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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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36화
136화
순간 건곤합일이 펼쳐지며 신녀의 한천빙백소수공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퍼억!
둔탁한 바위를 망치로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 소리에 어둠이 터져 나가고, 근처의 소나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가루로 변해 흩날렸다.
‘전보다 더 강해졌다!’
좌소천은 일권으로 신녀의 무위를 짐작하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강해진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비록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신녀 역시 전에 만났을 때보다 강해졌다.
건곤신권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상황.
좌소천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섬과 동시 무진도를 뽑아 들었다.
찰나!
쩌억!
출렁이던 어둠이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쇄도하던 신녀의 신형이 쑥 허공으로 빨려 올라갔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었다.
좌소천의 우수가 비틀리고, 어둠을 가른 묵선이 회오리처럼 말려 하늘로 치솟았다.
신녀의 소수영(素手影)이 하늘을 가득 메운 채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좌소천은 금라천황공을 구성까지 끌어올린 채 무진칠도 중 전삼식을 연달아 전개했다.
암절단광, 절공참, 벽뢰참공까지!
가공할 도세에 신녀의 공세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뿐, 그토록 가공할 도세도 신녀의 몸을 두른 희뿌연 강기를 뚫지 못하고 허공에서 스러졌다.
어느 순간!
쿠구구궁!
천둥벼락이 치고, 산산이 부서진 함박눈이 그물처럼 갈라진 하늘에서 꽃가루처럼 흩날렸다.
온몸을 짓누르는 만근의 압력!
좌소천은 두 발을 강가의 암반에 발목까지 박은 채 철탑처럼 굳건히 서서, 자신의 도세에 오 장을 날아간 신녀를 바라보았다.
내려서는 신녀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손을 들어 올리며 공격할 자세를 취하는 걸 보면,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했다.
좌소천은 천천히 무진도를 들어 올려서 도첨으로 신녀를 가리켰다.
완벽에 가까워진 무애일정이었다.
언뜻 도첨에서 묵광이 어른거린다 싶은 순간! 땅에 내려선 신녀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퍽!
그녀의 뒤쪽에 있던 아름드리 소나무의 중동이 가루로 변해 사라지고, 우지끈! 지탱할 힘을 잃은 소나무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갑작스런 상황. 신녀는 자신을 덮치는 소나무를 피해 신형을 허공으로 뽑아 올렸다.
동시에 좌소천의 무진도가 하늘을 가리켰다.
번쩍!
연이어 무애일광이 펼쳐졌다.
허공에 떠 있던 신녀는 조금 전과 완전히 달라진 좌소천의 도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력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빠름도 비슷하고, 역도도 비슷했다.
문제는 도세가 워낙 은밀한데다가, 그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정확치가 않다는 것이다.
어느 곳으로 움직이든 피할 곳이 없어 보이는 도세!
신녀는 작심한 듯 전 공력을 끌어올리고는,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내려쳤다.
쩌저저적!
빙벽이 갈라지며 무너져 내리듯 허공이 갈라지고, 서리서리 백색 강기가 무애일광의 도세에 정면으로 부딪쳐갔다.
콰과과광!
뇌성벽력이 한꺼번에 터지듯 굉음이 꼬리를 물고 천공을 울렸다.
찰나였다.
좌소천의 신형이 허공으로 쑥 치솟더니, 무진도에서 묵빛 도강이 그물처럼 흘러나왔다.
천망회류참!
상반된 도세가 꼬리를 물고 허공을 덮어갔다.
처음으로 신녀의 입에서 당황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헛! 이, 이런……!”
하지만 좌소천의 도세는 그녀의 사정을 조금도 봐주지 않고 더욱 강력하게 밀려갔다.
낮이었다면 이리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밤의 대결은 그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좌소천의 도세가 묵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면사를 쓰고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아무리 어둠에 구애받지 않는 절대고수라 해도, 상대의 기운을 느낌으로 상대한다 해도, 낮과 밤은 미세하나마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한쪽으로 기울게 했다.
좌소천은 신녀가 당황하며 뒤로 밀리자, 무진도를 들어 느릿하니 내리그었다.
허공에 둥실 떠서 무진도를 내려치는 좌소천이다.
제석천이 아수라의 머리 위에 천도를 내려치는 듯하다.
천공멸혼(天空滅魂)!
무진칠도의 다섯 번째 초식이 세상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신이 갈기갈기 찢기며 터져 나가는 충격!
신녀는 면사 안의 봉목을 부릅뜬 채, 혼신의 힘을 끌어올려 소수공을 펼쳤다.
콰아앙!
몸 안에서 울리는 듯 느껴지는 일성 굉음.
신녀의 몸이 허공에서 튕겨지며 뒤로 날아갔다.
“흐윽…….”
옅은 신음이 날아가는 신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좌소천 역시 그 충격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곧바로 날아가는 신녀를 쫓아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며 신녀와의 거리가 칠팔 장으로 가까워졌다.
힘들게 몸을 가누며 땅에 내려선 신녀가 다시 뒤로 몸을 날렸다.
좌소천은 무진도를 옆으로 눕힌 채 금환비영을 극성으로 펼쳤다.
삼사 장의 거리.
좌소천의 손에 공력이 쏟아져 들어갔다.
마녀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죽이려 하는 여인이다.
‘누구도 더 이상은 나를 위협할 수 없어!’
자신 역시 온전한 몸은 아니지만, 기회가 왔을 때 끝을 봐야 했다.
좌소천의 도가 사선을 그으며 쳐들렸다.
바로 그때였다.
뒤로 물러서는 신녀의 차양 달린 모자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연이은 충격에 턱 끈이 떨어져 나간 듯했다.
일순간 흘러내린 모자가 신녀의 앞을 가렸다.
때를 놓치지 않고 좌소천의 도가 허공을 갈랐다.
위험을 느낀 신녀는 몸을 뒤로 젖히며 소수를 휘둘렀다.
그러나 앞으로 치달리는 힘마저 더해진 좌소천의 무진도다. 물결처럼 밀려가는 묵빛 섬광이 백옥빛 강기를 잘게 부수며 신녀의 몸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쩌저정!
츠츠츠츠!
산산이 부서져 허공에서 스러지는 손 그림자.
동시에 무진도의 도세가 신녀의 차양 달린 모자와 면사를 휩쓸고 지나갔다.
몸을 최대한 눕힌 덕에 얼굴이 반쪽으로 갈라지는 것을 겨우 면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신녀는 이를 갈며 몸을 틀었다.
잘려진 면사가 너풀거리며 얼굴에서 흘러내렸다.
순간 무진도가 몸을 트는 신녀를 향했다.
‘이제 끝이다, 신녀! 나를 원망하지 마라!’
묵룡의 머리가 방향을 틀며 신녀의 복부를 향해 입을 벌렸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신녀의 얼굴에 비감이 떠올랐다.
‘내 심장이 부서지더라도 ……!’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묵룡에 상관없이 한천빙백소수공을 전력으로 내쳤다.
묵룡이 검은 이빨이 신녀의 복부에 박히려는 순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친 달빛에 신녀의 백옥빛 얼굴이 보다 환하게 드러났다.
“너……?”
신녀의 얼굴을 본 좌소천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고,
푹!
무진도에서 뻗친 강기가 살짝 방향을 틀더니 신녀의 옆구리에 박혔다.
그와 동시 희디흰 소수가 좌소천의 가슴을 두들겼다.
쾅!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몸이 굳어서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무진도에서 뻗친 강기를 회수해야 했기에, 하다못해 방향이라도 틀어야 했기에 피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좌수를 들어 올려 심장을 막고, 끌어올린 금라천황공을 심장에 집중시켜서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나 신녀의 한천빙백소수공은 그 정도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좌소천의 몸이 허공으로 삼 장이나 튕겨졌다.
튕겨지는 그의 잇새에서 신음처럼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영령아…….”
신녀는 옆구리를 뚫고 지나간 강기의 여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때 들리는 목소리.
“영령아…….”
그 목소리에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은 신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자신의 소수가 상대의 가슴을 두들겼다. 강력한 반탄력이 느껴졌지만, 그렇다 해도 극심한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마지막 기회.
한 번만 더, 단 한 번의 소수만 상대의 가슴에 적중시킬 수 있다면, 두려울 정도로 강한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죽여 버리겠어!”
신녀는, 삼 장을 날아가서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주군!”
“무슨 일입니까?! 주군!”
격전지로 누군가가 다가오며 소리를 질러댄다.
상당한 내공이 실린 목소리. 서너 명은 될 듯했다.
전이었다면 손짓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절정고수 한 사람도 상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거기다 바로 손을 쓰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
아쉬웠다. 하지만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릴 수도 없는 일.
신녀는 파르르 눈을 떨고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몸을 돌렸다.
한령파파와 정한녀들의 한을 짊어지고 있는 자신이 아니던가. 그리고 자신의 신세 내력도 알아야 했다.
‘그런데 왜… 도를 틀었을까?’
그녀는 갑자기 떠오른 의혹을 가슴에 담고, 뒤에서 부르는 알 수 없는 이름을 들으며 숲 속으로 들어갔다.
“영… 령……. 가지… 마…….”
가슴에 가해진 충격으로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말을 해야 했다.
당장 가슴이 터지고, 목구멍이 찢겨져도 상관없었다.
영령이다!
영령이가 살아 있다!
자신을 몰라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한탄곡에 떨어지기 전에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떠나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좌소천은 소영령이 비틀거리며 숲 속으로 들어가자 찢어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발… 돌아…….”
털썩.
그녀가 숲 속으로 사라짐과 동시 좌소천의 몸도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도유관이 격전지에 날아든 것은 그때였다.
“주군!”
좌소천은 무너지는 와중에도 숲을 바라보며 혼신을 다해 입을 열었다.
“숲 속… 찾아보시오…….”
숲 속으로 뛰어든 도유관 등은 일각 만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군.”
소나무에 기대앉아 있던 좌소천은 도유관의 말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가슴이 먹먹해서 이제는 입도 잘 벌어지지 않았다.
“돌아…….”
그 말만 남기고 좌소천의 눈이 감겼다.
“알겠습니다, 주군. 자광! 주군을 안아라.”
이자광이 조심스럽게 좌소천을 안아 들었다.
“일단 객잔으로 가자!”
도유관과 전하련이 앞장서고, 종리명한과 사인학, 홍려운이 뒤를 받쳤다.
2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나중에 알아봐도 될 일. 일단은 좌소천의 몸을 돌봐야 했다.
객방의 침상에 좌소천을 눕힌 도유관은 맥문을 쥐고 좌소천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몸을 빼면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말을 못할 뿐 정신을 완전히 잃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미약하게 뛰는 심장의 박동. 불규칙하게 흐르는 혈류. 몇 곳의 혈도가 막힌 듯했다.
“주군, 제가 도와드릴 테니 운기를 하십시오!”
도유관은 일단 좌소천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서 명문혈을 통해 내력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반 시진이 지나도록 좌소천의 몸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도유관이 땀을 후줄근하게 흘리며 얼굴이 창백해지자 이자광이 나섰다.
“도 형님, 저와 교대로 합시다.”
“엄청난 한기가 스며 있다. 조심해서 진기를 집어넣어라.”
결국은 종리명한과 사인학까지 나서야만 했다.
그렇게 네 사람이 끊임없이 진기를 집어넣은 지 두 시진, 좌소천의 입이 열렸다.
“그만…….”
“주군! 괜찮습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래도 좌소천의 입이 열린 것만은 기쁜 일이었다.
“숲 속에 흔적은……?”
좌소천은 입을 열자마자 도유관에게 물었다.
소영령이 걱정되었다. 자신의 도강이 그녀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물론 심장이 관통당한 것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강기에 관통된 이상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공격에 적지 않은 내상마저 입었을 터.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여기저기 핏자국이 있긴 했습니다만,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멀리 도망간 것 같습니다.”
좌소천은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일단 검인보로 갑시다.”
결국 좌소천은 그 말만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한천빙백소수공에 심장이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금라천황공이 심장을 보호한 덕에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내상을 치료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지금쯤 공손양이 보낸 사람들이 검인보에 도착했을 터. 어쩌면 네 어르신도 와 계실지 모른다.
그분들이라면 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몸을 회복시킬 방법이 있지 않을까?
도유관이 좌소천의 말을 이해하고 다급히 외쳤다.
“려운! 나가서 들것을 만들어라! 주군을 검인보로 모신다!”
“예,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