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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0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201화

 

201화

 

 

 

 

 

 

 

 

1장 갈대숲은 피로 물들고

 

 

 

 

 

1

 

 

 

 

 

주군!

 

공손양이 주군이라 부를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좌소천!

 

가만? 그가 오고 있다고?!

 

비록 잠깐이었지만, 방 안에 열아홉 개의 석상이 생겼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질 때다. 염불곡의 입에서 나직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어쩐지…….”

 

동천옹이 홱 고개를 돌려서 염불곡을 노려보았다.

 

“뭐냐? 염가, 너도 알고 있었어?”

 

“그게 아니라, 귀령의 기운이 조금 강해진 것처럼 느껴져서…….”

 

“그게 그거 아니야!”

 

동천옹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염불곡도 할 말이 많았다.

 

“최근 죽은 사람이 많아서 귀령의 기운을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귀령의 변화만 신경 쓰고 있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가 그 차이를 느낀 것은 오후부터였다.

 

확신을 했다가 아니면 괴로워지는 사람은 자신뿐. 그는 좀 더 확신을 가질 때까지 말을 미루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 당장 난리를 치며 닦달을 당할 게 분명한 일. 염불곡은 절대 아니라며 악착같이 변명했다. 

 

그러고는 동천옹이 어느 정도 납득한 듯하자 넌지시 한마디 덧붙였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귀령의 기운이 강해지는 걸 보니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공손양의 눈이 반짝였다.

 

‘종남에서 이곳으로 향했다는 말. 그럼… 혹시……?’

 

 

 

 

 

2

 

 

 

 

 

좌소천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광운장을 바라보았다.

 

‘흠, 결국 움직였나?’

 

도착하자마자 경비무사를 하나 잡아서 상황을 알아보았다.

 

순우연을 비롯해 광운장에 있던 고수들 태반이 화산으로 몰려갔다고 한다.

 

그렇게 서두를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일,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싸움이 이미 벌어졌다면 자신이 가봐야 늦었다.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전령의 소식에 후퇴할 가능성이 크고. 

 

더구나 연이은 격전으로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 상태가 아닌가? 

 

쉬지 않고 달려간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중을 위해 적을 줄이는 것이 나았다.

 

그러면 하다못해 훗날 동료들이 덜 힘들어질 테니까.

 

그렇게 결정을 내린 좌소천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장원을 바라보며 운기요상을 했다.

 

 

 

한 사람이 장원을 나서더니 동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간다. 종남산에서 쉬지 않고 달려온 무사 하나가 장원 안으로 들어간 지 일각 만이었다.

 

완전하진 않지만, 팔 할 정도의 내력을 찾은 상태. 더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좌소천은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장원으로 다가갔다.

 

“정지!”

 

“누군데 늦은 밤에 찾아온 거요?”

 

두 명의 위사가 좌소천을 보고 다가왔다.

 

좌소천도 말없이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두 명의 위사와 일 장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흠칫한 두 위사가 걸음을 멈추고 검을 잡아갔다.

 

“헛! 무슨 짓……!”

 

하지만 그들이 방어하기에는 좌소천의 공격이 너무나 빠르고 강했다.

 

퍼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명의 위사가 입을 쩍 벌리며 그대로 무너진다.

 

좌소천은 뒤로 넘어가는 그들 사이를 지나 정문으로 다가갔다.

 

그의 두 손이 다시 들린 순간,

 

쾅!

 

경첩이 떨어지며, 한 뼘 두께의 거대한 정문이 장원 안쪽으로 넘어졌다.

 

우당탕!

 

갑작스런 소란에 무사들이 우르르 뛰어나왔다.

 

개중에는 일류 수준의 고수도 있었고, 간혹 절정고수들마저 섞여 있었다. 주력이 출동한 이후여서인지 긴장이 아직 풀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야?”

 

“대문이 왜 넘어간 것이지?”

 

좌소천은 달려나오는 그들을 바라보며 허리춤에서 묵령기환보를 뽑아 들었다.

 

이미 두 번의 격전을 치르고 삼백 리 길을 이동한 그다. 와중에 절대지경의 고수와 싸운 것만도 두 번이나 되고, 수백 명의 무사와 격전을 벌였다.

 

제아무리 그가 강하다 해도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조금 힘들어지면 동료들이, 형제들이 살 수 있거늘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그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자 몇 사람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웬 놈이냐?!”

 

“네가 정문을 부순 것이냐?!”

 

좌소천은 말없이 걸음만 옮겼다. 이들과 말을 나누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적으로서 온 것일 뿐.

 

그가 장원의 넓은 마당 한가운데에 이르자 서너 명이 무기를 빼 들고 달려들었다.

 

좌소천은 한 걸음에 그들 사이를 파고들며 묵령기환보를 휘둘렀다.

 

순간 천붕칠절 중의 설붕벽에 어둠이 무너져 내리며 세 명의 무사를 덮쳤다.

 

콰과광!

 

“크어억!”

 

“허억!”

 

벼락에 맞은 듯 튕겨지는 세 명의 무사. 그들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와 광운장을 울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대경한 무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자, 천붕칠절이 줄기줄기 쏟아지며 광운장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단호한 손속!

 

좌소천은 손끝에 일말의 사정도 두지 않았다.

 

지금은 전쟁 중인 것이다!

 

‘나에게 자비를 바라지 마라, 천외천가여!’

 

 

 

 

 

3

 

 

 

 

 

광운장에서 출발한 지 세 시진, 일천의 무사는 영풍산장에서 이십 리 떨어진 위하 강변의 송림에 몸을 숨기고 마지막 휴식을 취했다.

 

“남은 거리는?”

 

“이십 리 정도 남았습니다.”

 

“놈들의 움직임은?”

 

“아직 별다른 보고는 없습니다. 설마 저희들이 그렇게 큰 피해를 입고도 곧바로 기습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설령 대비를 하고 있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만.”

 

순우연은 앞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싸늘한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

 

하지만 순우기정은 그 눈빛을 보고, 그것이 더 순우연의 본 모습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흐음… 좋아, 공격을 시작하면 철저히 때려 부숴, 놈들에게 본 가의 위대함을 보여줘라. 그따위 기습에 끄떡없다는 것을 알려줘.”

 

순우연의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본래 그는 어지간한 싸움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 

 

공야황은 직접 나서서 산양과 상주를 단숨에 쳐부쉈는데, 자신은 가만히 있다 뒤통수를 맞았지 않은가.

 

상대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게다가 척발조의 빈정거림도 더 이상 듣기 싫었다.

 

 

 

“해주께서 밥상을 차려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오, 가주?”

 

“거 보시오. 진작 움직였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니오?”

 

 

 

좋은 소리도 자꾸 들으면 싫증이 나는 법이다. 하물며 좋지 않은 말을 계속 들으면 아무리 상대가 윗사람이라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흥! 어차피 움직였으니 본 가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 척발조.’

 

하기에 이번 기습 작전을 단단히 벼르고 움직였다. 천앙동의 괴인들과 삼령을 모두 움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공야황이 올라오기 전에 화산까지 쓸어버려야겠어.’

 

그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야, 가시지요.”

 

한쪽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척발조도 몸을 일으켰다.

 

마침내 시작이다.

 

이번 싸움이 시작되면 둘 중 하나가 끝장나야 끝난다. 물론 그 승리는 당연히 자신들의 것이 될 것이다.

 

순우연은 자신감을 가지고 뒤돌아섰다.

 

 

 

멀리서 송림을 바라보던 북리환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새카맣게 몰려왔군.’

 

반격을 예상하고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 그렇다 해도 몰려오는 적이 너무나 많았다.

 

더구나 저들은 일반무사들이 아니다. 천외천가와 천해의 정예들이다. 복수를 위해 나선 자들.

 

천하의 녹림왕 북리환도 질릴 정도의 기운이 뿜어진다.

 

“조필, 가서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해라.”

 

조필이 뒤로 빠져 달려가는 걸 보며 북리환도 몸을 숨겼던 곳에서 몸을 뺐다.

 

 

 

영풍산장에서 오 리가량 떨어진 곳.

 

스스스스…….

 

바람 소리만이 들리는 갈대숲은 일천 명이 들어가도 흔적조차 남지 않을 만큼 넓었다.

 

천외천가의 선발대가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들이 송림을 떠난 지 일각이 지날 무렵이었다.

 

모두 이백 명. 그들은 갈대숲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빠르게 전진했다.

 

저 멀리 영풍산장에서 화톳불의 불빛이 비친다. 이대로 전진하면 반 각 이전에 영풍산장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들이 따라가는 소로. 그 길이 하루 전만 해도 없었다는 사실.

 

선발대를 이끌던 잠사령주 가은은 갈대숲 중앙에 들어선 후에야 이상함을 눈치 챘다.

 

들어설 때는 다섯 갈래의 길이었는데, 그 길이 중앙에 이르자 한곳으로 뭉친 것이다.

 

“조심하고 주위를……!”

 

그가 급히 수하들에게 주의를 주려 할 때다.

 

쉬쉬쉬쉭!

 

갈대 쓸리는 소리, 바람이 갈라지며 수백 발의 화살이 중앙으로 날아들었다.

 

한밤중에 날아드는 화살에는 눈이 없었다.

 

살대가 쇠로 만들어진 철시는 무사들이 급히 휘두른 무기에 튕겨져 사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허억!”

 

“크윽!”

 

“흡! 이런 개 같은……!”

 

어둠 속, 사방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자들이 급급히 갈대숲 속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 역시 갈대숲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벼락이라도 맞은 듯 튕겨졌다.

 

“헉! 적이 숨어 있다!”

 

“조심해서 전진해라!”

 

“으악!”

 

몸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은 전마성과 대왕채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화정대였다.

 

나중에 합쳐진 인원까지 총 이백의 화정대는 단숨에 이천 발의 화살을 날리고는, 혼란이 극에 달한 적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뼈가 잘리고 살이 갈리는 소리.

 

비명과 신음이 갈대가 몸을 비벼대는 스산한 소리와 뒤섞여 갈대숲을 짓눌렀다.

 

그때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휘이이익!

 

화정대는 그 소리가 울리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몸을 빼냈다. 전면 공격을 시작하고 스물을 셀 즈음이었다.

 

직후 순우연이 이끄는 천외천가의 후속대가 갈대숲에 들어왔다.

 

“이 찢어죽일 놈들이!”

 

순우연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바라보고는 이를 갈았다. 이백의 선발대 중 반수 가까이가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

 

둘로 나뉜 공격진의 한쪽은 자신이, 한쪽은 척발조가 맡고 있는 상황. 척발조는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자신의 공격조만 피해를 입었다.

 

순우연은 그 점에 더 화가 났다.

 

“기정, 앞쪽에 놈들이 매복할 만한 곳이 또 있나?”

 

“앞쪽으로는 밋밋한 구릉뿐입니다. 그곳에선 땅을 파고 숨지 않는 한 숨을 만한 곳이 없습니다, 가주.”

 

“좋아, 놈들을 쫓아라! 가서 영풍산장을 지워 버려!”

 

분노한 순우연의 외침이 갈대숲을 울렸다.

 

 

 

일차 방어는 성공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려는 듯 적들이 구름처럼 밀려든다.

 

공손양은 달빛에 비친 그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 걱정 말게. 놈들이 강하다지만, 우리 역시 약하지 않네. 게다가 우리는 방어를 하는 입장이 아닌가?”

 

자신있는 사도철군의 말에 공손양은 묵묵히 앞만 바라보았다.

 

그나마 계략을 써 방어를 하는 입장이기에 다행이지 정면 대결이라면 전멸을 각오해야 할 판이었다.

 

광운장을 친 것은 단순히 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공격을 해봄으로써 적의 힘을 보다 정확히 알아보기 위한 마음도 들어 있었다.

 

그 결과, 공손양은 적의 힘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사실 어제의 공격에서 적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힌 것은 운이 좋았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만일 급습이 아니고 정면으로 쳐들어갔다면, 하다못해 적들이 자만하지 않고 경계만 철저히 했더라도, 기분에 치우쳐 조금만 더 후퇴하는 게 늦었더라도 자신들의 피해 역시 엄청났을 것이었다.

 

‘반이나 살아서 돌아왔을까?’

 

생각하는 사이, 적들이 작전 계획선 안으로 들어왔다.

 

공손양은 앞을 노려보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장원에서 백여 장 안쪽에 오행대를 중심으로 방어막을 펼쳐 놓았다.

 

결국 승부는 오행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느냐에 따라 결정날 것이었다.

 

‘주군께서 돌아오실 때까지만 견디면 된다. 그때까지만 견디면 우리가 이긴다.’

 

그때 사도철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올라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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