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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8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88화

그중 비어 있는 탁자를 향해 일행들이 걸어가자 객들의 시선이 슬쩍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행에 끼어 있는 제갈연을 보고는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제갈연의 미모는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니 말이다. 자리에 앉은 제갈현진이 주인에게 간단한 요깃거리와 냉차를 주문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것들을 내 오는 것이라 주문과 함께 찐빵과 만두, 그리고 냉차를 험상궂게 생긴 주인이 들고 나왔다.

 

제갈연이 냉차를 죽대 선생에게 따라주는 것을 보며 제갈현진이 입을 열었다.

 

“방헌에 가시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제갈현진의 물음에 죽대 선생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인가?”

 

“방헌에서 계속 은거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왜 묻는 것인가?”

 

죽대 선생의 물음에 제갈현진이 냉차를 마시고 있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현 학사는 학문으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내 제자를 이쁘게 봐주는 것은 고맙지만 아직 미숙한 아이일세.”

 

“제 생각은 다릅니다. 호현 학사는 이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듣고, 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할 시기입니다. 스승의 품 안에서 안주하고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은 호현 학사의 앞길을 막는 장애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죽대 선생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제갈현진의 진중한 목소리에 죽대 선생이 찻잔을 어루만지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죽대 선생의 시선에 호현이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아직 스승님 곁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네가 더 이상 죽대 선생께 배울 것이 없다는 말이 아니네. 자네가 나에게 가르침을 청했을 때 내가 해준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이 그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정치란 학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네. 그런 의미로 볼 때 좋은 정치란 좋은 사람이 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백성들의 삶을 바라보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보고 직접 겪어보게. 그리하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백성을 위하는 마음과 생각이었다. 그것을 떠올리니 제갈현진에 대한 존경심이 새로 생긴 호현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되었군. 호현 학사, 자네는 아직 어리네. 어리다는 것은 아직 자신의 마음과 가치관이 굳어지기 전이라는 것이네. 물론 자네의 학식과 인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네.”

 

잠시 말을 멈춘 제갈현진이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저는 호현 학사가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그들이 겪는 고통에 같이 눈물 흘리는 그런 위정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리 키울 것이네.”

 

“그것은 누가 키운다고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훗날 자신이 살펴야 할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끝이 없지요. 죽대 선생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갈현진의 말에 죽대 선생이 말없이 냉차를 마셨다. 제갈현진 역시 죽대 선생의 그런 모습에 말없이 차를 마시자 분위기가 무겁기 짝이 없었다.

 

*

 

*

 

*

 

일행들이 말없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한 탁자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중년 남자와 같은 탁자에 앉아 찐빵을 먹던 젊은 남자는 제갈연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름답구나.’

 

그는 호북 천경현의 막가장의 둘째인 막위청이었다. 문과 무로 나름 명성이 있는 막가장의 자손인 막위청은 이번에 원시 시험을 치르고 호북 각지를 유람하다 이제야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제갈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막위청의 모습에 그와 함께 앉아 있던 호위무사인 길삼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공자께서 저 여인이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무슨 그런 소리를! 험!”

 

헛기침을 하며 급히 차를 마시는 막위청을 길삼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용기를 내보십시오.”

 

“그래도 어찌 처음 보는 여인에게 말을 건다는 말입니까.”

 

“이것저것 따지면 마음에 드는 여인들은 다른 놈들이 모두 채가 버립니다. 게다가 광활한 중원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다는 것도 큰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인연은 소중한 것이지요.”

 

말과 함께 막위청이 슬쩍 제갈연 쪽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게다가 상대는 제갈세가입니다.”

 

“제갈세가?”

 

막위청의 중얼거림에 길삼이 슬쩍 제갈연들과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소매를 가리켰다.

 

“보십시오. 제갈세가를 상징하는 구름이 새겨져 있잖습니까.”

 

중년의 나이라는 것이 그냥 먹은 것이 아닌지 길삼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제갈연이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는 것에 막위청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뿐 제갈연이 자신과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제갈세가에 비교하면 힘과 그 명성이 약하기는 했지만 막가장 역시 호북에서는 알아주는 가문인 것이다.

 

게다가 막위청의 작은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호북을 넘어 전 중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기도 했고 말이다.

 

잠시 제갈연을 보던 막위청이 미소를 지었다. 제갈연이 제갈세가의 여식이라는 것을 알자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막가장이 세력을 넓히거나 힘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공자님 상대로 제갈세가의 여식이라면 가주님과 어르신들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게다가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더 할 말이 없지요.”

 

길삼의 말에 막위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자신이 제갈연과 연이 닿는다면 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줄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연을 만들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 막위청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길삼이 미소를 지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법입니다.”

 

“알겠습니다. 흡! 후!”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은 막위청이 제갈연이 있는 탁자로 걸음을 옮겼다.

 

죽대 선생과 제갈현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제갈현과 제갈인은 막위청과 길삼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찻집에 들어올 때부터 무림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같은 곳에서 쉬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무림 명문 제갈세가의 훈육에는 우연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슬며시 내공을 운기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혹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자들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막가장 인물이군요.

 

막가장이라는 이름을 들은 제갈인이 제갈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 말에 제갈현이 슬쩍 막위청 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가장 첫째가 서른 정도이니…… 아마 둘째인 막위청인 모양이군.

 

-둘째라면 문무쌍수라고 불리는 녀석 아닙니까?

 

제갈인의 말에 제갈현이 피식 웃었다.

 

-문무쌍수? 후! 중소세가에서나 통할 명성이지. 막위청 정도의 인재는 본가에도 많다.

 

제갈현의 말에 제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제갈세가에도 문과 무가 뛰어난 인재들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연아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인데 어쩌실 겁니까?

 

제갈인의 물음에 제갈현이 턱을 쓰다듬으며 호현을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호현과 막위청에 대한 저울질을 시작했다.

 

‘호현 학사가 우리 가문과 혼례를 치르겠다고 하면 막위청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 하지만 죽대 선생이 우리 가문과 혼인을 하는 것을 반기지 않으니……. 쩝! 일단은 막위청도 고려를 해보아야겠군. 가문은 그렇지만…… 막가장이라면 그 어르신의 본가이니.’

 

-호! 오는군요. 용기는 있는 모양이군요.

 

제갈인의 전음에 제갈현이 슬쩍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막위청을 바라보았다.

 

‘그 정도 용기는 있어야 본가에 연을 맺을 자격이 있겠지. 일단은 모른 척해 주는 것이 예의이겠군.’

 

다가오는 막위청을 보고 있자 그가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다.

 

“천경현 막가장의 막위청입니다. 제갈세가의 분들이십니까.”

 

막위청의 말에 제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해 보였다.

 

“제갈세가의 제갈인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짐직 영문을 모르겠다는 제갈인의 말에 막위청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호북에 적을 두고 있는 가문으로서 제갈세가 분들을 만났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호북의 그 많은 관도, 그리고 이 작은 찻집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해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술술 나오는 막위청의 말에 제갈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무쌍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입 재간 하나는 뛰어나군.’

 

어쨌든 막위청의 말은 예의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기에 제갈현진은 좋게 본 모양이었다.

 

“막 소협이었군. 나는 제갈현진이라 하네.”

 

제갈현진의 소개에 막위청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무림 세가인 막가장의 자손이기는 하지만 원시를 볼 정도로 학문에 조예가 있는 그이라 제갈현진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급히 제갈현진에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인 막위청이 말했다.

 

“제갈 노사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이라……. 무림인에게 영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닌데, 후! 아부하는 것인가?”

 

제갈현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막위청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무공을 익힌 것은 사실이나, 저 역시 옛 성현들의 금과옥조를 가슴에 생기고 사는 동생입니다.”

 

“동생? 자네가 동시를 합격했다는 말인가?”

 

“이번에 원시를 보았습니다.”

 

무림인이 원시까지 시험을 봤다는 말에 제갈현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호! 원시까지?”

 

“그렇습니다.”

 

막위청의 답에 제갈현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원시까지 치른 자라면 그 학식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제갈현진이 아차 하는 얼굴로 죽대 선생을 가리켰다.

 

“이분은 전 한림원 대학사 죽대 선생 박현 어르신이네.”

 

제갈현진의 소개에 막위청이 깜짝 놀란 듯 죽대 선생을 향해 급히 포권을 했다.

 

“막가장의 막위청이 죽대 선생을 뵙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내 눈이 호강을 하는구나. 제갈 노사를 뵌 것만 해도 영광인데 죽대 선생이라니.’

 

막위청이 속으로 감격을 해 중얼거릴 때 죽대 선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실 뿐이었다.

 

그런 죽대 선생의 모습에 막위청이 당혹스러워할 때 제갈현진이 화제를 바꾸려는 듯 일행에게 말했다.

 

“다들 비슷한 나이이니 친분을 쌓으면 좋을 듯하구나. 서로들 인사들 하거라.”

 

제갈현진의 말에 제갈현과 제갈연이 막위청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제갈세가의 제갈현이라 하오.”

 

“제갈세가의 제갈연이라 해요.”

 

제갈연의 소개에 막위청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목소리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막위청이 제갈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가만히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 호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했다.

 

“방헌 학관 죽대 선생의 제자 호현이라 합니다.”

 

호현의 인사에도 멍하니 제갈연을 바라보던 막위청이 순간 흠칫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잠시 호현을 보다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방금 성함이 호현이라 하셨습니까?”

 

“제가 호현입니다만.”

 

“그럼 무당에 계셨던?”

 

“그것을 어떻게?”

 

“헉! 그럼 무당학사?”

 

“무당……학사?”

 

무당학사라는 명칭에 호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보고 무당학사라 하시는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막위청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의아한 호현이 제갈현진과 제갈현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그 내막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 제갈현이 슬며시 막위청을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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