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9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94화
“최대한 빨리 북경으로 가는 표행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가려던 왕수가 조심스럽게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한 가지 말씀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저는 그러기 싫지만 사람들이 제가 표사인 대협께 말을 높이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해 대협의 신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 신분?”
호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왕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왕수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저는 대협의 신분에 대해 아무런 호기심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왕수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니……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제가 호 표사라고 칭해도…….”
왕수의 말에 호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물론 자신을 호 표사라고 부르는 것에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학사라는 칭호에 익숙한 호현으로서 표사라는 칭호로 불리니 그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였다.
하지만 왕수에게 그 움직임은 호현이 화가 나서라고 여겨졌다. 그에 왕수가 급히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미친 듯합니다. 감히 대협을 호 표사라고 부르려 하다니 부디 용서를…….”
“아니,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좀 익숙지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북경에 표사로 가기로 했으니 편하신 대로 호 표사라고 불러주십시오.”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게 제가 더 편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표국 사람들도…….”
슬며시 말을 했던 왕수는 자신이 너무 주제 넘는 것을 말했다는 생각에 급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싫으시다면 아무도 호 표사……님이라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도 호 표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호현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 왕수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왕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서우를 끌고 집무실에서 멀리 떨어졌다.
“표국 사람들 입은 단속했습니까?”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허공을 날던 것을 봤다고 생각되는 행인들의 입도 모두 단속을 했습니다.”
“표국 사람들이야 본 것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행인들은 어떻게?”
“연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연?”
“사람 모형으로 만든 연을 날렸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사람들이 믿습니까?”
“믿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사람이 그렇게 높이 날고 허공을 걷는다는 것이 더 믿기 어려우니까요.”
‘하긴 무공을 익힌 나라도 사람이 그렇게 높이 날고 하늘을 걷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할 테니까.’
속으로 중얼거린 왕수가 서우에게 호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서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왕수를 바라보았다.
“그런 절세 고수를 호 표사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분께서 허락을 하신 것이니 괜찮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분이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면 무당쌍선과 연이 있는 분이니 선한 분일 겁니다.”
왕수의 말에 서우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정도 고수가 왜 신분을 감추는 것일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저에게는 천상천과 같은 분이니……. 아! 그보다 북경으로 가는 표행을 꾸려야 할 듯합니다. 그분께서 북경으로 가신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그렇게 먼 거리로 보내는 표물이 있겠습니까? 저희 표국의 이름이 태을이기는 하지만 무당과는 연이 없잖습니까.”
호북에서 표국질을 하려면 무당과 연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태을 표국은 대대로 이상하게도 무당과 연이 없었다.
속가 제자라도 하나 넣으려고 해도 무당은 연이 없으면 제자를 받지 않기에 속가 제자 하나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보기에 무당의 속가가 운영하는 표국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표국 이름을 태을 표국으로 바꾸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지방 사람들은 태을 표국이 무당과 연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까운 거리만 표행을 맡길 뿐 먼 곳이나 비싼 표물은 맡기지를 않았다.
하지만 왕수는 북경으로 가는 표행을 맡을 자신이 있었다. 최소한 북경까지는 절세 고수인 호현이 동행을 하는 것이니 그 어떤 놈들이 달려들어도 표물을 뺏길 염려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왕수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표물을 뺏기거나 하면 배상금을 천문학적으로 걸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배상금을 노려서라도 표물을 맡기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만약…….”
“만약? 후! 저희와 함께 북경에 가는 분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반노환동의 고수입니다. 그런 고수가 있는데 만약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우습지 않습니까?”
왕수의 말에 서우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이 아니라서 허공답보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들은풍월이 있다.
‘허공답보를 시전할 정도라면 최소한 무림 거대 문파의 지존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왕 국주의 생각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겠지.’
“주위에 북경으로 보내는 표물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자칫 어르신께서 역정이라도 내시면 큰일이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서우가 일을 보러 가는 것을 보며 왕수가 힐끗 자신의 집무실 쪽을 바라보았다.
‘어르신이 온 것을 계기로 무당과 어떻게든 연을 맺어 봐야 할 터인데…….’
무당쌍선과 연이 있는 호현이라면 무당과 태을 표국을 어떻게 엮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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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왕수의 생각이 맞았는지 북경으로 향하는 표행이 꾸려졌다.
만약 표물을 강탈을 당할 경우 물건 가의 네 배를 배상한다고 했으니 표물을 강탈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표물을 맡긴 사람들도 상당했다.
호북에서 북경까지는 거의 중원의 반을 지나야 하는 표행이라 그런지 태을 표국은 그 준비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표국에서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자들은 모두 이번 표행에 참가를 했고, 쟁자수 역시…… 아니 쉽게 말해 표국을 지키고 관리를 할 인원을 뺀 사람들이 모두 이번 표행에 참가를 한다고 보면 되었다.
그래서 왕수와 서우들은 그 준비로 분주했다. 아마 태을 표국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은 바로 호현일 것이었다.
감히 누가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고수에게 일을 시키겠는가? 그러니 호현이 한가할 수밖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표국 사람들을 보며 호현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태을 표국에 머무는 동안 딱히 할 일이 없는 호현은 태극과 음양에 대한 사색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
‘태극과 음양이란 무엇인가? 조화가 태극인가? 그렇다면 중용도 태극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중용은 사서삼경 중 서경과 주역에서 나오는 내용이었다. 물론 서경과 주역에서 말하는 중용의 내용은 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용을 말할 때에는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을 뜻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니 태극이 조화를 뜻한다면 중용도 그와 비슷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을 태극과 같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던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음과 양, 태극과 조화, 그리고 중용……. 하아! 그 이치를 생각할수록 그 내용이 어렵기만 하구나.’
이제는 태극과 음양을 유학에 적용해서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린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양팔을 펼치려다 한숨을 쉬며 손을 내렸다.
‘머리가 아플 때에는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는 것이 최고인데…….’
문제는 태극호신공을 운용하면 장력을 뿜어낸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누군가 다칠 수 있었다. 태을 표국에서 지내는 동안 호현은 자신이 어느 정도 강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무당에서야 자신이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다 방출이 되는 장력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곳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태극호신공을 시전하고 싶어도 자제를 하는 것이었다.
태극호신공을 시전하고 싶어 절로 들썩이는 팔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왕수가 서우와 함께 다가왔다.
“호…… 표사.”
어색하게 자신을 부르는 왕수를 호현이 바라보았다. 호현의 시선에 왕수가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호현 같은 절세고수와 시선을 맞추기는 껄끄러운 것이다.
“내일 북경으로 출발을 할 것입니다. 혹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지금 말씀하시면 출발하기 전 준비를 하겠습니다.”
왕수의 말에 호현이 필요한 것이 뭐가 있나 생각을 하다가 품에서 초행통지를 꺼내 들었다.
잠시 서적을 뒤적거리던 호현이 말했다.
“검이 한 자루 있었으면 합니다.”
“검?”
호현이 검이 필요하다는 말에 왕수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반노환동 정도의 고수에게 병장기가 필요한 것인가?’
그 정도 고수라면 나뭇잎 한 장을 들어도 절세보검보다 더 강한 위력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왕수가 일단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호 표사께서 사용하실 만한 보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찾아보겠습니다.”
“보검까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들고 다니려고 하는 것이니 아무 검이나 한 자루 구해 주십시오.”
호현이 검을 구해 달라고 한 이유는 초행통지에 적힌 내용 때문이었다.
<여행자는 늘 도적과 산적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일반인이 산적을 만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여행자들은 도적과 산적을 만날 확률이 큰 것이다.
이럴 때에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면 무공을 익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작은 도둑들의 다가옴을 막을 수 있다.
큰 도둑들은 무리이나 작은 도둑들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을 두려워하는 법이니 말이다.
허니 여행을 가려는 자라면 사용할 줄 모르더라도 무기 한 자루 정도는 들고 다니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들고 다니기 좋은 무기로는 체격 별로 나눌 수 있는데 호리호리하고 보통 체격이라면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가 좋을 것이다.
반면 덩치가 크다면 도끼나 철퇴와 같이 크고 무거운 무기가 좋다.
만약 체격이 작고 가볍다면 가죽 팔 보호대에 비수들을 잘 보이게 꽂아두고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면 암기의 고수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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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컴컴한 한 밀실 그 중심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한 남자가 밧줄에 묶여 있었다.
“으으윽! 으으윽!”
남자가 고통에 겨워 신음을 흘리고 있을 때 밀실의 문이 열리며 한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중년인이 들어오자 밀실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 둘이 몸을 일으키며 예를 취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예를 받은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불을 밝혀라.”
중년인의 지시에 남자 둘이 초를 몇 개 꺼내 불을 밝혔다. 그러자 어두웠던 밀실이 밝아졌다.
그런 밀실을 보던 중년인, 아니 남궁현강이 상처 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말을 하지 않고 있느냐?”
남궁현강의 말에 남자를 감시하던 뇌전검협대의 대원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남궁현강이 질린다는 듯 밧줄에 묶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대체 이놈들은 누구이기에 이렇게 독하다는 말인가?’
밧줄에 묶인 남자는 바로 방헌 학관의 담을 넘었던 자들 중 한 명이었다.
대석학인 죽대 선생이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일개 학사에 불과했다.
그런 학사의 집에 무림인, 그것도 일류 수준을 넘어서는 무인들이 단체로 담을 넘었다면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남궁현강이 도망치는 자들 중에 한 명을 몰래 잡아 이렇게 심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남궁현강은 그자가 왜 담을 넘었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고문을 했었다.
비록 전문적인 고문 기술자는 아니더라도 내공을 이용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