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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65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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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5화

 

165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어지간한 대문파도 이곳에 모인 본 가의 전력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산적들을 소탕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것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언제쯤 도착할 것 같은가?”

 

“한두 시진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으음…….”

 

순우무종이 인상을 쓰며 다시 술잔을 잡는다. 손자기는 묵묵히 듣기만 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하는 나가서 수하들 상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알았어. 나가봐.”

 

짜증을 내듯이 손을 젓는 순우무궁이다.

 

돌아서는 손자기의 눈이 가늘어졌다.

 

‘흥! 지금까지 대문파를 상대해 보기나 했나? 기껏해야 중소문파만 상대해 봤지.’

 

총령주 휘하 일천이백 명의 무사가 모두 모였다면 강대종의 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는 칠백 명뿐이다.

 

자신이 생각할 때 오늘 밤 나타난 자들은 결코 산적이 아니다. 만일 그들이 구대문파 중 한 곳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자들이라면 길함보다는 흉함이 더 컸다.

 

물론 그러한 문파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일은 없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었다.

 

‘조호이산(調虎離山)……. 분명해. 그들은 본 가의 힘을 마을 밖으로 빼내고 있어. 산적? 웃기는 소리지.’

 

손자기는 지그시 이를 물고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2

 

 

 

 

 

불룩하게 배가 나온 달이 서쪽으로 기울어갈 즈음.

 

좌소천은 호법들과 능야산의 형제들을 대동한 채 산을 내려가 사가촌으로 진입했다.

 

마을에 있던 칠백여 명의 무사 중 삼백수십 명이 빠져나갔다. 그들은 화정대와 무토대에 의해 고립되어 있을 것이었다.

 

남은 자는 삼백 정도. 하지만 그들조차 반수 이상은 마을 입구로 나가 있는 상태였다.

 

지금쯤 그들도 화정대와 무토대에 갇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마을을 떠났을 터.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목령대가 갔으니 그곳은 그것으로 충분히 해결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들은 오백 정도. 하지만 그들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수룡대와 금강대가 그들을 마중하러 갔으니까. 날이 샐 때쯤이면 삼십여 리 서쪽에 까마귀 떼가 득시글거릴 것이다.

 

어쨌든 마을에 있는 백수십 명만 제거하면 천외천가의 한 축이 무너진다는 말.

 

‘이제 시작이다, 천외천가여! 절대,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

 

좌소천은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길게 뻗은 마을길로 들어섰다.

 

“마을 사람들은 다 피했소?”

 

“지금쯤 대부분이 외곽으로 피신했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처럼 가장하고 몇 사람이 마을로 들어갔다.

 

그들은 화정대가 작전을 시작함과 동시, 소란을 틈타 마을 사람들을 외곽으로 피신시켰다. 장원에 있는 무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일지 모른다며 겁을 주어서.

 

물론 모든 사람이 다 피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장원 안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만도 적지 않을 테니까.

 

‘그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기만 바라는 수밖에.’

 

이미 작전은 마지막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상태. 몇 사람 때문에 시작된 작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쭉 뻗은 마을길을 반쯤 지나자 저만치 길 끝에 장원이 보였다.

 

낡은 건물, 지붕 위에 난 잡풀들. 오랫동안 가꾸지 않아 허름해 보였지만, 그나마도 사가촌에서는 유일하게 장원의 모양새를 갖춘 곳이었다.

 

뻐드렁니의 말에 의하면 그곳이 바로 촌장의 집이라 했다.

 

순우무종이 머물 만한 곳은 오직 그곳밖에 없었다.

 

좌소천이 일행들과 함께 장원으로 접근하자, 칠팔 명이 골목에서 튀어나오더니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에 속한 자들이냐? 왜 여기서 얼쩡거리는 것이지?”

 

쉬쉭!

 

대답 대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작은 비수가 세 사람의 입과 이마에 틀어박혔다.

 

동시에 은빛 도끼가 어둠을 가르며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떨어져 내렸다.

 

빠박!

 

“커억!”

 

뒤늦게 경악성이 터졌다.

 

“헉! 적이구나! 커억!”

 

전하련이 채찍으로 그의 목을 휘감아 한쪽으로 던져 버리자, 이자광과 홍려운이 남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덩치의 무시무시한 쇄도에 남은 두 사람은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소란이 일자 마을에 남았던 자들이 몰려들었다.

 

“적이다! 적이 마을로 들어왔다!”

 

“총령주님을 지켜라!”

 

뒤쪽에 처져 있던 능야산의 형제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천외천가의 무리.

 

그 사실만으로도 능야산의 형제들은 피가 끓었다.

 

몸을 던져 적을 막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던 부모 형제. 그들의 목소리가 이명(耳鳴)처럼 귀청을 울렸다.

 

“우리에게 먼저 맡겨주시오, 궁주.”

 

헌원신우가 좌소천의 곁을 스쳐 가며 말했다.

 

능야산도, 목영운도, 누하진과 목영락 등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빼 들며 좌소천의 말을 기다렸다.

 

거부할 수 없는 결연한 표정!

 

적이 아직 다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다 나온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좌소천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능 호법도 함께하시오.”

 

풀어야 할 한이 있다면 풀게 해주어야 했다.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감사합니다, 주군!”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 헌원신우가 검을 빼 들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형제들의 핏값을 받아내자!”

 

싸늘한 살기가 그들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뽑아 든 도검에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헌원신우가 앞장서고, 능야산과 누하진과 목영락, 목영운을 비롯해 절정의 경지의 올라선 십여 명이 바로 뒤를 따랐다.

 

일시지간, 능야산의 형제들이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덮쳤다.

 

“놈들을 막아라!”

 

“장원으로 가지 못하게 해!”

 

“으악!”

 

“크어억!”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비명!

 

능야산의 형제들은 손속에 손톱만큼의 인정도 남겨두지 않았다.

 

상대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초식을 허비하지도 않았다.

 

오직 진초, 살초만을 펼쳤다.

 

검이, 도가, 각자의 손에 들린 무기가 허공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살이 갈라지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피가 솟구쳤다.

 

쏴아아아!

 

폭풍! 피의 폭풍이 어둠을 쓸며 지나갔다!

 

“으헉!”

 

“크악!”

 

“사, 살귀들이다!”

 

피의 회오리에 휘말린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능야산의 형제들은 조금도 손을 늦추지 않았다.

 

“살귀라고? 네놈들은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천외천가의 개들아!”

 

누하진이 악에 바친 노성을 토해내며 천외천가의 무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하나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최대한 처참하게 죽이겠다는 듯!

 

그러한 마음은 누하진만이 아니었다.

 

별다른 말이 없던 목영락도, 젊은 목영운도,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헌원신우도 마찬가지였다.

 

“더러운 천외천가 놈들을 모두 죽여라!”

 

그들이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절한 비명이 창공을 찢으며 울려 퍼지고, 수십 명이 힘도 못써보고 무너졌다.

 

그때였다. 장원 안에서 천외천가의 핵심고수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왔다.

 

“어떤 놈들이 감히 천외천가를 모욕한단 말이냐!”

 

강대종의 외침이 사가촌의 밤하늘을 뒤흔들고, 칠팔십 명의 고수가 날아들며 능야산의 형제들 머리 위에서 쏟아졌다.

 

모두가 일류 이상의 경지에 이른 무사들. 마침내 사가촌에 들어온 천외천가 최강의 전력이 모두 나온 것이다.

 

좌소천은 뒷짐 진 손을 풀고 전면을 바라보았다.

 

적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러나 능야산의 형제들이 밀릴 정도는 아니다.

 

‘저들이 다는 아닐 것 같은데…….’

 

장원에서 기이한 기운이 느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좌소천이 기광을 발하며 장원을 바라보는 사이, 장원의 정문 지붕 위에 한 사람이 올라섰다.

 

서른이 조금 넘어 보이는 나이. 이를 악물고 분노의 눈빛을 쏟아내는 자. 

 

좌소천은 직감으로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순우무종?’

 

일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네놈들은 누구냐? 누군데 감히 본 가를 공격하는 것이냐?!”

 

순우무종이 악을 쓰듯이 물었다.

 

좌소천이 무심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대가 순우무종인가?”

 

“그렇다! 내가 바로 천외천가의 순우무종이다. 그러는 네놈은 누구냐?!”

 

좌소천이 대답하기도 전에 헌원신우가 먼저 움직였다.

 

신형을 허공으로 띄운 그가 신검합일이 되어 날아가며 노성을 내질렀다.

 

“천외천가의 종자! 목을 내놔라!”

 

“어딜 감히!”

 

강대종이 두 명의 상천단 무사와 함께 헌원신우의 앞을 막았다. 그걸 본 목영운이 즉시 헌원신우의 뒤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콰과광!

 

다섯 사람이 뒤엉키며 거대한 기운이 회오리쳤다.

 

“크윽!”

 

“흐억!”

 

벼락이라도 맞은 듯 두 명의 중년 무사가 튕겨져 날아가고, 강대종 역시 뒤로 밀려 이 장을 날아가서야 땅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그들이 막는 바람에 헌원신우와 목영운도 순우무종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서야만 했다.

 

그때 순우무종이 눈및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헌원신우와 목영운이 펼친 검법을 알아본 것이다.

 

“묵령신류검! 이제 보니 묵령천 놈들이었구나!”

 

헌원신우와 목영운은 대답 대신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공격하며 순우무종을 향해 다가갔다.

 

능야산의 형제들 역시 전력을 다해 길을 뚫었다. 

 

반드시 순우무종만은 죽이겠다는 듯!

 

그런데도 순우무종은 정문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를 믿는 듯 표정만 더욱 차가워졌다.

 

“미처 몰랐구나. 묵령천의 종자들이 이렇게 많이 살아 있었다니! 사령들아!”

 

그가 이를 갈며 소리침과 동시였다. 다섯 줄기 그림자가 순우무종의 옆에 뒤로 유령처럼 내려섰다.

 

좌소천의 눈빛이 찰나간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기운의 주인이 저들이었나?’

 

고요히 내려선 그들은 쇠를 부어 만든 것 같았다.

 

완벽한 무표정.

 

언뜻 봐서는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절대 정상은 아니다. 뭔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단련시킨 자들이야.’

 

좌소천은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능야산의 형제들이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순우무종의 곁에 내려선 자들이다. 미처 예상에 없던 자들. 그들이 가세하면 상황이 급변할 것이었다.

 

수십 년 쌓인 한을 푸는 대가로 약간의 피해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많은 피해는 결코 좌소천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좌소천이 걸음을 옮김과 동시, 기다렸다는 듯 호법들과 비천사룡이 뒤를 따랐다.

 

네 명의 장로도 어기적거리며 뒤를 따라 움직였다.

 

“헌원 대협, 더는 안 되오. 우리가 나서겠소.”

 

좌소천의 전음에 헌원신우가 이를 갈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아는 것이다. 자신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하고 원통하지만 현실이 그러니 하는 수 없었다.

 

‘묵령천이라…….’

 

좌소천은 순우무종의 말을 되새기며 좌수 엄지로 무진도를 밀어 올렸다.

 

능야산의 형제들을 말하는 듯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왠지 모르게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품속의 묵령기환보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가?

 

그때다. 순우무종이 전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사령들아, 놈들을 죽여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마침내 지붕 위에 서 있던 다섯 사람이 유령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소천은 무진도를 잡아가며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순간, 비천사룡을 비롯해 공손양과 도유관 등이 일제히 무기를 빼 들고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어르신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동천옹과 죽귀, 염불곡은 좌소천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무영자만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내며 좌소천을 따라왔다.

 

“한 놈만 나에게 맡기게나. 아무래도 수상한 놈들이야. 잡아서 연구해 봐야겠어.”

 

좌소천은 무영자가 따라오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무진도를 빼 들었다.

 

찰나! 한줄기 묵선에 어둠이 반으로 갈라졌다.

 

쩌적!

 

무진도에서 뻗은 도강의 동선에 오사령 중 하나가 걸렸다 싶은 순간, 쾅! 굉음과 함께 반으로 부러진 검을 든 사령 하나가 훌훌 날아갔다.

 

무영자는 잘되었다는 듯 튕겨진 사령을 쫓아갔다.

 

그사이 좌소천은 전장의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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