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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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4화
184화
그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세가 전신을 짓누른다.
비천사룡보다도 강해 보이는 자들!
‘십암인가?!’
사사는 아니다. 그렇다면 십암 중 셋일 가능성이 컸다.
좌소천은 십성 공력이 실린 무진도를 들어서 맨 앞에 날아드는 자를 가리켰다.
무진도의 도첨에서 묵광이 번쩍이고, 무애일광이 펼쳐졌다!
쾅!
“허억!”
일성 굉음과 함께 날아들던 자가 신음을 토하며 허공으로 튕겨졌다.
가슴에서 폭죽처럼 터져 나오는 시뻘건 선혈!
나머지는 둘. 게다가 뒤에선 공야황이 다가온다.
좌소천은 십암 중 둘을 향해 마주 쇄도하며 무진도를 종횡으로 그었다.
천망회류참이 펼쳐지며 십여 줄기 묵광이 전면을 덮쳤다.
콰르릉! 콰광!
서너 번의 벽력음이 연이어 광장을 뒤흔들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강기의 소용돌이!
그와 동시, 십암 중 둘, 마암(魔暗)과 철암(鐵暗)이 와락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지 그들의 입가에선 핏물마저 보였다.
좌소천도 주춤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도 계속된 충격에 해쓱해졌다.
소영령을 업고서, 그것도 내력을 둘로 나눈 상태로 공야황의 일격을 받고, 십암 중 셋을 상대한다는 것은 좌소천으로서도 힘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없는 힘도 생기는 법이었다.
“차앗!”
좌소천은 머뭇거리지 않고 천해로 들어서는 입구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와 동시, 두 인영이 유령처럼 좌소천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케케케. 감히 본 해에 들어오다니, 간덩이가 부은 놈이로구나!”
“어딜! 네놈은 절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좌소천은 이를 악물고 신형을 멈추지 않았다.
절대경지의 고수들, 십암보다 더 강한 자들이다.
빼빼 마른 몸에 턱이 뾰족한 백발노인과 커다란 덩치에 검은빛이 나는 피부를 지닌 노인.
둘 다 화산에서 만났던 마사와 유사에 비해 약한 자들이 아니다.
‘이번에는 사사 중 둘인가?’
분명 그런 듯했다.
바로 그 순간, 공야황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뒤에 있는 신녀가 다치지 않도록 해라!”
수하들이 죽어가는 와중에 내려진 명령이다.
신녀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
그의 목소리가 울리자 좌소천을 공격하려던 두 사람의 기운이 갑자기 약해졌다.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작은 차이가 좌소천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좌소천은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두 사람을 향해 전력을 다한 일도를 펼쳤다.
멸악천궁참(滅惡天穹斬)!
어둠이 잘게 부서지며 사사 중 두 사람, 은사(隱師)와 광사(狂師)를 덮쳤다.
“헛! 그건?”
“흡!”
눈앞을 가득 메운 검강의 파편!
은사와 광사의 입에서 경악성과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콰과과광!
세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그 여파가 십여 장 내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
“크악!”
“으헉!”
찰나간에 십여 명이 강기의 광풍에 휩쓸려 지옥의 강을 건넜다.
덕분에 전면의 포위망이 뚫린 상황.
좌소천은 목구멍에서 기어오르는 혈류를 억누르고 재차 신형을 날렸다.
끈질긴 좌소천의 도주에 공야황조차 질린 탄성을 내뱉었다.
절대고수 세 사람과 그에 근접한 세 사람이 막아섰다. 그럼에도 그들의 공격을 물리치고 여전히 몸을 날리는 좌소천이 아닌가.
“참으로 강하고도 지독한 놈이로다!”
그러나 좌소천은 그의 탄성에 대답해 줄 여유가 없었다.
은사와 광사가 또다시 공격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네놈은 누군데 멸악천도를 아는 것이냐!”
멸악천도를 아는 자가 또 있었던가?
의문이 일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좌소천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통로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삼룡이 입구에서 튀어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궁주! 저희가 막겠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소란이 이는 순간 기회를 봐서 뛰어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워낙 갑작스런 상황 전개에 뛰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던 차, 세 절대고수의 격돌로 인해 포위망이 뚫리자 기회가 온 것이다.
삼룡은 좌소천이 달려오자 무기를 뽑아 들고 마주 달렸다.
그런데 삼룡이 일찍 가세하지 않은 바람에 일이 묘하게 흘렀다.
은사와 광사는 물론이고, 공야황마저 그들을 천해의 인물로 착각하고 여유를 부린 것이다.
“켈켈켈, 목숨을 걸고 그놈을 막아라!”
“네놈은 더 갈 곳이 없다! 순순히 신녀를 내놓아라!”
그때였다. 좌소천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꿈틀거림에 눈을 부릅떴다.
소영령이 깨어난 것 같았다.
연속된 충격이 그녀의 정신을 깨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좌소천은 그녀가 깨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급히 소리쳤다.
“영령아! 깨어났느냐?!”
―영령아!
그 말이 벼락이 되어 소영령의 뇌리를 뒤흔들었다.
자신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한 사람뿐이다.
‘오! 맙소사!’
충격이 너무 커서 이곳이 어딘지, 왜 이곳에서 좌소천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의문조차 들지 않았다.
“오, 오빠? 소… 천 오빠?”
벼락은 소영령의 뇌리에만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좌소천의 머릿속에도 떨어졌다.
환희의 벼락이었다.
“너! 이제 기억을 찾았구나!”
“어, 어떻게 오빠가……?”
그러나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상황이 너무 다급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밖으로 나갈 테니까! 내 목을 꼭 잡아!”
옷자락으로 묶은 것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소영령이 좌소천의 몸에 꼭 달라붙자 움직임이 훨씬 편해졌다.
더구나 소영령이 서서히 내력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더 커졌다.
‘좋았어!’
그 순간, 삼룡이 눈앞에 다가오고, 뒤의 은사와 광사도 오 장 간격까지 뒤쫓아왔다.
좌소천은 삼룡에게 재빨리 전음을 보냈다.
<놈들이 그대들은 자기편으로 알고 있소. 나를 치는 척하면서 놈들을 공격하시오!>
그 말에 삼룡이 무기를 들어 좌소천을 향해 쇄도했다.
동시에 은사와 광사가 괴소를 흘리며 좌소천의 등을 공격했다.
찰나였다. 좌소천과 삼룡이 서로를 스쳐 가는 듯하더니, 은사와 광사를 향해 전력을 다한 공격을 쏟아냈다.
“허엇! 이놈들이!”
“무, 무슨 짓이냐!”
절대의 경지에 오른 두 사람과 그에 근접한 무위를 지닌 삼룡이다.
오 장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크윽!”
난데없는 날벼락에 은사와 광사의 신형이 뒤로 튕겨졌다.
좌소천을 향하던 공격의 방향을 바로 바꾸었다지만,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뒤로 튕겨진 두 사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옆구리와 어깨 부위에서 핏물이 스멀거리며 배어 나온다.
그 광경을 보고, 여유있게 따라오던 공야황이 노성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이제 보니 한패가 있었구나!”
그는 삼룡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넷이라면 한동안 버틸 테지만, 셋이라면 십여 초 버티기도 버거울 듯했다.
그사이 동굴의 통로 입구에 도착한 좌소천은 소영령을 내려놓았다.
“잠깐만 기다려라. 저 사람들을 구해올 테니까.”
“오빠…….”
“걱정 마라! 천하에서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좌소천은 호쾌하게 한 소리 내질러 소영령을 안심시키고 삼룡을 향해 날아갔다.
반대편에서 천해의 공야황이 날아온다.
삼룡의 급습에 충격을 받고 튕겨 나간 은사와 광사도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시 공격할 태세다.
좌소천은 삼룡의 뒤로 날아가며 급히 전음을 보냈다.
<금룡! 당신은 즉시 두 사람과 함께 뒤로 빠져서 영령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시오!>
좌소천의 전음에 금룡의 몸이 멈칫했다.
“궁주……?”
“어서!”
하지만 금룡의 흔들림은 찰나에 불과했다.
그는 도리어 좌소천을 향해 소리쳤다.
“아닙니다! 가실 분은 당신입니다. 주군을 지켜야 할 우리가 아닙니까? 어서 가십시오!”
그사이 공야황이 코앞에 닥쳤다.
“뒤로 물러서시오!”
일갈을 내지른 좌소천은 무진도에 십성 공력을 흘려 넣고 공야황을 향해 마주쳐 갔다.
공야황 역시 좌소천을 무시하지 못하고 구성의 혈천마마공을 끌어올렸다.
일순간 두 사람의 기운이 광란의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콰르르릉! 콰과광!
그 여파에 은사, 광사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몸을 뺐다.
눈 깜짝할 새에 오 초의 공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공간이 터져 나가는 충격에 각자 칠팔 장 뒤로 날아갔다.
좌소천은 통로의 입구까지 물러나서, 근처에 있는 삼룡에게 소리쳤다.
“금룡! 명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오!”
“저희가 도주한다 해도 천선곡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희와 다릅니다! 그래도 모르시겠습니까?”
바락바락 소리친 금룡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형제들아! 우리 함께 주군을 위해 이곳에서 뼈를 묻자! 어떠냐! 멋진 죽음이 아니겠느냐!”
“대형! 그거야 당연한 임무가 아닙니까!”
“그럽시다, 까짓 거! 죽음을 두려워한데서야 어디 무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들으셨습니까!”
그때 멀찌감치 밀려났던 공야황과 은사, 광사, 십암 중 넷이 좌소천 등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금룡이 좌소천을 바라보며 외쳤다.
“뭐 하십니까? 정녕 저희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 생각이십니까!”
‘멍청한 작자! 지금이라도 가란 말이야!’
좌소천이 대답하기도 전이었다.
금룡과 적룡, 청룡이 전면으로 나섰다.
“통로의 좁은 입구에서 저들을 막으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그사이 이곳을 빠져나가십시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십여 초는 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면 통로를 빠져나가기에 족한 시간이었다.
물론 자신이 막는다면 훨씬 더 오래 견딜 터였다. 그러나 금룡의 말대로, 그들만으로는 천선곡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자신 역시, 천해의 절대고수들 손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좌소천은 도저히 삼룡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몸을 돌렸다.
결심이 선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소영령을 업고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그대는 멍청이요, 금룡!”
“하하하하! 그래도 조금은 멋진 멍청이지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세 사람을 잃을 판이다.
누가 더 귀중한 사람인가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다면 그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 분명하다.
좌소천으로선 그 점이 삼룡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정말 미안하오, 금룡, 적룡, 청룡!’
자신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
좌소천은 눈시울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신형을 날렸다.
“이놈!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뒤에서 공야황의 목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삼룡과 천해의 고수들 간에 격전이 벌어지며 악다구니가 터져 나온다.
“누구도 우리를 쓰러뜨리기 전에는 이곳을 통과하지 못한다!”
“으하하하! 죽기 전에 멋지게 싸워보자!”
“비켜라, 이놈!”
“이 죽일 놈들이!”
통로를 울리는 소리가 고막을 두들긴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내 죽을 때까지 오늘의 일을 잊지 않으리다!’
그렇게 통로를 달린 그가 입구의 석문을 열고 호수를 향해 달려갈 때였다.
석문 안쪽 통로에서 공야황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어림없는 짓! 신녀만은 꼭 되찾고야 말겠다, 이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