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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1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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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16화

 

216화

 

 

 

 

 

 

천앙동의 괴인들과 열넷의 사령, 그리고 정체 모를 고수들까지 그 숫자가 삼십여 명에 달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척발조가 혈암과 적암을 비롯해 오십의 무정귀를 끌고 뒤쪽에서 나타났다.

 

“이곳도 무덤 자리로 쓰기에 나쁘지 않은 자리지. 클클클!”

 

그들이 나타나자 백여 명에 이르는 무사가 일제히 내원의 담장을 넘어 밖으로 나갔다.

 

“겁도 없이 이곳으로 들어오다니, 죽지 못해 환장한 놈들이로구나. 킬킬킬.”

 

척발조가 살소를 흘리며 좌소천 일행을 쓸어보았다.

 

머리 모양이 바뀌고 흑의장포를 걸친 좌소천이다. 게다가 비스듬히 몸을 돌리고 있는 상태. 

 

척발조와 혈암, 적암은 미처 좌소천을 알아보지 못했다.

 

순우연이나 순우기정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면, 그렇게 분노를 앞세우지도, 태연하게 웃지도 않았을 텐데…….

 

어찌 되었든 앞뒤가 막힌 상황. 그들은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좌소천 일행을 압박했다.

 

“사도철군, 설마 도망갈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순우연이 냉소를 지으며 사도철군을 노려보았다. 그를 일행의 수장으로 여긴 듯했다.

 

그때 좌소천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됐군. 한꺼번에 이곳으로 다 몰려오다니. 쫓아다닐 필요 없이 이곳에서 모조리 제거하면 되겠어.”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 그러나 장원을 들썩이는 소란 속에서도 사람들의 귀청을 또렷하게 울렸다.

 

그 말이 묘하게 듣는 이의 감정을 자극했다.

 

“미친놈!”

 

“우리가 먼저 저놈들의 피로 목을 축여야겠소, 가주!”

 

“크크크, 저 미친놈들의 목을 누가 많이 따는지 내기를 하자구!”

 

천앙동의 괴인들이 참지 못하고 앞 다투어 나섰다. 그러더니 마침 앞으로 나와 있는 백룡과 도유관 등을 덮쳤다.

 

도유관이 은빛 쌍부를 교차시키며 냉랭히 소리쳤다.

 

“흥!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누가 누구의 피를 보는지 어디 해보자!”

 

그러고는 홍당무 대가리처럼 얼굴이 묘하게 생긴 자를 향해 쌍부를 휘둘렀다.

 

그사이 백룡은 빼빼 마른 백면괴를 향해 검을 날리고, 능야산은 두꺼비처럼 뚱뚱한 자를 향해 두 자루의 비도를 날렸다.

 

“헛!”

 

두꺼비처럼 뚱뚱한 반괴(盤怪)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번개가 따로 없었다. 능야산의 비도가 바로 번개였다.

 

반괴는 두툼한 손을 휘두르며 황급히 옆으로 미끄러졌다. 생김새에 비해 믿을 수 없는 빠름이었다. 그러나 그의 신법보다 비도가 간발의 차이로 빨랐다.

 

퍽!

 

하나는 피했지만, 하나가 그의 어깨를 뚫었다.

 

“이런 젠장!”

 

반괴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어깨를 털었다.

 

비도가 그의 두툼한 살에서 빠져나오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깨에 남은 것은 희미한 핏자국뿐. 하지만 비도에 실린 기운이 내부를 파고들어서 실질적인 고통은 상당했다.

 

“빌어먹을 놈! 네놈의 몸을 터뜨려 버리겠다!”

 

반괴가 악을 쓰며 몸을 날렸다.

 

그때 동천옹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소리쳤다.

 

“그 자식, 하마공(蝦큤功)을 익힌 놈이다! 미간을 뚫어!”

 

찰나! 능야산의 손에서 두 자루의 비도가 반괴의 미간을 향해 번개처럼 쏘아졌다.

 

“저 개 같은 늙은이가!”

 

자신의 약점이 단번에 알려지자, 대경한 반괴는 한마디 욕을 내뱉고 몸을 굴렸다.

 

그사이 백룡은 빼빼 마른 백면괴를 향해 줄기줄기 검강을 뿜어내고, 도유관은 홍당무 대가리를 쪼개 버릴 듯이 은빛 도끼를 휘둘렀다.

 

귀검과 잔도도 두 사람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박빙의 승부!

 

앞서 나간 다섯 사람이 의외로 승기를 잡지 못하자 나머지 괴인들도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런 놈들도 처리 못하다니! 병신 같은 놈들!”

 

전이라면 백룡과 도유관, 능야산 정도만이 그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리명한도, 이자광도, 전하련도, 사인학도, 홍려운도 그들을 상대하며 그럭저럭 사오십 초는 견딜 만큼 되었다.

 

그리고 둘이 한 사람을 상대하면 밀리지 않았다.

 

“거기 말대가리! 너는 우리와 싸우자!”

 

이자광이 말상의 얼굴을 한 괴인을 향해 전하련과 함께 달려가고, 종리명한은 홍려운과 함께 흑면의 괴인을 상대했다.

 

“얼굴이 시커먼 것이 곧 죽을 것 같은 자군! 이리 와! 내가 하루 종일이라도 상대해 줄 테니까!”

 

그래도 남는 자가 셋이다.

 

죽괴가 꼬챙이를 들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거 참, 묘하게 생긴 놈들이구나!”

 

“어디 건방진 주둥이만큼 실력도 있는지 볼까?”

 

동천옹도 눈을 빛내며 어슬렁어슬렁 앞으로 나아가고, 무영자는 밀려드는 어둠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흐흐흐흐. 어디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 이놈들!”

 

그때 염불곡이 자신의 일 장 반경 주위에 일곱 개의 깃발을 꽂았다. 

 

순간 그의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그걸 보더니 동천옹이 말했다.

 

“궁주, 염가가 꿍쳐 두었던 실력을 드러내기로 작정했으니, 이곳은 잠시 우리에게 맡기고 뒤쪽을 처리하시게나.”

 

그사이 염불곡의 눈에서 연한 녹기가 일렁였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도 사이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귀령의 힘을 빌리는 것인가?’

 

염불곡이 귀령의 힘을 빌려서 싸우려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상대를 강하게 평가했다는 말.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적이 분산되는 사이 묵령천의 형제들을 비롯한 오행대의 고수들 중 상당수가 뒤를 받쳐 줘야 했다. 

 

그러나 무림맹의 공격이 늦어지는 바람에 몸을 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이 천외천가와 천해의 핵심 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말.

 

못할 것은 없었다. 다만 뜻하지 않았던 희생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

 

그렇다고 그들이 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척발조가 천해의 고수들과 함께 뒤에서 다가오며 포위망을 좁혀온다.

 

‘어쩔 수 없지!’

 

<성주, 뒤는 제가 맡을 테니 순우연이나 사령이 움직이면 도와주십시오.>

 

<영령, 아직 움직이지 말고 지켜보다가, 위험한 상황이 되면 도와주어라.>

 

사도철군과 소영령에게 전음을 보낸 좌소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척발조를 향해 돌아섰다.

 

“일단 뒤부터 쓸어버려야겠군.”

 

기가 차는지 오 장 뒤까지 다가온 척발조가 걸음을 멈추고 낄낄거렸다.

 

“낄낄낄, 네놈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 어린놈이 간덩이가 퉁퉁 부어서 앞가림을 못하는구나!”

 

화답하듯 좌소천이 스윽 한 걸음 내딛으며 무진도를 들어 올렸다.

 

“척발조,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그대는 내가 누군지 아는가?!”

 

찰나였다. 좌소천의 신형이 삼 장을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높이 들린 무진도의 도첨에서 금빛 묵광이 쭉 뻗어나갔다.

 

그제야 무진도를 본 척발조의 눈이 홉떠졌다.

 

“너, 너는……?!”

 

동시에 좌소천의 일갈이 척발조의 귀청을 터뜨릴 듯이 울렸다.

 

“내가 바로 좌소천이다, 척발조!”

 

구성의 공력이 실린 암절단광(暗切斷光)!

 

쩌저저적!

 

하늘과 땅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헉! 조심해라!”

 

대경해 소리치는 척발조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단 일도였다. 그 일도의 도세에 휩쓸린 무정귀 칠팔 명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뒤늦게 피어오르는 피안개!

 

하지만 척발조는 피안개의 비릿한 혈향을 느낄 새도 없었다.

 

“네, 네놈이 언제……?”

 

천해에서 신녀를 구해 사라진 좌소천이다. 은사와 공야황이 함께하고도 잡지 못한 자!

 

척발조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났다.

 

“모두 저놈을 공격해!”

 

그때였다.

 

와아아! 와와와아아아!

 

“천외천가의 마졸들을 쳐라!”

 

“화산의 제자들아! 마귀들을 화산에서 몰아내자!”

 

동쪽과 북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약간의 차이를 두고 남쪽에서도 요란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공격하라!”

 

“강호의 정의를 지키자!”

 

“추호도 사정을 봐주지 마라!”

 

느긋하니 지켜보던 순우연과 순우기정의 눈이 두 번 흔들렸다.

 

처음에는 좌소천이라는 이름에, 나중에는 사방에서 들리는 함성에. 

 

그러나 무엇보다 큰 충격은 절대공자 좌소천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저놈이 좌소천이라고? 저놈이 언제 돌아왔단 말이냐!”

 

“가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놈이 노야와 싸우는 동안 나머지 놈들을 제거해야겠습니다!”

 

그렇다! 눈앞에 있는 놈들만 제거하면 상황을 뒤집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제아무리 좌소천이 강하다 한들 혼자서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퍼뜩 정신을 차린 순우연이 순우기정에게 명을 내렸다.

 

“사령을 움직여라, 기정!”

 

“예, 가주!”

 

대답을 하고 사령을 바라보는 순우기정의 입에서 목소리가 기이하게 떨려 나왔다.

 

“사령들이여! 적을 공격하라!”

 

순간 석상처럼 서 있던 열셋의 사령이 전면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이지를 완전히 상실한 듯 보이는데도 적아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달려들었다.

 

순우연의 명이 이어졌다.

 

“호영, 그대들도 나서라.”

 

순우연의 뒤쪽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서 있던 세 회의중년인이 앞으로 나섰다.

 

순우기정은 앞으로 나서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가주의 그림자, 천가호장(天家護將)이다. 초절정에 달한 무위도 무위지만, 그들이 무서운 건 단순한 무위 때문이 아니다.

 

‘필살의 수법이 하나씩 있다 했던가?’

 

최후의 순간 가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동귀어진의 수법이라 했다. 천유각주인 자신조차 그것이 무언지 모른다.

 

‘잘하면 본 가의 삼비(三秘) 중 하나를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순우기정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열셋의 사령과 범상치 않아 보이는 세 명의 회의중년인.

 

사도철군은 그들을 바라보며 철혈마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몽땅 나오는군.”

 

그는 지체없이 신형을 날리며 일갈을 내질렀다.

 

“네놈들은 나 사도철군이 맡아주마!”

 

후우우웅!

 

철혈마검이 삼 장의 공간을 점하고 휘둘러졌다.

 

콰과광!

 

단 일검에 선두의 사령 셋이 달려오다 말고 사방으로 튕겨졌다. 하지만 그뿐, 나머지 사령들은 이리 떼처럼 사도철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곧 쓰러진 자들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참으로 지독한 마물이로다!”

 

사도철군도 사령에 대한 말을 들은 터였다.

 

하나하나가 절정의 경지에 이른 능력을 지녔고, 어지간한 도검은 통하지도 않는다 했다. 

 

그래도 설마하니 자신의 철혈마검을 정통으로 맞고도 일어설 수 있을 줄이야!

 

비록 칠성의 공력이었고 검강을 끌어올리지 않았다지만, 인간이라면 절대 견딜 수 없는 공격이거늘.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 이놈들!”

 

오기가 솟은 그는 구성의 공력을 끌어올려 철혈마검에 주입했다.

 

시퍼런 강기가 검신을 따라 밀려가더니, 번쩍! 검첨에서 눈부신 청광이 쭉 뻗쳤다.

 

그때다!

 

쾅!

 

좌측에서 굉음이 터지며 머리가 하얗게 얼어붙은 사령 하나가 훌훌 날아간다.

 

슬쩍 눈을 돌린 사도철군의 입가로 하얀 웃음이 번졌다.

 

소영령이 사령 하나를 날려 버리고 또 다른 사령을 향해 하얀 손을 치켜드는 것이 보인 것이다.

 

“좋아! 우리 한번 놈들에게 맛을 보여주자고!”

 

한 소리 내지른 사도철군이 두 명의 사령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른 위력의 검강이 사령의 몸을 정통으로 후려쳤다.

 

사령의 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사도철군의 구성 공력이 실린 검강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퍽!

 

입을 쩍 벌린 사령의 몸이 힘없이 반으로 접히고, 반쯤 잘린 몸통에서 핏물과 내장이 쏟아졌다.

 

“흥! 별것도 아닌 놈들이!”

 

냉랭히 코웃음 친 사도철군은 다음 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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