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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9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97화

 

197화

 

 

 

 

 

 

흐트러진 머리와 거칠게 자란 수염으로 인해 나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눈가의 주름이 많지 않은 걸 보면 서른 정도?

 

허리에 매달린 자루의 매듭이 세 개라면 개방에서의 지위 또한 낮지 않다는 말.

 

좌소천은 추운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응을 기다렸다.

 

“뭘 말씀입니까?

 

추운개는 목적이 있는 은자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반짝이는 은자가 자신의 바구니에서 사라지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지 뭐.’

 

별것 아니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대답해 줄 수 있었다. 밥 먹을 때만 쉬고.

 

만약에 자신이 대답하기 껄끄러운 것이라면…….

 

‘튀지 뭐.’

 

그래도 신법이라면 자신이 있는 추운개였다.

 

그때 좌소천이 물었다.

 

“강호의 상황을 알고 싶소. 오랜만에 산을 내려왔더니 하도 시끄러워서 말이오.”

 

추운개는 은자가 완벽하게 자기 것이 되었다는 생각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최근 강호의 상황을 모르는 강호인이 누가 있을까?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만 해줘도 밤이 될 때까지 거뜬히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 역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험, 그런 거라면 사람을 잘 찾으셨소이다.”

 

그는 쓱쓱 옆 자리를 털었다.

 

“이리 앉으시구려. 좀 긴 이야기니까.”

 

좌소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추운개 옆에 앉았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추운개가 힐끔 장원 쪽을 바라본 후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은자 두 냥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기는 아깝지만, 그래도 소협이 마음에 들어서 해주는 거요.”

 

아마 개방 분타의 새끼거지들이 들었다면, 당장 ‘도둑놈!’이라며 한 소리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좌소천은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이다. 그럼 최근 일어난 일부터 알려주시구려. 큰 싸움이 일어났다는데, 그 내용을 알고 싶소.”

 

당연히 그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 그것만 해도 하루 정도는 쉬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었으니까.

 

“험, 알겠소.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추운개가 천외천가와 무림맹과 제천신궁 연합세력 간의 전쟁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각 동안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좌소천도 아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일각이 지나갈 무렵부터는 자신이 환상천부에 들어간 이후의 이야기였다.

 

좌소천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추운개의 말이 옆길로 새면 살짝 비틀어서 길을 바로 잡아주었다.

 

“군병들이 나섰다는데.”

 

“아, 그것 말이오? 정말 대단했지요. 그러니까…….”

 

“지부들을 세우고 대립했다고도 들었소만.”

 

“그거야 내가 당연히 잘 알지요. 하하하…….”

 

“산양이 무너졌다 들었는데…….”

 

“정말 굉장했지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오면서 상주를 공격할 거라는 소문을 들었소. 사실이오?”

 

그 말에 추운개의 표정이 슬며시 굳어졌다.

 

“어제 이미 끝났소.”

 

좌소천의 표정도 굳어졌다.

 

추운개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풍성보가 불타고, 무림맹과 제천신궁의 무사들은 낙남으로 후퇴했소.”

 

“천외천가가 이겼단 말입니까?”

 

“그랬으니까 후퇴한 것 아니겠소?”

 

“사람이 많이 죽었겠군요.”

 

“양쪽 합쳐서 일천이 넘게 죽었다 합디다.”

 

좌소천은 이를 지그시 다문 채 잇새로 물었다.

 

“죽은 사람들 중 유명한 사람들도 많겠군요.”

 

“물론이오. 혹시 폭양도 팽철이나 파혼신창 악청백이라는 이름을 들어봤소?”

 

순간 좌소천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추운개가 그 말을 꺼낸 이유를 아는 까닭이다.

 

“그들도… 죽었소?”

 

“정말 굉장했다고 합니다. 악청백이 천혈마신을 막은 덕에 많은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결국 그는 천혈마신의 손에 죽고 말았지요. 창을 바닥에 꽂고 뻣뻣이 선 채 말이오.”

 

‘악 대주!’

 

질끈 감은 좌소천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그러든 말든 추운개는 장원을 힐끔거리며 말을 이었다.

 

“오죽했으면 그의 투기에 감탄한 천혈마신이 수하들에게 그의 시신은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놔두라고 했다는 소문이오.”

 

좌소천은 천천히 눈을 떴다. 

 

가늘게 뜨인 그의 눈 깊은 곳에서 은은한 묵빛 금광이 번뜩였다.

 

“그 후의 일에 대해서도 들었으면 싶소만.”

 

추운개가 움찔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작수의 무인들 중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마 좌소천이 중요한 점만 콕콕 짚어서 묻지 않았다면, 정말 하루 종일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의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마 작수에 열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개방의 작수 부분타주인 자신이었다.

 

“험, 그건 나도…….”

 

추운개는 헛기침을 하고 슬며시 고개를 돌였다.

 

좌소천은 그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비밀에 가까운 이야기여서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좌소천은 질문을 돌렸다.

 

“저곳이 천외천가의 작수 지부요?”

 

움찔한 추운개가 입을 꾹 닫고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고요히 가라앉은 눈으로 장원을 바라보는 좌소천의 눈빛이 한없이 깊다. 꼭 이 년 전에 보았던 개방의 장로 웅풍개의 눈빛처럼.

 

‘뭐야? 강호초출의 애송이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그때 좌소천이 다시 물었다.

 

“저곳에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많소?”

 

“그야 당연히…….”

 

“얼마나 되오?”

 

“아마 오백쯤?”

 

“고수들은 얼마 없겠군요. 대부분이 무림맹과 싸우기 위해서 떠났을 테니 말이오.”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소. 저곳 사람들은 거의 떠나지 않았소.”

 

추운개는 대답하며 좌소천을 재빠르게 훑었다.

 

‘이 자식, 뭐지? 무게 잡는 게 보통이 아닌데?’

 

좌소천은 추운개의 행동을 못 본 척하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저곳을 감시하고 있는 거요?”

 

추운개의 눈이 한순간 흔들렸다.

 

“무슨… 말을?”

 

“저들의 움직임과 화산 쪽 일이 연관되어 있소?”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 계속되자 추운개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 하……. 나원…….”

 

그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옆구리의 타구봉을 잡아갔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때다. 좌소천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모르겠다면 하는 수 없지요. 조금 있다 이곳에서 봅시다.”

 

추운개가 움찔한 사이 좌소천이 처마 밑을 나섰다.

 

추운개는 좌소천의 등을 노려보며 망설였다.

 

‘저거 확 뒤통수를 갈겨 버려?’

 

허름한 청의를 보면 천외천가의 무사 같지는 않았다.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모두 번지르르한 새 옷을 입고 다녔으니까.

 

천외천가의 무사만 아니라면 작수에서 자신을 닦달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도 왠지 께름칙했다.

 

자연스런 태도.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안정된 걸음걸이. 단순한 애송이가 아닌 듯했다.

 

‘지미, 참자, 참아. 걷는 걸 보니 칼 좀 쓰는 것 같은데……. 하아, 작수의 광견 추운개, 성질 많이 죽었다, 씨발.’

 

 

 

‘저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좌소천은 추운개의 망설임을 뒤로한 채 장원을 향해 걸어갔다.

 

비류장(飛流莊). 천외천가의 작수 지부를 향해서.

 

꼭 정보를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악 대주님, 당신의 죽음 앞에 천외천가 무사들의 목을 바치겠습니다!’

 

악청백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후방의 지부들이 무너지면 저들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터. 그것이 화산의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정지!”

 

좌소천이 정문으로 다가가자 두 명의 위사가 앞을 막았다.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위사의 질문에 좌소천은 주먹으로 대답했다.

 

퍽퍽!

 

두 명의 위사가 훌훌 날아가자 다른 두 위사가 검을 빼 들고 달려왔다.

 

“뭐야, 저 새끼?”

 

“네놈이 감히!”

 

하지만 그들 역시 일 장 거리에 들어오기도 전에 달려오던 것보다 더 빨리 뒤로 튕겨졌다.

 

콰당!

 

튕겨진 두 위사가 날아가 부딪치며 정문이 활짝 열렸다.

 

좌소천은 활짝 열린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장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저건 뭐지?”

 

상황을 파악할 시간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사이 좌소천은 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가며 무사들을 파악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평범한 무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을 상대하느라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넌 뭐지? 이곳의 무사가 아닌 것 같은데?”

 

커다란 덩치를 지닌 무사 하나가 앞을 막았다. 말투로 봐서 본래 비류장의 사람이 아닌 듯했다.

 

좌소천은 그에게도 대답 대신 주먹을 내밀었다.

 

쾅!

 

“컥!”

 

커다란 덩치가 답답한 신음을 토하며 훌훌 날아간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자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저놈을 잡아!”

 

“적이다!”

 

좌소천은 그들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훌쩍 몸을 날려 더 깊숙이 들어갔다.

 

 

 

추운개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벌떡 일어났다.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던 애송이가 비류장으로 다가갈 때만 해도 자리를 떠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 비류장의 정문을 지키던 위사들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어라?’

 

깜짝 놀란 그가 눈을 크게 뜨고 어찌 된 일인가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애송이가 비류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안에서 소란이 일었다.

 

‘제길, 대체 뭔 일이래?’

 

벌떡 일어선 그는 비류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담에 찰싹 달라붙어서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 그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마, 맙소사!”

 

 

 

좌소천은 가로막는 자들을 모조리 한주먹에 쓰러뜨렸다.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 사방에 널브러지고 사방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퍽! 퍼벅!

 

“커억!”

 

“끄윽!”

 

소란이 커지자, 덜컹! 전각의 문이 열리더니 십여 명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냐?!”

 

“이곳이 어딘 줄 알고 감히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고함을 치며 나오는 자들. 천외천가의 무리들이다. 

 

그들 중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가 반이 넘는다.

 

좌소천은 우르르 나오는 그들을 향해 다가가며 마침내 무진도를 빼 들었다.

 

“그대들의 목숨으로 악 대주님의 원혼을 위로할 것이다!”

 

분노 섞인 음울한 목소리가 비류장에 울림과 동시, 무진도에서 은은한 묵광이 흘러나왔다.

 

달려나오던 자들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서너 사람이 무기를 빼 들고 달려들었다.

 

“미친놈!”

 

“죽어라, 어린놈!”

 

순간, 좌소천이 걸음을 옮기며 무진도를 횡으로 그었다.

 

쭉 뻗어나간 묵빛 도강이 비류장의 허공을 길게 가르며, 달려들던 세 사람마저 갈라 버렸다.

 

화아악!

 

허공을 붉게 물들이며 솟구치는 피분수!

 

세 명의 고수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거꾸러진다.

 

“헛!”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안 천외천가의 무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좌소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들을 향해 발을 떼었다.

 

찰나간에 천외천가의 고수들 사이로 뛰어든 좌소천은 우수로 무진도를 휘두르고, 좌수로는 건곤신권과 금라천수를 번갈아 펼쳤다.

 

일도에 상대의 무기와 몸이 한꺼번에 갈라지고, 일권 일수가 내질러질 때마다 폭죽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절정의 고수들이 튕겨나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공포.

 

비명처럼 울리는 경악성이 비류장의 하늘을 뒤흔들었다.

 

“사, 살귀다!”

 

“악마 같은 놈! 모두 달려들어서 저놈을 죽여라!”

 

“아, 안 돼! 저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피해! 물러서!”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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