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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11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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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11화

은천검제

제11화

 

숙이거나 젖히는 것보다 비트는 동작이 빠르다.

진무린은 본능적으로 마등의 도를 따라 몸을 틀었다.

그의 도를 피한 직후였다.

쉑! 쉐엑!

자세가 흐트러진 간극을 설중객과 피풍객의 검이 파고들었다.

팽이처럼 몸을 돌린 진무린은 눈앞에 닥친 설중객의 검을 때려냈고, 고개를 기울이는 단순한 동작으로 피풍객의 검을 피했다.

쉐에에에엑!

거대한 마등의 도가 진무린의 퇴로를 막는 것과 동시에 설중객과 피풍객의 검이 재차 달려들었다.

카앙! 카강! 카아아-앙!

누구 한 사람이 고수 아닌 이가 없다.

설중객과 피풍객의 검, 마등의 도와 진무린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어설픈 무인은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날카로운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함께 달려드는 셋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바라는 것처럼 진무린을 몰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진무린을 재촉했다.

네가 감춘 한 수를 내놔.

우중객을 갈랐던 그 검을 보여.

검과 검, 검과 도가 부딪칠 때마다 불꽃이 튀었고, 아침 햇살을 받은 세 자루 검과 거무튀튀한 도가 만들어내는 살벌한 반짝임이 흑사련 호북지부의 정원에 가득했다.

카가강! 

마등의 도를 막은 진무린은 삽시간에 몸을 틀어 피풍객의 허리에 검을 찔러 넣었다.

고수 간의 대결이었다.

화들짝 피풍객이 몸을 빼냈고, 그 빈자리를 거짓말처럼 진무린이 차지하며 몰려있던 위기를 벗어났다.

겨우 몰아넣었던 진무린이 빠져나가는 참이다.

“어딜!”

용납 못 하겠다는 것처럼 마등의 도가 위에서 날카롭게 떨어져 내렸다.

카아아앙!

진무린은 마등의 도를 세차게 때려냈고, 그 탄력을 이용해 재차 피풍객의 목을 노렸다.

쉐에엑! 쉐에엑!

진무린의 검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설중객 역시 검을 찔러 넣었다.

안타깝고 아쉽다.

두 번만 더 검을 내면 피풍객의 목을 가를 텐데. 

쉑! 카앙!

진무린이 검을 당겨 설중객의 검을 때려낸 직후였다.

쉐에엑!

짧게 휘둘러 틈을 만든 마등이 커다랗게 도를 돌린 뒤에 오른쪽 바닥에 거꾸로 세웠다.

할 말이 있어?

그것이 아니라면 비웃음 따위로 도발하려는 건가?

쉐에엑! 쉑! 쉐엑!

짐작은 그랬는데 설중객과 피풍객은 검을 멈추지 않은 채 진무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앙! 카가강!

보여다오. 너의 검을.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나서지 않겠다.

도의 끝을 땅에 꽂아 손잡이를 붙든 마등은 야비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마등은 요구하고 있었다.

은천검법이 아니라 우중객을 상대했던 섬전검법을 내놓으라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겠지?

‘오냐.’

마음을 굳힌 진무린은 단박에 섬전검법을 펼쳤다.

연저비, 상호근강, 무양퇴서, 승비우사. 

섬전검법의 초식이 진무린의 검에서 쏟아졌다.

쉐에엑! 카가각!

상황이 단박에 바뀌었다.

진무린이 검을 감아 뿌릴 때마다 설중객과 피풍객이 위급한 처지에 놓였고, 지켜보던 마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장만 해도 그렇다.

카앙! 가가각!

진무린이 검을 휘감으면 반드시 틈이 생겼다.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나 승패를 나누고, 생사를 결정짓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진무린의 검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쉐에엑! 쉑!

틈을 보인 피풍객의 목을 노릴 때, 설중객이 미친 듯이 달려들지 않았다면,

쉐엑! 카가각!

둘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피풍객은 분명 피를 뿌리며 바닥에 쓰러졌을 게 분명했다.

쉑! 쉐엑! 카가각!

진무린이 설중객의 검을 감아 밀어낸 뒤에 피풍객을 향해 몸을 틀 때였다.

“좋아!”

굵직한 마등의 고함이 터졌다.

신호였을까?

마등이 왼손으로 도의 등을 툭 때리며 달려들자 설중객과 피풍객이 몸을 뒤틀었다.

쉐에에에에엑!

번득하며 날아드는 도를 향해 진무린은 섬전검법의 초식을 펼쳐냈다.

검과 도가 뒤엉킨 직후였다.

카가가가각.

섬뜩한 통증과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 검을 통해 넘어왔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그리고 검을 지켜낸 대가는 지독한 통증이었다.

담비가 물어뜯나 싶을 정도로 생생한 통증이 진무린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파고드는데 눈앞에서는 마등의 도가 달려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생각은 그런데 당장은 마등의 도를 피하는 것이 급했다.

쉐에엑! 쉐엑! 쉐에에엑!

연신 날아드는 도를 피하는 진무린의 모습은 마치 경극에 오른 배우처럼 현란했다.

그렇게 마등의 도를 피하면서도 진무린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내공이란 한순간에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등이 진무린을 핍박할 정도로 내공을 쌓았다면 구대문파나 암연이 그 점을 모를 리 없었다.

쉐에엑! 쉑! 쉑!

급히 상체를 젖힌 진무린은 다시 날아드는 마등의 도를 피하고자 팽이처럼 몸을 돌렸다.

이대로 피하기만 하다가는 반드시 저 무식하게 커다란 마등의 도에 몸이 갈리고 만다.

쉐에에에엑!

상체를 돌려 도의 아래로 몸을 빼낸 진무린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검을 뻗어 날아오는 마등의 도를 휘감았다.

카가가각.

이대로 뿌리면 되는데…….

‘끄응!’

역시나 오른팔이 마비될 정도로 강렬한 내공이 도를 타고 날아왔고, 엄청난 압력이 진무린의 검을 한쪽으로 몰았다.

카각!

진무린은 검이 밀려나는 방향을 향해 몸을 뒤틀었다.

그런 뒤에 이를 악물며 날아든 도를 쳐냈다.

쉐에에엑! 카아앙!

오른팔이 부들거릴 정도로 강렬한 내공과 엄지와 검지 사이가 뜯겨나갈 정도의 통증을 악착같이 이겨낸 직후였다.

“와아아아악!”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고함을 터트린 마등의 눈이 피를 머금은 듯 붉게 물들었다.

‘폭렬공!’

이성을 잃고 지르는 고함, 피처럼 붉은 눈.

마교의 폭렬공을 운용하는 이의 특징이었다.

쉐엑! 쉑쉑쉑!

진무린의 반격을 피한 마등의 눈이 더욱 붉게 타올랐다.

이러면 설중객과 피풍객을 물러나게 한 이유가 설명된다.

쉐에에에엑! 퍼러러럭.

날아드는 마등의 도를 피하고자 진무린은 허공에 떠올라 팽이처럼 몸을 돌렸고,

쉐에에엑!

재차 날아드는 도의 날을 타고 넘듯 건너편에 내려섰다.

폭렬공은 단숨에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해 계속 폭렬공을 뿜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분별력을 잃는다.

바로 지금의 마등처럼.

다음 단계는 보이는 모든 이들을 적이라 느낀다.

자칫하다가는 설중객과 피풍객의 몸뚱이를 가를 수 있으니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났으리라.

쉐에에에엑!

상체를 커다랗게 돌리며 마등의 도를 피한 진무린은 마음을 굳혔다.

흑사련의 련주가 어떻게 마교의 무공을 익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폭렬공을 발휘하면 진무린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 믿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고작 폭렬공 따위로!

마교의 교주도 아니고 흑사련의 련주 마등이!

왼손으로 도를 튕겨내는 마등을 보며 진무린은 강호에 나와 처음으로 ‘묵룡심법’을 일으켰다.

그 직후였다.

쉐에에에엑! 우우웅.

날아드는 마등의 도를 향해 진무린의 검이 울었다.

움찔하는 설중객과 피풍객 앞에서 진무린은 검을 세차게 찔러 넣었다.

까가가가각.

먼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거북한 소리가 울려 나왔고, 이어 폭렬공을 뿜어낸 이후 처음으로 마등의 몸이 흔들렸다.

“련주!”

놀란 설중객과 피풍객이 달려들어 마등을 위해 검을 뿌렸다.

몸을 훌쩍 띄운 진무린은 달려드는 설중객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고, 이어 피풍객의 목을 향해 섬전처럼 휘둘렀다.

쉐에엑!

“크흑!”

비명은 피풍객이 토해냈다.

그의 목 바로 아래 붉은 줄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쉐에에에엑!

허공에서 몸을 뒤튼 진무린은 마등을 두 조각으로 쪼갤 것처럼 무섭게 검을 내리쳤다.

“와아아아악!”

마등이 고함을 지르며 도를 가로 질렀다.

카가가가강!

바닥에 내려선 직후였다.

진무린은 재차 솟아올라 또다시 검을 내리쳤다.

쉑! 콰그긍!

거대한 묵룡심법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마등이 뒤로 밀려나 휘청였다.

마등을 잡을 결정적인 기회였다.

더는 지켜보지 못한 설중객과 피풍객이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너희 따위에 밀릴 거라면!

휘리리리릭!

애초에 강호에 나오지도 않았다!

몸을 돌린 진무린은 묵룡심법을 끌어올리며 검을 휘날렸다.

검광은 눈부셨다.

그렇게 흑사련 호북지부에 피어난 눈부신 검광은 곧바로 눈발로 바뀌었다.

폭설이었다.

무섭도록 쏟아지는 폭설이 설중객을 덮쳤다.

눈이 오는 속에 갇혔으니 설중객이란 별호가 참으로 적당하겠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주춤주춤 밀려난 설중객의 상반신은 멀쩡한 곳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쉐엑! 휘리리리릭!

그 직후에 진무린은 연달아 검을 찔러넣어 피풍객을 밀쳐냈다. 그런 뒤에 망설임 없이 검을 휘날렸다.

카가각. 카각.

그래도 한 번 봤다고 몇 차례 막아냈으나 피풍객의 다음 모습은 설중객과 다르지 않았다.

은천심법으로 펼쳐도 우중객이 감당하지 못했던 초식이었다. 그런데 묵룡심법을 얹었으니 설중객과 피풍객이 감당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털썩.

피풍객은 뒤로 주저앉는 설중객을 보았고, 이어 자신의 몸뚱이를 내려다보았으며, 그 끝에서 고개를 들었다.

“이 초식의 이름이 무어냐?”

“춘설난무.”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설중객이 견디지 못하는 폭설이라니…….”

입술 끝으로 웃은 피풍객이 설중객과 비슷하게 넘어지듯 주저앉았고, 피를 게워낸 뒤에 모로 쓰러졌다.

“크아.”

고개를 돌린 진무린의 시선에 마등이 들어왔다.

눈은 피처럼 붉었고, 눈썹은 하늘로 치솟았다.

게다가 입 끝마저 귀를 향해 들려서 악귀의 형상이었다.

“죽인다.”

이성을 잃은 살인귀, 지금 진무린의 눈에 보이는 마등의 모습이었다.

진무린이 몸을 피하면 저 살인귀는 호북지부를 뛰쳐나가 죽을 때까지 도를 휘두른다.

사람들이 마교를 손가락질하며 그들의 무공을 욕하는 이유가 바로 저 주화입마 증상의 잔혹함에 있지 않던가.

후우우욱.

마등의 몸에서 그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죽인다!”

마등이 고함을 지르자, 문이 울었고, 기와가 들썩였으며, 청석 사이에 끼었던 흙가루와 먼지들이 정강이 높이로 피어올랐다.

머리칼은 하늘로 솟고, 소매는 한껏 부풀어 올랐는데 고함을 지른 마등은 쉬 달려들지 않았다.

어설프게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기억쯤 지닌 모양이었다.

암중세력이 있으리라 하더니 결국 마교의 힘을 등에 업고 사파를 일통했던 건가.

진무린은 묵룡심법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저런 놈에게 지면 내 주인이 아니지.

검이 건방진 울음을 토해냈다.

이놈의 이름은 ‘묵룡검’이다.

검날을 따라 고어가 새겨졌고, 묵룡심법을 얻었다는 증거로 검면에 용을 그렸다.

이렇게 묵룡심법을 끌어올리면 우는데 그럴 때면 마치 검이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검이 우는 소리를 들은 마등이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뿜어내며 도의 몸뚱이에 왼손을 얹었다.

쉐에에에에엑!

더 빨라졌다.

급히 몸을 비튼 진무린은 마등의 목을 노리고 강호에 나온 이후 가장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상체를 젖혀 피한 마등은 도를 이용해 진무린의 검을 감았다.

카가가각.

검과 도가 휘감기며 듣기 거북한 소리가 연속해 피어났다.

힘으로 하자고?

진무린은 도와 엉켜 휘말린 검을 당겼다.

그리고는 악귀와 다를 바 없는 마등을 향해 솟구쳤다.

쉐에에에엑!

묵룡심법을 한껏 받아들인 검이 매섭게 마등을 향해 떨어졌다.

카아아아-앙!

‘끄윽.’

“크아아-악!”

진무린은 신음을 삼켰고, 마등은 토해냈다.

바닥에 내려선 진무린은 또다시 솟구쳤다.

쉐에에에에엑! 카아아아아-앙!

‘끄으.’

“크와아아악!”

진무린의 묵룡심법과 마등의 폭렬공이 두 번이나 부딪치자 열려있던 본채 문의 위쪽이 떨어졌고, 정원 가득히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진무린과 마등의 거리는 다섯 걸음 정도였다.

진무린은 검을 앞으로 내린 모습이었고, 마등은 도를 앞으로 꽂아 겨우 몸을 버티는 상태였다.

“허억! 헉. 허억.”

두 번, 묵룡심법의 내공을 정면으로 받아낸 마등은 힘을 잃었다.

그의 눈 끝과 코, 입에서 새어 나온 검붉은 피가 턱을 적시고, 바닥에 깔린 청석을 물들이고 있었다.

“오늘로 흑사련은 해체하고, 수괴 마등은 수많은 생명을 해한 죄를 물어 벌한다.”

“크학!”

마등이 피에 물든 이를 드러내며 흉측한 고함을 질렀다.

이미 폭렬공의 부작용으로 이성을 잃은 마등에게는 어쩌면 신이 내린 마지막 자비일지도 모른다.

단숨에 죽는 것이 말이다.

숨을 나직하게 내쉰 진무린은 묵룡심법을 끌어올렸다.

쉐에에에에에엑!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 검은 마등의 목에도 기다란 잔상을 남긴 채 돌아왔다.

지독한 침묵이 흐른 뒤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것처럼 입을 벌리던 마등의 입에서 피가 울컥 나왔고, 그와 비슷하게 코, 귀, 눈에서 시커멓게 변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네놈이 죽인 사람들의 피를 생각하면 억울할 일이 아니고.

스르륵 밀린 마등의 머리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마공에 잡혀 살인마가 되는 것보다는 이리 죽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다.

털썩. 카앙.

마침내 마등의 몸뚱이가 무너졌고, 그의 커다란 도가 흑사련 호북지부 청석 위에 함께 누웠다.

가슴을 꿰어 나무에 걸지는 않으마.

진무린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처음 마등의 폭렬공을 상대하며 뒤엉킨 기혈 탓에 지금은 조용한 곳을 찾아 운기를 하는 게 좋았다.

마등의 몸뚱이를 내려다보던 진무린은 픽 웃었다.

흑사련의 수괴를 쓰러트린 것치고는 어쩐지 너무 쉬웠다.

검을 든 진무린이 몸을 돌린 직후였다.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의 노인과 한 명의 중년 남자가 허공에서 걷는 것처럼 날아와 앞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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