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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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79화
179화
<그럴 수는 없어요. 차라리 둘이 함께 쳐요. 시간을 끌면 다른 자들이 몰려올 거예요.>
소영령은 전음을 보내자마자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령!”
혁련호운도 다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소영령과 혁련호운은 각자의 무위만 해도 천하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절대고수다.
그런 두 사람의 합공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천하에 몇이나 될 것인가.
하지만 공야황은 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십초를 나누기도 전에 두 사람이 밀리기 시작했다.
도무지 사람을 상대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공야황의 전신에서 흐르는 붉은 기운은 한천빙백소수공으로도, 천강무령수로도 뚫지를 못했다.
자신들의 장기로도 상대를 어쩌지 못하니 두 사람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이십여 초가 지날 무렵,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혁련호운의 몸이 튕겨졌다.
“크윽!”
“제법이다만, 그 정도로는 본좌를 어찌할 수 없다, 애송이! 하하하하!”
공야황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대소를 터뜨렸다.
소영령은 혁련호운이 일어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공야황을 막아섰다.
“흥!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 혼자서 공야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야황의 혈천마마공은 천고제일의 마공다웠다.
단숨에 몸을 얼려 버리는 한천빙백공도 소용없고, 바위조차 얼려서 부숴 버리는 소수공도 통하지 않았다.
콰르릉!
뇌성벽력이 절곡을 울린 순간, 소영령의 몸이 일 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흐윽!”
동시에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와 면사가 벗겨졌다.
찰나, 재차 공격을 하려던 공야황이 움직임을 멈추고는 소영령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홉떴다.
“오오오! 소문은 진실을 반도 설명하지 못했었구나!”
그의 입에서 경악과 환희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몸을 일으킨 혁련호운이 혼신을 다해 그를 공격했다.
내상으로 인해 반 정도의 위력밖에 보이지 않는 천강무령수다. 전력을 다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데, 절반의 위력으로 상대가 될 리 만무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령’은 살아야 했다.
“소저! 먼저 떠나시오! 내가 이자를 맡겠소!”
이맛살을 찌푸린 공야황은 자신의 흥을 깬 것이 괘씸한지 혁련호운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가려거든 네놈이나 지옥으로 가거라!”
쾅!
“커억!”
다시 한번 혁련호운의 몸이 형편없이 나뒹굴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소영령이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공야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야황은 혁련호운이 달려들 때와는 달리 입가에 웃음마저 띠고 그녀의 공격을 받아냈다.
“후후후후! 인간 세상에 너 같은 아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그의 장력은 조금 전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다. 행여나 소영령이 다칠까 봐 염려해서 손을 약하게 쓰는 듯했다.
사로잡겠다는 뜻.
소영령은 공야황의 마음을 짐작하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때, 호수 저쪽에서 물 위를 날듯이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여덟. 하나같이 등평도수의 경공을 자연스럽게 펼치는 고수들이다.
‘사사와 십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분명 그들이었다.
그들이 도착하면 빠져나가기는커녕 둘 다 죽거나 잡힐 것이 분명한 일.
콰릉!
그녀는 공야황의 일장과 맞부딪친 후 그의 힘을 역이용해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그래 봐야 오 장이 조금 넘는 거리였지만, 몇 마디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혁련호운에게 빠르게 전음을 보냈다.
<혁련 공자, 이자는 나를 죽이지 않으려 해요.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그러니 저들이 도착하기 전에 어서 이곳을 떠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령’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거늘 어찌 혼자 도망을 친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소!>
<당신이 가야 나도 홀가분하게 몸을 빼내죠! 어서 가요!>
혁련호운은 이를 악물고 소영령을 쳐다보았다.
그럴지도 모른다. 자신만 없으면 몸을 빼낼 수 있을지도.
아니면 자신의 도주를 막기 위해 괴인이 움직일 경우, 잘하면 소영령이 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나저러나 자신이 움직여야 소영령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좋소. 대신 저자가 나를 쫓아오면 당신이 가시오. 알겠소?>
그의 전음에 소영령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서라도 한 사람이나마 살아야 했다.
그때 공야황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신녀, 너는 절대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느니라.”
찰나였다. 소영령은 남은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리고서 공야황을 향해 쇄도했다.
“지금이에요!”
그와 동시,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문 혁련호운이 뒤로 신형을 날렸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놓고 도망치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그녀를 위해 도주하는 것이라지만, 힘이 없어 등을 보여야만 한다는 사실에 피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2장 너는 주군을 믿느냐?
1
탁!
책을 덮은 공손양의 눈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이상하군. 주군께서 이 책을 보지 않으신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기천승이 찾아온 때와 자신에게 책을 넘겨준 시각은 차이가 크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의혹이 가신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혁련미려를 만났다는 것, 천선곡의 출입에 대한 것을 알아냈다는 것 정도는 기천승이 보고했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혁련미려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당장 달려가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혁련미려를 만나보고 싶어서 만사 제쳐 놓고 장안으로 달려갈 좌소천도 아니고.
공손양이 의아한 것은 당연했다.
궁주는 왜 급하게 장안으로 달려갔을까?
어디 그뿐인가?
한 가지 의혹이 일자 다른 것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뜬금없이 사랑 타령을 하며 자신에게 이상한 걸 물었을까?
그때다. 공손양은 문득 든 생각에 책을 다시 펴고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았다.
[혁련호운이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서 천선곡으로…….]
동시에 좌소천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뇌리에서 울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러…….
단순히 혁련호운의 상황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두 가지를 겹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전율이 인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 명한이의 소식을 기다리기보다는 사람을 장안으로 보내서 상황을 알아봐야겠어.’
유비무환이라 하지 않던가.
나중에 좌소천에게 혼나더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일이 더 커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밖에 누구 있소?”
“예, 군사!”
“가서 사인학 호법을 오라 하시오.”
눈치 빠른 사인학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오겠지.
2
신시 초.
십수 명의 무사가 장안성의 동문을 통과했다. 영풍산장을 출발한 좌소천 일행이었다.
장안성에 들어선 그들은 천이당 정보원의 안내를 받아 곧장 임시 지부로 향했다.
이각 후.
서문 쪽 허름한 장원에 들어선 좌소천은 천이당 향주 오금상과 함께 뒤쪽의 별채로 갔다.
오금상이 혁련미려를 부르려 하자 좌소천이 손짓으로 말렸다. 그러고는 방 앞으로 다가가 직접 안쪽에 대고 말했다.
“접니다, 미려 누님.”
안쪽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런 좌소천의 출현에 놀란 듯했다.
“소천… 이야?”
“예.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에야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혁련미려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입가에 미소마저 지었다.
하지만 좌소천은 그녀의 표정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천이당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만인을 다스리는 궁주가 너무 가볍게 행동하는 것 아니야?”
“누님을 만나러 오는 일이 어찌 가벼운 일이겠습니까?”
혁련미려는 좌소천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며 나직이 말했다.
“참 대단해. 소천이 나이에 천하제일이라 불렸던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이죠.”
혁련미려는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었다.
가슴에 쌓인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말이 헛돌았다.
“요즘 천외천가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지? 그들에게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며?”
아직 화산에서 벌어진 일은 모르는 듯하다. 하긴 장원에만 있었으니 하루 전의 일을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절대 그냥 놔두어선 안 되는 자들입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혁련미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머뭇거리더니 화제를 돌렸다.
“천선곡을 나오다가 순우무궁을 만났어.”
“저도 들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군요.”
혁련미려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안 거야?”
“기천승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기 대협? 알아! 그분이 처음에 나를 구해줬거든.”
혁련미려가 반색하며 말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소천이가 어떻게 그분을 알지?”
“제가 천외천가를 조사하기 위해 보낸 분입니다.”
“아……!”
혁련미려의 커다란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러고 보면… 내가 소천이 덕분에 살아 있는 거네?”
그녀는 탁자 위에 올린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가슴에 쌓인 말을 하나씩 꺼냈다.
“아버지하고 오빠, 우리 가족들, 그대로 놔둔 거 고마워…….”
제천신궁이 좌소천의 손에 넘어간 거야 이미 벌어진 일. 원망해 봐야 돌이켜질 것도 아니다.
혁련미려는 그 일보다 가족이 무사한 게 더 안심이 되었다.
“그분들에게 원한이 있어서 제천신궁을 차지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아버지하고 오빠한테 많이 서운했을 텐데…….”
“이전에 받은 도움이 있는데, 어찌 제 서운함만 생각하고 그분들을 책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저는 오히려 누님이 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혁련미려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나로 인해 소천이가 선우 숙부와 사매를 잃는 아픔을 겪었는데, 내가 어떻게 소천이를 원망할 수 있겠어.”
사매, 소영령에 대한 말이 나오자 좌소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천외천가에 간 여인이, 혁련호운이 구하려 하는 여인이 그녀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그때 문득, 혁련미려도 혁련호운의 일을 알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운이 천외천가를 찾아갔습니다. 궁으로 가시거든 말씀드려 주십시오.”
한껏 눈이 커진 혁련미려가 외치듯 물었다.
“호운이가? 호운이가 왜 그 위험한 곳엘 들어간 거지?”
“좋아하는 여인이 생겼나 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이 천외천가를 찾아간 것 같습니다. 호운이는 그녀를 구한다고 갔고요.”
“뭐? 맙소사! 거기가 어떤 곳인데……!”
혁련미려는 안절부절못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러다 한 사람이 떠오르자 좌소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신녀도 그곳에 갔는데…….”
“…….”
이번에는 좌소천의 입이 다물리고 눈 가장자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금 신녀… 라고 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