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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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43화
143화
절정의 경지에 근접한 무위를 지닌 스무 명의 제천무령. 좁은 공간. 거기에 협조자로 생각되는 세 사람도 포위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의 비밀 호법은 아직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고, 밖에는 밀천단과 호성당이 이중 삼중의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좌소천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빠져나가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
득의에 찬 혁련무천이 냉랭히 소리쳤다.
“소천! 배신의 말로를 보여주마! 제천무령은 즉시 손을 써라! 죽여도 상관없다!”
명이 떨어짐과 동시 제천무령 중 네 사람이 좌소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찰나였다!
빙글, 한 바퀴 휘도는 좌소천의 허리에서 묵룡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달려드는 제천무령을 쓸고 지나갔다.
콰아아아!
충격을 주기 위해 작정하고 펼친 절공참의 일도다.
제천무령이 나름 강하다 하나, 팔성의 내력이 실린 좌소천의 무진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떠더덩!
네 자루의 검이 부러지고, 네 명의 제천무령이 입을 쩍 벌린 채 그대로 무너졌다.
비명도 없이 네 줄기 피분수가 허공으로 치솟는다.
충격적인 장면에 좌소천을 포위하고 있던 제천무령들이 멈칫했다.
순간 좌소천이 입구 쪽을 틀어막고 있는 제천무령들을 덮쳤다.
“나를 막는 자는 죽는다!”
마치 대호가 십여 마리의 새끼이리들을 덮치는 듯했다.
“놈을 못 나가게 막아라!”
여가릉이 소리치며 좌소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혁련무천도 포위만 한 채 어정쩡하니 서 있는 간부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하느냐? 배신자들을 잡아라!”
이광과 단목연호, 추자량을 포위하고 있던 간부들이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명화성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단주, 단목 전주. 오늘의 일은 그대들이 자처한 일, 우리를 원망하지 마시오.”
내오당 중 형당(刑堂)인 명혼당의 당주 강청이 소리쳤다.
“더 볼 것 없소이다! 배신을 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면 되는 것! 일단 잡고 봅시다!”
포위하고 있는 사람 모두 절정의 고수다. 거기에 제천무령 십여 명이 합세했다.
세 사람이 강하다 하나 포위한 자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는 일. 누가 봐도 대항을 포기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이광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던 호연금이 갑자기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서걱!
“크윽! 이게 무슨 짓……!”
팔 하나가 잘린 명화성이 눈을 부릅뜬 채 뒤로 물러서고, 대경한 강청이 노성을 내지르며 호연금을 향해 돌아섰다.
“호연 당주! 그대가 감히……!”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곧바로 이어졌다.
혁련무천의 편이라 생각했던 우중문이 손에 들린 단창을 강청의 옆구리에 박아 넣은 것이다.
“허억!”
느닷없는 상황에 포위망이 흔들렸다.
언제 누가 옆에서 자신을 향해 무기를 휘두를지 모르는 상황.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간부들은 옆을 힐끔거리며 서로 간의 간격을 벌렸다.
순간 단목연호가 쌍장을 쫙 펼치고, 이광과 추자량이 도와 검을 빼 든 채 한쪽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한편 좌소천은 악착같이 자신의 앞을 막는 제천무령을 향해 조금의 사정도 두지 않고 무진도를 휘둘렀다.
“헉!”
“커억!”
무진도의 도첨에서 묵선이 뻗어나갈 때마다 한두 명이 외마디 신음을 흘리며 쓰러진다.
단 세 번의 도세에 무너진 자가 벌써 여덟.
제천무령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물러서면서도 결코 비켜서지는 않았다.
그때 여가릉이 좌소천의 뒤를 쳤다.
“이놈! 여기도 있다!”
좌소천은 빙글 신형을 돌리며 여가릉의 공격에 마주 무진도를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여가릉의 뒤를 따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혁련호정을 놓치지 않았다.
콰앙!
여가릉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답게 검이 부러지지도, 단숨에 꺾이지도 않았다.
그는 비칠거리며 다섯 걸음을 물러나서야 몸을 세우고 입술을 깨물었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였다. 그런데 막상 좌소천과 일수를 나누고 나자 자신의 무공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소문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어. 수십 년을 고련했거늘, 단 일수에 밀리다니…….’
그때 혁련호정이 여가릉의 머리를 타넘어 좌소천을 공격했다.
“소천! 너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절대란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외다, 호정 형님!”
쩌저정!
찰나간에 세 번의 격돌이 이루어지고, 부서진 강기들이 사방으로 튕겨졌다.
기둥이 파이고 제천전이 충격파에 흔들렸다. 제천전의 건물이 넓고 높지 않았다면 무너졌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두 사람의 기세가 어찌나 삼엄한지 제천무령들은 감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여가릉은 그들과 달랐다. 비록 일수에 밀리긴 했지만, 그는 제천신궁의 십대고수 중 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는 검을 고쳐 쥐고 두 사람을 향해 접근했다.
“합공하세!”
비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좌소천은 결코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한 혁련호정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좌소천은 혁련호정에 이어 여가릉마저 합세하려고 하자 공력을 구성으로 끌어올렸다.
혁련호정 혼자라면 상관없었다. 그러나 여가릉이 합세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더구나 아직 혁련무천이 남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고수가 넷이나 더 있다. 동천옹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오직 궁주가 위험할 때만 나선다고 했다.
넷이 뭉치면 오제의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고수들, 궁주만이 그들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다는 비밀 호법. 그들은 비천사룡(秘天四龍)이라 불렸다.
싸움이 길어지면 그들이 나타날 것이었다.
‘그전에 최대한 충격을 줘야 해!’
고오오오!
좌소천이 공력을 더 끌어올리자 무진도가 울음을 터뜨렸다.
혁련호정은 여가릉에게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소름 끼치는 도세에 합공을 거부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때 좌소천이 구성을 공력을 집어넣은 무진도로 무진칠도 중 벽뢰참광을 펼쳤다.
우르르릉!
제천전을 뒤흔드는 뇌성이 일더니, 묵빛 뇌전이 혁련호정과 여가릉을 덮쳤다.
혁련호정과 여가릉은 전력을 다해 좌소천의 도에 맞서갔다.
코앞에 닥친 좌소천의 도는 조금 전과 판이하게 달랐다.
자신들의 몸을 단숨에 쪼개 버릴 듯한 도세!
등줄기에 절로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 더구나 피할 수도 없었다.
콰과과광! 쩌저적!
세 사람의 도와 검이 뒤엉켰다.
시커먼 도강은 마치 살아 있는 묵룡과도 같았다.
콰아아아!
묵룡이 포효하며 혁련호정과 여가릉의 검강을 휘감고 으스러뜨렸다.
“커억!”
먼저 여가릉이 억눌린 신음을 토해내며 뒤로 밀려났다.
뒤이어 해쓱하게 질린 혁련호정이 튕기듯이 물러섰다.
좌소천은 우뚝 선 채 여가릉을 향해 무진도를 내밀었다.
“흐읍!”
여가릉은 눈앞이 캄캄해지자 눈을 부릅뜨고 숨을 들이켰다. 그는 본능적으로 검을 내밀며 혼신을 다해 전 공력을 끌어올렸다.
쾅!
순간 단발음이 울리더니, 여가릉의 몸뚱이가 철벽에 부딪친 쇠구슬처럼 튕겨졌다.
좌소천은 무애일정으로 여가릉을 무력화시키고는, 무진도의 도첨을 혁련호정에게로 돌렸다.
지금이라도 혼자서 빠져나가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따르기로 한 사람들을 놔두고 나갈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 그들이 밖으로 나가서 제천신궁의 무사들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 마무리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소!”
좌소천의 무심한 일갈이 터진 순간! 무진도의 도첨에서 묵광이 번쩍였다.
여가릉이 가만히 서 있다 당한 것을 본 혁련호정은 오히려 신형을 날려 좌소천을 공격했다.
자부심은 이미 산산조각난 상태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도망가느니 좌소천과 싸우다 죽는 게 나았다.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이놈!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뒤쪽에서 혁련무천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조심해라, 호정아!”
혁련호정의 마음을 짐작한 그는 제천신검을 빼 들고 신형을 날렸다.
더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좌소천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혁련호정을 믿기는 하지만, 아차 하는 실수 한 번이면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이어갈 큰아들을 그렇게 잃을 수는 없는 일.
그는 단걸음에 혁련호정을 따라잡고는 좌소천을 향해 제천신검을 뻗었다.
“소천, 이놈!”
찰나 제천신검에서 시퍼런 검강이 청룡처럼 꿈틀거리며 흘러나왔다.
‘마침내 그대가 나섰구나!’
좌소천은 혁련무천이 날아드는 것을 보며 이를 지그시 악물고 전력을 끌어올렸다.
혁련호정만 해도 사오 초는 더 겨루어야 완벽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런 마당에 오제의 한 사람, 천하제일패라는 제천무제가 공격해 온다.
천하의 어느 누가 두 사람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콰아아아아!
십성에 가까운 공력이 주입되자 무진도에서 묵광과 금광이 어우러지며 쏟아졌다.
‘오라! 혁련무천!’
좌소천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두 줄기 가공할 검강을 향해 무진도를 내쳤다.
묵빛 금광이 그물처럼 뻗어나갔다.
청룡처럼 짓쳐들던 시퍼런 검강이 그물에 갇혀 용틀임을 한다.
콰과과광!
연이어 터져 나오는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주위에 둘러 서 있던 제천무령들이 고통에 찬 표정으로 정신없이 벽까지 물러섰다.
한쪽에서 팽팽한 격전을 벌이던 간부들도 싸움을 멈추고 주춤거렸다.
그사이 좌소천과 혁련무천, 혁련호정이 서로를 향해 전력을 쏟아냈다.
콰르르르릉!
거대한 제천전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눈처럼 쏟아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찢어질듯이 눈을 크게 떴다.
좌소천이 강하다는 것은 익히 소문으로 들은 터였다. 오제에 비할 정도라는 말조차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강해도 오제만 하랴.
그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그러함에도 좌소천을 옹호한 것은 그가 아직 젊기 때문이었다.
몇 년 만 지나면 오제와 대등해질 것이고, 십 년이 지나면 오제를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좌소천은 이미 오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오제보다 강할지도 몰랐다.
제천무제 혁련무천이 잠룡공자 혁련호정과 합공을 하고서도 당장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것은 거대한 충격이었다.
누구라 할 것도 없었다.
단목연호와 이광 등 좌소천을 옹호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좌소천을 배신자로 규정한 자들도 그 충격에 잠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우르릉!
그때 제천전을 떠받치고 있던 아름드리 기둥 하나가 중간 부분이 가루로 변하며 무너져 내렸다.
“헉! 기둥이……! 일단 밖으로 나갑시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동시에 또 하나의 기둥이 무진도의 도세에 휩쓸려서 일 장 높이 부분이 사선으로 잘렸다.
우연이 아니었다. 좌소천이 고의로 기둥을 잘라낸 것이었다.
끼기기긱.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기둥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옆으로 기울어졌다.
“제천전이 무너진다!”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조차 공포스런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삼층으로 된 전각의 무게는 수만 관에 이른다. 한꺼번에 무너지면 아무리 절정에 달한 공력을 지녔다 해도 살아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좌소천과 혁련무천, 혁련호정은 조금도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좌소천은 두 사람의 공격을 기둥 쪽으로 흘려냈다.
콰과과광!
마침내 세 번째 기둥이 부러지며 바닥을 향해 무너져 내리고, 천장이 비틀렸다.
“늦으면 깔릴지 모른다!”
“빨리 나가!”
너도나도 소리치며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때만큼은 적도 아군도 없었다.
제천무령과 간부들이 대부분 제천전을 빠져나갔을 때였다.
제천전의 태사의 뒤쪽 휘장 안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쏘아져 나왔다.
각기 다른 색깔의 용이 수놓아진 면사로 눈 밑이 가려져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자들.
오직 궁주만을 위한 비밀 호법들, 비천사룡! 바로 그들이었다.
비천사룡은 은신처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좌소천과 혁련무천과 혁련호정이 싸우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궁주!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일단 피하십시오!”
혁련무천은 마지막이라는 듯 전력을 다해 제천신검을 내려쳤다.
쩌저적!
일순간 제천전을 그대로 반쪽 낼 듯한 시퍼런 검강이 이 장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혁련호정도 검강탄기를 펼치며 혁련무천과 함께 좌소천을 합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