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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23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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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23화

 

123화

 

 

 

 

 

 

“그들이 진정 그렇게 무서운 자들입니까?”

 

“들었지 않은가? 그들 중 하나가 신녀를 막았다 했네. 신녀가 얼마나 강한지 자네는 실감하지 못할 것이네만, 우리 무당의 사람들은 너무나 확실하게 겪어봤지. 오죽하면 장문인께서 신녀의 무위가 오제에 버금갈 거라 하셨겠는가?”

 

말을 맺는 현우자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제갈진문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천해라는 미지의 단체에 그러한 고수가 한둘도 아니고 여러 명이라 했다. 

 

천외천가만 해도 가공할 무력을 지녔는데, 그들조차 천해라는 곳의 일부라 했다.

 

일전에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의문이 있었지만 대놓고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신녀와 정한궁에 당한 무당이 자존심 때문에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결코 헛소문 같지가 않았다. 물론 완전히 믿지도 않지만.

 

“음, 일단 맹주님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일 경우 대비책을 세우려면 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 같군요.”

 

현우자라 해서 제갈진문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다.

 

자신 역시 장문인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거늘, 한 단계 건너서 들은 제갈진문은 오죽할까.

 

그나마 맹주께 이야기해서 대비책을 세워보겠다는 말이라도 하는 게 다행이었다.

 

“그들이 나오기 전에 대비해야 하네. 늦으면 그만큼 피해가 커질 것이야. 그들이 정말 장문인 말씀대로의 전력을 지녔다면, 종남과 화산도 안심할 수 없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말씀드리지요.”

 

말하는 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화산의 어른이며, 검제라 불리는 맹주 우경 진인이다. 

 

‘맹주가 과연, 천해라는 곳이 백 년 이래 최강의 성세를 자랑하는 화산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할까?’ 

 

현우자는 대답하는 제갈진문을 바라보며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뜻 스친 그의 눈빛이 평온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상황의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불길이 섬서를 태우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하거늘. 허어…….’

 

그는 씁쓸한 마음이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저 말을 꺼냈다.

 

“그리고 장문인께서 한 사람을 천거하셨네. 천해와 싸우게 될 경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하시더군.”

 

뜻밖이었는지 제갈진문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누굽니까? 누군데 무당의 장문인께서 직접…….”

 

“무진이라 하네. 얼마 전에 등선하신 영허 진인의 의손자이지.”

 

“검성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언뜻 듣긴 했습니다만, 그 의손자가 그리도 대단합니까?”

 

“듣기로는 본 파가 정한궁에게 당했을 때, 신녀를 쫓아가 싸웠다고 하더군. 정확한 무위에 대해선 모르네만, 들은 것의 반만 되어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네.”

 

“호오, 그렇다면 정말 도움이 되겠군요. 한데 그가 지금도 무당에 있습니까?”

 

“아니네. 아마 군사도 아는 이름일지 모르겠구만. 무진의 속세 이름은 좌소천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제천신궁에 있다고 하더군.”

 

순간 제갈진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좌소천이라고?’

 

현우자는 그의 표정이 변한 것을, 좌소천이 제천신궁의 사람이라는 것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기에 넌지시 말을 이었다.

 

“무진이 비록 제천신궁에 있다지만, 무당에서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할 거네.”

 

제갈진문은 표정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앞에 놓인 찻잔을 바라보았다.

 

좌소천!

 

그가 왜 그 이름을 모를까. 제갈세가에 치욕을 안겨준 이름이거늘.

 

형인 제갈진우뿐 아니라 적지 않은 조카들이 그에게 죽었다. 그러고도 복수를 미루지 않을 수 없었다.

 

가주인 제갈황은 그에게 복수하지 못함을 통탄하며 사흘간 식음을 전폐했다고 했다.

 

‘그가 무당의 사람이었단 말인가?’

 

정보에 의하면, 단 사흘 만에 전마성의 지부 두 곳을 빼앗고 호북무림의 풍운아로 등장한 신성이 바로 그라 했다.

 

제천신궁의 전설적인 군사 신유 좌유승의 독자이며, 패천단의 단주를 거쳐 지금은 제천신궁의 호북 총지부장이 된 자.

 

가히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는 자가 바로 좌소천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궁주인 혁련무천과 사이가 벌어져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말도 들렸다.

 

제갈진문의 눈빛이 음울하게 가라앉았다. 뭔가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듯했다.

 

당장 피를 뿌리는 복수는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당과 천해라는 이름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기회를 노리다 보면, 언젠가는 틈이 보일지도 몰랐다.

 

‘절호의 기회는 앉아서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 법이지.’

 

그는 현우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한번 만나봤으면 싶군요. 바빠서 만나줄지 모르겠습니다만.”

 

“군사가 만날 마음만 있다면, 내 일단 의향을 물어보겠네.”

 

 

 

2

 

 

 

좌소천은 천이당을 통해서 섬서의 소식을 들었다.

 

호연금이 천이당의 정보원에게서 들어온 소식을 이틀에 한 번씩 전서구를 통해 전해주는데, 섬서의 일에 대해서 제법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좌소천은 서신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느낌이 꿈틀거렸다.

 

멸악천도를 알아본 노파, 그리고 신비한 느낌의 신녀.

 

조금 전, 섬서의 소식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들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정한궁이 무당을 치긴 했지만, 그녀들에게 맺힌 원한의 감정도 없었다. 영허 진인에게 들은 대로라면 그녀들에게도 그리할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신녀가 집요한 추적 끝에 위기에 몰리고, 결국 신녀를 비롯한 삼십여 명만이 천외천가의 포위망에서 탈출했다는 대목을 읽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인가?

 

그런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신녀가 정말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마녀인 걸까?

 

면사가 벗겨지고 신녀의 얼굴이 드러나자, 천외천가의 고수들이 넋을 잃었다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신녀의 얼굴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일지도 몰랐다.

 

신녀가 마녀라면 왜 그런 얼굴을 무기 삼지 않았을까?

 

하기에 오히려 그 일은 그녀가 마녀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때 봤으면 좋았을 텐데.’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무당에서 봤던 그녀의 신비한 모습. 면사가 펄럭이며 턱끝이 드러났었다. 

 

‘조금만 더 올라갔으면 그럭저럭 얼굴의 반은 봤을 텐데…….’

 

과연 어떤 얼굴이기에 사람들이 넋을 잃을 정도일까?

 

벽여령이나 혁련미려보다 아름다울까?

 

피식, 좌소천은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당장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섬서의 혈전으로 인해서 뜻하지 않았던 정보를 얻었다. 일단은 그것에 집중해야 했다.

 

‘신녀가 살았다면 천해에서 나온 자가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는 말이다. 반면에 정한궁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면 신녀 또한 천해에서 나온 자를 이기지 못했다는 말…….’

 

그 말에는 간단하면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뜻이 담겨 있었다.

 

천해에서 나온 고수와 신녀의 무위가 비슷하다는 뜻.

 

문제는 이번에 천해에서 나온 자가 천해제일의 고수는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런 정도의 고수가 적어도 둘 이상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닌가 말이다.

 

‘내가 천해제일의 고수를 이길 수 있을까?’

 

자신의 무위는 신녀와 싸울 때에 비해 반수 정도 올라가 있다. 사도철군과의 내력 다툼 덕에 세맥의 내력이 자신의 것이 되었고, 섭궁안과의 삼 초 대결 덕에 절대경지의 초식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다.

 

그럼에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좌소천이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이 열리고 벽여령이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

 

좌소천이 눈을 들어 바라보자 벽여령이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설마 제 생각한 건 아니죠?”

 

안 한 것은 아니다. 신녀와 비교를 해봤으니까.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대신 서신을 내밀었다.

 

“한번 읽어보시오.”

 

벽여령은 공손양 못지않게 판단력과 지혜가 뛰어난 여인.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피이…….”

 

벽여령이 입을 삐죽이더니 서신에 눈을 주었다.

 

그녀는 한 자, 한 자 눈에 새기듯이 서신을 읽더니 천천히 눈을 들었다.

 

“하아, 비록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지만, 정말 대단한 여인이네요.”

 

신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감탄의 눈빛이 어우러진 표정이다.

 

같은 여인이어서 그런지 흘러나오는 한숨에 진심이 배어 있다.

 

“나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소.”

 

“천외천가를 곤경에 빠뜨리고, 천외천가의 배후라는 천해의 절대고수와 대등한 대결을 펼치다니. 천하에 여인의 몸으로 절대지경에 도달한 고수가 몇이나 있을까요?”

 

절정에 이른 고수는 제법 된다. 그러나 최근 절대지경에 도달한 여인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했다.

 

전에는 있었다. 동해 보타산의 보타 신니가 그런 경지에 들었다고도 했고, 황산 검각의 검후가 절대의 검을 얻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칠팔십 년 이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마녀라는 소문은 잘못된 것 같소.”

 

벽여령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녀는 무슨. 신녀가 정말 마녀였다면 얼굴을 드러내 놓고 다녔을 거예요. 그럼… 좌 공자 같은 분도 홀려서 그녀를 따라다녔을지 모르잖아요?”

 

은근히 쳐다보는 눈빛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자신이 아는 벽여령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녀가 다시 목소리를 나직하게 깔고 물었다.

 

“혹시 무당에서 신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보지 못했소. 턱끝만 조금 봤을 뿐이오.”

 

벽여령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땠어요? 전설 속의 미인들은 맨 살결도 만지면 분이 묻어 나올 것처럼 곱다던데요.”

 

그때라도 말을 돌렸어야 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벽여령의 말을 듣다 보니, 언뜻 신녀의 신비하리 만치 곱던 살결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백옥에 분을 바른 듯했는데, 사람의 살결로 보이지 않았소.”

 

벽여령은 입술을 두어 번 삐죽거리더니 눈웃음을 치며 좌소천을 놀렸다.

 

“봐요. 턱끝만 보고도 이렇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데, 얼굴을 다 봤으면 꿈에서도 나타났을 거예요.”

 

“그게 아니라…….”

 

“아마 저 같은 여인과는 비교도 안 될 거예요. 하아, 이제야 알겠어요. 왜 좌 공자가 저를 멀리하려는지.”

 

짐짓 한숨까지 흘리는 벽여령이다.

 

좌소천은 처음 보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녀에겐 그녀 나름대로의 모습이 있고, 벽 낭자에겐 벽 낭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소. 내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여인 때문에 벽 낭자를 멀리한단 말이오?”

 

겨우 입을 연 좌소천의 말에 벽여령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정말 제가 아름답게 보여요?”

 

“무, 물론이오.”

 

여자의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알지 못하는 좌소천으로선 그녀의 변화가 뜻밖일 수밖에 없었다.

 

“저를 멀리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말이죠?”

 

“그야 당연한 말 아니오. 내가 언제 벽 낭자를 멀리하기라도 했소?”

 

되묻는 좌소천을 벽여령이 소곤거리듯 몰아붙였다.

 

“그럼 항상 좌 공자 곁에 있어도 되겠군요. 그렇죠?”

 

“당연히…….”

 

급급히 대답하던 좌소천이 입을 닫았다.

 

말뜻이 이상했다. 항상 곁에 있어도 된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한가지였다.

 

―같이 살자!

 

“벽 낭자……?”

 

“고마워요, 좌 공자.”

 

환하게 웃는 벽여령의 눈에 물기가 보이는 듯하다.

 

그 눈에 대고 안 된다고 말하느니, 차라리 천해에 단신으로 쳐들어가던가, 아니면 만월평 뒤쪽의 절벽에서 눈 감고 뛰어내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도 싫지는 않지만……. 후우, 도대체 여자들은 알 수가 없군. 영령이도 그렇고, 남자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나?’

 

좌소천은 무심코 손을 뻗어 찻잔을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벽여령이 그걸 보더니 입을 가리고 웃었다.

 

“풋! 빈 잔이에요, 상공.”

 

그리고 호칭도 한순간에 바뀌었다. 마치 그렇게 부를 날만 기다렸다는 듯.

 

그때였다. ‘상공’이라는 호칭이 떨어지자마자 회랑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좌소천은 보지 않고도 누가 오는지 알아챘다.

 

천하가 돌아가는 것보다 다른 일에 관심이 더 많은 노인네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제야 뭔가를 알 것 같았다.

 

‘끄응, 그러고 보니 어르신들이 벽 낭자를 부추겼나 보군.’

 

그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은 그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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