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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83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3화

 

183화

 

 

 

 

 

 

“크, 크, 외부인이었던가? 죽일 놈. 네놈이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팔이 잘리고 내부가 진탕되어 혈맥이 터졌을 것이거늘, 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표정이다.

 

좌소천은 묵묵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진도의 칼등으로 중년인을 후려쳤다.

 

촌각도 아까웠다. 

 

설령 상대가 자신을 악마로 여긴다 해도, 소영령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

 

퍽! 퍽!

 

좌소천은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혈만을 골라 후려쳤다.

 

내력을 실어서 내부 깊숙한 곳까지 고통이 파고들게 때렸다.

 

그렇게 십여 대를 후려치자 중년인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중년인, 마혼대 부대주 갈수격은 삼혼관(三魂關) 중 마혼관(魔魂關)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자였다. 

 

그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통을 겪으며 수련을 해왔다.

 

하기에 팔이 잘리고 근육이 잘게 부서지는 고통 정도는 신음 소리 한 번 안내고 참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고통을 참아낼 수 있었다.

 

처참한 고통 이후에 죽음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당하는 고통은 그때의 고통과 또 달랐다.

 

더구나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 무심한 눈빛으로 후려치는 좌소천이다.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 모습이 갈수격을 더욱 두렵게 했다.

 

“크윽, 차라리… 그냥 죽여…….”

 

퍼벅! 퍽!

 

“이… 악마 같은…….”

 

퍽! 퍽! 퍽!

 

“커억, 제발… 죽여…….”

 

퍽! 퍽!

 

한참만에야 질문이 떨어졌다.

 

“신녀가 들어왔나?”

 

퍼벅!

 

“들어왔…….”

 

갈수격의 입에서 대답이 절로 나왔다.

 

좌소천은 매질을 멈추고 무심히 물었다.

 

“죽었나?”

 

“살아… 있다.”

 

“어디 있지?”

 

처음서 끝까지 고저없는 목소리에 변함이 없다.

 

갈수격은 덜덜 떨리는 몸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해주님이… 데리고…….”

 

좌소천은 소영령이 살아 있다는 말에 환호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환호는 그녀를 구한 다음에 질러도 충분했다.

 

“해주의 거처는 어디지?”

 

갈수격의 눈동자가 폭풍을 만난 배의 돛처럼 흔들렸다.

 

“그, 그건…….”

 

“어차피 그대가 아니어도 말해줄 사람은 많아. 그러니 말을 하고 안 하고는 그대의 자유다. 단, 말해주면 고통없이 죽여주지.”

 

갈수격이 힘들게 눈을 들어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질펀한 핏물 위에서 버둥거리는 그의 몸짓이 처절하기만 했다.

 

“설마… 바깥세상 놈들이… 다 네놈처럼 독한 것은… 아니겠지?”

 

“너희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천년만년 편하게 살 것이지, 왜 밖으로 기어 나온단 말이냐?”

 

“그런… 가?”

 

갈수격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곧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했다.

 

“해주님의 거처는 오른쪽 제일 큰 동굴에…….”

 

좌소천은 그가 말하는 동굴이 어디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지던 동굴이 몇 곳 있었다. 오른쪽 제일 큰 동굴이라면 그중 하나였다.

 

좌소천은 그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자, 약속대로 사혈을 찍어 갈수격을 고통없이 죽였다. 그러고는 미련없이 몸을 돌려 석실을 나왔다.

 

생각보다 쉽게 영령의 상황과 해주의 거처를 알아내긴 했지만, 진정한 위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잠시 후.

 

동굴 입구에 도착한 좌소천은 벽에 몸을 붙이고 광장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해주의 거처가 있는 동굴까지는 삼십여 장 정도.

 

밤이 늦은 시각이라서 그런지 오가는 자가 보이지 않았다.

 

동굴에서 나온 좌소천은, 자신이 마치 천해의 사람인 양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완전히 패쇄된 이곳에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 아마 누가 본다고 해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때마침, 그가 삼십여 장을 걷는 동안 한 사람도 광장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늘이 그를 돕는 것 같았다.

 

 

 

해주의 거처가 있다는 동굴에 도착한 좌소천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태연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 그의 모든 신경은 극도로 곤두선 상태였다.

 

어찌 그러지 않으랴.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영령을 구하지 못하고 헛되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당연히 천하의 좌소천조차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십여 장이나 들어갔을까. 좌소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주위의 여느 동굴보다 크고 화려한 해주의 동굴은 길이도 길었고, 벽에는 온갖 조각들이 새겨져 화려하게마저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주의 동굴이라면 당연히 뛰어난 자들이 지키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여느 동굴보다 강했으니까.

 

하지만 생각과 달리 동굴 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동굴의 끝에 거의 다 이를 때까지.

 

좌소천은 그게 더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쿠르르르…….

 

석실의 문이 열리자 옅게 깔린 붉은 안개가 두 눈에 가득 찼다.

 

일순간 석실 안을 바라보던 좌소천의 눈이 거세게 떨렸다.

 

붉은빛을 발하는 홍옥 침상 하나. 그 위에 백색 속옷을 입은 여인이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인간 세상의 여인이라기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그저 귀엽게만 보이는 모습.

 

분명 소영령이었다.

 

“영령…….”

 

좌소천은 소영령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소영령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한 걸음, 두 걸음.

 

소영령에게 가까워질수록 좌소천의 가슴도 뛰었다.

 

‘일어나라, 영령. 깨어나라, 깨어나서 나를 봐라. 제발 나를 보고 기억을 되찾아라, 영령!’

 

그러나 소영령이 누워 있는 홍옥 침상 앞에 도착한 순간, 좌소천은 소영령에게서 느껴지는 사이한 기운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이건… 호운에게서 느껴지던 기운?’

 

저 기운으로 인해 호운의 몸이 엉망이 되었다. 비록 호운에게 깃든 기운보다는 약하다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일.

 

좌소천은 급히 손을 뻗어 소영령의 손목을 잡았다.

 

맥문을 통해 진기를 흘려 넣던 그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이상하군.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달라. 내부를 장악하기는 했는데, 피해는 끼치지 않고 있어.’

 

다만 문제는, 그로 인해서 소영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좌소천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소영령의 몸에 깃든 사이한 기운을 몰아내야만 했다.

 

‘서둘러야겠어!’

 

좌소천은 오른손으로는 소영령의 목 뒤로 한 손을 넣어 어깨를 잡고, 왼손으로는 다리를 잡고 들어 올랐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뭉클한 느낌. 한없이 부드러운 소영령의 몸이 구름처럼 안겨들었다.

 

바로 그때, 가공할 기운이 뒤쪽 동굴에서 밀려들었다.

 

“누구도 이곳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했거늘, 웬 놈이 감히!”

 

나직한 노성이 좌소천의 귀청을 터뜨릴 듯이 울렸다.

 

좌소천은 목소리만으로도 상대의 무위를 짐작하고, 정체마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다! 손자기 말했던 천해의 해주, 공야황!’

 

노성은 바로 옆에서 지른 듯 귀청을 울렸지만, 그가 아직 석실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좌소천은 재빨리 소영령을 등 뒤로 돌려 업고 그녀의 옷자락을 앞으로 해서 단단히 묶었다.

 

그 순간 공야황이 석실 앞에 나타났다.

 

붉게 달아오른 바위와 같은 표정. 부동심을 지녔다는 그가 소영령으로 인해 극한의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놈! 그녀를 내려놓아라!”

 

그의 목소리가 석실을 무너뜨릴 듯이 흔들었다.

 

하지만 좌소천은 소영령을 내려놓지 않았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상대는 혼자 몸으로 싸워도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고수다.

 

그러나 싸우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몰려오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되면 영영 소영령을 데리고 나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소영령을 놔두고 갈 수는 없다. 절대로!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가 자신이 누군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말이 안 들리느냐?!”

 

또다시 노성을 내지른 공야황이 석실로 들어서며 손을 뻗을 때였다.

 

좌소천이 앞으로 날아가며 무진도를 빼 들었다. 순간!

 

번쩍!

 

묵빛 벼락이 붉은 안개를 가르고 공야황을 향해 뻗쳤다.

 

전력을 다한 천공멸혼(天空滅魂)!

 

공야황의 표정이 급변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가공할 위력의 도세!

 

공야황은 다급히 신법을 펼쳐서 좌소천의 일도를 피했다.

 

찰나!

 

천공멸혼을 펼치던 기세 그대로 좌소천의 신형이 번개처럼 석실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속았음을 안 공야황은 극한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좌소천의 뒤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어디서 감히 잔머리를!”

 

좌소천은 그가 따라오든 말든 쏘아진 살처럼 통로를 달렸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입구가 막히면 빠져나갈 길이 없다.

 

‘아무리 빨리 반응했어도 아직 막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소영령을 업어서인지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팔 장의 거리가 육 장, 오 장으로 가까워지자 공야황의 숨소리가 목덜미 뒤에서 들리는 듯했다.

 

“네놈은 절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그때다. 동굴 입구에 거의 도착한 좌소천이 한 발을 축으로 삼아 홱 몸을 돌렸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동시에 무진도가 다시 벼락을 뿜어냈다.

 

공야황은 뜻밖의 공격에 급격히 몸을 틀며 쌍장을 떨쳤다.

 

묵빛 벼락과 시뻘건 혈장이 마주친 순간!

 

콰르릉! 쩌정!

 

동굴이 흔들리며 벽면에 새겨진 조각들이 쩍쩍 갈라졌다.

 

좌소천은 작심하고 펼친 일격인 반면, 공야황은 경황 중에 펼친 반격이었다.

 

그 바람에 공야황은 혈천마마공을 칠성밖에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 실력이 대등한 절대고수가 공력의 차이를 보였으니 결과가 좋게 나올 리 없었다.

 

무진도의 도세에 뒤로 튕겨진 공야황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다. 

 

자신이 밀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

 

그사이 좌소천은 충돌의 반탄력을 이용해 광장으로 날아갔다.

 

“이, 이런 일이!”

 

공야황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비록 칠성의 공력이라지만, 그 정도면 사사라 해도 함부로 받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을 밀려나게 하고, 그 힘을 역이용하기까지 했다.

 

그는 광장으로 날아가는 좌소천을 보며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저놈이 누군데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묘하게도 그 바람에 분노가 상당 부분 가라앉았다.

 

이미 광장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수십 명이 나와 있는 상태. 개중 십암 중 몇이 보이고, 은사(隱師)와 광사(狂師)도 자신들의 거처를 나서고 있었다.

 

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동굴을 나섰다.

 

‘흥! 어디 재롱을 더 부려봐라!’

 

한편, 좌소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등에 업은 소영령을 보호하기 위해 내력의 일부를 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표도 내지 않고 자신의 앞을 막는 적을 향해 무진도를 휘둘렀다.

 

등에 소영령을 업은 상태인데도 그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무진도가 휘둘러질 때마다 어둠이 갈기갈기 찢기고 진저리치며 터져 나간다.

 

쩌저저적! 콰광!

 

항거할 수 없는 거력이 담긴 도세!

 

순식간에 그의 앞을 막은 천해의 무사 십여 명이 신음을 흘리며 무너져 내렸다.

 

“놈을 막아라!”

 

“크억!”

 

“허억!”

 

좌소천의 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줄기줄기 쏟아지는 묵빛 벼락!

 

좌소천이 공격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삼십여 명이 쓰러졌다.

 

바로 그때, 중년인 셋이 가공할 기세를 동반한 채 좌소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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