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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18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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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18화

 

218화

 

 

 

 

 

 

퍽!

 

그는 반괴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서 다른 적을 상대했다.

 

겨우 위기를 벗어난 능야산은 이를 악물고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적을 경계했다.

 

옆구리와 어깨에서 불로 지지는 통증이 밀려든다. 

 

스물네 개의 비도 중 이제 남은 것은 모두 네 개. 죽을 때 죽더라도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적어도 한 놈은 더 죽이고 죽겠다!’

 

 

 

한 치의 방심도 허락지 않는 난전!

 

그러나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누구 하나 두 곳만큼은 접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영령과 세 명의 천가호장, 그리고 사도철군과 순우연이 격전을 벌이는 곳은 강기의 폭풍으로 뒤덮여 있었다.

 

평생 한 번 구경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는 절대고수들의 싸움이 길거리 난장판처럼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판이다.

 

말려들면 누구도 생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오직 한 사람, 좌소천만은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가 있었다.

 

그는 무애일심으로 척발조의 뇌수를 휘젓고 고개를 돌렸다.

 

생사를 오가는 치열한 난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소영령과 사도철군이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두 곳 다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먼저 가까운 곳에 있는 소영령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뒤로 처져 있던 순우기정은 다시 한번 경악하며 눈을 홉떴다.

 

좌소천과 사도철군이야 천하의 패주. 예상보다 강하다 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여인은 또 뭐란 말인가?

 

셋이면 사사 중 하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천가호장을 혼자서 상대하는 여인이라니!

 

하지만 그는 곧 소영령의 정체를 눈치고 눈을 부릅떴다.

 

소영령의 손에서 뿜어지는 눈부신 백색의 기운!

 

멀리서 보는데도 가슴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그가 아는 한 그런 기운을 지닌 무공은 단 하나뿐.

 

한때 천외천가를 공포로 몰아넣은 한천빙백소수공!

 

“설마… 신녀?”

 

좌소천의 무위만도 예상 밖이거늘, 거기에 더해 신녀마저 나타났다.

 

‘좋지 않아!’

 

바로 그때, 좌소천이 척발조의 이마에 붉은 점 하나를 남기고 돌아서는 것이 보였다.

 

척발조와 천해가 좌소천을 막아주었다면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었다. 

 

하지만 척발조와 혈암, 적암이 무너진 이상은 좌소천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저놈은 공야황만이 막을 수 있어!’

 

그뿐이 아니다. 내원의 담장 밖에서 들리는 함성이 가까워진다. 금방이라도 적이 밀려들어 올 것만 같다.

 

‘초절정고수 몇 명만 들어와도 빠져나갈 수 없을지 모른다.’

 

마음이 다급해진 순우기정은 즉시 사도철군과 싸우고 있는 순우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초절정의 무위를 지닌 사람도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곳. 그런데 놀랍게도 절정의 경지라는 순우기정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순우연의 이 장 곁으로 접근했다.

 

“가주! 일단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짧게 입을 연 그는 소매 속에서 두 손을 빼내더니 사도철군을 향해 휘저었다.

 

순간 시뻘건 장력이 벼락처럼 사도철군을 향해 밀려갔다.

 

순우기정이 아니어도 겨우 팽팽한 대결을 이어가던 사도철군이 아닌가. 

 

그는 난데없는 벼락에 이를 부서져라 악물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전력을 다해 철혈무혼검을 펼치던 사도철군은 힘을 나누어 순우기정의 장력을 방어했다.

 

콰광! 퍼버벅!

 

가슴이 턱 막히는 충격!

 

사도철군은 뒤로 주르륵 물러서는 도중에도 어깨를 펴고 순우연과 순우기정을 노려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순우기정의 장력에 가슴이 묵직했지만, 사도철군은 오히려 목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둘이 덤비겠다는 말이지? 어디 맘대로 해봐라, 이놈들! 내가 바로 철혈마제 사도철군이니라!”

 

사도철군. 그는 지닌 무위와 상관없이 순우연이나 순우기정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저 넓은 호광땅을 내달리며 천하를 질타하던 기세!

 

그것은 결코 천선곡에 틀어박혀 살던 순우연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졌다는 것.

 

순우연은 그런 사도철군의 모습을 보고 질시에 찬 분노가 치밀었다.

 

“멧돼지 같은 놈이 호랑이 흉내를 내려 하다니, 꽤나 웃기는 놈이구나!”

 

사도철군이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순우연! 굴속에 사는 족제비 따위가 어찌 영웅의 기상을 알겠느냐! 어디 덤벼봐라, 태백산의 족제비!”

 

순우연이 언제 그런 소리를 들어봤던가?

 

분노가 머리꼭대기까지 치민 순우연은 결국 마지막까지 감추어두었던 한 가지 무공을 쓰기로 작정했다.

 

“오냐!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 사도철군!”

 

순우기정이 흠칫하며 쳐다보는 순간, 순우연의 검이 시퍼렇게 달아올랐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그것은 결코 일반적인 검강이 아니었다.

 

순우기정의 눈이 가늘어지며 파르르 떨렸다.

 

‘헛! 저것은!’

 

천린마화검(天燐魔火劍)!

 

천외천가가 세상에 전해지는 고금십대무공을 능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두 가지 무공, 천외쌍무(天外雙武) 중 하나다.

 

하지만 이백 년 전 이론만 완성되었다 했을 뿐, 이후 누구도 익히지 못했다 했다.

 

정말 가주가 천린마화검을 익힌 걸까?

 

순우기정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순우연의 검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때다! 순우연의 검에서 한 마리 청룡이 시퍼런 불길을 뿜어내며 튀어나갔다.

 

순간 순우기정의 가늘어진 눈에서 새파란 빛이 번뜩였다.

 

‘가주! 대단하구려. 나에게조차 감추었다니!’

 

하지만 그의 경악은 사도철군의 놀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순우연의 천린마화검은 기세나 오기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철혈무혼검을 극성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밀려드는 압력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젠장! 완전히 체면 구기는군!’

 

그는 이판사판이라는 마음으로 눈을 부릅뜨고 밀리는 철혈마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바로 그때였다.

 

사도철군의 철혈무혼검강과 천린마화검이 엉켜든 곳으로 한 사람이 뛰어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순우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마좌우호법 중 한 사람 잔도, 잔천마도 유백이었다.

 

일순간 사도철군을 향해 집어삼킬 것 같던 청룡이 순우연의 노성과 함께 머리를 돌렸다.

 

“어디서 감히!”

 

유백이 아무리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나, 두 사람의 기운은 결코 그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사람은 때로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유백은 불구덩이에 빠진 충격 속에서도 악착같이 도를 휘둘렀다. 

 

그와 동시, 사도철군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간발의 차이로 순우연의 검세를 밀어냈다.

 

“끄어억!”

 

불덩이로 변한 유백이 튕겨진다.

 

사도철군이 악을 쓰듯 외쳤다.

 

“유백!”

 

순우기정이 뛰어들려고 했을 때는 이미 유백의 몸뚱이가 시커멓게 타 들어가며 허공으로 튕겨진 후였다.

 

동시에 천린마화검과 철혈무혼검의 검세가 정면으로 얽혀들었다.

 

콰과과과!

 

유백으로 인해 삼성가량의 내력이 돌려진 천린마화검은 사도철군을 압도하지 못했다.

 

거대한 충격파 속에 사도철군과 순우연의 신형이 양쪽으로 날아갔다.

 

순우기정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좌소천과 신녀에 의해 천가호장이 모두 피를 뿌리며 무너져 내린다. 

 

늦으면 좌소천과 신녀에게 발목이 잡힐 상황.

 

가주가 천린마화검을 익혔으니 좌소천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두 사람에게 발목이 잡히면 포위망에 갇힐지 모른다는 것이다.

 

“가주! 시간이 없습니다! 놈들이 몰려들기 전에 벗어나야 합니다!”

 

일검이면 사도철군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 모르거늘!

 

순우연은 내심 아쉬웠지만 미련을 두지 않았다.

 

감정에 치우쳐 막다른 구석으로 몰릴 수는 없는 일.

 

그는 좌소천의 무진도가 천가호장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다.

 

“가자!”

 

그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순우기정이 다급히 외쳤다.

 

“모두 이곳을 빠져나가라!”

 

순우기정의 목소리가 다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천앙동의 괴인 일곱과 사령 넷이 상대의 공격에 아랑곳없이 등을 돌리고 신형을 날렸다.

 

반쯤 미쳐서 싸우던 사람들은 그들이 갑자기 도망치자 쫓지는 못하고 씩씩거리며 소리만 쳤다.

 

“병신들아! 어딜 가는 거냐!”

 

“비겁하게 도망가기냐!”

 

“이리 와! 더 해보자, 검둥아!”

 

내원에 들어선 지 단 일각.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경험이 많은 동천옹이 지친 사람들을 다그쳤다.

 

“몸부터 다스려라. 아직 전쟁 중이라는 걸 잊지 마!”

 

와중에도 무영자는 입을 꾹 다물고 홍려운만 노려보았다.

 

‘저 새끼, 혹시 나 들으라고 소리친 거 아냐?’

 

그때였다. 염불곡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곽 형! 조심해!”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한쪽을 향했다.

 

죽괴 곽도춘. 그는 다른 사람처럼 도망치는 자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막 담장을 넘어가려는 괴인 하나를 막아서고는 꼬챙이검으로 괴인의 목을 뚫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놈!”

 

문제는 그때 벌어졌다.

 

목이 뚫린 괴인이 그대로 몸을 밀어 넣더니, 죽괴가 ‘어?’ 하는 사이에 한 자루 짧은 단창을 그의 심장에 꽂아버렸다.

 

“지, 지미…….”

 

사람들이 바라봤을 때, 이미 곽도춘의 심장에서는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동천옹과 무영자가 동시에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죽괴야!”

 

“저 빌어먹을 놈이!”

 

 

 

 

 

3

 

 

 

 

 

수천의 군웅이 뒤엉킨 영풍산장의 담장을 검은 인영들이 소리없이 넘었다.

 

공야황이 이끄는 천해의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담장을 넘자마자 은밀하게 내달렸다.

 

장원 내의 외곽 쪽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무림맹과 제천신궁과 전마성의 무사들, 그들의 적이었다. 

 

그들 속에 천외천가의 사람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시하고 손을 썼다.

 

서걱! 퍼벅!

 

“헉! 웬 놈……!”

 

“크억!”

 

“적……. 켁!”

 

순식간에 백수십 명이 비명과 신음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거침없는 질주! 추호의 망설임도 없는 죽음의 손길!

 

난데없는 벼락에 남쪽과 동쪽 장벽이 빠르게 무너졌다. 

 

특히 종환 진인이 이끌고 있던 무사들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늦게 진입해서 뒤로 처진 바람에 제일 먼저 맞닥뜨린 것이다.

 

“뒤쪽으로 적이 들어왔다!”

 

“현무단은 뒤를 맡아라!”

 

“뒤를 조심해!”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비명이 줄어드는 대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고함은 더욱 커졌다.

 

어둠이 짙어지는 시각. 영풍산장에 혈우가 내리고 피의 주단이 펼쳐졌다.

 

아비규환! 지옥이 따로 없었다.

 

뒤늦게 허운자의 명이 떨어졌다.

 

“화산의 천매검수들은 뒤쪽을 막아라!”

 

그러나 화산의 자랑이라는 천매검수들조차도 십여 초가 지나기 전에 물러서기에 바빴다.

 

 

 

 

 

* * *

 

 

 

 

 

순우연이 도주하자 좌소천은 재빨리 상황을 살펴보았다.

 

적의 피해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죽괴 곽도춘이 죽었다. 전마좌우호법 귀검과 잔도도 죽었다. 

 

사인학, 이자광, 능야산은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고, 전하련이나 종리명한, 도유관, 홍려운은 지혈을 하며 상처를 조금이라도 더 다스리기에 바빴다.

 

게다가 동천옹과 무영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나마 염불곡만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처를 입은 상태일 뿐.

 

하긴 사도철군조차 이를 악물고 서서 내상을 다스리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니, 그들이 물러가지 않고 버텼다면 반수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것이었다.

 

어쨌든 내원의 싸움은 멈췄지만,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닌 상황.

 

“어르신, 이곳에서 사람들을 돌봐주십시오. 저는 놈을 쫓겠습니다.”

 

동천옹이 죽괴의 눈을 감기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걱정 말고 가봐.”

 

좌소천은 동천옹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단전이 끓어오르며 내력이 흔들렸지만 시간이 없었다.

 

‘순우연,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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