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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5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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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57화

 

157화

 

 

 

 

 

 

“믿고 못 믿고의 문제가 아니오. 비밀은 지켜져야 할 때 비밀인 법. 최선을 다해 말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로들께서도 회의의 내용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사람을 못 믿고서야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

 

정천전을 눈앞에 두고 좌소천이 걸음을 멈췄다.

 

그가 멈추자 뒤따르던 사람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제자리에 섰다. 

 

제천신궁의 사람들은 자의로 멈춰 섰지만, 앞서가던 제갈진문 등은 거대한 압박감에 절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귀하는 우리를 믿소?”

 

“그게 무슨 말이오?”

 

“비밀이 새어나갔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의 말만 믿고 적진을 향해 뛰어들 수 있겠소?”

 

“그거야…….”

 

“회의에서 한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수십, 수백 명이 죽을지도 모르오. 귀하는 과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오? 장로 몇 사람의 자존심? 흥!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두시오. 비밀을 발설하는 자는, 가차없이 목을 베라 할 것이오. 장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때였다.

 

콰당!

 

정천전의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칠순 가까이 되어 보이는 덩치 큰 노인이 걸어나왔다.

 

“꽤나 광오하구나! 지금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 했는가?”

 

다섯 치 길이의 거친 수염이 턱과 코밑에 무성한 노인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그를 본 제갈진문이 난감한 얼굴로 좌소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팽가의 폭양도 어르신이시오, 궁주.”

 

팽가의 원로 폭양도(爆陽刀) 팽철.

 

육기(六奇) 중 한 사람.

 

별호만큼이나 양강의 도를 쓰고, 성격 역시 도 못지않게 급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제갈진문은 좌소천이 그의 이름을 알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안다면 좌소천이 말을 자제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미 작정하고 말을 꺼낸 좌소천이었다.

 

그는 정천전 안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기에 정천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걸 알면서도 심한 말을 한 이유는 하나,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은 아직도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종남이 무너지고 섬서성 전체가 천외천가의 손에 들어가기 직전이거늘, 자신들이 나서면 언제든지 천외천가와 천해쯤은 단숨에 물리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그러한 생각을 바꿔놓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림맹과의 연합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 그런 연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연합이 깨지더라도, 좌소천은 무림맹의 망상을 깨울 생각이었다. 

 

그래야 따로 싸우더라도 그만큼 천외천가에 더 많은 타격을 줄 수 있을 테니까.

 

기선을 제압해서 회동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면? 그것은 덤으로 좋은 일이다.

 

좌소천은 제갈진문을 밀치고 자신의 일 장 앞까지 다가온 팽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계략의 기본은 비밀 엄수지요. 전시에 비밀을 누설한 자는 당연히 목을 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흥! 우리 장로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말 한마디 했다고 목을 잘라야 한다는 너의 말은 용납할 수가 없다!”

 

“그 말 한마디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말입니까?”

 

“그게 꼭 그 사람만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만일 일반무사가 비밀을 누설해서 수십 명이 죽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팽철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좌소천은 눈을 부라리는 팽철을 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일반무사니까 죽일 겁니까? 아니면 그 정도야, 하면서 웃고 넘길 겁니까.”

 

“일파의 장로와 일반 무사들을 어찌 똑같이 생각하느냐? 세상에 군(君)과 신(臣)은 똑같을 수 없고, 장(將)과 졸(卒)도 다르게 취급하는 법이다.”

 

좌소천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장로들도 사람이고, 일반무사들도 사람이오.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

 

“뭐라? 네가 지금 우리를 무시하겠다는 말이냐?!”

 

그때 도유관이 발끈하며 나섰다.

 

“듣자 듣자 하니까! 말씀을 조심하시오, 팽 노선배!”

 

“이놈들이!”

 

팽철이 홱 고개를 돌려 독사처럼 눈꼬리를 올린 도유관을 노려보았다. 

 

도유관 역시 지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흥! 일파의 장로라는 신분이 그렇게 대단한지 몰랐군! 무림맹의 사람들에게는 그리해도 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존중을 받으려면 존중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거요!”

 

“네놈이 감히!”

 

성질을 이기지 못한 팽철이 땅을 박찼다.

 

이 장여의 거리가 찰나간에 가까워지고, 팽철의 커다란 주먹이 도유관을 향해 뻗어갔다.

 

도유관의 손이 품 안을 스쳤다 싶은 순간,

 

번쩍!

 

은빛 비늘이 팽철의 주먹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헛!”

 

대경한 팽철은 급히 주먹을 거두고는, 등 뒤의 칼을 번개처럼 빼내 도유관의 도끼를 후려쳤다.

 

콰광!

 

강렬한 충격에 두 사람이 뒤로 밀려났다.

 

네 걸음을 물러선 도유관은, 두 걸음 물러서서 경악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팽철을 향해 도끼를 들어 올렸다.

 

“과연 육기 중에 한 분답소. 하지만 생사의 대결은 실력만으로 갈리지 않는 법. 이제부터 조심하셔야 할 거요.”

 

분명 도유관이 손해를 본 상황이다. 하지만 심적인 타격은 팽철이 더했다.

 

자신이 누군가. 천하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육기 중의 한 사람이 아니던가.

 

우세한 일수격돌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결코 그렇지가 못했다.

 

“네놈은 누구냐?”

 

“도유관이라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외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근처로 모여든 상황.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혈심부 도유관?”

 

“아! 저자가 바로 천주산의 오기문을 혼자서 멸했다는…….”

 

팽철의 이마에 골이 파이고, 하얗고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유관이 나름대로 이름을 날렸다 해도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미한 이름일 뿐이다. 

 

문제는 도유관의 도끼가 적어도 수십 초는 겨루어야 승부를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는 것이었다.

 

“너 따위는 나의 도를 막을 수 없다. 죽기 전에 건방 떨지 말고 물러나라.”

 

도유관도 모르지 않았다. 상대의 일도에 손이 저릿한 그였다.

 

그간 동천옹과 무영자의 놀림감이 되어가며 직속무사들과 함께 죽어라 수련하지 않았다면, 십 초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흥! 이삼 년 후면 당신도 쉽지 않을 거요.’

 

그때 뒤쪽에서 한 사람이 나섰다.

 

“그럼 나랑 해봅시다.”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걸어나오는 사람, 헌원신우였다.

 

그를 본 팽철의 표정이 침중하니 굳어졌다. 

 

그는 헌원신우가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본 것이다.

 

한편, 좌소천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내심 만족했다.

 

소란이 결국 비무인지 싸움인지 모를 상황으로 치닫자, 정천전 안에서 십여 명의 장로가 문밖으로 나온 상태다.

 

하지만 누구도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구경만 할 뿐.

 

‘저들 중 맹주를 뺀 나머지는 모두 팽철보다 약한 사람들. 나설 이유가 없겠지.’

 

육기에 속한 팽철을 내세워서 제천신궁의 무력을 시험해 보려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일개 호법이, 그것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도유관이 팽철의 일도를 받아내자 의외인 듯했다.

 

아마 헌원신우와 팽철의 대결이 벌어지면 의외인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 분명했다.

 

결국 하등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 좌소천은 상황이 흐르는 대로 놔두었다.

 

그런데 공손양은 한 술 더 떴다. 

 

그가 전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좌소천에게 말했다.

 

<주군, 이 기회에 저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놓으면 어떻겠습니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할 수가 있소. 일단 상황을 지켜봅시다.>

 

좌소천은 자신의 뜻을 전하고 마주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헌원신우와 팽철이 검과 도를 맞댄 지 벌써 삼십여 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선비무라도 벌이는 것처럼 생각될 상황이다.

 

좌소천 일행은 서쪽에, 무림맹의 장로들과 간부들은 동쪽에 서서 팽철과 헌원신우의 격돌을 지켜보고 있다.

 

누가 우세인지 알 수 없는 팽팽한 격전!

 

시간이 흐르자 양편의 표정이 확연히 차이 났다.

 

여유 만만하던 무림맹의 장로와 간부들은 얼굴이 굳어진 지 오래. 반면에 좌소천 일행은 농담까지 해가며 두 사람의 격전을 분석하고 있다.

 

―저럴 땐 상대의 공격을 옆으로 흘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지, 그보다는 차라리 올려쳐서 걷어내는 게 나았을 것 같군.

 

그사이 정천전 앞의 청석은 팽철과 헌원신우에 의해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오십 초.

 

쉽게 결판이 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자 무림맹 장로들의 표정이 초조하게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맹주인 우경 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허어, 이거 손님을 불러놓고…….”

 

문제는 두 사람의 격전이 정점에 달해 있어서 누가 말릴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둘 다 절대지경에 근접한 무위. 심지어 오제 중 한 사람인 우경 진인조차 손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 멈추시게!”

 

우경 진인이 진기를 실어 소리쳤다.

 

그러나 회오리치는 강기에 둘러싸인 두 사람은 조금도 손을 늦추지 않았다. 아니, 늦추지 않는다기보다는 늦출 수가 없었다.

 

멈추기 위해선 동시에 내력을 거두고 물러서야 하는데, 자칫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먼저 물러선 쪽이 커다란 부상을 입게 될 상황인 것이다.

 

우경 진인조차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지 못하자, 공손양이 은근한 기대감으로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좌소천은 공손양의 뜻을 알고 내심 고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제 그만 싸움을 멈추게 해야만 했다.

 

저벅, 저벅.

 

좌소천이 갑자기 격전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좌소천을 향했다.

 

행여나 좌소천이 합공할까 봐 우려되는지, 무림맹의 장로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물러서시오!”

 

“지금 뭐 하자는 것이오?!”

 

좌소천의 뒤쪽에서도 비천사룡과 능야산의 형제들이 멈칫거리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때였다!

 

삼 장 거리까지 다가간 좌소천이 좌수를 가슴으로 끌어 올리더니, 주먹을 말아 쥐고 천천히 내밀었다.

 

순간 사람들의 눈을 착각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좌소천의 내민 주먹이 허공으로 빨려든 것처럼 사라진다.

 

건곤신권의 정수, 통천(通天)이 펼쳐진 것이다!

 

“엇?!”

 

“뭐지?”

 

막 좌소천을 향해 달려들려던 무림맹의 장로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춤했다.

 

우르릉!

 

벽력음이 울림과 동시, 팽철과 헌원신우를 감싸고 휘돌던 강기막에 구멍이 뻥 뚫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두 사람이 주춤거리며 공세를 늦추었다.

 

찰나, 한줄기 기다란 묵선이 맑은 햇살을 가르며 두 사람 사이로 떨어졌다.

 

쩌억!

 

만년빙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헌원신우와 팽철이 내뿜던 기운이 반으로 갈라졌다.

 

고오오오오!

 

사람들은 귓속에서 울리는 이명(耳鳴)에 몸을 떨었다.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만.”

 

뒤이어 흘러나오는 무심한 좌소천의 목소리.

 

헌원신우는 고소를 지으며 검을 내렸다. 반면에 팽철은 이를 악물고 눈을 떨었다.

 

“어, 어떻게……!”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헌원신우가 자신과 대등하게 싸운 것만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두 사람의 싸움을 단 두 번의 손짓으로 갈라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찌 믿으란 말인가!

 

불신에 말문이 닫힌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우경 진인을 비롯한 무림맹의 장로들은 입이 달라붙었다.

 

단 일권으로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고 일행에게 다가가는 좌소천을 멍하니 바라보기만할 뿐.

 

그때 좌소천이 제갈진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만 들어가시죠. 회의는 하지 않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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