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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9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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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99화

 

199화

 

 

 

 

 

 

쾅!

 

장한은 입을 쩍 벌린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털썩! 널브러진 그는 두어 번 피를 쏟아내더니 파르르 떨며 몸이 굳어버렸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은 좌우로 갈라지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서 형!”

 

“네놈이 서 형을 죽이다니!”

 

하지만 막상 달려들지는 못했다.

 

자신들과 엇비슷한 동료가 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한 채 죽었다. 

 

둘 다 명색이 일류고수. 간덩이가 아무리 부었다 해도 그 상황을 이해 못할 그들이 아니었다.

 

“네놈은 누구냐? 누군데 이곳에 와서 살인을 하는 것이냐!”

 

“감히 이곳에서 살인을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치며, 좌소천을 향해 도검을 겨누었다.

 

산 위의 동료들이 자신들의 외침을 들었을 터. 그들이 몰려올 때까지만 버티면 죽는 것은 눈앞의 건방진 놈이 될 것이다.

 

좌소천은 그들이 소리를 지르도록 그냥 놔두었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나쁠 것 없었다. 넓은 산을 일일이 뒤지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러나 한없이 놔둘 수도 없는 일. 좌소천은 두 사람이 계속 소리만 지르고 덤벼들지 않자, 스윽, 한 걸음에 거리를 좁히며 두 사람이 내뻗은 도검 사이를 파고들었다.

 

신형이 어른거린다 싶은 순간, 두 사람의 코앞에 좌소천이 나타났다.

 

두 장한은 깜짝 놀라서 도검을 휘둘렀다.

 

좌소천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칼을 우수의 손날로 튕겨내고, 가슴으로 뻗어오는 검은 좌수로 붙잡아서 부러뜨렸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가슴에 쌍권을 내질렀다.

 

콰직! 쾅!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사이 좋게 훌훌 날아가서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좌소천은 그들을 보지도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오십여 장쯤 올라갔을 때, 오른쪽 절벽 위에서 세 사람이 깃털처럼 날아 내렸다.

 

셋 다 육십은 되어 보이는 노인들이었다. 

 

그들 중 가운데 있는 염소수염의 노인이 좌소천을 노려보며 바위를 긁는 웃음을 흘렸다.

 

“클클, 어린놈의 손속이 참으로 매섭구나.”

 

좌소천은 그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이제 시작인가?’

 

그때 상투를 틀고 삼색 띠로 머리를 묶은 노인이 유난히 붉은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어린놈아, 네놈은 누군데 겁도 없이 이곳엘 올라왔느냐?”

 

좌소천은 세 노인을 차례대로 둘러보며 나직이 말했다.

 

“천외천가의 분들은 아닌 것 같소만.”

 

“킬킬킬, 가주가 특별히 빈객으로 초대한 분들이니라. 강호에서는 우리를 기산삼왕이라 부르지.”

 

기산삼왕?

 

기도 안 차는 소리다. 섬서에서 그들을 부르는 이름은 기산삼마(岐山三魔), 혹자는 그들을 기산삼귀라고도 불렀다.

 

절정에 이른 고수로, 성격이 독랄해서 그렇지 실력만큼은 인정을 받는 자들.

 

이들이 종남에 와 있는 걸 보니 순우연이 강호의 고수들을 상당수 포섭한 듯했다. 

 

하긴 자신들만의 힘으로 섬서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그도 모르진 않겠지.

 

“기산에 미친 마귀 세 마리가 있다더니, 바로 노인장들이었군.”

 

담담한 말투지만 빈정거림이 가득하다.

 

얼굴 전체가 잘 익은 대추처럼 붉은 노인, 기산삼마 중 첫째인 홍안귀마(紅顔鬼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그냥 목만 따서 들고 가려 했더니, 사지가 뜯기기를 자처하는구나.”

 

좌소천은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누구 머리가 떨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그의 중얼거림에 염소수염의 노인, 곡도마(曲刀魔)가 갈고리처럼 휘어진 기형도를 빼 들고 앞으로 나왔다.

 

“손속만 독한 줄 알았더니 주둥아리도 제법이구나, 어린놈.”

 

“곧 알게 되겠지만, 아마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독할 거야.”

 

그의 목소리가 끝을 맺을 즈음, 곡도마가 성큼 걸음을 옮겨 단걸음에 좌소천을 덮쳤다.

 

“죽어라, 이놈!”

 

순간 좌소천의 신형이 흐릿하니 변하는가 싶더니 곡도마의 품 안으로 빨려들었다.

 

흠칫한 곡도마는 기형도를 휘두르며 좌소천의 접근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좌소천의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십여 개의 수영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곡도마의 도를 쥔 팔을 움켜쥐었다.

 

우드득!

 

봄바람에 마른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나고, 곡도마의 입이 쩍 벌어졌다.

 

“크억!”

 

홍안귀마와 삼혼마가 대경해 달려들었다.

 

“노가야!”

 

홍안귀마의 손에 붉은빛 나는 검이 들리고, 삼혼마는 허리춤에서 삼색편을 풀었다.

 

설마 곡도마가 두어 수도 견디지 못할 줄이야!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쾅!

 

곡도마의 가슴에 일권을 틀어박은 좌소천이 이마(二魔)를 향해 돌아섰다.

 

그의 우수가 묵령기환보를 잡음과 동시였다. 

 

좌소천의 몸이 스르르 둘로 갈라지는가 싶더니, 갈라진 신형이 각기 이마를 향해 묵령기환보를 뻗었다.

 

금환비영의 모태, 환상자가 남긴 천고의 신법 환상비영이 처음으로 펼쳐진 것이다.

 

벼락처럼 뻗어나가는 두 줄기 묵광!

 

홍안귀마의 눈이 부릅떠지고, 삼혼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둘로 갈라졌다고 해봐야 단순한 환영일 뿐이라 생각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허상이어야 맞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둘 다 허상이 아닌 것 같다. 

 

두 좌소천에게서 뻗어 나오는 곤강에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담겨 있지 않은가 말이다.

 

스스스슥!

 

따당! 투둑!

 

홍안귀마의 붉은빛 나는 검이 부러지고, 삼혼마의 삼색편이 세 조각으로 잘렸다.

 

동시에 시커먼 묵빛 강기가 두 사람의 가슴을 관통했다.

 

퍼벅!

 

“어, 어떻게……?!”

 

물러설 틈도 없었다. 더듬거리며 그 자리에서 무너지는 홍안귀마와 삼혼마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그대들이 조금 먼저 가는 것일 뿐, 곧 산 위에 있는 자들도 그대들을 따라 지옥으로 가게 갈 것이다.”

 

좌소천은 묵령기환보를 거두어들이고는 그들에게서 뒤돌아섰다.

 

그때였다. 묵직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너는 누구냐?”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귀청이 쩡쩡 울리는 소리.

 

좌소천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는 저 앞에 있는 암봉 위를 바라보았다.

 

높이 이십여 장의 암봉 정상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핏빛 장포를 걸친 강인한 인상의 중년인. 석양이 비쳐서 그런지 그가 입은 장포가 더욱 붉어 보인다.

 

그리고 무릎에 얹어진 커다란 도 한 자루.

 

좌소천은 이채를 띤 눈으로 그를 보며 되물었다.

 

“무진이라 하오만, 그러는 귀하는 뉘시오?”

 

“귀하라……. 좋아, 기산삼마를 단숨에 죽일 정도면 자격을 인정해야겠지. 나는 모용빈이라 한다.”

 

‘역시 그였나?’

 

그에게서 뻗치는 기운과 겉모습을 보고 대충 짐작은 했다. 

 

그래도 자신의 짐작이 맞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누군지 알기 때문이다.

 

도에 관한한 천하제일을 다투는 고수. 구마 중 한 사람.

 

적천마도신(赤天魔刀神) 모용빈!

 

그는 구마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진정한 고수였다.

 

인정사정없는 패도적인 도로 인해 마인으로 불리지만, 성격이 곧아 ‘도신(刀神)’이라 불리는 자. 

 

혹자는 그를 도제(刀帝)라 칭하며, 오제가 아니라 육제가 되어야 한다고까지 할 정도다.

 

그런 사람이 천외천가의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좌소천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귀하 같은 사람이 천외천가의 사람이 되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소.”

 

모용빈의 이마에 세 줄기 굵은 주름이 그어졌다.

 

그는 좌소천을 노려보더니 훌쩍 몸을 날렸다.

 

단숨에 좌소천과 십여 장 떨어진 거리에 내려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은 강자가 지배하는 법. 그들은 강하다. 그게 내가 그들을 선택한 이유지. 물론 다른 이유도 하나 있지만, 그것은 그대가 알 필요없다. 내 개인적인 일이니까.”

 

좌소천은 무심한 눈으로 모용빈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좇는 자. 그게 모용빈이다. 

 

강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천외천가를 선택한 절대고수.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소?”

 

“내기?”

 

“삼 초를 겨루어 나에게 지면, 천외천가를 떠나시오.”

 

모용빈의 두 눈에 어이없어하는 빛이 떠올랐다. 설마 그런 제의를 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전력을 다해야 할 거요. 아니면… 살아서 종남을 내려갈 수 없을 테니까.”

 

모용빈의 전신에 잠든 기운은 그가 왜 구마 중 최강의 하나로 꼽히는지 알게 해주고도 남는다. 

 

능히 오제와 비견되는 고수.

 

그러나 공야황보다 강하지는 않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완벽히 이기기 위해선 적어도 이십여 초는 겨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시간이 걸리는 것도 그렇지만, 모용빈과의 대결에 힘을 너무 쏟아내면 그다음이 문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믿을 수 없군, 믿을 수 없어. 나 모용빈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모용빈의 입가에 가느다란 웃음이 걸렸다. 분노로 인한 살소였다.

 

“그 말은 삼 초 후에 해도 늦지 않소.”

 

좌소천은 여전히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묵령기환보를 꺼내들었다. 

 

순간, 그의 전신에서 종남산을 짓누르는 웅혼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모용빈의 표정이 굳어지고, 두꺼운 입술이 꽉 다물렸다. 

 

좌소천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적룡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잡아 뽑았다.

 

스르릉…….

 

그의 옷만큼이나 붉은 도신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모용빈은 손에 들린 적룡도를 옆으로 늘어뜨리고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정말 좋군. 이런 흥분, 아주 오랜만이야.”

 

좌소천은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전력을 다한 삼 초의 대결!

 

짧은 만큼 적지 않은 충격을 줄 터.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빨리 끝내고 촌각이라도 더 내력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었다.

 

“그럼 시작해 보지요.”

 

후우우웅!

 

묵령기환보에서 맑은 울음이 흘러나온 순간, 끝에서 금빛 광채가 쭉 뻗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리고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검광!

 

마침내 묵령천검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모용빈은 이를 지그시 다물고 적룡도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시뻘건 도강이 적룡도의 도첨에서 넘실거리며 뻗어 나왔다.

 

찰나, 좌소천과 모용빈이 서로를 향해 신형을 날리고, 금룡과 적룡이 이를 드러낸 채 얽혀들었다.

 

콰아아아!

 

 

 

우르릉! 콰광! 쩌저적!

 

갑자기 종남산이 뒤흔들렸다.

 

산속 곳곳에 퍼져 있던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난데없는 소란에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마사의 외침에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모두 경계를 강화하고 자리를 지켜라!”

 

마사는 눈을 부릅뜨고 산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싸움이다. 대체 누가 싸우고 있단 말인가?’

 

우암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르신,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현재 종남에 있는 사람 중 저 정도의 기운을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은 셋뿐이다. 

 

자신과 우암, 그리고 모용빈.

 

그가 급히 물었다.

 

“우암, 모용빈은 어디로 갔느냐?”

 

“좀 전에 바람 좀 쐰다고 산을 내려갔는데……. 그럼……?”

 

우암의 파르르 떨리는 눈이 마사를 향했다.

 

“즉시 사람들을 소집해라.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들만 모아!”

 

마사의 다급한 명령에 우암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열일곱 명의 사람을 모아 왔을 때 종남산을 울리던 소리가 멎었다.

 

누가, 누가 이겼을까?

 

‘설마 모용빈이 지지는 않았겠지?’

 

마사는 그렇게 믿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몇 달 전 좌소천에게 팔을 잘린 후로 세상이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그다.

 

모용빈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는 자신과 비슷한 경지에 오른 정도. 세상에는 그보다 더 강한 자가 있다.

 

천혈마신 공야황, 그리고 절대공자 좌소천.

 

좌소천이 떠오르자 이를 악문 마사의 눈빛이 잘게 떨렸다.

 

분노, 치욕, 두려움.

 

그는 그 마음을 떨치겠다는 듯 우암을 향해 소리쳤다.

 

“우암, 사람들을 데리고 가봐라! 어서!”

 

 

 

삼 초의 대결이 울퉁불퉁하던 산길을 평평하게 만들어 버렸다.

 

바위가 깎이고 부서져 평평하게 변해 버린 곳.

 

모용빈은 그 한가운데 서서 적룡도를 늘어뜨린 채 전면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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