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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5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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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51화

 

151화

 

 

 

 

 

 

1장 탈주(脫走)

 

 

 

 

 

1

 

 

 

 

 

무림맹의 전서구를 관리하는 정첩당의 이향주 방추안은 기지개를 켠 후 눈을 비비다 말고 흠칫했다.

 

전서구들이 오가는 창문 쪽에서 전서구 한 마리가 모이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전서구의 모습과 색깔이 조금 이상했다.

 

붉게 보이는 갈색으로 엉긴 털, 뭔가 덩어리진 것이 묻은 다리.

 

결코 정상적인 전서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뭐야? 상처라도 입었나?”

 

처음에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전서구의 깃털과 다리에 묻은 것은 피가 분명했다. 전서구가 빠르긴 해도 완벽한 연락 수단이 되지 못하는 것은 가끔 하늘을 날다 맹금류에게 당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눈앞의 전서구도 그런 듯 보였다.

 

“쯔쯔쯔… 조심하지.”

 

방추안은 혀를 차며 전서구를 잡아 들었다.

 

일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서통 역시 붉은 덩어리가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방추안은 등에 얼음물이 부어진 기분이 들었다.

 

피 묻은 손으로 전서구를 날렸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는 말.

 

그는 급히 전서통을 잡아떼고 덩어리진 피로 얼룩진 뚜껑을 열었다.

 

역시 안에든 서신도 피가 묻어 있었다.

 

서신을 펼치는 방추안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신의 앞에 적힌 아홉 글자는 그의 심장마저 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천외천가(天外天家) 침공(侵攻). 종남(終南) 멸(滅).]

 

 

 

 

 

* * *

 

 

 

 

 

제천신궁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 종남이 피로 물들었다.

 

화산으로 피신한 생존자는 밝혀진 것만 팔십여 명. 무려 육백여 명의 종남 제자들이 장문인인 송원자와 함께 종남에서 죽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종남에 이어 섬서 중부의 십여 개 문파가 천외천가의 습격을 받고 모조리 무너졌다.

 

심지어 안강에 나가 있던 삼백의 무림맹 무사도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전멸해 버리고 말았다.

 

난데없는 천외천가의 급습에 무림맹이 발칵 뒤집혔다.

 

종남의 장로인 송양자는 당장 무림맹에 파견 나와 있는 제자들과 함께 종남으로 달려갈 태세였다.

 

 

 

“이놈들이 미쳤구나!”

 

“지금은 놈들을 탓할 때가 아니외다! 속히 사람들을 보내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줍시다!”

 

“감히 종남을 치다니! 전쟁을 해보자는 건가?”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 제갈 군사! 정말 종남이 천외천가에게 당했단 말이오?!”

 

맹주인 우경 진인조차 벌겋게 달아오른 표정을 지은 채 제갈진문을 닦달했다.

 

그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종남이 무너졌으니 놈들은 화산을 노릴 것이 분명했다.

 

전이었다면 코웃음 쳤을 그였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화산이 천외천가를 막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맹주, 지금 본 맹의 모든 정보원들이 사력을 다해 놈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소식이 도착하는 대로 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그사이에 다른 곳이 당할지도 모르잖소?”

 

공동의 장로인 기주 도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제갈진문을 압박했다. 

 

송양자는 그것도 못마땅한지 엉덩이를 들썩이며 탁자를 내려쳤다.

 

탕탕!

 

“지금이 대책이나 세우고 있을 때요? 당장 무사들을 총출동시켜서 놈들을 칩시다!”

 

하지만 제갈진문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대비도 어느 정도 해둔 상태였다.

 

“지금 백호당과 청룡당 전원이 출동태세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작당과 현무당 역시 소집된 상탭니다. 그들이 가면 천외천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무림맹의 주력인 사신당 무사 전원이면 이천에 이른다.

 

하나같이 각 문파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들. 특히 백호당과 청룡당은 중견 무사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천무단을 제외한 무림맹 최강의 무력이었다.

 

하지만 종남이 무너진 상태다. 지금은 그들만으로도 안심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장로 급 고수들로 이루어진 천무단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천무단은 그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모이기가 힘들었다.

 

우경 진인은 굳은 얼굴로 정천전에 모인 장로들을 둘러보았다.

 

“제천신궁의 새로운 주인은 본 맹과 손을 잡기로 했소. 하니 남쪽은 당분간 신경 쓰지 말고 천외천가를 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오. 장로들은 자파에 연락해서 최대한의 무사들을 모아주길 바라겠소. 그리고 천무단을 소집할 것이오. 각파의 장문인들께 본 맹주의 고심을 전하고, 빠른 시일 내에 천무단원의 자격이 되는 사람들을 보내달라 하시오.”

 

장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천무단이 소집되면 각파에서는 장로 급 고수 열 명 이상을 보내야 한다.

 

본산의 힘이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 이 상황에서 누가 반대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랴.

 

내심은 어떨지 몰라도, 장로들은 겉으로나마 힘차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겠소이다, 맹주!”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맹주!”

 

우경 진인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갈진문을 바라보았다.

 

“제천신궁에서 천외천가를 함께 공격하기로 했다고 들었소만.”

 

“예, 맹주. 지금쯤 그들도 소식을 접하고 뭔가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군사는 즉시 연락해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났으면 한다고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맹주.”

 

제갈진문은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좌소천, 그의 성격대로라면 분명 수하들을 이끌고 올 것이다. 아니면 수하들을 미리 섬서 쪽으로 움직여 놓고 자신만 오든지.’

 

제천신궁에는 이미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 쥐뿔도 없으면서 반발하는 사람들이 나올지 모르니까. 

 

지금으로선 명문정파라는 쓸데없는 자존심보다 좌소천이 장악한 제천신궁의 도움이 더욱 절실했다.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이야. 혁련무천의 패배가 그들을 다급하게 만든 것 같군. 이럴 줄 알았으면 더욱 철저히 준비했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좌소천의 말을 들었을 때 미리 사람들을 파견해 놓았다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나 때늦은 후회였다. 후회하고 있을 시간에 천외천가를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나았다.

 

문제는 사람을 모으는 것 외에는 당장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후우, 일단은 그를 믿어보는 수밖에…….’

 

 

 

 

 

2

 

 

 

 

 

무림맹이 충격에 빠진 그 시각.

 

제천신궁의 제령전에는 제천신궁을 움직이는 최고위급 간부들과 각 세력에 모여든 고수들의 수장이 모두 모여 있었다.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죽 늘어선 사람들은 모두 이십여 명.

 

좌소천은 늘어선 사람들을 둘러보다 시선을 구석에 고정시켰다.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혁련호정, 바로 그가.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외따로 떨어져 있었다. 

 

가끔씩 반대편에 서 있는 사도진무를 바라볼 뿐, 그의 시선은 바닥을 향한 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찾아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물론 그 이전과도 달라져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제천신궁의 후계자가 아닌 것이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눈이 가늘어진다. 가늘어진 눈 속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떨린다.

 

분노인가, 살의인가. 그도 아니면 반드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눈빛인가.

 

어쨌든 상관없었다.

 

혁련호정의 죽어가던 눈빛이 되살아났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초절정에 달한 고수 하나가 더해졌다는 뜻이니까.

 

‘그로 인해서 천외천가는 살귀 하나를 더 상대해야 할 것이다.’

 

좌소천은 그에게서 눈을 돌리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마침내 놈들이 야욕을 드러냈소. 아마 내 예상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결코 천외천가만 나온 것이 아닐 것이오.”

 

“종남을 친 무리 중에 인성이 말살된 것처럼 손속이 지독히도 악랄한 자들이 수십 명 끼어 있다 들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천해에서 나온 자들인 것 같습니다, 주군.”

 

공손양의 보충 설명에 좌소천의 고개가 위아래로 두어 번 끄덕여졌다.

 

“천해까지 나온 이상, 그들은 섬서를 얻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거요.”

 

악청백이 경악한 눈으로 좌소천을 쳐다보았다.

 

“하면 궁주께선 그들이 하남이나 호북, 산서를 칠 거라 보시는 거요?”

 

“그럴 것이 아니라면 나올 이유가 없지요. 종남을 치는 것은 천외천가만으로도 가능했을 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지금쯤 무림맹은 난리도 아니겠구려.”

 

“곧 제갈진문으로부터 사람이 올 겁니다만, 그와 상관없이 내일 아침에 출발할 것입니다. 장거리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주군!”

 

“알겠소이다, 궁주!”

 

좌소천은 힘찬 대답을 들으며 허공을 응시했다.

 

공손양이 악양과 황파와 형주로 전서구를 날린 지 나흘째 되던 날. 호북의 각 지부는 물론, 구포방과 광한방과 신검장에서 가리고 가린 고수들이 제천신궁에 들어왔다.

 

심지어 전마성에서도 일백의 최정예가 사도철군의 큰아들인 사도진무와 함께 왔다. 

 

그들 중에는 전마성의 최정예라는 이십팔전마와 백팔철혈대가 반이나 섞여 있었다.

 

좌소천은 일차로 모두 오백의 무사들을 모아서 지난 닷새간 손발을 맞췄다.

 

이제 그들과 함께 섬서로 간다.

 

마침내, 불구대천의 원수 천외천가에 혈채를 받으러 갈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천외천가여! 너희들의 피로 어머니의 한을 씻어드릴 것이다!’

 

 

 

 

 

3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그런지 곡 내가 한산하다.

 

다행히 순우무종은 사흘 만에 양가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떠나기 전 자신을 몇 번이나 겁탈하려고 했다.

 

그때마다 자신의 몸을 욕심내는 그에게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했다. 

 

 

 

“제 몸만 차지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공자.”

 

 

 

하지만 순우무종은 욕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비수를 목에 대고서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해보았다.

 

 

 

“만일 강제로 범하려 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어요!”

 

 

 

그제야 순우무종이 한 발 물러섰다.

 

 

 

“좋소. 일단은 당신의 말대로 하겠소. 단, 내가 돌아오는 날까지 당신도 마음을 정리하시오. 만약 그때도 거부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요.”

 

 

 

순무종은 그렇게 냉랭히 말하고 천선곡을 떠났다.

 

하지만 자신은 순우무종이 돌아올 때까지 천선곡에서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 * *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하는 인시 무렵.

 

혁련미려는 어렵사리 구한 허름한 경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제천신궁에서 떠날 때 가지고 온 비수를 품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저를 도와주세요, 아버지.’

 

그녀가 천선곡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우선 입구에 펼쳐진 진세부터 알아야 했다.

 

혼자 남은 그녀는 주위의 시비는 물론이고, 순우가의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주위에 펼쳐진 진세에 대한 것을 물었다.

 

신비하다며, 세상에 이런 진세가 있는 줄 몰랐다며 환하게 웃는 낯으로.

 

사람들은 그녀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천외천가의 대공자인 순우무종의 부인이 될 여인. 그녀의 집요한 접근에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 이제 진세의 대부분은 파악한 상태였다.

 

‘나는 할 수 있어! 해내야 돼!’

 

진세에 대해선 수십 번에 걸쳐 마음속으로 연습을 해보았다. 이제는 실행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슬며시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천선곡 안에는 옅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다. 

 

간간이 피워진 화톳불의 불빛이 하얀 안개를 주황빛으로 물들이며 흘러간다.

 

그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재빨리 창문을 뛰어넘었다.

 

이미 탈출 경로는 머릿속에 숙지한 상태. 

 

좌우를 둘러본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녀는 비연선자의 제자. 신법만큼은 절정고수 못지않았다.

 

순식간에 두 채의 건물을 돌아간 그녀는 나뭇잎이 울창한 나무 위로 올라갔다.

 

“크크크크…….”

 

바로 그때, 건너편 건물의 창에서 쇠를 긁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맑은 듯하면서도 사기가 느껴지는 기이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감히 도둑 따위가 본 곡에 침입하다니.>

 

혁련미려는 그 전음에 소름이 쫙 끼쳤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 들은 것이 아니라 자주 들었던 목소리.

 

‘서,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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