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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92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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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92화

 

192화

 

 

 

 

 

 

2

 

 

 

 

 

공손양은 풍성보에 있던 순우무종을 일단 영풍산장으로 옮겼다.

 

순우무종은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염불곡이 귀령을 이용해서 그의 입을 열어보려 했지만, 그는 미친 사람처럼 ‘좌소천’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손양이 묻자 염불곡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뭔가 찜찜하긴 한데…… 지금으로선 어떻게 할 수가 없군. 만약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희대의 연기라고 해야겠지.”

 

순우무궁이 지닌 정보가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극비정보라 해도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그가 죽는 것은 공손양도 바라지 않았다. 그는 천외천가의 장자, 인질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심한 육체적 고문을 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던가.

 

‘아쉽지만 할 수 없군. 일단은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보는 수밖에.’ 

 

결국 공손양은 그의 입을 여는 걸 미루고 임시로 만든 뇌옥에 투옥했다. 그리고 간수들에게 은밀히 지시를 내렸다.

 

“놈이 거짓 행동을 하는지 잘 지켜보도록 하시오.”

 

 

 

그렇게 좌소천이 실종된 사실을 철저히 함구한 채 십이 일이 지날 즈음, 사도철군이 일천 무사로 이루어진 이진과 함께 도착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에는 신농가를 나온 묵령천의 형제들이 영풍산장에 들어섰다.

 

무림맹도 예상보다 빨리 천무단과 각 문파에서 파견한 제자들이 화산에 도착했다.

 

한껏 사기가 오른 무림맹은 당장이라도 천외천가를 공격할 것처럼 분주했다. 

 

그 무렵, 천해와 천외천가 공야황과 순우연이 일천오백의 정예를 이끌고 태백산에서 나왔다. 

 

당장에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 섬서의 하늘이 북해의 한겨울처럼 얼어붙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여산 남쪽 남전에 있던 삼만 황군이 움직여서 훈련을 시작하더니, 동시에 군령이 떨어졌다.

 

 

 

“황군의 훈련지 삼백 리 이내에서 강호 세력 간의 다툼을 금한다!”

 

 

 

평소라면 아무리 황군이라도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양쪽 세력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누가 그들을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양민들이 희생될까 봐 나선 것인지는 몰랐다.

 

어쨌든 그 바람에 무사들만 집결한 채 양쪽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긴장이 늦춰진 것은 아니었다.

 

무림맹과 제천신궁의 연합세력은 천외천가의 세력이 동진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섬서 동부의 낙남, 상주, 산양, 상남에 임시지부를 만들었다.

 

천해와 천외천가 역시 무림맹이 남쪽으로 돌아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작수와 진안으로 무사들을 분산시켰다.

 

대규모 접전만 벌어지지 않을 뿐, 곳곳에서 죽고 죽이는 국지전과 정보전은 더욱 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3

 

 

 

 

 

좌소천의 실종 한 달째.

 

태백산으로 갔던 동천옹과 무영자, 염불곡이 호법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들이 은밀히 움직이며 태백산 일대를 한 달간 헤매고 찾은 것은 두 가지. 

 

태백산 남쪽에서 발견한, 가공할 격전이 벌어진 흔적과 약초꾼이 살았을 법한 오두막 하나였다.

 

그 외에 좌소천과 연관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주요 인사들이 풍령전에 모이자 동천옹이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오두막의 침상 위에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묻어 있었네. 혹시 궁주가 그곳에 들른 것이 아닌가 해서 일대를 조사하는 한편으로 약초꾼이 오기를 기다렸지. 그런데 닷새가 지나도록 약초꾼은 오지 않더군. 이상해.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게 분명해 보였는데 말이야.”

 

공손양이 다급히 물었다.

 

“주군께서 남겨놓은 흔적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무영자가 답답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데……. 오두막의 약초꾼이 사라진 때와 궁주가 태백산에 간 때가 엇비슷해 보였어.”

 

“으음…….”

 

“그것 참 괴이한 일이군요.”

 

사람들은 동천옹과 무영자의 말에 실망하면서도, 어쩌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그때 염불곡이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궁주가 돌아가신 것 같지는 않네.”

 

공손양이 반색하며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사람들의 눈도 일제히 염불곡을 향했다.

 

염불곡이 그리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궁주에게는 내가 준 귀령환이 있네. 궁주가 태백산 어딘가에 있다면 나와 귀령이 감응을 했을 것이야. 그런데 도무지 귀령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네. 적어도 삼백 리 이상 떨어져 있지 않는 이상에야……. 게다가 돌아가셔서 생명력이 끊어졌다면 귀령이 돌아와야 하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거든.”

 

그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좌소천이 삼백 리 밖으로 이동했다. 혼자서든, 누가 도와주었든.

 

공손양은 장로들의 말을 정리했다.

 

‘가공할 격전이 벌어졌다는 것. 약초꾼. 삼백 리. 그래, 주군께서는 그리 쉽게 당하실 분이 아니다! 반드시 살아 계실 거다! 내가 할 일은, 주군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이곳을 지키는 것!’

 

어깨를 편 공손양의 눈이 세 장로의 뒤쪽을 향했다.

 

장로들을 따라갔던 호법들의 눈 깊은 곳에선 침잠된 눈빛이 살아 있는 호랑이처럼 번들거린다. 

 

한 달간 좌소천을 찾으러 다닌 것이 아니라, 태백산의 정기를 호흡하며 수련만 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성장한 모습들.

 

사정이야 어쨌든 그들이 강해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공손양이 희망을 품고 입을 열었다.

 

“세 분 장로의 말씀을 종합해 본 결과 주군께서는 살아 계신 듯합니다. 다만 워낙 부상이 심하셔서 당장 돌아오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공손양의 낭랑한 목소리에 대전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일제히 공손양을 향하고, 굳게 닫혀 있던 사도철군의 입이 열렸다

 

“그럼 어디에 있다는 소식이라도 전했을 것이 아닌가?”

 

“주군의 흔적이 발견된 곳은 태백산 남쪽입니다. 한중 일대는 천외천가의 영역, 소식을 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소식을 전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주군께서 살아 계시다는 겁니다.”

 

“흐음…….”

 

일리가 있다는 듯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믿고 싶었다. 좌소천이 살아 있다는 걸! 

 

그리고 꼭 그래야만 했다.

 

특히 천외천가에 갔던 사람들은 제발 그러하기만을 바랐다.

 

좌소천이 아니면 누가 천해의 해주인 공야황을 막는단 말인가!

 

각자가 나름대로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공손양의 말이 이어졌다.

 

“천외천가는 아직도 천선곡을 침입한 사람이 주군인 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하니 그 일을 아는 분들은 철저히 비밀을 지켜주시고, 혹시 누가 묻거든 화산의 비밀 장소에서 수련 중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무림맹에는 제가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중에는 알려질지 모른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사실을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좌소천이 아직 영풍산장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종된 것으로 아는 것은 적들의 계획에 천양지차의 영향을 미칠 테니까.

 

사람들도 공손양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공손양이 사도철군을 바라보았다.

 

“일단 주군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성주께서 지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주군께서 계시지 않는다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제천신궁의 사람들은 조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모르지 않았다. 

 

당장 영풍산장에 모인 사람들 중 사도철군의 지위를 능가할 사람이 없질 않은가 말이다.

 

사도철군 역시 찜찜함을 털지 못했다.

 

언뜻 보면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좌소천이 돌아올 때까지 임시적인 수장. 언제든 그가 돌아오면 내어줘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끄응, 이거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더구나 제천신궁의 장로들은 그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오제 중 하나이고, 전마성의 성주라는 것도 소용없었다.

 

그들을 부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가 어찌 모를까.

 

‘제길, 도운이 있으면 뭔가 방법을 말해줄 텐데…….’

 

그렇다고 해서 못하겠다는 말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태백산에 갔다 온 이후 확 변해 버린 사도진무의 말 때문에라도 거부할 마음이 없었다.

 

‘뭐? 천해의 해주라는 작자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좌소천뿐이라고? 이 자식이 아비를 우습게 안단 말이야.’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공손양의 제안을 응낙했다.

 

“험, 자네의 말뜻 잘 알겠네. 그리하도록 하지.”

 

그런 사도철군을 동천옹과 무영자가 삐딱하니 흘겨보았다.

 

엉뚱한 생각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눈빛.

 

사도철군은 그 눈빛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받아넘겼다.

 

‘제길, 저 두 늙은이가 제일 문제군. 쓸데없는 간섭만 안 해도 괜찮겠는데…….’

 

 

 

 

 

 

 

7장 이제 내 차례다

 

 

 

 

 

 

 

1

 

 

 

 

 

군병들이 여산의 주둔지로 물러간 것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올 무렵이었다.

 

군령도 해제되었다.

 

강호인들은 마침내 전쟁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바로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겨울에 전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가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한 번 관이 끼어든 이상 언제 또 끼어들지 모르는 일, 일단 관의 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마주본 채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며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전쟁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백설로 덮인 위하평원이 붉은 핏물로 물들 거라는 것을!

 

 

 

 

 

2

 

 

 

 

 

“아무래도 천소라는 자가 제천신궁의 좌소천 같습니다, 가주.”

 

“확실한가?”

 

“지금 확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래?”

 

“예, 어떻게 하실 것인지요?”

 

순우연은 턱에 힘을 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천소가 좌소천이었다니!

 

하긴 그런 정도의 젊은 고수가 천하에 몇이나 될 것인가?

 

그럼에도 좌소천일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설마 제천신궁의 궁주가 신녀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내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때문이었다.

 

‘아까운 기회를 놓쳤어! 사도철군이 오기 전에만 알았어도 놈들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었는데!’

 

하지만 이미 한참 지난 일. 순우연은 미련을 떨쳐 내고, 적진에 좌소천이 없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신녀에 대한 정보는 들어온 것이 없는가?”

 

“두어 달간 영풍산장의 주위를 맴돌며 정보를 수집해 봤습니다만, 그녀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빼돌린 것 같습니다.”

 

“그럼 해주에게는 아직 좌소천의 정체에 대해서 알리지 마라. 자칫하면 신녀를 찾는다고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가주.”

 

 

 

 

 

3

 

 

 

 

 

좌소천은 차례대로 선조들께서 남긴 세 곳의 동굴에 들어갔다. 

 

먼저 환무동에서 묵령기환보의 비밀을 얻고, 환상동에서는 환상자가 남긴 천고의 신법을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천동에서 하나의 무공과 하나의 영약을 얻었다.

 

그날 이후, 좌소천은 모든 것을 배제한 채 내상을 치료하며 본신내력을 찾는 일에 전념했다.

 

밖에서는 찬바람이 불어도 안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때로는 이삼 일, 심하면 오륙 일 동안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무리해서 공력이 폭주한 적도 있었고, 그 바람에 정신을 잃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담대위겸이 자신의 내력을 적절히 쏟아 넣어서 좌소천을 도와주었다.

 

담대위겸의 도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매일같이 음식을 구해오고, 간간이 밖의 소식도 전해주었다.

 

관의 움직임으로 인해 싸움이 소강상태라는 것도 그 덕에 알았다.

 

“당분간 큰 싸움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네. 그 동안 자넨 선조들이 남긴 것을 온전히 자네 것으로 만들게.”

 

“그나마 다행이군요. 어르신, 가능하다면 저에 대한 소식을 영풍산장에 전해주십시오.”

 

지금쯤 자신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른다.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생존을 알려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담대위겸이 좌소천을 빤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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