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9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93화
명 자 배에게 무공을 배웠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연령대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인 무당쌍선에게 무공을 배웠다고 하니…….
“네가 말하는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무당쌍선인 줄은 알고 그 이름을 사칭하는 것이냐.”
“물론 알고 있습니다.”
“허! 그런데도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주둥이를 나불거리는구나. 오냐! 네가 진정 무당쌍선께 무공을 전수 받았다면 그 무공을 한번 보여 보아라. 오 표사! 이 놈을 당장 잡아들이시게! 무당쌍선을 사칭한 놈이니 무당에 데려가면 큰 포상을 줄 것이야.”
서유의 말에 오 표사가 굳은 얼굴로 호현을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오 표사의 모습을 본 서유가 호현을 한 번 노려보고는 표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피가 뿌려지는 사나운 광경을 보는 것은 싫은 것이다.
스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힌 검을 든 채 오 표사가 호현을 노려보았다.
“포상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무당의 이름을 사칭한 놈을 제 손으로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 표사의 모습에 호현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왜 그러십니까? 무공을 확인하고 싶은 거라면 제가 확인을 시켜 드리겠습니다.”
“네가 진정 무당쌍선께 무공을 전수 받았다면 그 무공을 한번 보여 보아라.”
말과 함께 오 표사의 검이 호현의 몸을 양단할 듯 휘둘러졌다. 그에 놀란 호현이 급히 땅을 박찼다.
펑! 휘이익!
그와 함께 호현의 발에서 강한 내공이 뿜어졌고 그의 몸이 허공으로 빠르게 솟구쳤다.
펑!
태을 표국의 국주 촉진검협 왕수는 갑자기 들려오는 폭음에 놀라 황급히 검을 집어 들고는 집무실을 뛰쳐나왔다.
‘뭐지? 습격? 우리처럼 작은 표국을 대체 누가? 왜? 그리고 어디가 터진 거지?’
폭음이 너무나 컸기에 표국 건물 중 하나는 박살이 났겠다는 걱정까지 한 왕수의 눈에 각 건물들에서 무기를 들고 뛰쳐나오는 표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어떤 놈들이 습격을 한 것이냐!”
왕수의 고함에 사방으로 뛰어다니던 표사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도 갑자기 들린 폭음에 놀라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상황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표사들과 왕수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한 표사의 입에서 놀람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저……저기!”
표사가 고함을 지르며 하늘을 가리키자 왕수가 그 손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왕수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얼마나 높은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높은 곳에 한 사람이 떠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이게 대체?”
놀람에 찬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 허공에 떠 있던 사람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왕수가 표사들을 이끌고 사람이 떨어지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 정도 경공을 시전할 수 있는 자라면 그야말로 절세 고수일 터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저런 절세고수가 왜 우리 표국에?’
한편 서유는 멍하니 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서유의 앞에는 사람 두세 명은 그대로 합장을 해도 남을 듯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사방에 구덩이에서 나온 듯한 흙들과 돌들이 널려 있었다.
‘대……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속으로 중얼거린 서유가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표국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그를 덮쳤다.
그에 사납게 바닥에 쓰러졌던 서유가 어리둥절해 몸을 일으켰고 그 앞에는 언제 날아와 떨어졌는지 모를 오 표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구덩이를 보던 서유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표사가 되고 싶다고 왔던 사기꾼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그 학사가 터진 것인가? 아니 그렇다면 육편이라도 보여야 할 것인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서유는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서 아저씨!”
자신에게 달려오며 소리 지르는 왕수의 모습에 서유가 눈을 찡그렸다.
‘서 총관이라 부르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대체 무슨 일입니까?”
뛰어오면서 묻는 왕수의 고함에 서유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유 앞에 선 왕수가 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 모습에 서유가 왜 그러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른 표사들도 모두 입을 쩌억 벌린 채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서유도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서유의 입도 다른 표사들과 같이 쩍 벌어지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는 그 사기꾼을 본 것이다.
제4-12장 반로환동?
오 표사의 검이 자신의 몸을 베려는 순간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을 통해 내공을 뿜어 솟구친 호현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검이 휘둘러지는 것에 놀란 나머지 너무나 많은 내공을 뿜었는지 너무나 높이…… 그것도 아주 높이 솟구쳐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호현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멈추고 빠르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에 호현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작은 진동음과 함께 느껴지는 몸 안의 기운들이 호현의 사지를 통해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현의 몸이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속도가 상당히 빨랐기에 이렇게 떨어지다가는 그대로 육편이 될 것이었다.
그에 호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발을 통해 뿜어내는 내공을 멈추고는 모으기 시작했다.
우우웅!
발에 내공이 모이기 시작하자 호현의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호현이 발에 모인 내공을 강하게 분출하며 무릎을 오므렸다가 강하게 튕겼다.
펑!
그러자 떨어지던 호현의 몸이 내공을 딛고 뛰는 것처럼 재차 솟구쳤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떨어졌다 솟구쳤다를 반복한 호현은 지상과 가까워오자 사지를 통해 분출하는 기운을 줄이기 시작했다.
‘구덩이다.’
지상에 가까워오자 자신이 만든 구덩이와 함께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 위에 떨어지면 위험한데.’
사람들 위에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 호현이 발을 움직여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사람이 허공에서 올라갔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왕수와 표사들의 얼굴은 경악에 차 있었다.
그리고 호현이 허공에서 걸음을 옮기듯 한 걸음씩 옮기는 것을 본 왕수와 표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허……허공답보?”
“세……세상에 허공답보라니?”
*
*
*
호현은 왕수와 서유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표국 국주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호현의 앞에는 비싸 보이는 과자와 떡, 그리고 차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밖에서는 음식들을 장만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었다.
“어서 어서!”
“빨리 매향각에 연락해서 음식들을 가져오라고 해!”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호현이 어색하게 왕수와 서유를 바라보았다.
호현과 눈이 마주친 왕수는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고, 서유는 눈에 띄게 몸을 떨며 이마에서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공답보를 시전하는 절세 고수를 사기꾼으로 몰고 공격까지 하라고 시켰으니 겁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호현은 이 둘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표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입구를 망가뜨렸으니 말이다.
그에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호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호현이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서우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대협! 제 눈이 어두워 태산이 앞에 있어도 태산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제 목숨 하나로 그 죄를 씻고자 하니 태을 표국에는 죄를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말과 함께 서우가 바닥에 머리를 찧으려 하자 호현이 급히 그를 잡았다.
“왜 이러십니까?”
“제 목숨 하나로는 부족한 것입니까?”
“아니…… 저기, 저는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를 용서해 주시는 것입니까?”
“저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은 그저 제가 무당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한 것뿐이잖습니까?”
“하지만 오 표사를 시켜 대협을 공격하게 했는데?”
“조금 과격한 감이 있었지만…… 저 때문에 오 표사께서 다치셨으니 오히려 제가 사과를 드려야지요.”
호현의 말에 왕수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절세 고수께서 마음도 대덕하시구나. 저 정도 고수라면 자신에게 검을 휘두른 자를 절대 살려주지 않을 것인데……. 과연 무당쌍선의 제자라 할 만하구나.’
서우에게 호현에 대해 간략하게 들어 알고 있는 왕수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슬며시 입을 열었다.
“대협께서 무당쌍선의 제자라 들었습니다.”
왕수의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제자는 아닙니다. 그저 그분들께 무공을 조금 배웠을 뿐입니다.”
‘신분을 감추시려는 것인가? 하긴 반로환동까지 하신 분이시라면 전대의 고수일 것이니 자신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숨기고 싶으시겠지. 그게 아니라면 저런 절세 고수인 분이 일개 표국의 표사가 되겠다 오시지는 않았을 것이야.’
왕수는 호현을 반로환동을 한 전대의 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허공답보를 펼칠 정도의 고수라고 보기에는 호현의 나이가 너무 어리게 보였던 것이다.
호현에 대한 자신만의 오해를 점점 더 키운 왕수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표사들과 사람들의 입을 단속하겠습니다.”
‘신분을 감추고 싶은 분이시니 잘못해서 이분의 일이 밖으로 퍼지면 큰일이 날 것이다.’
혹시 호현이 자신들을 살인멸구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왕수가 서우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대협께서 신분을 감추고 싶은 모양이니 아저씨는 나가셔서 표국 내 있는 사람들의 입을 단속시켜 주십시오. 절대 오늘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됩니다.
왕수의 말에 서우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죄를 용서하시고 오히려 사과까지 하신 분에게 누가 될 수는 없지.’
속으로 중얼거린 서우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자 왕수가 슬며시 호현을 향해 말했다.
“북경으로 가신다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북경으로 가는 표물이 없는 듯하던데…….”
호현의 말에 왕수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없기는 왜 없겠습니까. 단지 능력이 되지 못해 받지 않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대협께서 북경까지 가신다면 일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며칠 머무신다면 제가 북경으로 가는 표물을 구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아닙니다. 제가 꼭 해 드리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황송하게도 저희 표국에 표사로 계실 때 무어라 불러야 할지.”
“호현입니다.”
호현의 이름을 들은 왕수가 빠르게 전대 유명한 고수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호현? 그런 이름의 전대 고수가 있던가?’
하지만 호현이라는 고수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 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명을 쓰시려나 보구나. 하긴 저 정도 고수라면 명성이 낮지 않을 터이니 본명을 쓰기 어려우시겠지.’
호현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왕수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응? 그러고 보니 호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데…… 뭐지?’
호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왕수가 생각을 더듬었다.
‘호현…… 호현이라……. 아! 무당학사라는 자의 이름이 호현이었지.’
속으로 중얼거린 왕수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대협도 학사 복장을 하고 계시는구나. 하긴 무림인이 신분을 감추는 데 학사처럼 좋은 것도 없겠지.’
무당학사와 지금 앞에 있는 호현의 이름이 같은 것을 우연이라 생각한 왕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