 호북 총지부장보다 반 급 정도 위라 할 수도 있는 위치이옵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를 황파 지부에 묶어두는 것이 어떨지요?”

 

“으음, 그 아이에게 황파를 맡긴단 말이지?”

 

“현재 좌소천의 신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본 궁에 놔두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주군. 소궁주님을 생각해서라도…….”

 

혁련무천이 사공은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각오하고 입을 연 사공은환이다. 이를 한번 악다문 그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저 말을 이었다.

 

“어릴 때의 좌소천이 아니옵니다. 단시일 내에 제천신궁 최고의 신성으로 떠오른 자이옵니다. 더 크기 전에 눌러놔야 소궁주께서 천하를 경영하시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게 속하의 생각이옵니다, 주군!”

 

씰룩이던 혁련무천의 턱이 잠잠히 가라앉았다.

 

“황파에 묶어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하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를 향했던 마음들이 시들해질 터, 그때 불러들여도 늦지 않을 것이옵니다.”

 

톡, 톡, 톡.

 

혁련무천이 태사의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

 

사공은환은 입을 닫고 혁련무천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손잡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춘 순간, 혁련무천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장로들이 아직도 소천이 옆에 있느냐?”

 

“그 어르신들은 속하가 제지할 수 없는 분들인지라…….”

 

혁련무천의 눈빛이 깊어졌다.

 

제천신궁의 원로원은 다른 문파의 장로원과 성격이 조금 달랐다.

 

나이도 나이지만, 그만한 자격이 없으면 들어갈 수조차 없고, 궁주조차 강제로 그들을 얽매지 못했다. 

 

봉왕 진양이 소림으로 돌아간 것이나, 검왕 위지승정이 중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사공은환이 아니라 자신조차 억지로 막을 수 없는 사람들이 원로원의 사람들인 것이다.

 

‘대체 그 늙은이들이 왜 소천이를 따라다니는 거지?’

 

위지승정이나 등소패야 좌소천을 가르쳤던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로원의 최고 원로인 동천옹과 무영자마저 좌소천을 따라다니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 말로는 심심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그대로 놔두기에는 두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컸다.

 

‘소천이를 총지부장으로 앉히면, 그 늙은이들이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을지도…….’

 

결심을 굳힌 혁련무천의 입이 열렸다.

 

“좋다. 일단 소천이에게 호북 총지부장의 지위를 내리겠다. 그 아이에게 무성 아우의 시신을 운구해서 본 궁으로 들라 해라.”

 

사공은환의 허리가 깊게 숙여졌다.

 

“예, 주군!”

 

 

 

 

 

5

 

 

 

 

 

그날 저녁.

 

명령서를 쫙 펼친 좌소천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다.

 

“궁주가 결정했을 거라 생각하시오?”

 

이미 읽어봤는지 공손양도 따라 웃었다.

 

“궁주가 스스로 결정했다면 이렇게 빨리 결정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사공은환이 애가 탔나 봅니다. 궁주를 졸라서 황파를 바친 걸 보면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요. 시신을 운구할 준비는 되었소?”

 

“예, 단주.”

 

“그럼 이곳을 부탁하겠소.”

 

“걱정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사공은환이 이렇게 친절하게 총지부장의 자리까지 바쳤는데, 이제 누가 따질 수 있겠습니까?”

 

“그가 죽기 전에 술 한잔 정도는 따라줘야 할 것 같소.”

 

두 사람의 입가에 맺힌 웃음이 짙어졌다.

 

 

 

공손양 곁에는 이자광과 전화련, 종리명한과 사인학, 그리고 패천단 대부분의 무사들을 남겨놓기로 했다. 그들이라면 마음이 통하니 어떤 상황이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었다.

 

더구나 좌소천이 돌아올 때까지, 신망 높은 벽수양이 남아 있겠다고 한 덕에 더는 걱정할 것도 없었다.

 

날이 밝자 좌소천은 네 노인과 삼십여 명의 무사만을 대동하고서 만월평을 나섰다.

 

어차피 혁련무성의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선 마차가 필요한 터, 좌소천은 마차를 한 대 더 늘렸다. 네 노인을 위한 마차였다.

 

“하아! 이거, 얼마 만에 타보는 건지 모르겠군.”

 

“호오, 안에 푹신한 것이 깔려 있어서 엉덩이도 안 아프겠는데요?”

 

“그래? 어디?”

 

“등가야, 촌놈 티내지 말고 빨리 들어가.”

 

네 노인이 희희낙락하며 마차에 오른다. 그 모습을 본 좌소천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다.

 

 

 

마차와 함께 가다 보니 길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일행은 점심 무렵에서야 효창의 검인보에 도착했다.

 

미리 연락이 되어서인지 식사가 준비된 상태였다.

 

벽화웅과 벽여령이 돌아가며 좌소천에게 하루를 묵어가라 간청했다. 

 

그러나 마차를 끌고 무승관을 넘으려면 그 시간만도 한나절은 잡아야 한다. 그럴 경우 자칫하면 다음날 신양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사실 머물고 싶은 마음은 좌소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황이 안 되는 이상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검인보에 들어선 지 한 시진 만에 좌소천은 벽여령의 아쉬운 눈빛을 뒤로한 채 검인보를 나섰다. 

 

벽여령의 가슴에서 조개껍질로 만든 노리개가 대롱거리는 걸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운구행렬은 대오(大悟)까지 그대로 달렸다.

 

그렇게 대오에 이르자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좌소천 일행이 마차를 호위한 채 대오로 들어갈 때다. 저만치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단순히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그들로 인해 길이 막혔다는 것이었다.

 

“저희가 가서 길을 뚫겠습니다.”

 

관추릉과 언자홍, 홍려운이 함께 앞으로 나섰다.

 

사실 다른 사람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석양을 짊어진 근육남, 홍려운이 다가가자 사람들이 알아서 피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모여 있는 거요?”

 

홍려운이 다가가며 묻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서며 안쪽만 힐끔거렸다.

 

홍려운도 그들의 눈길을 따라 안쪽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의 순진한(?) 눈이 역팔자로 꺾어졌다.

 

“저 자식들이……!”

 

‘나 나쁜 놈이오’란 인상을 한 장한 넷이 팔짱을 낀 채 느물거리며 웃는다. 그런데 그들 앞에 흙투성이가 된 소년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를 등 뒤에 둔 채 눈에서 독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많이 봐줘도 이제 열서너 살 정도. 소년의 입가에 피가 보이는 것이 이미 몇 대 맞은 듯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광경.

 

그때 장한 중 하나가 건들거리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낄낄낄, 내가 열 냥 준다니까? 순순히 놓고 가면 한 달은 굶지 않고 살 수 있을 거다, 꼬마야.”

 

소년은 터진 입술을 깨물며 손에 든 돌을 움켜쥐었다.

 

“누구도 내 동생을 건들 수 없어! 건드는 놈은 절대 용서치 않을 거야!”

 

빼빼 마른 장한이 쭉 찢어진 눈으로 소년을 노려보았다.

 

조그만 놈이 계집아이를 담에 붙여놓고는 앞을 막고 서서 독기를 뿜어낸다. 계집아이를 데려가기 위해선 저 새끼독사 같은 놈을 먼저 치워야 할 상황.

 

문제는 놈의 독기도 독기지만, 돌을 휘두르는 게 여간 아니라는 것이다.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솜씨였다.

 

그래 봐야 반밖에 되지 않는 몸집. 마음 같아서는 칼을 휘둘러 같잖은 놈의 목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저잣거리여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눈 딱 감고 죽여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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