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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44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44화

 

144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

 

좌소천은 천망회류참과 천공멸혼을 연이어 펼치며 두 사람의 공격에 마주쳐 갔다.

 

콰과과광!

 

굉음과 함께 가공할 기운이 폭사했다.

 

그 여파에 그러잖아도 무너질 것 같던 제천전이 반쯤 기울었다.

 

주르륵, 물러선 혁련호정이 비틀거리며 몸을 세웠다. 입술을 비집고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적잖은 내상을 입은 듯했다.

 

세 걸음 물러서서 좌소천을 노려보는 혁련무천도 창백한 안색이다.

 

좌소천은 바닥에 발자국을 새기며 세 걸음 물러선 채 무진도를 들어 올렸다.

 

“후후후. 소천, 너는 배신을 꿈꾸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목숨은 부지했을 것이거늘.”

 

혁련무천이 살광을 번뜩이며 나직이 웃었다. 그러자 혁련호정이 다급히 입을 열어 혁련무천을 재촉했다.

 

“아버님, 소천이는 호법들에게 맡기고 그만 나가시지요.”

 

좌소천은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자신을 포위한 비천사룡을 둘러보았다.

 

쿠르르르……. 끼기기기기…….

 

제천전이 기울어지자, 안간힘을 다해 버티던 기둥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혁련무천과 혁련호정은 미끄러지듯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차가운 코웃음을 날리며 제천전을 빠져나갔다.

 

“흥! 잘 가라, 좌소천!”

 

좌소천은 두 사람이 제천전을 나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비천사룡을 향해 쇄도했다.

 

네 사람이 합공하면 오제의 누구든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제천무제 혁련무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이라면 혁련무천은 혼자고, 이들은 넷이라는 것이다.

 

작은 차이. 그러나 그 작은 차이가 좌소천에게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게 느껴졌다.

 

더구나 단목연호 등 자신을 옹호하던 자들이 모두 밖으로 나간 상황. 더 이상 안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번쩍!

 

묵광이 청룡 면사를 쓴 청룡호법에게 떨어졌다.

 

“헛!”

 

헛바람을 들이켠 그가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선다.

 

순간 나머지 금, 백, 적룡의 면사를 쓴 세 사람이 찰나의 여유도 주지 않고 협공했다.

 

좌소천은 금환비영을 펼쳐 더욱더 빠르게 청룡호법을 향해 쇄도했다.

 

미처 생각을 못했는지, 당황한 청룡호법이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쾅!

 

“크읍!”

 

답답한 신음이 청룡호법의 면사 안에서 흘러나왔다.

 

좌소천은 일 도에 일 장가량 밀려난 청룡호법은 보지도 않고, 홱 몸을 돌려 찰나간에 삼도를 휘둘렀다.

 

쩌저적!

 

대기가 그물처럼 갈라지며, 허공에 가득 찬 묵빛 그물이 세 사람을 향해 밀려갔다.

 

가공할 도세가 대기를 난도질하며 떨어지는데도 세 사람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 도, 창을 휘두르며 좌소천의 공격에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콰과광!

 

연이은 굉음과 함께 세 사람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그들의 눈빛이 잘게 떨렸다.

 

하지만 그뿐, 큰 충격은 받지 않은 듯했다.

 

동천옹의 말이 헛되지 않다는 말.

 

좌소천은 더 이상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친 충격을 이용해서 뒤로 몸을 날렸다.

 

콰르르릉! 와지직! 쿠구궁!

 

순간 두 개의 기둥이 더 부러지고, 천장의 한쪽이 굉음을 울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묘하게도 부러진 기둥과 천장이 좌소천과 비천사룡 사이로 떨어졌다.

 

비천사룡은 좌소천을 쫓지 못하고 부러진 기둥과 떨어지는 천장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이면 밖으로 빠져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좌소천은 연달아 무너지는 천장과 기둥 사이를 급류 속의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제천전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나가자!”

 

비천사룡도 즉시 제천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날렸다.

 

 

 

 

 

4

 

 

 

 

 

굉음이 울리며 제천전이 흔들린다.

 

제천전 내부에서 솟구치는 가공할 기운에 빗방울이 안개처럼 부서지며 흩날린다.

 

‘마침내 시작인가?’

 

묵묵히 내궁을 바라보던 동천옹이 깊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작해라.”

 

기다렸다는 듯 근 일천에 달하는 무사들이 패천단을 떠나 단숨에 내궁에 도착했다. 그들은 내궁의 담장이 보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패천단의 무사들로 위장한 능야산의 형제들과 각파의 고수들이 그 선두에 섰다.

 

“누가 감히 허락도 없이 내궁에 들어오는 것이냐?”

 

호성당과 밀천단의 무사 삼백이 그들의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그들이 막기에는 진입하는 무사들이 너무 강하고 많았다.

 

뒤늦게 절혼당과 제천단, 천화원의 무사들이 나섰다.

 

그러나 제천단의 무사들은 호북과 남양으로 칠 할 이상이 출정한 상태라 남은 숫자가 기껏 삼백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천화원은 무력단체가 아니었다. 혁련가의 가족과 호위무사들을 다 합쳐도 이백이 안 되는 숫자였다.

 

얼핏 숫자는 비슷했지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반수에 가까운 인원이 절정고수들로 이루어진 패천단이기 때문이었다.

 

이백팔십 명의 패천단이 진입한 지 얼마 지나기도 전에 쓰러진 무사들의 숫자만 이백이 넘었다.

 

가공할 그들의 무력에 제무전과 무천단의 무사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이라면 가로막는 무사들을 죽이지 않고, 그저 혈도를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이 내궁을 뒤흔든 지 반 각. 결국 호성당과 밀천단의 무사들은 제천전 앞까지 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제천전이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5

 

 

 

 

 

좌소천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옆 건물인 제령전의 지붕으로 올라가 재빨리 상황을 살펴보았다.

 

부슬비가 내리는 내궁 일대에는 일천이 넘는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두 세력으로 갈려서 팽팽하게 대치한 상태였다.

 

천화원과 호성당, 절혼당, 제천단의 무사들이 혁련무천을 따르며 제천전 근처에 모여 있고, 무천단과 제무전, 검혼당, 패천단이 외곽을 둘러싼 상황.

 

좌소천이 제령전의 지붕에 내려서자 외곽의 무사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좌 단주가 나왔다!”

 

“와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지!”

 

와아아아아!!

 

반면에 안쪽에 모여 있던 무사들은 웅성거리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혁련무천과 혁련호정이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고 했던 좌소천이 멀쩡한 몸으로 제천전을 나온 것이다.

 

그때 제천전이 마지막 굉음과 함께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동시에 비천사룡이 빠져나와서 혁련무천의 뒤쪽으로 사라졌다.

 

좌소천은 제령전의 지붕 위에서 그들이 몸을 숨기는 걸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혁련무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궁주! 그만 포기하시지요!”

 

“이놈! 포기할 것은 네놈이니라!”

 

여기저기서, ‘우우우!’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중에 몇 가지 질문이 내궁을 울렸다.

 

“천외천가가 태군사의 부인을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들과 손을 잡으려 하셨다던데. 사실이오, 궁주!”

 

“사공 단주의 유언장을 감추기 위해서 수하들을 죽였다는 말이 사실이오!”

 

“그들을 몰래 황강산에 묻었다던데, 정말입니까!”

 

“오늘 좌 단주를 부른 이유가, 좌 단주의 지위를 빼앗고 죽이기 위해서였다던데, 정말 그럴 계획이었습니까!”

 

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이 아니다. 신랄한 다그침이다.

 

혁련무천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도무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지금쯤은 좌소천에게 배신자의 멍에를 씌워서 한쪽 구석에 처박았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되었다. 꿈이라면 지독한 악몽이었다.

 

그때 패천단 무사들이 쫙 갈라지더니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가 혁련무천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궁주의 자리를 내놓고 쉬는 게 어떻겠나?”

 

혁련무천의 눈이 홉떠졌다.

 

“헌 어르신……?”

 

동천옹 헌당, 바로 그였다.

 

“다른 곳이었다면 몰라도, 천외천가와는 절대 손을 잡지 말아야 했네.”

 

“내 어찌 사리사욕으로 그들과 손을 잡으려 했겠소? 다 본 궁의 미래를 위해 그런 것이외다! 그렇게 모르겠소?”

 

“태군사와 좌 단주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리하지 않았겠지.”

 

“그건… 개인의 일일 뿐입니다. 대의를 위한 일에 개인의 일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는 것쯤은 장로께서도 잘 아실 것이 아닙니까?”

 

혁련호정이 눈을 부릅뜬 채 안간힘을 다해 혁련무천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자 등소패가 눈살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섰다.

 

“대의라… 무엇이 대의인가?”

 

“저희 제천신궁은 패도를 추구하는 방파입니다. 하기에 본 궁에는 패를 추구하는 무사들이 모였습니다. 정파도 아니고, 마도도 아닌, 패도 말입니다. 하거늘, 아버님께서 천외천가와 손잡고 하남의 중부를 도모하려한 것이 뭐가 잘못된 일이란 말입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의외로 등소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맞아. 자네 말이 맞아.”

 

묵묵히 서 있던 위지승정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동천옹과 무영자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순순히 그 말을 인정했다.

 

“맞아, 본 궁은 패도문파지. 본래부터 그걸 목적으로 일어선 문파니까 말이야.”

 

그 말이 의외인지 혁련무천과 혁련호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네 명의 장로가 인정했다. 혁련호정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인정하신다면, 좌소천의 배신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닙니까, 장로님!”

 

혁련무천도 분노를 가라앉히고 지붕 위의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들었느냐?! 장로들께서도 본좌의 손을 들어주셨느니라!”

 

그때다.

 

“무슨 말인가? 내가 언제 궁주 손을 들어주었단 말인가?”

 

동천옹이 좌우를 보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궁주가 잠시 이성을 잃었나 보군.”

 

무영자에 이어 등소패마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궁주, 말귀가 조금 어둡나 봅니다.”

 

혁련무천은 네 장로가 자신을 놀린다 생각했다.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장난하는 것이오? 조금 전에 호정이의 말이 맞다 하지 않았소?”

 

동천옹이 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 그랬지.”

 

“그럼 왜……?!”

 

“옳은 말이었으니까. 궁주가, 아니지, 궁주의 아들이 그랬지 않은가? 본 궁은 패도를 추구하는 방파라고. 대의를 위해서는 개인의 일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고.”

 

“그럼 당연히 소천이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까?”

 

“너무 소리 지르지 말게, 궁주. 나 아직 귀먹을 정도로 안 늙었네.”

 

태연한 동천옹의 말에 무영자가 사태 파악도 못하고 클클거리며 웃었다.

 

“켈켈켈, 동천옹이 늙지 않았다면 세상에 늙은 놈 하나도 없겠군.”

 

“검둥이, 네놈은 빼고 말해. 세상에다 물어봐라, 흑살신 무영자가 더 늙어 보이는지, 내가 더 늙어 보이는지.”

 

내심 네 장로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경악성을 내지르며 뒤로 한 걸음씩 물러섰다.

 

“으헉!”

 

“파, 팔신 중에 동천옹과 무영자께서 본 궁의 장로셨단 말인가?”

 

“저런 분들이 좌 단주와 함께하고 있었다니……. 어쩐지…….”

 

은연중 좌소천의 위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혁련무천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고 입을 열었다.

 

“끄응, 좋습니다. 이제 말씀해 보시지요. 호정이 말이 맞다면서 왜 좌소천을 단죄하면 안 된단 말씀입니까?”

 

동천옹이 혀를 차며 위지승정에게 대답을 넘겼다.

 

“쯔쯔쯔, 그렇게 모르나? 네가 말해봐라.”

 

위지승정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궁주께선 본 궁이 패도를 추구하는 방파라는 걸 인정하셨지요? 또한 세력을 키우는 것이 대의라 하셨지요?”

 

혁련무천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렇소, 위지 장로.”

 

“해서 좌 단주에게는 죄가 없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좌 단주는 패도를 추구하고 있소. 그리고 본 궁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오. 불의를 저지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얻는 것도 없으면서 음험한 천외천가와 손을 잡은 궁주가 아니오? 결국 좌 단주는 대의를 위해서 궁주에게 물러나라 하는 것이오.”

 

발끈한 혁련무천이 노성을 내질렀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그럼 소천이가 나보다 더 본 궁을 잘 이끌 거라 이 말이오? 소천이가 나보다 더 본 궁의 세력을 넓힐 수 있다 그 말이오?”

 

“바로 그 말이외다.”

 

“흥! 어림없는 소리! 천외천가를 치고자 하면서 어떻게 본 궁의 세력을 키운단 말이오? 그들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본 궁의 힘 중 칠 할은 소모해야 할 거외다. 말도 안 되는 억지는 그만 부리시오!”

 

“뭘 모르고 있구려. 이미 좌 단주는… 하늘이 되어 있소이다, 궁주.”

 

등소패의 나직한 목소리가 부슬비처럼 사람들의 귓가를 적셨다.

 

잠시 혁련무천의 입이 닫혔다. 혁련호정도 굳은 얼굴로 등소패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주위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었다.

 

바로 그때 동천옹의 맑은 목소리가 툭 터져 나왔다.

 

“나가서 인사들 해!”

 

순간 패천단의 무사들 속에서 다섯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자마자 제령전 지붕 위의 좌소천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허리를 숙였다.

 

“충! 구포방의 방주 구포봉이 주군을 뵈오!”

 

“충! 광한방의 부방주 섭관산이 주군을 뵈오!”

 

“충! 신검장의 신검총령 설무진이 주군을 뵈오!”

 

“전마성의 부성주 냉화성이 좌 공자를 뵈오!”

 

“녹림왕 북리환이 좌 공자께 충의를 맹세하기 위해 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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