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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75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75화

 

175화

 

 

 

 

 

 

3

 

 

 

 

 

날이 밝자 제갈진문과 우경 진인, 팽철, 허운자가 천무단 고수들을 호위로 거느리고 영풍산장으로 찾아왔다.

 

좌소천은 정청으로 나가서 그들을 맞이했다.

 

제갈진문이 먼저 아침인사를 건넸다.

 

“잘 쉬셨나 모르겠소.”

 

좌소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염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화산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후우, 아직도 정리 중이오. 워낙 널린 시신이 많은 바람에…….”

 

제갈진문은 한숨을 쉬듯 말하며 좌소천의 표정을 살폈다.

 

어젯밤에 벌어진 공전절후의 격전은 아침이 된 지금도 무림맹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특히 좌소천과 적의 수장들의 싸움은 직접 본 자와 보지 못한 자들 간에 언쟁이 일 정도였다.

 

제갈진문도 후방에 남아 있었기에 반신반의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직접 본 우경 진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과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렸던 자의 팔을 자르고, 같은 경지의 고수 둘을 상대했다고. 

 

그러면서 ‘아마 좌소천도 상당한 내상을 입었을 거네.’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 큰 내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도대체가…….’

 

그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히 말했다.

 

“밤새 본 맹의 장로들이 의견을 모았소.”

 

좌소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천무단 일백 명 중 스물일곱 명이 죽고 오십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소이다. 게다가 사신당의 피해가 워낙 많아서…….”

 

제갈진문이 말꼬리를 늘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은 적을 공격하기가 힘들 것 같소. 해서 인원을 보강한 후 적을 상대하기로 했소.”

 

예상했던 바였다.

 

당장 쫓아가려면 무림맹도 전멸을 각오해야 하는데, 적이 아직 다 나오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그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천신궁을 앞세우면 그나마 나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마뜩치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제천신궁의 꼬리만 쫓아가는 신세가 될지 모르는 일. 자존심 때문에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게 분명했다.

 

“적의 주력이 있는 위치는 파악 되었습니까?”

 

“위남에는 소수만 남고 대부분이 종남에 있다 하오.”

 

“지원무사들이 오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좌소천의 질문에 제갈진문이 목소리를 낮췄다.

 

“천무단은 사흘이면 도착하오만, 나머지 사람들이 보충되려면 한 달은 걸릴 것 같소.”

 

“한 달이라…….”

 

이차 출정한 무사들이 도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열흘은 걸린다. 

 

반면에 적은 이삼 일 사이에 천선곡을 나설 것이다.

 

물론 그들도 곧바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상태,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래도 한 달은 너무 길었다.

 

“보름으로 줄여보십시오. 한 달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긴 시간입니다.”

 

좌소천의 말에 제갈진문이 미간을 좁혔다.

 

그도 좌소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한 달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무림맹의 특성이었다. 각 문파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무사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게 그리 쉽지가 않소.”

 

제갈진문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좌소천은 그런 제갈진문을 똑바로 바라본 채 못을 박듯 말했다.

 

“보름. 그 기한을 넘기면 뒷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흐를 겁니다.”

 

“으음…….”

 

제갈진문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오자, 듣고만 있던 팽철이 눈살을 찌푸렸다.

 

“놈들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지 않은가? 한데도 놈들이 보름 사이에 움직일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많고, 그럴 경우 무림맹과 저희가 곤란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자는 거지요.”

 

“그럼 확실한 것도 아니군.”

 

그때다. 동천옹이 눈을 치켜뜨고 나직이 손을 저었다.

 

“너는 빠져라.”

 

“백부님…….”

 

“수천 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고 움직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뭐? 확실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다 사람들이 몽땅 죽으면 네가 살려낼 거냐?”

 

“그건 그렇지만…….”

 

팽철도 더 우기지 못하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좌소천이 우경 진인을 바라보았다.

 

“조금 서둘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최소한 최악의 경우만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일리가 있다 생각했는지 우경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 맹주령을 보내서라도 그리해 보겠네.”

 

그 후로 잡다한 세부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손양이 내상을 치료하느라 참석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안타까웠지만, 다행히 별다른 마찰 없이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리된 데에는 동천옹의 힘이 컸다. 가끔씩 불거져 나오는 팽철의 말은 그가 다 막았다.

 

―넌 빠지라니까!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렇게 제갈진문과 우경 진인 등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운기행공을 마친 공손양이 좌소천을 찾아왔다.

 

“몸은 좀 어떻소?”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주군. 그보다 제갈 군사와 맹주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

 

좌소천은 먼저 제갈진문과 나눈 이야기를 모두 말해주었다.

 

“……결국은 지원무사가 언제 도착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소.”

 

“저희 쪽의 이차출정 무사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만 바라야겠군요.”

 

“그렇다 해도 우리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오. 그럴 마음도 없고.”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희가 무림맹을 대신해서 덤터기를 쓸 순 없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소? 내상이 깊은 사람이 제법 많을 텐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지 한 시진가량이 지났을 즈음. 천이당의 정보원이 몇 장의 서신을 가지고 영풍산장으로 찾아왔다.

 

“주군, 천이당에서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들어오시오, 도 호법”

 

안으로 들어온 도유관의 손에는 작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좌소천은 그 안의 서신을 꺼내 하나씩 읽어보았다.

 

신양을 비롯한 각 지부 등에서 전해온 것이었다.

 

대부분이 신양에서 보내온 것이었는데, 그 주된 내용은 이차출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거야 이미 진행될 일이었으니 새로울 것도 없었다. 의외라면 사도철군이 직접 나섰다는 것 정도였다.

 

“의외로군요. 사도성주께서 전마성을 비우고 직접 나오다니 말입니다.”

 

“백리 군사가 부추겼을 것이오.”

 

“하긴 주군의 위명이 하늘 높은 줄 올라가면, 철혈마제의 이름이 묻힐 테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물론 사도 성주님도 원했을 테지만 말입니다.”

 

“좌우간 그가 직접 나섰다면, 전마성의 숨은 고수들도 상당수 나왔을 것이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잘된 일, 군사는 지급으로 연락을 취해서 출정을 서두르라 하시오.”

 

“알겠습니다, 주군.”

 

그때, 고개를 숙인 공손양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봉투에서 빼낸 예닐곱 장의 서신이 바람에 밀리며 중간쯤 있던 서신의 글자가 드러났다. 

 

그곳에 쓰인 글자는 불과 열 글자 정도.

 

문제는 그곳에 적힌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주군, 아래쪽에 있는 것은 장안에서 온 소식 같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뜬금없는 말에 좌소천의 눈도 밑에 있는 서신을 향했다.

 

 

 

[주지에서 혁련미려 아가씨를 발견…….]

 

 

 

“미려 누님이……?”

 

좌소천은 위쪽의 서신을 치우고 그 서신을 집어 들었다.

 

죽 읽어가던 좌소천의 눈이 한곳에서 멈췄다.

 

 

 

[…천선곡에서 탈출했다고 합니다. 저희는 아가씨를 호위하여 일단 장안으로 모시고…….]

 

 

 

좌소천의 표정이 굳어졌다.

 

‘혼자서 천선곡을 탈출했단 말인가?’

 

그녀의 탈출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천선곡은 기문진이 펼쳐져 있어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러한 곳을 빠져나왔다면 입구를 막은 기문진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알았든 나중에 알았든.

 

그리고 상당한 시일을 그곳에서 보낸 만큼, 그녀는 천선곡의 내부 상황도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물론 손자기가 모든 것을 밝혔지만 그의 말이 정확한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 혁련미려의 말을 들으면 손자기에게 얻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혁련무천의 딸이라는 위치를 떠나 그녀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소유한 중요 인물인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공손양이 어찌 그녀의 중요성을 모를까.

 

“당장 그녀를 만나서 손자기의 정보와 대조해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은 너무 위험하오.”

 

천외천가에 비상이 걸려 있을 게 분명했다. 

 

아마 태백산 일대는 물론이고, 장안 역시 그들의 눈이 번뜩이고 있을 것이었다.

 

“제가 적당한 사람을 추려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좌소천이 미간을 좁히고는 나직이 말했다.

 

“차라리 내가 직접 갔으면 하오만.”

 

화들짝 놀란 공손양이 급히 말렸다.

 

“그건 안 됩니다, 주군! 주군께서 움직인 걸 적이 알면 총력을 다해 암격하려 할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좌소천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마음이 끌렸다. 마치 뭔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오. 미려 누님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하고 싶고 말이오.”

 

공손양도 좌소천과 혁련미려 간의 사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좌소천이 직접 간다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주군!”

 

“비천사룡과 호법들을 데려갈 것이오. 놈들이 모두 종남에서 내려온다 해도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으니 걱정 마시오.”

 

그것은 사실이었다. 천하에서 좌소천이 몸만 빠져나오겠다면 누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거리도 얼마 안 되니 서둘면 하루에 오갈 수 있을 듯햇다.

 

공손양은 말릴 만한 이유가 마땅히 없자, 아예 좌소천이 장안에 간다는 전제하에 계획을 짰다.

 

“호법들 중 몸이 성한 사람은 넷뿐입니다. 그들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정 가시겠다면 몇 사람 더 데리고 가십시오.”

 

상대적으로 무공이 떨어지는 관추릉과 언자홍은 중상을 입어서 부상이 낫는다 해도 무공을 펼칠 수 있을지 모를 정도였다.

 

사인학도 상당히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 게다가 이자광 역시 상처 입은 전하련을 보호해 준다고 설치다가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다.

 

그러다 보니 당장 좌소천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도유관과 능야산, 종리명한, 홍려운뿐이었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적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소. 무리요.”

 

“많이 데려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열 명 정도만 더 뽑겠습니다. 만일 그들을 데려가시지 않겠다면, 저도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작심했다는 듯 강경하게 말하는 공손양이다.

 

좌소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들을 데려가겠소.”

 

 

 

공손양은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묵령천의 사람들 중 목영운, 목영락, 누하진, 증위경, 능수산까지 다섯. 그리고 패천단의 적수응, 황신양과 구포방의 황보충, 무천단의 영호단을 비롯해 전마성의 사도진무까지, 비교적 젊은 사람으로 다섯을 골랐다.

 

그중 사도진무는 스스로 가겠다며 나서서 공손양으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했다. 

 

하지만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공손양은 그를 호위대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공손양이 사람들을 모으며 동분서주하고 있을 즈음. 한줄기 은밀한 기운이 좌소천의 방으로 향했다.

 

 

 

‘음? 누가……?’

 

좌소천은 자신의 방으로 접근하는 은밀한 인기척을 느끼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매우 조심스런 움직임이다. 자신 외에는 무영자 정도만이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은밀한 움직임.

 

‘누군지 모르지만 대단하군.’

 

현재의 영풍산장이 어딘가. 절정고수들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의 용담호혈이 아니던가.

 

좌소천은 접근하는 자가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것으로도 상대의 은신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외라면 살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지 모르나, 좌모를 찾아왔으면 들어오시오.”

 

그가 담담히 말하며 고개를 들자 천장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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