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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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72화
172화
당황한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좌소천 일행을 피해 앞쪽으로 밀려갔다.
그 바람에 적아가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해일은 후미를 휩쓸고 격전이 한창인 전장으로 밀려갔다.
무림맹의 군웅들은 이마에 ‘제’ 자가 쓰인 무사건을 동여맨 좌소천 일행이 일시에 몰아치자 즉시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좌소천과 일백여 명의 오행대가 당황하고 있는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덮쳤다.
석양이 밀려드는 시각, 화산의 연화봉 자락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하얗던 바위 위에 시뻘건 선혈이 고여 붉은 여울이 졌다.
그때 마사와 척발조가 전방에서 날아들었다.
“놈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러서지 마라!”
“어느 놈이 좌소천이더냐?!”
뒤이어 순우경이 팽철과 천무단을 떨치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라!”
“뭐 하는 것이냐! 놈들을 공격해!”
그들이 합세하자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사들도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한 번 틀어진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날아든 순간, 남서쪽 절벽 위에서 수백 명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비탈진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광경은 한쪽에 희망을, 한쪽에는 절망에 가까운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절대천성의 이름으로!”
“천외천가를 멸하리라!”
이자광과 홍려운이 연습이라도 한 듯 박자를 맞춰 소리쳤다.
제천신궁이 아닌 절대천성이라는 이름이 계곡에 울려 퍼졌지만,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이 다 내려오기도 전이었다.
투두두둥!
소광섭의 탈혼궁이 튕겨지며 서너 명이 꼬치에 꿰인 생선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백여 명의 고수가 한꺼번에 내려오자 전세가 완전히 무림맹과 제천신궁 쪽으로 기울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마사는 좌소천을 향해 쌍장을 떨쳤다.
“이놈!!”
좌소천은 그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무진도를 내리그었다.
찰나, 묵빛 도강이 커다란 핏빛 장영을 갈랐다.
콰쾅!
도를 타고 손목에 전해지는 둔중한 충격!
‘대단하군.’
자신의 절공참에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듯 보인다.
절대의 경지에 달한 고수.
그러나 자신을 넘어서는 자는 아니다.
“네놈이 좌소천이더냐?!”
상대가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고 묻는다.
좌소천이 되물었다.
“그대가 사사 중 하나인가?”
“오냐, 이놈! 내가 바로 마사이니라!”
그 정도만 알면 되었다.
마사라는 자에 못지않은 자가 아직도 둘이나 더 있다.
동천옹과 무영자, 염불곡과 죽귀가 그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리 유리해 보이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악청백이나 헌원신우, 혁련호정과 사도진무가 맞상대하고 있는 자들도 절대지경에 근접한 고수들이다.
시간을 지체하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하나를 먼저 처리해야겠어!’
좌소천은 무진도를 쥔 손에 내력을 흘려 넣으며 천천히 쳐들었다.
노기에 차 있던 마사의 얼굴도 신중해졌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좌소천의 강함을 알아본 것이다.
‘대체 이 어린놈을 누가 키웠기에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후우우웅!
두 사람 사이의 대기가 터질 듯이 부풀었다.
쩌저저적!
주위 삼 장의 모든 것이 두 사람의 기운에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찰나! 천천히 들린 무진도가 마사를 가리켰다.
눈앞으로 밀려드는 거대한 묵빛 도첨!
그 끝에서 환한 묵광이 번쩍인다.
무애삼식 중 두 번째, 무애일광!
눈을 부릅뜬 마사는 반사적으로 아수라혈장을 쳐냈다.
쩌엉!
일순간 백 장 두께의 만년빙이 쪼개어지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흐읍!”
마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세 걸음 물러섰다.
반면에 한 걸음 물러선 좌소천은 무진도를 하늘로 쳐들며 천천히 내리그었다.
천공멸혼(天空滅魂)!
마사는 이를 악물고 연달아 삼장을 휘갈겼다.
콰아아아!
붉고 검은 두 기운이 하늘과 땅을 뒤집을 듯이 뒤엉켜들었다.
콰르릉!
귀청을 찢을 듯한 벽력음!
휘몰아치는 기운의 파편에 대기가 진처리치며 갈라지고, 쪼개지고, 부서진다.
찰나간에 오간 오 초의 공방에 주위 삼 장이 초토화되고, 일성굉음이 이는가 싶더니 한 사람이 뒤로 튕겨졌다.
콰아앙!
“크허억!”
마사였다.
그의 왼팔은 온데간데없고, 빈 어깨 부위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왕 형!”
척발조가 헌원신우와 악청백의 합공에서 빠져나오며 경악성을 내질렀다.
사사 중 하나인 마사 왕초각의 팔이 잘렸다!
그것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특히 척발조와 유사 등 마사의 무위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일천 명의 무사가 죽어간 것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이놈!!”
척발조가 도를 늘어뜨린 좌소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죽어라, 좌소천!”
번쩍! 그의 검에서 시퍼런 검강이 다섯 자 이상 쭉 뻗쳤다.
뒤늦게 팽철과 천무단의 합공에서 몸을 빼고 도착한 유사도 척발조의 뒤를 따라 좌소천을 향해 공격했다.
절대고수 두 사람이 합공해 온다.
좌소천은 이를 악물고 무진도를 들어 올렸다.
그 역시 마사의 팔을 자른 대가로 내력이 진탕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탕된 내력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고오오오오…….
힘겹게 들어 올리는 무진도의 도첨에서 귀를 먹먹하게 하는 기음이 흘렀다.
일순간 무진도의 도첨이 가늘게 떨렸다.
기음이 벌의 날갯짓 같은 소리로 변했다.
웅웅웅웅!
찰나, 번쩍! 무진도의 도첨에서 환한 빛과 함께 묵광이 쭉 뻗었다.
무진칠도의 여섯 번째, 멸악천궁참(滅惡天穹斬)!
세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한 순간!
쿠구구구궁!
화산이라도 폭발한 듯 대기가 터져 나가며 계곡이 뒤흔들렸다.
동시에 척발조와 유사가 날아들 때만큼이나 빠르게 튕겨졌다.
좌소천 역시 뒤로 주르륵 물러나 겨우 몸을 세웠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튕겨난 두 사람을 향해 쇄도했다.
순간, 무진도의 묵빛 도강이 허공을 난자하며 그물처럼 퍼져 나갔다.
생각지 못한 좌소천의 쇄도에 두 사람의 대응이 다급해졌다.
강호에 나온 이후 이런 경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좌소천의 손에서 삼 초식이 연환식으로 펼쳐졌다.
척발조와 유사는 뒤로 물러나면서도 절대지경에 이른 고수답게 곧바로 침착함을 되찾았다.
콰과광!
벼락이 연이어 떨어지는 듯했다.
강기의 광풍폭우가 세 사람을 중심으로 휘돌며 반경 십 장여를 완전히 파괴했다.
상황이 워낙 험악하다 보니 비천사룡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모두 피하라!”
“주위에서 물러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악을 쓰며 몸을 날렸다.
순간!
쩌저적! 콰광!
계곡을 뒤흔드는 굉음이 연달아 울리더니, 갑자기 세 사람이 세 방향으로 튕겨졌다.
고오오오…….
갑자기 귀를 먹먹하게 하는 공명음이 계곡 안을 짓눌렀다.
격돌의 여파는 세 사람에게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싸우던 사람들조차 일제히 싸움을 멈추고 자신들의 흔들리는 내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러한 와중에도 사람들의 눈은 세 사람을 향했다.
무진도를 하단으로 향한 채 고요히 서 있는 좌소천.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척발조와 유사.
누가 우세한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였다.
싸움이 멈춘 틈을 타 순우경이 척발조와 유사를 향해 외쳤다.
“일단 물러갑시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이곳을 빠져나간다! 후퇴해!”
기다렸다는 듯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일제히 곡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치 계곡 위에서 급류가 밀려오는 듯했다.
오행대와 능야산의 형제들이 그들을 막았지만, 도주하기 위해 기를 쓰는 그들을 모두 붙잡아둘 수는 없었다.
더구나 앞쪽에 있던 천해의 무사들마저 계곡을 빠져나가기 위해 급류처럼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왔다.
그들 중에는 천무단원 서너 명이 합공해야 할 정도의 고수들인 사암마저 끼어 있었다.
바로 그때, 관추릉과 언자홍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밀려드는 급류에 휩쓸렸다.
“언 형! 관 형! 조심해!”
도유관이 대경하며 소리치는 순간 무정귀 둘이 언자홍을 덮쳤다. 언자홍이 두 주먹을 휘두르며 무정귀 하나의 공격을 막는 사이 또 다른 무정귀의 검이 옆구리를 뚫었다.
“크윽!”
“이 개 같은 놈들이!”
관추릉이 언자홍의 목을 향하는 무정귀의 검을 막아내고는, 허리가 반쯤 구부러진 언자홍을 낚아챘다.
“조금만 참아! 단주가 되어서 언가에 당당히 들어가겠다며! 이 정도에 무너져서야 어디 그럴 수 있겠어?”
유난히 친한 두 사람이다. 둘은 상대의 아픔을 알고 있었다. 반드시 관가장을 재건하고야 말겠다는 관추릉, 서자라는 이유로 박대만 받다가 언가장을 뛰쳐나온 언자홍.
하기에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관추릉은 마지막 한 방울 진기까지 다 짜내 무정귀들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급류는 멈추지 않고 관추릉마저 쓸고 지나갔다.
“제기랄! 크윽!”
어깨가 반쯤 베어진 관추릉이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물러서는 사이 또 다른 자가 관추릉의 등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관추릉은 왼발을 축으로 몸을 홱 돌려서 간신히 등이 갈라지는 것은 면했다. 그러나 등을 가르지 못한 도가 허벅지를 길게 베어내고 지나갔다.
“흐읍!”
신음이 터져 나온 순간, 몸놀림마저 둔해진 관추릉의 가슴을 향해 한 자루 검이 날아들었다.
땅!
찰나! 도유관이 내던진 도끼 한 자루가 관추릉의 가슴을 파고드는 무정귀의 검을 튕겨내고, 무정귀가 멈칫한 사이 능야산의 비도가 무정귀의 이마에 틀어박혔다.
“관 형은 언 형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
도유관이 소리치며 관추릉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능야산과 홍려운, 종리명한이 도유관과 함께 밀려드는 급류의 앞을 가로막았다.
“얼마든지 덤벼! 미친 새끼들아!”
그들의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무정귀들도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비켜갔다.
하지만 위에서 밀려드는 급류에 맞부딪친 곳은 그곳만이 아니었다. 가장 격한 급류는 능야산의 형제들을 향해서였다.
한꺼번에 백여 명이 밀려든다.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쓸어버릴 것 같은 기세!
헌원신우조차 이를 갈며 형제들을 한쪽으로 비켜서게 했다.
“놈들을 가게 놔둬라!”
“숙부!”
“오늘만 날이 아니다, 영운! 오늘은 참고 다음을 기약해라!”
자신 역시 한 놈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놈들의 피로 죽어간 형제들의 원혼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도주하는 자 몇 잡자고 얼마 되지 않는 형제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일. 분하지만 하는 수 없었다.
한편, 좌소천은 적의 도주에도 아랑곳없이 척발조와 유사를 무심한 눈으로 직시했다.
연이은 충격에 가슴이 턱 막혔다.
심장은 터질 듯이 쿵쿵거리고 비릿한 피냄새가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절대고수 세 사람을 혼자서 상대한 그다.
그중 한 사람의 팔을 자르고, 두 사람의 전력을 다한 협공을 받아내며 역공마저 하지 않았는가.
현재 그의 능력으로는 무리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표를 내지 않고 무진도를 쥔 손에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충격을 받은 것은 자신만이 아니다. 상대들도 자신 못지않은 내상을 입었다.
창백한 혈색, 부릅뜬 눈. 척발조와 유사는 분노와 경악이 범벅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기만 할 뿐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약세를 보이면 엉뚱한 생각을 할지 모르는 일.
“사사, 과연 듣던 대로군.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나를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좌소천이 무심한 목소리로 말하며 무진도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휘이잉.
옆으로 뻗은 무진도에서 은은한 기운이 회오리쳤다.
척발조와 유사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몇 수에 승패를 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자신들 둘의 합공이면 상당한 충격을 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만 같았다.
“정말 괴물 같은 놈이로구나!”
척발조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