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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02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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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02화

 

202화

 

 

 

 

 

 

적들이 구릉을 내려와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어느덧 오행진의 코앞까지 다가온다.

 

공손양은 옆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려운이 각적(角笛)을 입에 가져다 댔다.

 

부우우우우웅!

 

밤하늘을 울리는 나직하면서도 긴 소음.

 

각적의 소음은 홍려운의 폐부가 얼마나 넓은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길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묻혀 미약한 탄궁음이 밤공기를 갈랐다.

 

쉬쉬쉬쉬…….

 

일반 활에 비해 반도 안 되는 탄궁음인데다가, 각적의 소음에 묻히자 거의 들리지 않았다.

 

더구나 화살 자체가 워낙 가늘고 빨라 보이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맨 앞에서 달리던 자들은 화살이 몸을 꿰뚫고 나서야 그 존재를 눈치 챘다.

 

순식간에 십여 명이 픽픽 쓰러졌다.

 

달려오는 적들 속에서 누군가가 다급히 외쳤다.

 

“조심해라! 화살이다!”

 

선두에 선 자들은 대부분이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앞이 확 트여 있는 상황. 평범한 화살이라면 그들에게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을지 몰랐다. 

 

그러나 그 화살이 탈혼시고, 쏘아낸 활이 탈혼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소광섭은 십여 명을 쓰러뜨리고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놓은 탈혼시는 모두 사백여 개, 아직도 충분했다.

 

부우우우웅!

 

쉬쉬쉬쉬!

 

계속되는 각적 소리와 함께 탈혼시도 끊이지 않고 날아갔다.

 

철저히 경계를 하며 전진하는데도 이후로 십여 명이 더 쓰러졌다.

 

결국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벼락에 달려오던 자들이 주춤거렸다.

 

“산개해서 놈들을 쳐라!”

 

뒤늦게 척발조의 명령이 떨어졌다. 자신들의 무위만 믿고 상대하기에는 소광섭의 탈혼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안 것이다.

 

적과의 거리가 이십여 장으로 가까워지자, 소광섭은 탈혼시를 한 번에 다섯 개씩 걸어 다섯 번을 튕겨내고는, 즉시 뒤로 몸을 날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화살의 위협이 사라짐과 동시 천외천가의 무사들 걸음도 빨라졌다. 

 

그들은 일순간에 영풍장원 오십 장 거리까지 접근했다.

 

그때였다.

 

각적 소리가 급박하게 바뀌었다.

 

부웅! 부우웅! 부웅!

 

동시에 기회만 엿보고 있던 오행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명령도 없었다. 

 

고함 소리도, 위협하는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 철저히 조를 이룬 채 공격만 했다. 모두가 공손양의 지시에 따른 공격이었다.

 

자신만만하던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주춤거렸다.

 

자신들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무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일말의 사정도 없는 지독한 손속!

 

그동안 상대해 본 섬서의 무인들과 전혀 다른 반응. 그것이 천외천가 사람들의 가슴을 알게 모르게 짓눌렀다.

 

하지만 천해의 무리들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상대의 검이 몸에 꽂혔는데도 이마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자신의 몸에 검을 꽂은 자를 공격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피가 튀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과 신음이 울리며 사람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천해의 괴물들이다! 목을 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지 마라!”

 

“함께 죽자, 이 괴물 같은 놈들!”

 

반의반 각이 채 지나기도 전에 양편에서 널브러진 사람이 백수십 명에 달했다.

 

그중에는 무천단과 제천단의 무사도 있었고, 광한방과 신검장, 전마성의 이십팔전마에 속한 고수도 있었고, 천외천가의 장로와 천해의 무정귀도 있었다.

 

누구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싸움!

 

그때 천앙동의 괴인들과 열셋의 사령(邪靈)이 전면으로 나섰다. 그들이 나서자 전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진세를 흐트러뜨리지 마라!”

 

“혼자 달려들지 말고 함께 손을 써서 놈들을 막아!”

 

조금씩 밀리면서도 오행대는 제자리를 지키며 진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위에서 워낙 차이가 났다. 곧 비명이 꼬리를 물고 흘러나왔다.

 

“크억!”

 

“이놈들! 여기도 있다!”

 

“허억! 네놈들이……!”

 

공손양이 목화인과 헌원신우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우려하던 자들이 나선 상황, 이쪽에서도 저들을 상대할 만한 자들이 투입되어야 할 때였다.

 

목화인이 공손양의 뜻을 알고 앞으로 나섰다.

 

“저놈들은 우리가 맡겠네.”

 

헌원신우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전면을 바라보며 짧게 소리쳤다.

 

“가자! 가서 형제들의 원한을 갚자!”

 

그러나 적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묵령천의 형제들이 나섬과 동시, 조금 뒤로 처져서 상황을 살피던 혈암과 적암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저자는 내가 맡지.”

 

그러잖아도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사도철군이 철혈마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동천옹을 비롯한 장로들도 일제히 나섰다.

 

“너희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군사를 지켜라.”

 

도유관 등도 나가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적이 몰래 뒤로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이곳은 걱정 마십시오, 장로님!”

 

 

 

한편 백 장 밖에서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지휘하던 순우기정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대체 저곳을 지휘하고 있는 놈이 누군데 저리도 뛰어난 병법을 구사한단 말인가?”

 

천유각의 부각주 순우문이 공손양에 대해 말했다.

 

“사도철군이 수장이라고는 하나 직접적인 지휘는 공손양이라는 자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순우문의 말에 순우기정의 이마에 골이 파였다.

 

그도 공손양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그가 들은 공손양은 그저 ‘머리가 조금 뛰어나고 무공이 절정에 이른 젊은이’에 불과했다.

 

엉터리 보고였다.

 

‘어떤 멍청한 자식이 그 따위로 보고를 올린 거야?’

 

실제로 마주친 공손양은 뛰어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머리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결단력이 있는 자였다.

 

더구나 그는 군사로서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존심마저 접을 수 있는 독심(毒心)을!

 

‘위험해, 아무래도 좋지 않아. 이런 싸움이라면 승리를 한다 해도 남는 게 없어.’

 

하지만 그 말을 순우연에게 할 수는 없었다. 

 

직접 공격에 나서려 할 정도로 분노한 순우연에게 그러한 말이 먹힐 리 없었다.

 

바로 그때.

 

광운장에 남아 있어야 할 천밀당 당주 순우종이 저만치서 날듯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응? 무슨 일이지? 광운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

 

순우기정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급히 달려올 만한 일이라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닐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굳은 표정으로 달려온 순우종이 급히 순우연을 향해 무릎을 꿇고 소리치듯이 말했다.

 

“가주께 아룁니다!”

 

“네가 웬일이냐?”

 

순우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순우종이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보고를 올렸다.

 

“작수와 종남에 있던 본 가의 세력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합니다, 가주!”

 

순우기정이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오늘 오후 작수 지부에 젊은 자가 나타나서……. 그리고 석양이 질 무렵 한 청년이 종남에 올라왔사온데, 그에게 기산삼마를 시작으로 근 사백여 명의 무사가 죽고, 나머지도 대부분 중상을 입거나…….”

 

순우종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순우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야?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더냐!”

 

“정녕 한 사람이라고 하던가?”

 

순우기정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저도 믿을 수 없는 말입니다만, 전령이 전해온 대로라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죽기를 각오하지 않은 다음에야 누가 그러한 사실을 거짓으로 보고할 것인가.

 

저만치 있던 척발조가 그 말을 듣고 급히 다가왔다.

 

“마사와 우암이 그곳에 있었는데, 그들은 어찌 되었다고 하던가? 모용빈은?”

 

순우종이 멈칫하고는, 자신이 들은 것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엄청난 기운의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 모용빈이 그자와 싸운 것 같은데, 소리가 멎은 후에 모용빈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사와 우암, 두 분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들이 죽었다고? 그 한 놈에게 말인가?”

 

“예, 노야.”

 

순우연이 으드득 이를 갈았다.

 

“대체 어느 놈이라더냐?”

 

“작수에 나타난 청의청년은 도를 썼다고 하고, 종남에 나타난 흑의인은 곤과 검을 썼다고 합니다. 아직 그들이 누군지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주.”

 

지부 하나를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 적천마도신 모용빈을 물리치고, 비록 한 팔이 잘렸다지만 절대지경에 오른 고수와 그에 근접한 고수를 죽일 수 있는 자.

 

그러한 자가 둘이나 적으로서 나타났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작수에 나타났다는 도를 쓰는 청의청년.

 

‘설마 그놈이 나타난 것은 아니겠지?’

 

만일 그가 좌소천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순우연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음…….”

 

척발조도 난데없는 날벼락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반짝 눈을 빛낸 순우기정이 넌지시 말했다.

 

“가주,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홱, 고개를 돌린 순우연이 순우기정을 노려보았다.

 

“돌아간다고? 저놈들을 놔두고 말인가?”

 

“자칫하면 광운장마저 당할지 모릅니다.”

 

자신들이 있을 때라면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러나 상대가 정말 그러한 고수이고 둘 이상이라면, 남아 있는 사람들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광운장이 무너지면 앞뒤로 적을 맞이하는 셈이 아닌가.

 

더구나 영풍산장에 대한 공격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

 

“빌어먹을!”

 

항상 침착함을 잃지 않던 순우연조차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의 적만 해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고수 몇몇을 제외한 전력을 다 투입했는데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이길 수는 있을 듯했다. 비록 쓸모없는 자식이지만 순우무종도 구하고.

 

하지만 이기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볼게 분명한 상황.

 

과연 남은 전력으로 천하를 노릴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아무리 공야황이 천하제일의 고수라 해도 불가능하다. 

 

설령 화산을 무너뜨려 섬서를 차지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세력은 잘해야 삼 할도 채 남지 않는다. 

 

그럴 경우 무림맹의 근본인 구파일방, 오대세가와 제천신궁의 무사들이 또 달려오면 기껏해야 함께 죽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자신은 천하를 차지하려고 나왔지, 함께 죽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잖은가.

 

게다가 작수에 나타난 놈이 정말 좌소천이라면?

 

그렇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쓸모도 없는 아들은 다음에 구해도 된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병신 같은 놈!’

 

욕망에 눈이 먼 그에겐 자식의 생사조차 차후의 문제였다.

 

그만이 아니었다. 순우기정도, 척발조도 순우무종에 대해선 잊은 듯 이름조차 꺼내지 않았다.

 

“노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만.”

 

척발조도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마사와 우암을 혼자서 죽일 수 있는 자가 뒤로 다가온다. 

 

다른 때라면 ‘겨우 두 사람 때문에 겁먹는가?’라며 조롱조로 한마디 했겠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래야 할 것 같소, 가주. 저딴 놈들은 다음에 공격해도 충분하니까.”

 

순우연은 ‘너라고 별수 있냐?’ 하는 눈으로 척발조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순우기정에게 명을 내렸다.

 

“후퇴하라는 신호를 보내라!”

 

순우기정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예, 가주!”

 

 

 

사도철군은 십암 중 둘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동천옹 등 장로들은 반쯤 미친 듯한 괴인 몇 명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느라 남을 도울 틈도 없었다.

 

그사이 묵령천의 형제들도 괴인 몇과 열셋의 사령을 상대하며 악전고투했다. 

 

인원이 그들의 네 배나 되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몇 초가 지나기 전에 대여섯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헌원신우와 목화인, 증모당, 기령산, 목영운 등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기를 쓰고 달려들어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누하진이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목영락이 그를 도우려다 옆구리가 베인 채 뒤로 물러선다.

 

그나마 그로 인해 숨 돌릴 틈을 얻은 오행대가 오행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이를 지그시 악문 공손양이 검을 밀어 올렸다.

 

한 사람이 아까운 상황. 적들 중 수장 몇이 아직 나서지 않았지만,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우리도 나서야 할 것 같소.”

 

“알겠소, 군사.”

 

뒤쪽 어둠에서 나직한 답이 들렸다. 기천승이었다.

 

“좋아,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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