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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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77화
177화
절대지경에 오른 그녀조차 쉽게 움직임을 잡아낼 수 없을 만큼 심후한 내력을 지닌 자들이었다.
가만히 기운을 거두어들인 그녀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들이 이층으로 올라온다.
‘모두 셋…….’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된다.
오늘 자신의 손에 죽은 자들보다 강한 자들.
하나하나가 일전에 마주쳐 보았던 십암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들이다.
‘도대체 이곳에는 저런 고수가 몇이나 있는 거지?’
소영령이 새삼 천외천가의 무력에 경악하고 있을 때였다.
제각 안으로 자들 중에서 칼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향냄새와 계집의 살냄새는 확실히 달라. 클, 이곳에 있었군.”
동시에 세 가닥 기운이 빠르게 주위를 휘돌았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발견하고 덮칠 것 같은 상황. 소영령은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한천빙백소수공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두 손이 백옥처럼 하얗게 빛나는 순간!
“켈! 계집이 저기 있다!”
괴소와 함께 강력한 기운이 쐐기처럼 휘돌며 밀려들었다.
소영령은 좌측을 향해 가볍게 손을 털고는, 목상과 목상 사이를 빠져나갔다.
쾅!
뒤늦게 충돌음이 울리며 천장이 부르르 떨었다.
그사이 소영령은 목상 사이를 빠져나가 넓은 곳으로 나왔다.
그때다. 우측과 전면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계집! 목을 내놓아라!”
“클클, 네년이 갈 곳은 더 이상 없다!”
일순간 살을 에는 두 줄기 기운이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소영령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실전이라면 남 못지않게 치러본 그녀다. 그중에는 십암과 유사도 있었고, 유사보다 더 강한 좌소천도 있었다.
십암이라면 몰라도, 유사나 좌소천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자들은 한두 수 아래였다.
“흥!”
싸늘한 코웃음이 흘러나옴과 동시, 소영령의 두 손이 백색 광채를 뿜어냈다.
찰나 천제각 안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헛!”
“뭐야?”
엄청난 한기에 대경한 두 사람은 전력을 쏟아내 소영령의 소수공에 맞섰다.
콰르릉!
뇌성이 울리며 전각이 흔들렸다.
쩌저저적!
백색 벼락이 떨어지며 대기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허억!”
“으음…….”
두 사람이 답답한 신음을 흘리며 뒤로 튕겨진 사이, 소영령은 신형을 틀어서 창문 쪽으로 날아갔다.
그때다. 처음에 좌측에서 공격했던 자가 또다시 옆구리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어림없는 짓!”
소영령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삼 장을 연속으로 휘둘렀다.
눈보다 더 하얀 백색 소수가 그녀의 두 손에서 튀어나간 순간!
콰광!
허공이 터져 나가며 달려들던 자가 뒤로 튕겨졌다.
소영령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창문을 부수며 밖으로 나갔다.
와장창!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여기저기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자객이 천제각에서 나왔다!”
“잡아라!”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소리치며 몰려든다. 언뜻 봐도 사오십 명은 되어 보인다.
‘함정?’
뒤이어 세 사람이 그녀의 뒤를 따라 나오며 비웃음 가득한 조소를 흘렸다.
“클클클, 겨우 밖으로 쫓아냈군.”
“계집, 네 실력이 뛰어나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느냐?”
“켈켈켈, 그래도 우리를 혼자서 뒤로 물러서게 했다는 것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겠나?”
실력 때문에 놓친 것이 아니라는 뜻. 고의로 소영령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말이다.
소영령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내려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셋 다 삼사십대로 보였는데, 칠흑 같은 흑의 장포를 입고 있었다.
뼈만 남은 것 같은 몸에 창백한 얼굴, 뚱뚱한 몸에 메기 같은 입, 머리끝이 뾰족한데다 낯이 붉어 홍당무처럼 보이는 얼굴.
하나같이 희한한 모습들이다.
그중 창백한 얼굴의 중년인이 소영령의 전신을 쓸어보며 킬킬거렸다.
“킬킬킬, 천앙동에서 나오기를 잘했어. 벗겨놓으면 진짜 끝내주겠는데?”
소영령은 천앙동이 어딘지 알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그저 세 사람의 말투가 마음에 안들 뿐.
‘어쩐지 지닌바 실력에 비해서 쉽게 나가떨어진다 했더니.’
위패가 모셔진 제천각이 부서질까봐 밀린 척하며 자신을 밖으로 나가게끔 유도한 듯했다.
이러나저러나 선택은 하나뿐!
세 괴인에게서 고개를 돌린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천외천가 무사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대들의 목숨으로 정한녀의 한을 풀어주리라!”
동시에 세 명의 괴인도 그녀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계집! 너는 우리가 놀아주마!”
소영령은 뒤에서 그들이 빠르게 덮쳐 오는데도 오직 앞만 보며 두 손을 휘둘렀다.
일순간, 그녀의 두 손에서 가공할 한기가 서린 백색 장력이 전방을 향해 뻗쳤다.
쏴아아아아!
한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듯했다.
하늘에서 서리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
어지간한 절정고수도 몸이 굳어버릴 절대의 음한장력!
그녀의 한천빙백소수공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모든 것이 얼어버렸다.
“허억!”
“끄어어어!”
찰나간에 십여 명이 입을 쩍 벌린 채 몸을 떨며 무너져 내린다.
“네년이 어디서!”
뒤쫓아 몸을 날린 천앙동의 세 괴인은 노성을 내지르며 소영령을 덮쳤다.
순간, 쌍장을 휘둘러 전방을 휩쓴 소영령의 몸이 돌풍에 휘말린 듯 허공으로 쑥 올라갔다.
갑자기 그녀가 허공으로 솟구치자 세 괴인도 땅을 박차고 함께 솟구쳤다.
그때였다. 오 장 높이로 솟구친 소영령이 아래를 향해 두 손을 휘둘렀다.
찰나, 그녀의 두 손에서 십여 개의 백색 수영이 꽃처럼 휘날렸다.
눈을 뭉쳐 만든 것처럼 새하얀 소수에서 북해의 냉기보다 더한 한기가 밀려든다.
세 괴인은 눈을 부릅뜨고 악을 쓰며 소영령의 공격을 막았다.
“허엇!”
“이런, 젠장!”
“전력을 다해서 막아!”
하지만 전력을 다한 소영령의 한천빙백소수공의 위력은 그들의 예상보다 더 가공했다.
쩌저저저적!
얼어붙은 대기가 쩍쩍 갈라졌다.
창백한 빼빼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뚱뚱한 자는 두꺼비처럼 두툼한 손으로 소수를 막으려다 입을 떡 벌리고, 홍당무 대가리는 만월처럼 휘어진 칼을 사력을 다해서 휘둘렀다.
쩌저정!
네 사람의 기운이 삼 장 허공에서 정면으로 부딪치자 얼음벽이 쪼개지며 무너지는 듯했다.
찰나간에 대여섯 번의 공방이 오가고, 어느 순간, 뭉칠 대로 뭉친 네 사람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콰르르릉!
뇌성이 일고 하얀 번갯불이 번쩍였다.
가공할 음한지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떠오르는 태양빛이 식어버렸다.
콰광!
“흐읍!”
“제기랄! 크윽!”
결국 소영령의 소수를 견디지 못한 세 사람이 삼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소영령은 세 사람을 땅바닥에 뒹굴게 하고는, 충돌의 여력을 이용해서 십여 장 밖의 천외천가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가슴이 턱턱 막혔지만 공격을 늦출 수는 없었다.
셋의 합공은 일시에 물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묶이면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쏴아아아!
또다시 거센 한기의 폭풍이 천외천가 무사들을 향해 밀려갔다.
이미 소수공의 위력을 경험해본 무사들은 앞 다투어서 뒤로 물러섰다.
대신 멋모른 채 달려들던 자들만이 소수공 아래 몸이 얼어붙어서 힘없이 무너졌다.
“허어억!”
“무, 무슨 이런 무공이……!”
순식간에 대여섯 명이 무너지며 포위망이 엷어졌다.
소영령은 일각이 무너지자 재빨리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어림없다, 계집!”
건너편 건물 지붕 위에서 두 사람이 날아들며 소영령의 머리 위를 덮쳤다.
바닥을 뒹구는 세 사람보다도 강한 공세!
소영령은 다급한 와중에도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소수를 내뻗었다.
일수유의 순간!
콰광!
덮쳐들던 자들은 다시 허공으로 튕겨지고, 소영령은 삼 장 밖으로 날아갔다.
목구멍으로 비릿한 피냄새가 치밀어 오른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의 박동!
숨을 쉬기조차 힘들다.
소영령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두 손에 한천빙백소수공을 모조리 쏟아 넣고 서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막아!”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몇 사람이 기를 쓰며 소영령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신녀 소영령을 제지할 수 없었다.
소수가 떨어져 내릴 때마다 서너 명의 무사가 하얀 서리에 뒤덮여 죽어가고, 순식간에 포위망 한쪽이 뚫리며 틈이 보였다.
머뭇거리면 틈이 다시 메워질 터. 소영령은 지체하지 않고 틈 사이로 신형을 날렸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막으려 했을 때는, 이미 소영령이 구멍 뚫린 포위망을 빠져나간 후였다.
“쫓아라!”
분노에 가득 찬 천앙동의 괴인들은 혈안을 번뜩이며 소영령의 뒤를 쫓았다.
삼십 년을 오직 강해지기 위해 살아왔다.
그런 자신들이 다섯이나 나섰으니 계집 하나 잡는 것쯤은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울 거라 여겼다.
하기에 조금 전만 해도 계집을 잡아 천앙동에 집어넣었을 때를 상상하며 킬킬거렸다.
다섯이나 나서게 한 가주가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던가.
―가주가 아직 우리의 실력을 모르는군.
그런데 잡기는커녕 오히려 부상을 당하다니!
“껍질을 벗겨 버리겠다, 계집!”
“한 점 한 점 포를 떠서 죽여 버리겠어!”
포위망을 벗어난 소영령은 전력을 다해서 서쪽으로 날듯이 달려갔다.
인근의 무사들은 대부분 천제각 쪽으로 모여든 상태.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무사는 몇 되지 않았다.
그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진로를 가로막는 적들을 향해 소수를 휘둘렀다.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가공할 한기!
백옥빛 소수가 번쩍일 때마다 무사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방으로 날아가며 꼬꾸라진다.
말로만 들었던 신녀의 가공할 신위!
공포에 질린 무사들은 감히 막을 생각도 못하고 그녀가 도주하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소영령은 세 채의 건물을 지나 서쪽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그 시각, 순우연이 순우기정과 함께 천제각에 도착했다.
“어떻게 되었느냐?”
순우기정의 질문에 천밀당의 부당주 요응이 앞으로 나와 부복했다.
“서쪽으로 도주했습니다, 군사.”
“천앙동에서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더냐?”
“다섯이 나왔습니다만, 그들도 신녀를 막지 못했습니다.”
순우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다섯이서 그녀를 막지 못했다고?”
요응이 간단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순우연과 순우기정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녀의 무위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은 또 다른 사실을 의미했다.
신녀가 유사와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사사의 무위 역시 자신들의 예상보다 강하다는 뜻이었다.
신녀의 무위가 전보다 늘었다는 것을 모르는 그들은 당연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신중히 상대해야겠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놓치긴 했어도 다섯이서 신녀를 도망치게 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천앙동의 괴인 열 명이면 사사 중 둘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
그때 문득 든 생각에 순우연이 눈을 반짝였다.
“서쪽으로 도망쳤단 말이지? 그들이 쫓고 있느냐?”
“예, 가주.”
“기정, 가자! 신녀가 그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3
천제각은 천선곡의 서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곳에서 건물 세 채를 지나자 곧바로 나무와 기암괴석이 안개에 휘감긴 계곡이 나왔다.
소영령은 안개 낀 계곡이 나오자 일직선으로 달렸다.
진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쪽은 거꾸로 꺾어진 백 장 절애. 뒤에선 삼십여 장의 거리를 두고 다섯 괴인이 쫓아오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추적을 떨치고 운기를 해서 흔들린 내력을 진정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