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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22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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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22화

 

122화

 

 

 

 

 

 

워낙 자주 듣다 보니 당연한 것처럼 생각이 되었다.

 

자신도 벽여령을 싫어하지 않고, 벽여령도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 거기다 좌가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이유도 있었다.

 

강호에서 살아가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 어르신들 말대로, 천하를 쥐기 이전에 후손을 먼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다만 항상 그렇듯이 가슴에 가득 차 있는 소영령이 마음에 걸렸다.

 

‘하아……. 일단 올해까지 찾아보고 나서 생각해 보자.’

 

 

 

3

 

 

 

손으로 이마를 짚은 혁련무천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천이당의 정보원이 호남에서 보내온 한 장의 서신 때문이었다.

 

앞쪽에 시립해 있는 종효민과 호연금은 입도 벙긋 못하고 혁련무천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일각여.

 

혁련무천이 옆에 서 있는 여가릉을 바라보았다.

 

“어찌 생각하느냐?”

 

언젠가부터 혁련무천은 스스로 결정 내리는 것을 주저했다. 

 

전이었다면 나름대로 결정을 내랜 후 참고하기 위해서 묻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뒤바뀌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전에는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눈빛만 봐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서 움직이던 사공은환이 죽은 후부터였다.

 

좋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신중하게 경청한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간 단호한 결정을 내리던 혁련무천이 아니었던가? 

 

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결단력이 없어졌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잘못된 대답을 했을 경우, 그 뒷감당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질문을 받은 사람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혁련무천의 질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여가릉밖에 없었다.

 

“호남의 일은 사실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군.”

 

“사실이라……. 광한방이 겨우 정보나 취급하던 중소 방파에 무너진 것이 사실이란 말이지?”

 

“천이당과 밀천단이 같은 내용의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일단은 그 일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대책을 세워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구포방이 악양에 있다 했던가?”

 

“예, 주군.”

 

혁련무천의 눈이 호연금에게로 향했다.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되지?”

 

호연금의 이마가 번들거리며 땀방울이 맺혔다.

 

“몇 년 전부터 출현한 방파이온데, 정보를 사고팔며 나름대로 악양에서 기반을 다진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이 호남제일이라는 광한방을 무너뜨렸단 말이지?”

 

호연금이 급히 몇 마디를 추가했다.

 

“비록 정보 문파라 하나, 제법 고수라 불릴 자도 몇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가지 정보가 들어왔는데, 그 정보대로라면 그들이 과거 신월맹의 잔당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혁련무천의 눈이 치켜떠졌다.

 

“신월맹?”

 

“예, 궁주. 정확한 숫자는 모르오나, 흩어져 있던 신월맹의 잔당들이 얼마 전부터 악양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니다.”

 

혁련무천의 눈이 종효민을 향했다.

 

“신검장에 밀천단의 비찰이 있지? 그들은 그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하던가?”

 

“그, 그게…….”

 

종효민은 이를 지그시 악물고, 그간 말하지 못했던 사실을 꺼내놓았다.

 

“사실… 얼마 전부터 호북 쪽에 나가 있는 비찰들의 연락이 많이 끊겼사옵니다, 궁주.”

 

“그게 무슨 말이냐?”

 

“단주께서 살아 계실 때부터 벌어진 일이옵니다. 단주께서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보고를 미루라 하셔서…….”

 

“뭐야?!”

 

혁련무천이 이마에서 손을 떼고 노성을 내질렀다.

 

“그럼 지금까지 호북의 상황은 어떻게 알아냈단 말이냐?”

 

“따로 사람들을 보내서 밀탐을 했사옵니다.”

 

“이런, 이런! 그렇게 해서야 어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느냐?”

 

혁련무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호북의 일에 대해, 정확히는 좌소천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에서 열까지 감시하고 있다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종효민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눈먼 봉사였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그가 급히 물었다.

 

“황파의 비찰들과도 연락이 끊겼느냐?”

 

“…예, 궁주. 하여 밀천단원 셋을 급파했사온데, 지난번 암살 미수 사건과 지부 순찰을 나간 것 외에 별다르게 특별한 소식은…….”

 

“갈!”

 

혁련무천이 일성을 내지르고 벌떡 일어섰다.

 

“소천이가 누구더냐? 좌유승의 아들이다! 단시일 내에 서벌을 해치우고 패천단의 단주가 된 사람이 바로 소천이란 말이다! 그런 소천이를 밀천단의 단원 몇으로 감시할 수 있다 생각했단 말이냐?”

 

그때 듣고만 있던 혁련호정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아버님.”

 

“마음에 걸리는 일? 말해봐라.”

 

“전마성과의 싸움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닌데도 호북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게다가 전 같으면 총단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이런저런 일을 핑계로 총단에 소식을 전하던 지부장들이 갑자기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밀천단의 비찰들이 일시에 연락이 끊겼다 합니다. 그게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혁련무천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호북 전체가 이상합니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호북이 한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혁련무천과 혁련호정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두 사람 다 입을 열지 못했다. 

 

주위에 서 있던 여가릉과 호연금과 종효민도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정 두려운 일이었다.

 

“너는… 호정이 너는, 호북의 지부들이 소천이를 중심으로 뭉쳤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더냐?”

 

혁련무천이 알면서도 물었다.

 

혁련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일 경우, 만일 신검장의 비찰과도 연락이 끊겼다면, 신검장도 소천이의 손아귀에 들어갔을지 모릅니다.”

 

갈수록 태산이다. 문제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검장은 호북 총지부와 관계가 없는 곳이다. 제천신궁과 한 배를 타기는 했지만, 주고받는 관계일 뿐이다. 

 

비찰이 사라질 이유가 없다는 말. 

 

설령 비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다른 연락이라도 와야 했다.

 

혁련무천이 호연금과 종효민을 바라보았다.

 

“광한방이 무너진 게 문제가 아니다. 즉시 사람들을 파견해서 상황을 알아보아라. 하나에서 열까지, 자세히 알아봐!”

 

으르렁거리듯 흘러나오는 목소리다.

 

그러나 말끝에 가서는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날 천이당과 밀천단에서 각기 다섯 명씩의 최정예 요원이 황파로 출발했다.

 

그들이 떠난 지 한 시진 후, 천이당주 호연금은 한 장의 서신을 작성했다.

 

호연금은 자신이 작성한 서신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그마한 전서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마리의 전서구가 천이당의 전각을 박차고 남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4

 

 

 

아침이 밝기도 전에 한 마리 전서구가 황파의 만월평에 날아들었다.

 

전서구의 다리에서 떼어낸 서신에는 많은 글이 쓰여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궁주께서 좌 단주에 대한 전격적인 조사를 지시했소. 천이당과 밀천단의 수하들이 그 일을 위해 신양을 떠났소. 궁주와 대공자께선 비찰들의 연락이 끊겼다는 종효민의 말을 듣고, 좌 단주가 호북의 지부들을 모두 수하로 만들고 반역을 꿈꾸지 않나 의심하고 있소. 조심하시오.

 

추신: 많은 사람들이 좌 단주를 염려하고 있소.]

 

 

 

서신을 내려놓은 좌소천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늦게 알았군.”

 

“사공은환이 살아 있었다면 며칠은 더 빨리 알았을 것입니다.”

 

좌소천은 눈을 들어 공손양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알려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공손 형은 어찌 생각하오?”

 

“그리하면 나중에 모든 것이 알려져도 충격이 덜하겠지요. 기정사실처럼 되어 있는 상태일 테니까요. 하지만 주군께서 제천신궁에 갈 경우 그만큼 위험 부담이 많아질 겁니다.”

 

“이미 칼날 위에 마주 서 있는 상태요. 두려울 것은 없소.”

 

“차라리 먼저 새로운 하늘이 등장했음을 선포하고, 훗날 대등한 위치에서 만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전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거요. 혁련 궁주가 순순히 인정할 리는 없으니까 말이오.”

 

“지금의 전력이라면 밀리지 않습니다. 아니, 호남의 전력까지 올라오게 한다면, 신양까지 내처 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나를 믿고 있었던 사람들과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되오. 약속을 어기면 신의에 금이 가고, 믿음이라는 기둥이 무너지면, 제아무리 튼튼한 집도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오.”

 

공손양도 모르지 않았다. 제천신궁이 작금의 상황이 된 것도, 결국은 혁련무천과 좌소천 사이의 신의에 금이 갔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좌소천의 생각대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잠깐 눈을 감고 밀어붙일 것이냐, 아니면 위험해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할 것이냐.

 

첫 번째 방법은 단순하고 힘만 강하면 얻기도 쉽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질 수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복잡하고, 잘못되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완성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 방법을 택한다. 자신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러나 좌소천은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어쩌면 그러한 차이 때문에 나는 일인자가 될 수 없는 걸지도…….’

 

공손양은 씁쓸해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금은 패기가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혁련 궁주는 누가 뭐라 해도 천하제일패라 불린 제천무제입니다.”

 

좌소천이 조용히 웃으며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에 대해선 내가 공손 형보다 잘 압니다. 어릴 때, 그와 마주 앉았던 적이 있지요. 그때 찻물에 비친 그의 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원히 잊히지 않을 눈빛이었지요.”

 

그는 찻물로 입술을 적시고 눈을 들어서 공손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정말로 무서운 사람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를 약하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9장 천하에서 제일 간 큰 도둑

 

 

 

 

 

1

 

 

 

 

 

섬서의 일이 자세히 전해진 것은 팔월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한중에서의 싸움은 간간이 들려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천외천가가 정한궁의 뒤를 쫓는다는 소문도 계속 들려왔다.

 

하지만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무엇 때문인지 천외천가가 철저히 입단속을 한다는 소문조차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중의 양가장에서 이런저런 말이 새어 나왔다.

 

 

 

―닷새에 걸친 추적 끝에 정한궁의 여인들이 거의 대부분 죽임을 당하고, 살아난 사람은 신녀를 비롯한 몇십 명의 여인들뿐이다.

 

―추적대도 수백 명의 희생자가 났다. 양가장에서 죽은 사람까지 합하면 희생자가 오백에 이르러서 천외천가도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천외천가에서 몇 명의 신비한 고수들이 나와 신녀를 막지 않았으면 추적대가 오히려 당했을 것이다.

 

―싸우던 중에 신녀의 면사가 벗겨지면서 천외천가의 고수들이 넋을 잃고 손을 멈추는 바람에 희생이 더 커졌다. 신녀와 삼십여 명의 여인이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무림맹은 그 결과에 대만족했다.

 

정한궁이나 천외천가나 그들에게는 적이라 할 수 있는 세력이었다.

 

그런 두 세력이 부딪쳐서 한쪽은 망하다시피 하고, 한쪽은 엄청난 피해를 봤으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좀 더 깊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천외천가에서 나왔다는 몇 명의 신비한 고수, 바로 그들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천해의 고수들이 세상에 나온 것 같네.”

 

무당파 장로 현우자의 말에 무림맹의 군사 제갈진문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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