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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33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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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33화

 

133화

 

 

 

 

 

 

들어갈 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 태연한 걸음걸이다.

 

제갈진유는 고개를 돌리고, 의혹이 가득 찬 눈으로 전각을 바라보았다.

 

‘가주는?’

 

제갈황은 나오지 않았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도 없었다.

 

가주의 호위무사 두 사람이 재빨리 가주의 집무실 문을 열고 안을 바라다본다. 그러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후닥닥 문을 닫고 앞을 막아선다.

 

뜻밖의 행동에 제갈진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제갈조릉이 호위무사에게 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냐?”

 

“그게… 가주께서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 하시고는…….”

 

방 안은 난장판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어수선했다.

 

사방에는 부서진 나뭇조각들이 널려 있고, 항상 놓여 있던 자단목 탁자의 자리에는 대팻밥 같은 잔재들만이 수북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그 너머에 앉아 있던 제갈황이 손을 저으며 전음을 보내지 않았다면, 당장 뛰어들어서 무슨 일인지 파악해 봤을 것이었다.

 

그러나 제갈황의 힘없는 목소리에 그들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던 제갈황만 봤던 그들이기에, 나락에 떨어진 듯 망연자실한 표정은 왠지 모를 두려움마저 주었던 것이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의혹이 덩어리진 눈빛으로 좌소천을 직시했다.

 

그사이 좌소천은 전각 앞에 늘어선 사람들 사이를 지나 일행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제갈세가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제갈진문과의 협상도 끝났고, 어찌 되었든 제갈황과의 이야기도 마무리가 되었다.

 

밤이 늦었다고는 하지만, 그로선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제갈세가에서 밤을 새고 싶지 않았다.

 

그때 화톳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일행에게 다가가던 좌소천의 눈이 한곳을 향했다.

 

넓은 마당에 나와 있는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모두 이백여 명. 그들 중 그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사람만큼은 그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뒷짐 진 채 구석진 곳에 조용히 서 있는 노인. 바로 제갈진유였다.

 

그를 본 순간 좌소천은 그의 정체를 짐작했다.

 

‘지검자 제갈진유. 제갈세가 제일고수라는 자. 제갈세가가 자랑할 만한 자군.’

 

제갈진유 역시 좌소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표정이 굳어버렸다.

 

좌소천이 바라본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지닌 능력을 알아챘다는 뜻이다.

 

그런데 눈이 마주친 순간, 아득한 기분에 하마터면 눈을 감을 뻔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좌소천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말!

 

제갈진유는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열기가 피어오름을 느끼고 뒷짐 진 손에 힘을 주었다.

 

호승심. 지난 이십여 년간 꺼져 있던 호승심에 불씨가 지펴진 것이다.

 

‘허어, 이런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니.’

 

제갈진유는 좌소천이 천천히 돌아서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몸을 돌렸다.

 

돌아서는 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열기. 심장이 점점 뜨겁게 달아오른다.

 

싫지는 않았다. 마치 십 년은 젊어진 기분이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기든 지든…….’

 

 

 

 

 

 

 

3장 초려 밑의 비밀

 

 

 

 

 

1

 

 

 

 

 

좌소천은 제갈세가를 나오자마자 일행들과 함께 양양으로 향했다.

 

제갈세가에서 양양까지는 삼십 리. 좌소천은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급히 가봐야 반 시진 차이다. 늦게 간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좌소천에게는 늦게 가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얕은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다.

 

“그가 누군가?”

 

헌원신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좌소천은 그가 누구에 대해 물었는지를 알기에 가벼운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제갈진유라는 사람입니다. 제갈세가 제일의 고수지요.”

 

“문을 중시한다는 제갈세가에 그런 자가 있다니, 정말 뜻밖이군.”

 

“강호인들은 그를 지검자라 부르지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헌원신우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오제 육기 구마에 속하지 않은 자가 그토록 강하다니…….”

 

“비록 그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강호인들은 그를 육기의 아래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을 익힌 자로만 따진다면, 능히 강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인물이지요.”

 

두어 번 입을 달싹이던 헌원신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좌소천은 그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고 소리없이 웃음을 지었다.

 

헌원신우는 강하다.

 

절대경지의 초입에 이르렀으니 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의 무공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그러나 세상에는 그만큼 강한 자가 제법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강한 자도 손가락 수만큼이나 많았다.

 

이제 헌원신우도 그걸 알았을 것이었다.

 

‘이번 길에 제법 많은 걸 얻었어.’

 

좌소천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산등성이를 넘어갔다.

 

일행이 산등성이를 넘어 그리 깊지 않은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다. 앞쪽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더니, 전하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자광! 어디 갔어?”

 

“려운, 자홍!”

 

뒤이어 관추릉의 당황한 목소리까지.

 

좌소천이 급히 외쳤다.

 

“잠깐, 걸음을 멈추시오!”

 

마혈이라도 찍힌 것처럼, 선두에서 걷던 사람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동시에 뒤돌아선 관추릉이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군, 자광하고 려운하고 자홍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천천히 뒤로 물러서시오. 진이 펼쳐져 있소.”

 

좌소천의 입에서 ‘진’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좌우를 살펴보며 천천히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좌소천은 물러서는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일반적인 밤의 어둠은 고수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어둠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어둠 속 대기의 흐름이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강제로 돌렸다는 말. 다시 말해 기문진이 펼쳐져 있다는 뜻이다.

 

낮이었다면 바로 발견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자신이 선두에 있었다면 절대 말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첫 번째 인사는 진인가?’

 

누가 설치했는지는 굳이 물을 것도 없었다. 제갈세가의 길목에 기문진을 설치할 자가, 제갈세가의 인물 말고 누가 있겠는가.

 

좌소천은 앞을 지그시 바라보고는, 손을 들어 일권을 내려쳤다.

 

우르릉!

 

벽에 가로막힌 듯 권세가 나아가지 못하고 옆으로 흐른다.

 

권세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던 좌소천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고는 우수를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좌수를 내려 땅을 가리켰다.

 

일순간 두 손이 휘저어지며 하늘과 땅이 뒤집어졌다.

 

그와 동시였다.

 

좌소천은 우수로 건(乾)의 서북방을 후려치고, 좌수로 곤(坤)의 남서쪽을 두들겼다.

 

앞에 펼쳐진 진세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팔괘(八卦)에 기본을 둔 진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일단은 진세의 기둥을 이루는 곳을 부수어야만 했다.

 

하기에 좌소천은 진세 안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가서 건곤신권으로 기본적인 팔괘의 방위를 차례대로 강타했다.

 

순간, 콰르르릉!

 

우렛소리가 울리며 진세 전체가 흔들렸다.

 

이미 무력으로 진세를 부수어본 경험이 있는 좌소천이다. 한 번의 공격으로 진세의 강함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 외로 강한 진세다.

 

칠성의 공력에도 흔들리기만 할 뿐 무너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좌소천은 공력을 팔성으로 올리고, 곤방(坤方)인 남서쪽을 향해 건곤합일을 펼쳤다.

 

일단은 앞을 가린 어둠을 먼저 뚫어야 했다.

 

쾅!

 

평소 건곤합일을 펼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뒤틀린 대기를 뚫고 진세를 후려치니 굉음이 일었다.

 

동시에 희미하게나마 앞이 보였다.

 

상당히 넓은 지역을 감싼 채 여덟 개의 깃발이 나부끼는데, 깃발과 깃발 사이에 대나무로 만든 석 자 크기의 산대가 꽂혀 있었다.

 

진세가 이중으로 설치된 듯했다.

 

그 안에서 넋을 잃고 좌우로 오락가락하는 세 사람이 보였다.

 

“엎드리시오!”

 

일갈을 내지른 좌소천은 더 볼 것 없다는 듯, 갈지자로 걸음을 옮기며 두 주먹을 휘둘렀다.

 

콰광! 우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고, 어둠이 안개처럼 출렁이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골짜기 양편에서 백여 명이 쏟아져 내려왔다.

 

눈 밑을 검은 천으로 가린 자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겠다는 뜻이지만, 그들이 누구라는 것을 몰라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기에 누구도 그들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흥! 개수작 부리고 있군.”

 

도유관 등 직속무사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 치며 무기를 빼 들고, 매일 긴장하며 살았던 능야산의 형제들은 올 것이 왔다는 듯 눈을 빛낸다.

 

“흩어지지 말고 적을 상대해라.”

 

목영락이 나직하게 말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이 마주친 것은 일순간이었다.

 

부딪침과 동시 비명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헉!”

 

“크억!”

 

쩌저정! 빡! 휘리릭, 짜작!

 

도유관의 도끼가 허공에 은빛을 번뜩이고, 전하련의 채찍이 어둠을 휘감는다.

 

번쩍!

 

소리없이 날아가 상대의 목젖에 틀어박히는 능야산의 일곱 치 비도도 그렇지만, 입을 꾹 다문 채 검은 인영 사이를 누비는 능야산의 형제들은 가히 공포였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그저 강할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살기를 띠고 움직이자 마치 폭풍이 쓸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미처 물러설 틈도 없이 순식간에 십여 명이 쓰러졌다.

 

나름대로 고르고 고른 정예인 듯했지만, 그들은 좌소천 일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헌원신우는 중앙에 조용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진세를 부수고 있는 좌소천을 향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두 주먹으로 진세를 무너뜨리는 좌소천이다. 하늘과 땅이 한꺼번에 뒤집히는 듯했다. 

 

상식을 벗어난 엄청난 무력.

 

전력을 다하면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던 어느 순간.

 

콰과광!

 

마침내 굉음이 골짜기를 뒤흔들더니 출렁이던 검은 안개가 거짓말처럼 흩어졌다.

 

그제야 엎드려 있던 세 사람이 고개를 들고 눈을 부라렸다.

 

“내 저것들을!”

 

굉음만큼이나 크게 울려 퍼지는 이자광의 목소리.

 

얼굴이 더욱 붉어진 홍려운과 분노한 언자홍도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고 싸움터를 향해 달려갔다.

 

좌소천은 달려가는 세 사람을 바라보다 한곳에 눈을 고정시켰다.

 

눈 밑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는 중년인이 악을 쓰며 검을 휘두른다.

 

얼굴은 가렸을지 몰라도 기운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제갈승, 바로 그였다.

 

깊게 침잠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좌소천이 그를 향해 일보를 내딛었다.

 

순식간에 십오륙 장의 거리가 이 장 이내로 줄어들고, 좌소천의 우수가 무진도를 움켜쥐었다.

 

바로 그때.

 

“멈춰라!”

 

대노한 일성이 산등성이 위에서 울리더니, 세 사람이 야조처럼 골짜기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들이 바닥에 내려설 즈음, 좌소천의 무진도에서 한줄기 묵빛 뇌전이 번쩍였다.

 

“모두 싸움을 멈추고 물러서라!”

 

날아든 자들 중 하나가 사방을 향해 소리친다.

 

그와 동시, 제갈승의 오른쪽 팔이 힘없이 미끄러지며 어둠보다 더 검은 피분수가 뿜어졌다.

 

“크윽!”

 

제갈승은 난데없는 벼락에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좌소천은 그를 본 척도 않고 무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헌원 대협, 사람들을 뒤로 물리시지요.”

 

꼭 헌원신우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치열한 격전음에 아랑곳없이 모든 사람의 귀청을 울렸다.

 

단칼에 박이 갈라지듯 사람들이 갈라섰다.

 

그 사이로 나중에 날아든 세 사람이 끼어들었다.

 

제갈진경, 제갈조릉, 그리고 제갈진유였다.

 

“승! 네놈이 감히 제멋대로 세가의 사람들을 움직이다니! 지금 제정신이더냐?”

 

제갈진경이 노성을 내지르며 제갈승을 노려보았다.

 

팔이 잘린 제갈승은 밀려오는 고통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독한 성격답게 악을 쓰듯 소리쳤다.

 

“형제들의 원수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 왜 하지 말라 했는지 그렇게 모르겠느냐?”

 

“세가에서 제대로 지원만 해줬어도 충분히…….”

 

“갈! 네놈이 세가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감히 세가 어른들의 명을 어기다니!”

 

제갈승은 입을 꾹 다물고, 눈에서 독기만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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