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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32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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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32화

 

132화

 

 

 

 

 

 

마다한다고 순순히 물러갈 사람들도 아니었다.

 

무당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언젠가는 부딪쳐서 해결해야 할 일. 좌소천은 더 생각할 것 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갑시다.”

 

그렇게 제갈승의 앞에 다다랐을 즈음이었다. 좌소천의 전음이 제갈승의 고막을 울렸다.

 

<당신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 뻔 했는지 알고 있소? 봐주는 것은 한 번뿐이오. 다음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오.>

 

좌소천의 옆모습을 노려보던 제갈승은 턱뼈가 부러지도록 이를 악물었다.

 

‘이 개자식이……!’

 

순간 좌소천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찰나, 제갈승은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을 떨었다.

 

“명심하시오.”

 

좌소천은 여전히 나직한 목소리로 그 한마디만을 남긴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제갈승은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내가 뭘 잘못 느낀 걸 거야!’

 

뇌전이 머릿속에 떨어져 뇌리가 새카맣게 타는 듯했다. 찰나간의 느낌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천하의 누가 눈빛만으로 자신을 나락에 떨어뜨릴 수 있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조금 전의 긴장감 때문에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일 터였다. 아니면 기괴한 사술로 자신을 농락한 것이든지.

 

분명 그랬을 것이었다.

 

‘이놈! 네놈이 감히 나에게 사술을 쓰다니!’

 

좌소천의 등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잠시간 가라앉았던 독기가 다시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7

 

 

 

 

 

제갈황은 가주의 집무실이 있는 삼층 전각 앞에서 좌소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좌소천은 묵묵히 서 있는 제갈황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제갈황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분노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좌소천이 일 장 앞에 서자, 그제야 제갈황의 눈이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의외군. 숙부를 살해하고, 본 가의 사람들을 일도에 쳤다는 말을 듣고 삼두육비의 괴물처럼 생긴 줄 알았는데.”

 

“그래서 실망했습니까?”

 

제갈황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실망? 글쎄. 나는 사람의 외관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네. 그저 조금 의외라는 것뿐이지.”

 

“저도 좀 의외군요. 혜왕(慧王)이라 해서 서생 같은 모습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패왕이라 해도 될 정도로 강한 인상이니 말입니다.”

 

“그런 평가는 처음이군.”

 

“다행히 그런 평가가 싫지는 않으신가 보군요.”

 

“좋고 싫고가 어디 있겠나? 보는 눈이 다르다 보면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는 것이지.”

 

“한데 저를 보자 하셨을 때는 서로의 인상이나 판단해 보자고 부른 것은 아니실 텐데, 이제 말씀해 보시지요.”

 

제갈황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어른거렸다.

 

“자네가 잘랐다는 나뭇가지를 봤네. 엄청나더군. 솔직히 말해서, 본 가의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어른들의 공통된 생각이네.”

 

거기까지 말한 제갈황이 좌소천의 눈을 직시했다.

 

“그러나 한 손으로 열 손을 감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비록 유문에 본질을 두고 있다 하나 본 가가 보유한 힘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약하지 않다네. 물론 본 가는 무공만으로 적을 상대하지 않기도 하고 말이야.”

 

그의 말뜻은 굳이 머리 굴려 생각할 것도 없이 단순했다. 원한이 있는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마저 말씀해 보시지요. 뭘 바라시는 겁니까?”

 

싸움을 바랐다면 굳이 이런저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제갈진문과 함께 전각에서 나온 순간부터 검을 겨누었으면 되었으니까.

 

다른 뜻이 있다는 말이다.

 

“강호에 대고 공식적인 사과를 해주게. 그럼 지난 일은 깨끗이 잊겠네.”

 

“하면, 제갈진우라는 분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갈황의 굳은 눈에서 파랑이 일었다.

 

받는 게 있으려면 줘야만 한다. 그러나 제갈진우의 문제는 단순히 그렇게 계산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갈진우가 한 일을 드러내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가 무림맹의 적이나 다름없는 천외천가와 연결되어 그 일을 했다는 것이다.

 

좌소천이 무조건 거부를 하지 않고 돌려 말한 것도 그걸 알기 때문이었다.

 

서로가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경우 궁지에 몰리는 것은 제갈세가지 자신이 아닌 것이다.

 

“지금 자네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마뜩치 않은데, 자넨 나를 너무 구석으로 몰아넣는군.”

 

제갈황의 목소리가 음울하니 낮아졌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은 좌소천도 마찬가지였다.

 

“저 역시 가주와 마주 앉아 이런 식의 이야기를 나누려고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싸워봐야 이득일 게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그거야 가주의 마음에 달려 있지요.”

 

“끝내 척을 지겠다는 건가?”

 

“그 역시 가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그렇게 자신있단 말이지?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보지!”

 

그때였다!

 

제갈황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손을 들어 탁자를 내려쳤다.

 

쾅!

 

쏴아아아아!

 

제갈황의 전신에서 만근 거력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방 안의 구석에서 네 개의 기둥이 솟구치더니 앞이 뿌옇게 변했다.

 

좌소천은 무심한 눈으로 제갈황을 바라보았다.

 

솟구친 기둥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안개 때문인지 밖에 있는 제갈황이 흐릿하게 보인다.

 

실력이 있으면 벗어나 보라는 것 같은 표정이다.

 

“반 각 안에 벗어난다면 자네의 말을 인정하지.”

 

아니나 다를까, 제갈황이 신광을 번뜩이며 입을 연다.

 

‘훗, 시작인가?’

 

시험을 할 거라 생각은 했다. 그런데 조금 의외의 방법이다.

 

하긴 진으로 시험하면 피를 보지 않아도 될 터. 그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일 듯했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오. 당신이 원했으니 후회는 말도록.’

 

좌소천은 차가운 조소를 지으며, 제갈황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를 훑어보았다.

 

일월성신(日月星辰), 해와 달과 별이 새겨진 기둥이 진세를 이루고 있다. 선우 백부의 스승이었던 삼뇌자가 남긴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진세다.

 

‘사주사상진(四柱四象陳)이라 했던가?’

 

간단하면서도, 건물을 지을 때 설치하면 호위무사가 따로 필요없다는 건축진.

 

어지간한 고수라면 사주사상진만으로도 꼼짝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절정의 고수라 해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터.

 

좌소천은 가만히 서서 자신을 둘러싼 진의 기운을 가늠해 봤다.

 

일반적인 사주사상진에 비하면 상당히 강한 위력이 깃들어 있다. 그만큼 강력한 기운을 견딜 수 있는 뛰어난 자재로 기둥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뿐, 자신을 묶어두기에는 미약했다.

 

‘원한다면.’

 

좌소천은 더 볼 것 없다는 듯 좌우를 향해 주먹을 내쳤다.

 

쿠르릉!

 

굉음이 일며 방 안이 들썩였다.

 

진세가 버틸 수 있는 힘보다 월등히 강한 힘에, 금방이라도 진세가 터질 듯이 팽창했다.

 

순간 좌소천의 권세가 또다시 전후좌우를 향해 뻗어갔다.

 

콰르르릉!

 

벽력음이 일며 네 개의 기둥이 활처럼 휘어졌다.

 

“잠깐! 그만 하게!”

 

대경한 제갈황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러나 좌소천은 못 들은 척, 권을 장으로 변화시켜 또다시 네 개의 기둥을 찍어눌렀다.

 

쩡! 쩌저정!

 

끝내 네 개의 기둥이 얼음기둥이 깨지듯이 부서져 무너져 내렸다.

 

우르르릉.

 

그와 동시에 건물 전체가 떨어대며 뒤흔들렸다.

 

좌소천은 네 개의 기둥을 부수어놓고 제갈황을 바라보았다.

 

“그리 튼튼한 기둥은 아니로군요.”

 

제갈황은 어이가 없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서진 기둥을 바라보았다.

 

너무 단단해서 도끼날도 파고들지 못한다는 흑단목으로 만든 기둥이다. 게다가 진세가 보호하고 있어서 절정의 고수라 해도 흔적조차 남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기둥이 지붕에서 떨어진 고드름처럼 조각조각 부서져 버렸다. 

 

그것도 도가 아닌 권장에!

 

제갈황은 서서히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들었다.

 

“지독하리 만치 강한 주먹이군.”

 

좌소천은 좌수로 무진도를 잡고 담담히 말했다.

 

“칼은 조금 더 강하지요. 이제부터… 뒷일은 모두 가주께서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그토록 큰 소란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즉흥적인 시험이 아니라는 말.

 

계획된 시험이니 더 소란이 일어도 사람이 들어오지 않을 터였다.

 

‘제갈 가주, 그대가 만든 판이니 나를 원망하지는 마시오.’

 

스윽, 좌수 엄지로 무진도를 밀어 올린 좌소천은 제갈황을 향해 천천히 기세를 흘려보냈다.

 

갑자기 좌소천의 내력이 밀려들자, 제갈황은 눈살을 찌푸리고 움찔했다.

 

‘설마……?’

 

그러나 설마 좌소천이 공격을 하랴 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그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공력을 칠성 정도만 끌어올리고는 좌소천을 향해 말했다.

 

“굳이 칼까지 시험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하지만 좌소천의 기세는 줄어들 줄 모르고 점차 강해졌다.

 

심장을 짓누르는 압박감!

 

일순간 제갈황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했던 상황이 사실로 변하기 직전임을 직감한 것이다.

 

혜왕이라는 그조차 그 사실에 침착함을 잃고 다급히 외쳤다.

 

“이보게!”

 

“어차피 시험해 볼 거라면 끝장을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됐다 하지 않는가?!”

 

“그래도 일단 뺐으니 한번은 휘둘러 보지요.”

 

“글쎄, 안 해도……!”

 

제갈황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좌소천의 무진도가 도집을 빠져나왔다.

 

쉬이익!

 

찰나, 시커먼 묵선이 물결처럼 흘러갔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가주의 집무실을 바라보며 결과를 기다렸다.

 

좌소천의 무위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자 가주인 제갈황이 직접 시험해 보겠다고 했다.

 

혜왕이라 불리는 가주의 말이었다.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각 만에 전각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가주가 생각한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의 집무실에는 가주를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안배가 되어 있는데, 가주는 그중 하나를 이용해서 좌소천을 시험하려 한 것이다.

 

“사주사상진을 발동시킨 것 같습니다.”

 

“흠, 그거라면 정확하진 않아도 대충은 알 수 있을 거네.”

 

하지만 제갈진유만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닫았다.

 

‘사주사상진으로는 그를 잡아둘 수 없다.’

 

자신도 전력을 다한다면 사주사상진을 힘으로 부술 수가 있다. 하물며 자신보다 강할지 모르는 좌소천이다. 

 

그를 사주사상진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봐야 했다.

 

다행이라면 사주사상진을 발동시킨 목적이 좌소천의 무위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렇게 해서 좌소천의 무위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는다면, 단호히 대답할 수 있다.

 

―반만 알아도 다행일 것이네.

 

무위라는 것은 그 사람의 내력이나 익힌 초식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다 좋은데, 너무 강호 경험이 없어.’

 

냉철한 성격, 뛰어난 머리, 거기에 역대 가주들 중 다섯 손가락에 드는 강한 무공을 지닌 제갈황이다.

 

그러나 한 번도 강호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사소한 듯 보이면서도 제갈황에게 커다란 약점이었다.

 

제갈진유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다 말고 눈을 한곳에 고정시켰다.

 

좌소천과 함께 온 자들, 제갈진유의 눈이 향한 곳에는 오십대의 무사가 조용히 서 있었다. 좌소천의 호위무사로 알고 있는 자들 중 하나.

 

사실 처음에 그들을 봤을 때, 제갈진유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놀람을 억누르기 위해서 목에 힘을 주어야만 했다.

 

숫자는 사십여 명. 그 중 반 가까이가 절정의 고수였다. 

 

그것도 완숙한 경지에 이른 자가 십여 명이나 되었으니, 놀라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자. 그는 자신조차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멀거리며 피어오르는 긴장감!

 

‘저자, 내 밑이 아니다.’

 

나이는 자신보다 몇 살 아래로 보였다. 

 

호위라 하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 더구나 그의 무위는 자신조차 긴장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다면 단순한 호위무사가 아니라는 말.

 

제갈진유는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

 

헌원신우도 그의 기운을 느끼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제갈진유를 바라보았다.

 

일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마치 한줄기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두 사람의 눈을 연결해 놓은 듯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좌소천이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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