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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4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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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49화

 

149화

 

 

 

 

 

 

표정이 밝아진 그는 앞에 앉은 십여 명의 각 단체 수장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들었소? 천해가 나오면 곧바로 두 번째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오. 섬서 전체에 본가의 깃발이 꽂히는 날, 우리 모두 장안에서 술 한잔 하며 천하를 향해 나아갈 계획을 짜봅시다.”

 

수장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순우연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허리를 숙였다.

 

“천외천가의 영광을 위하여!”

 

“가주께서 천하의 주인이 되시는 그날을 위하여!”

 

 

 

천해의 노야가 순우연을 찾아온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그는 순우연으로부터 사정을 전해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순우연의 말도 틀리지 않았기에 순순히 대답했다.

 

“가주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내 말씀은 드려보겠소. 하나, 해주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실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으니 그리 알고 있으시오.”

 

“하루가 늦어지면 그만큼 많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노야. 천하를 상대로 싸워야 할지 모르는데,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주께 그 사실을 잘 좀 말씀드려 주십시오.”

 

“으음, 어쨌든 뜻밖이구려. 혁련무천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아마 천하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일 것입니다.”

 

“오래전에 제거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다못해 놈이 금라천의 후예라는 것이 알려졌을 때 제대로 처리하기만 했어도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겠소?”

 

순우연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 이지러졌다.

 

노야의 말뜻을 아는 까닭이다.

 

진즉 좌소천에 대한 처리를 자신에게 맡겼으면 일이 어찌 이리 되었겠느냐? 하는 질타였다.

 

두 번이나 실패한 순우연으로선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만으로 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싶지도 않았다.

 

“저도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설마 삼요마저 실패할 줄이야……. 아마 천해제일의 살수라는 귀암이 갔어도 성공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는 게 저희의 판단입니다.”

 

너희가 했어도 실패했을 것이다. 그러니 잔소리 좀 그만해라, 그런 말이다.

 

노야는 내심 냉랭히 코웃음 치면서도 겉으로는 모른 척했다.

 

“좌우간 든든했던 우군이 치명적인 적으로 돌변했으니 참으로 큰일이구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으로 되었는지…….”

 

거기에 대해서만큼은 순우연도 대꾸하지 못했다.

 

노야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쯔쯔쯔, 해주께서 보통 실망이 아니실 텐데……. 이만 가보겠소.”

 

순우연은 그런 노야를 바라보며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너구리 같은 늙은이.’

 

돌아서는 노야의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걸렸다.

 

‘애송이, 네놈이 아무리 뛰어도 본 해의 발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3

 

 

 

 

 

노야는 석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발밑을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를 슬며시 문지르며.

 

벌레가 누런 진물로 변할 즈음.

 

쿠르르르!

 

두께 다섯 자의 석문이 천천히 옆으로 밀려났다.

 

노야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서 순우연과 나눈 이야기를 보고했다.

 

그의 보고가 끝나자 석실 안에서 심혼을 짓누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닷새 후라……. 그것도 나쁘지 않군.”

 

석실 안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온통 붉은 안개뿐이었다.

 

“하오나, 해주님의 연공이 아직…….”

 

노야는 염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간접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자신이 아는 한, 해주가 연공을 마치려면 최소한 보름은 더 있어야 했다. 

 

어쩌면 천외천가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건 해주의 연공을 방해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그것이 염려된 것이다.

 

“우후후후후…….”

 

그때 석실 안에서 나지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고막을 흔드는 웃음소리는 서서히 석실과 통로를 잠식하더니, 절대지경에 다다른 노야의 고막마저 흔들었다.

 

‘허엇!’

 

그가 급히 공력을 끌어올린 채 웃음소리에 대항할 때다. 안에서 해주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걱정 마라. 나의 연공은 이미 보름 전에 끝났다, 척발조.”

 

“해, 해주? 하오시면……?”

 

“혹시 몰라서 한 달의 여유를 더 두었을 뿐이야.”

 

“오오오오오!”

 

“후후후후, 그 사실을 모르는 한 순우연은 자기 발등을 찍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노야, 척발조가 그 자리에서 넙죽 엎드렸다.

 

“과연, 과연 해주시옵니다!”

 

“가서 사사에게 일러라. 내일 아침, 본좌가 직접 회의를 주관할 것이니라.”

 

“예, 해주!”

 

척발조는 몸을 반쯤 일으키고서, 뒷걸음질로 석실에서 멀리 물러났다.

 

그가 사라진 직후, 붉은 안개를 헤치고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사방에 박힌 붉은 야명주 때문인지 붉게 보이는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늘어진 그는 나이가 마흔 정도로 보였다.

 

칼날을 뚝 부러뜨려 붙여놓은 것 같은 두 눈. 우뚝 솟은 코. 선이 굵게 각진 얼굴.

 

그 아래로 벌거벗은 그의 몸은 마치 석공이 섬세하게 조각을 한 듯 완벽에 가까웠다.

 

더구나 그의 가슴에 새겨진 타오르는 불꽃 문양은 그의 모습을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어주었다.

 

가슴의 불꽃 문양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익힌 절대의 마공이 극한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천 년 만에 절대의 마공을 극성으로 익힌 유일인이 바로 그인 것이다.

 

하기에 그는 천하에 자신의 적수가 없음을 자신하고 세상으로 나갈 생각을 한 것이기도 했다.

 

“이제 천하는 나, 공야황과 천해의 위대함을 알게 될 것이다. 천외천가는… 그 선봉에서 우리의 손발 역할만 해주면 돼. 하인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후후후후…….”

 

 

 

 

 

4

 

 

 

 

 

삼천 리 길을 달려서 태백산에 도착한 것은 제천신궁을 떠난 지 칠 일 만이었다.

 

가마꾼들의 경공이 뛰어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가식이든 진실이든, 순우무종이 세심하게 살펴줘서 별다른 불편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 여행은 무공을 일류 수준까지 익혔다는 혁련미려조차 피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피곤이야 운기행공 몇 번하면 풀릴 테니까.

 

정작 혁련미려를 힘들게 한 것은 자신의 처지였다.

 

마치 팔려온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

 

그녀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꼭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을 이 먼 곳으로 보내야 했는지.

 

그녀는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섬섬옥수를 꼭 쥐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단지 예비 신부로서 천외천가를 방문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사흘 후면 제천신궁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말할 것이다. 절대 천외천가로 시집가지 않겠노라고.

 

그런데 그도 잠시.

 

천외천가에 도착한 지 채 두 시진이 지나기도 전, 혁련미려는 넋을 잃고 말을 잊었다.

 

몸을 씻고 차를 마시는데 순우연에게 갔던 순우무종이 돌아왔다. 그는 잔뜩 짜증을 내더니, 비웃음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제천신궁이 무너졌다는구려. 좌소천이라는 애송이에게 말이오. 그 양반도 참, 수하를 어떻게 관리했기에 그런 애송이에게 무너진단 말이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혁련미려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래도 당신이나마 구했으니 다행이 아니겠소? 아마 당신 아버지도 내게 고마워할 거요. 후후후후.”

 

뱀이 훑고 지나가는 듯했다.

 

혁련미려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그의 행동이 얼마나 가식된 것이었는지를 깨닫고 소름이 돋았다.

 

그때 순우무종이 음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돌아갈 곳도 없으니, 이곳이 당신 집이다 생각하고 사시오, 미려.”

 

혁련미려는 비집고 나오려는 비명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고 이를 악물었다.

 

‘그럴 수 없어! 절대 그럴 수 없어!’

 

제천신궁이 무너진 것도 충격이었다.

 

좌소천에게 무너졌다는 것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수천 리 밖의 상황.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천외천가에 갇혀서 몸서리쳐지는 자와 함께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나갈 거야! 어떻게든 나갈 거야! 나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직접 알아볼 거야!’

 

 

 

 

 

4

 

 

 

 

 

제천전이 무너진 지 보름.

 

하늘이 쩍쩍 갈라지고 천둥벼락이 쳤다.

 

전 중원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며 요동쳤다.

 

닷새 전부터 떠돌기 시작한 소문 때문이었다.

 

 

 

―제천신궁의 주인이 바뀌었다!

 

―제천무제 혁련무천이 물러나고, 호북 총지부장 좌소천이 궁주가 되었다!

 

―권력 싸움에서 혁련무천이 밀렸다고 한다!

 

―알고 보니 좌소천이 바로 호남에서 태풍을 일으킨 구포방의 주인이라고 한다!

 

―전마성의 성주 철혈마제 사도철군이 좌소천과 동맹을 맺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헛소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소문이 도는 데도 제천신궁이 조용한 걸로 봐서 사실일 거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소영령과 함께 산을 내려온 혁련호운이 그 소문을 들은 것은 송집(宋集)이라는 마을의 객잔에서 식사를 할 때였다.

 

혁련호운은 따라놓은 술잔을 잡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무, 무슨 말이지? 제천신궁의 주인이 바뀌었다니?’

 

처음에는 헛소리라 생각했다.

 

자신이 궁을 나선 지 얼마나 되었다고 주인이 바뀐단 말인가?

 

그런데 여기저기서 똑같은 말이 들려온다.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버지와 형이 돌아가시지는 않은 듯했다.

 

‘소천 형이 아버지를 몰아냈다고?’

 

자신도 좌소천과 혁련무천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벌어질 정도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백부와 조카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뭔가가 더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눠야 할 정도의 뭔가가.

 

‘사실을 정확히 알아봐야겠어.’

 

그는 앞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옷을 찢어 얼굴을 가린 여인. 자신조차 범접하기 힘들 만큼 싸늘한 표정의 여인은 이름을 ‘령’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죄인이라고 했다.

 

혁련호운은 신비한 여인의 이름이 ‘령’이든 뭐든, 죄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그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고, 그녀의 옆에 있을 때만큼은 세상 모두를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대로 영원히 둘이서 여행이나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저기……. 령 낭자.”

 

혁련호운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괜찮다면 잠시 나와 함께 신양으로 가지 않겠소?”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영령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혁련호운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혁련호운의 정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혁련 성에 초절정의 무위.

 

이제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를 길러낼 곳이 천하에 얼마나 될까. 

 

게다가 제천신궁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안색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제천신궁의 사람이었던가?’

 

어쩌면 혁련무천과 매우 가까운 사이일지 모른다.

 

‘그의 아들일지도…….’

 

그녀는 혁련호운을 바라보았다. 한참만에야 얼어붙은 듯 달라붙어 있던 그녀의 입술이 떨어졌다.

 

“어차피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어요.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을 가면 되니 마음 쓰지 마세요.”

 

“잠깐이면 되는데…….”

 

혁련호운은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소영령을 바라보았다.

 

소영령은 이를 지그시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잠깐 스쳐 간 사람이라 생각하세요. 어차피 당신과 나는 이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사이니까요.”

 

항상 듣던 싸늘한 목소리다. 하지만 혁련호운은 그녀의 목소리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내 어찌 낭자를 스쳐 간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겠소? 그것은 나더러 강물에 머리를 처박고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소.”

 

소영령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도 자신의 목소리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만큼 혁련호운은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넋 나간 그녀를 위해서 사냥을 해오고, 고기를 굽고, 물까지 떠다 받쳤다. 

 

그러면서 좌소천 생각에 슬픔이 밀려들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온갖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든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을 걷어내려고 했다.

 

가끔은 그 바람에 웃을 뻔 한 적도 있었다. 속마음까지 얼어붙은 신녀가.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헤어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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