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8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85화
실룩!
가르침이라는 말에 죽대 선생의 눈썹이 슬쩍 위로 올라갔다.
‘도관에서 우리 호현에게 무슨 가르침을!’
속으로 일갈을 토한 죽대 선생이 손가락으로 슬며시 위로 올라간 눈썹을 눌렀다.
만약 이것을 호현이 봤다면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것이다. 이 현상은 현재 죽대 선생이 크게 화가 나 있고 그것을 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그런 죽대 선생의 모습을 청운진인은 감동을 해서라고 생각을 했다.
‘하긴 일개 학사인 자신의 제자가 무당쌍선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감동을 할 만하지.’
미소를 지으며 청운진인이 입을 열었다.
“호현 학사의 총명함이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무엇을……. 으득!”
자신의 말을 끊고 이를 악무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청운진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입술을 깨문 채 마음을 안정시키려던 죽대 선생이 청운진인의 물음에 폭발을 해버렸다.
“으득! 도대체! 도관의 도사들에게 우리 호현이 무엇을 배우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야…… 무공을…….”
“무공! 지금 무공이라 하였소이까!”
고함을 지르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청운진인의 얼굴이 슬쩍 굳어졌다.
‘무당에 은인인 호현 학사의 스승이라 해도 너무 무례하군.’
일반인을 상대로 살기나 기세를 띠우지는 않았지만 청운진인의 몸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피어올랐다.
허나! 죽대 선생이 누구인가. 황궁에서 평생이라 해도 좋을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불리는 관직에 있는 자를 비롯해 손짓 한 번에 백만 금군을 움직이는 대장군 앞에서도 할 말은 다 해야 속이 풀리는 위인인 것이다.
그런 그이니 청운진인의 위엄에 굳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대치에 청수진인이 명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가서 호현 학사를 데리고 오너라.
-사조께서 호현 학사의 수련이 끝이 나기 전까지 아무도 올라오지 말라는 명을 내리셨는데 어찌합니까?
-지금 이 상황을 이야기하면 사조께서도 이해를 해주실 것이다. 어서 가거라.
청수진인의 전음에 명인이 고개를 숙이고는 어딘가로 몸을 날렸다.
*
*
*
태극호신공을 시전하고 있는 호현을 보던 허명진인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봉우리로 올라오는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아무도 올라오지 말라 했거늘.’
허명진인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허학진인이 그런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우리 명을 거역하고 오는 일이라면 중한 일 아니겠습니까?
허학진인의 전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허명진인이 산 밑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곧 숲 사이로 명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타타탓!
모습을 보였다 싶은 순간 그들의 앞에 내려선 명인이 예를 취했다.
“명인이 사조님을 뵙습니다.”
그런 명인의 예에 고개를 끄덕인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아무도 올라오지 말라 말을 했거늘 무슨 일이냐?”
“호현 학사의 스승인 죽대 선생이 왔습니다.”
“호현의 스승이?”
죽대 선생이 왔다는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이 죽대 선생을 불렀다면 호현의 입문 문제를 잘 해결하겠지. 알겠으니 이만 물러가거라.”
허명진인의 축객령에 명인이 급히 말했다.
“사조.”
“왜 그러느냐?”
“장문인께서 죽대 선생을 부른 것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는 허명진인에게 명인이 말을 이었다.
“죽대 선생이 호현 학사를 만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무당에서 보낸 연락을 받고 온 것이 아니라?”
“연락을 받기 전에 출발을 한 모양입니다.”
“그렇군. 선후가 바뀌기는 했으나 장문인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알겠다.”
명인이 할 말이 더 있는지 재차 그를 불렀다.
“사조.”
그에 허명진인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또 왜 그러는 것이냐?”
“죽대 선생께서 호현 학사를 지금! 만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긴 호현이 무당에 머문 지도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제자가 보고 싶기는 하겠지. 허나…….’
“호현은 지금 수련 중이다. 수련이 끝이 나기 전까지는 만날 수 없다 전하거라.”
“이미 그리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강경하게 나오셔서…….”
“강경하게? 본문에서 말이냐?”
“그렇습니다.”
명인의 대답에 허명진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리 호현의 스승이라 해도 무당에 강경하게 나오다니……. 너무 주제를 모르는 짓이 아닌가.’
속으로 중얼거린 허명진인이 명인을 향해 말했다.
“나와 사제가 호현에게 무학을 가르친다는 말도 했느냐?”
아무리 죽대 선생이라도 무당쌍선이 호현을 가르친다고 하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무당쌍선의 이름은 그만한 무게가 있는 것이다.
“했습니다.”
“했어? 그런데도 호현을 만나겠다고 한다는 말이냐?”
“저기 그것이…….”
“그것이 뭐?”
“처음 죽대 선생께서 무당에 오셨을 때 장문인께서 해검지에까지 나가 극진히 맞이하셨습니다.”
“그렇겠지. 호현이 본문에 준 은혜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죽대 선생도 본문의 환대에 기분이 좋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사조들 밑에서 호현 학사가 수련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 대노를 했습니다.”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것에 화를 내?”
“그렇습니다. 그러고는 당장 호현 학사를 데리고 오라 소리를 지르고 계십니다.”
“허! 무당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무당이 있는 곳을 바라보던 허명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장문인이 너를 보낸 것을 보니 호현을 데려오라 하던가?”
“장문인께서 한 명이 아니라 청수 사숙께서 한 명입니다.”
명인의 말에 허명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이 제자를 만나겠다고 먼 길을 왔는데 막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호현의 스승이라는 죽대 선생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말이다.
*
*
*
무당으로 향하는 소로를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명인의 등에 업힌 호현이 있었다.
스승인 죽대 선생이 무당에 왔다는 이야기에 호현이 지체 없이 무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성격상 남의 등에 업혀서 이동할 호현은 아니지만 스승인 죽대 선생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명인의 등에 업힌 것이다.
휘휘휙!
그런 명인의 뒤를 따르던 허학진인이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죽대 선생이라는 자 성격이 대단한 모양이군요. 무당에 와서 날뛰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가서 보면 알게 되겠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호현은 오랜만에 스승을 만난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스승님이 나를 만나러 오셨다.’
죽대 선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호현이 명인에게 말했다.
“조금 더 빨리 갈 수 없겠습니까?”
호현의 부탁에 명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을 강하게 박찼다.
휘휘휙!
땅을 한 번 박찰 때마다 명인의 몸은 이 장씩 주욱! 주욱!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드디어 무당의 해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검지를 향해 몸을 날리던 호현의 눈에 청운진인들과 함께 있는 죽대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 반가운 모습에 호현이 급히 명인의 등에서 내려서는 소리를 지르려 했다.
“스!”
죽대 선생의 호통 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내 제자를 도사로 만들려는 것인가! 어서 호현을 데리고 오시오!”
죽대 선생의 호통에 청운진인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자가 진정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고성을 내는 것인가!”
“허! 내 청경 그 호랑말코와의 인연에 발목이 잡혀 무당의 일을 도와주라 제자를 보내주었거늘! 남의 제자를 도사로 만들려고 해!”
“누가 누구를 도사로 만들려 한다는 말이오!”
“너희 도사 놈들이 우리 호현이를 도사로 만들려는 것 아니오! 왜 남의 제자를 당신들 마음대로 하는 것이오! 성현의 말씀을 마음과 머리에 새겨야 할 우리 현아가 도사에게 대체 뭘 배우고 있다는 말이오!”
해검지에 도착한 호현은 죽대 선생과 청운진인의 다툼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황급히 소리쳤다.
“스승님!”
무섭게 소리를 지르던 죽대 선생이 호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이 붉게 상기가 된 채 소리를 질렀다.
“호현 네 이놈!”
어디서 그런 기운이 솟았는지 고함을 지르며 죽대 선생이 호현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호현이 급히 바닥에 꿇었다.
“스승님.”
“네 이놈! 내가 너를 도사 나부랭이나 되라고 가르쳤느냐!”
죽대 선생의 고함에 청운진인과 청수진인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제갈현진을 위시한 사람들까지 말이다.
‘세상에. 무당파, 그것도 무당 장문인이 있는 곳에서 도사 나부랭이라니…….’
‘꿀꺽! 큰일 났구나.’
‘하긴 호랑말코라고도 했는데 더 놀랄 것도 없군.’
제갈현진들이 속으로 당황해할 때 그 분위기에 신경도 쓰지 않는 죽대 선생이 호현을 보다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따르거라.”
죽대 선생의 호통에 호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사실 호현이 무당에 남아 있는 이유는 죽대 선생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태극권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죽대 선생이 호현이 무당에 남기를 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무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태극권도 익혔고 말이다.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무당파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이렇게 호현이 무당을 떠날 줄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중 죽대 선생 때문에 심기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던 청운진인의 얼굴에 어린 당혹감은 더욱 컸다.
‘이런……. 호현 학사가 무당에 남는다면 본문에 큰 기연이 될 것인데.’
청운진인이 호현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을 때 허명진인이 앞으로 나섰다.
“기다리시게.”
허명진인의 부름에 호현이 멈추었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죽대 선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갈했다.
“따르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
“아…… 알겠습니다.”
호현이 죽대 선생의 뒤를 따르다 청운진인과 허명진인들을 향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황급히 죽대 선생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런 호현과 죽대 선생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허명진인의 몸이 유령처럼 죽대 선생의 앞에 나타났다.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나는 허명진인의 모습에 죽대 선생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놀라 두 눈을 크게 뜬 죽대 선생이 허명진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유……유령이오? 아니면 사람이오?”
죽대 선생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사람일세.”
“그런데 어찌 사람이 연기도 아니고 땅에서 솟아난다는 말이오.”
놀라 묻는 죽대 선생을 보며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 역시 호현처럼 무림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황궁에 있을 때 무공을 익힌 금군들과 장수들을 보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소.”
금군 장수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죽대 선생의 말에 허명진인이 쓰게 웃었다.
그들도 무공을 익히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천지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들도 무공을 익히고 있기는 하나 우리 무당파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
그러고는 허명진인이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허명이라 하네. 사람들은 나와 사제를 무당쌍선이라 부르지.”
“무당쌍선? 그럼 당신이 현아를 도사로 만들려고 한 사람이오!”
죽대 선생의 고함에 뒤에 있던 호현이 급히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