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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24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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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24화

은천검제

제24화

 

등평을 위로한 진무린은 무인의 안내를 받아 황종관과 청강이 기다리는 장소로 향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이 따듯한 날이었다.

목이 잘린 모습의 마등, 대결을 앞두고 암담할 철비완, 앞날을 걱정하느라 시름할 원예에게는 사치스럽다 할 정도로 아까운 하루였다.

가을의 하늘 아래에서 진무린은 문득 꿈에서 보았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과 바람, 아버지의 눈길과 음성이 꿈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선명한데 누구에게도 말해본 적은 없다.

그 꿈에서 아버지는 행복했을까?

진무린과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뒤에 길을 나설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이곳입니다.”

벌써 도착했는지 진무린의 생각을 안내하던 무인이 깨웠다.

정도맹과 맹주를 상징하는 깃발은 이곳에서도 길게 드리워져 위용을 드러냈고, 무인들이 삼엄하게 주변을 둘러선 것도 아까와 비슷했다.

정문 안쪽에 가산이 있었고, 이어 오른쪽으로 대청에 앉은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시오, 진 대협.”

“왔나? 이리 앉게.”

황종관과 청강에게 인사한 진무린은 그들이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지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젊은 무인이 차를 놓아주었는데 진무린은 그 찻잔이 어쩐지 소수음공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란 경고처럼 보였다.

“비룡방 호법을 어떻게 지도할 생각인가? 방법이 궁금하네.”

“그 전에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고개를 튼 황종관이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진무린의 말을 기다렸다.

“언짢으실 수 있으나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를 남길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알았네. 어떤 이야기인지 편히 말해보게.”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황종관을 향해 진무린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고작 나흘을 돕는다 해서 비룡방이 공동의 수준을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사람의 일은 모르는 것이니 혹 비룡방의 호법이 자경의 목을 가른다면 훗날 정말 보복이나 후환이 없으리라 장담하십니까?”

“흐음.”

질문에 대한 황종관의 답은 신음 섞인 한숨이었다.

“맹주의 앞에서 후환이 없음을 약속했습니다. 훗날 공동이, 혹은 그와 손잡은 점창이 해코지를 한다면 어떻게 막아주실 계획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답을 하기 전에 듣고 싶은 말이 있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공동이 그렇다면 공동의 장문인, 점창이 그렇다면 점창의 장문인을 찾아 목을 잘라 버릴 생각입니다.”

설마 하는 얼굴이었던 두 사람이 진무린의 눈빛을 보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심으로 그럴 생각이란 말인가?”

“구대문파는 강호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받고 있습니다. 그 힘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약한 자를 핍박한다면 흑사련과 그들이 다를 게 무엇이 있습니까?”

이왕 내친걸음이었다.

“구대문파와 척지기 싫어서 한 걸음 물러서시는 맹주, 사손뻘인 공동의 제자가 건방진 대꾸를 하는 데도 침묵하시는 진인, 제가 누구를 믿고 점창을 상대해야 합니까?”

민망한 표정의 청강이 시선을 돌렸고, 황종관은 볼이 상기되었다.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나서 훗날의 책임까지 너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면 맹주께서 제게 주신 두 가지, 맹주금패와 황가구패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황종관의 눈매는 매서웠다.

평소와 달리 물결치듯 휘어져 치켜 올라간 그의 눈에 담긴 것은 독기였으며, 그 탓에 의도하지 않아도 그의 몸에서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황종관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내공을 진무린은 억지로 붙들었다.

다행인 것은 황종관의 기운이 의도한 것이 아닌 덕분에 그리 강렬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찌해주면 되겠나?”

“비룡방의 호법을 지도해 주십시오.”

“진 대협. 그리하면 맹주께서 곤경에 빠지실 게요.”

“제가 볼 때 이미 곤경에 빠지셨습니다.”

평소와 다른 진무린의 대꾸에 청강은 입을 다물었다.

서운함보다는 치기 어린 손자를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할아비의 얼굴이었다.

“대놓고 구대문파와 맞서라는 겐가?”

“적어도 화산은 아니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니 팔대문파쯤 될 겁니다.”

청강을 돌아본 진무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맹주께서 나서시면 당장 자경을 비롯한 이들이 대들 텐데 당당하게 꾸짖으십시오. 이후에 변화를 보시면 답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답이 있나?”

“맹주를 저들이 어떻게 여기는지, 최소한 아군이 누구고, 적군이 누구인지는 분명해질 겁니다.”

진무린의 답이 떨어진 직후에 황종관이 기가 막힌 웃음을 토해냈다.

“자네라면 무언가 비책이 있으리라 여겼더니 그 비책이 나인 줄은 몰랐네. 하나만 물어보세. 구대문파, 아니 화산을 제외한 나머지 문파가 모두 달려들었을 때 나를 지켜줄 수 있나?”

진무린은 답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번엔? 왜 말이 없어?”

“들으시면 불쾌하실 터라 이번만큼은 쉽게 입을 열기 어렵습니다.”

“여태 막힘없었던 자네가 그러니 오히려 더 이상하네. 이왕 시작한 대화일세. 후련하게 말해보게.”

황종관은 각오한 눈빛이었다.

“맹주. 강호의 삶에서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려우시면 맹주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 대협?”

청강이 화들짝 놀라 진무린을 불렀다.

“진인. 화산의 제자 열둘이 참담하게 살해당했는데 구대문파의 한 축인 점창이 가세했다고 의심하십니다. 증거를 찾는 과정에 힘을 보태지 않으면서 결과가 정당하길 바라십니까?”

하얀 머리와 수염을 늘어트린 늙은 도사가 주름진 눈매로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된 점은 알았는데 그를 바로잡는 일이 두려워 저를 내세우신 것이라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합니다.”

“자네의 말이 옳으나 암중 세력이 움직이는 마당일세.”

“내부의 적도 감당하지 못하는 마당에 암중 세력을 염려하는 것은 몸에 붙은 불을 놔두고 멀리 있는 산불을 염려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진무린의 대꾸 뒤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자네는 필요하다면 점창파의 장문인 목이라도 가르겠다는 생각이군.”

“맹주금패와 황가구패가 그런 뜻이라 여겼습니다.”

어떤 의미일까.

진무린의 대꾸가 떨어진 직후에 황종관의 몸에서 거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그 직후였다.

“흐하하. 흐하하하. 후하하하하!”

뜻밖에 황종관은 참으로 후련하고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나태해진 삶이 아닌가 싶었더니 오늘 황종관이 이런 꾸짖음을 듣는구나! 후하하하하!”

속은 어떤지 몰라도 그의 탄식과 웃음에 가식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늘을 향해 웃은 그가 후련한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진인 앞에서는 송구한 이야기나 황가도법을 믿고 강호에 나서 어느새 나이가 들었던 모양이지. 무인이 검과 도로 맞서야 하는데 자꾸만 머리를 굴리려 했던 게야.”

그는 참으로 보기 좋은 미소와 함께 진무린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그랬나?”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이곳에서 그리 모두 말해버렸으니 내가 자네에게 점창을 조사하라 지시한 것이 곧 소문날 걸세. 그런 의도도 있다고 봤네만?”

“의도는 몰라도 달려들면 모조리 목을 잘라줄 각오쯤은 있습니다.”

“흐하하하하하! 팔대문파가 정말 무서운 임자를 만났구나!”

황종관은 오늘의 대화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사람처럼 커다란 웃음과 감탄을 토해냈다.

“알았네. 점심을 먹고 나서 내 나름으로 비룡방의 호법을 돕겠네. 자네가 빠지는 것은 아니겠지?”

“저는 본문의 규정이 있어 외부인에게 함부로 무공을 전하지 못합니다.”

“이런 괘씸한 대답이 있나. 그럴 수야 없지.”

농이 분명한 대꾸를 건넨 황종관이 또다시 웃음을 토해냈다.

 

**

 

귀혼곡에 도착한 백면호리는 바위를 두들겼고, 그 뒤에 17세의 소년 섭성을 만났다.

“섭성이라 합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홍화루 알지? 홍화루. 루주가 보냈거든. 전해달라는 것이 있어서. 부탁도 있고.”

백면호리가 급히 답했을 때, 섭성은 품에 안긴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아이는 내 딸. 올해 열한 살이고 이름은 정이라고 하지.”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고개를 움직여 요정에게 인사한 섭성이 한쪽으로 비켜섰다.

백면호리가 바위를 넘어선 직후였다.

폭포수를 통과하듯 투명한 기운을 지났는가 싶더니 보이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으아! 이건?”

천하의 백면호리가 감탄을 쏟아냈으니 품에 안긴 요정은 말할 나위 없었다.

세 사람이 서 있는 곳 저 앞으로 가을을 맞은 숲이 광대하게 펼쳐졌고, 다시 그 너머로 두 개의 바위산이 우뚝 솟았다.

“굉장하네! 굉장해! 그런데 저 바위산이 어쩐지 사람의 얼굴 형상인데?”

“이안애라 부릅니다. 이곳을 만드신 이안공자님의 얼굴을 본 따 만든 것입니다.”

“그것참. 얼굴이 셋이었으면 삼안애가 될 뻔했네.”

농이 섞였다.

그런데 말을 들은 섭성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놀라고 감탄해서 그래. 절대로 이곳에 있는 이들을 무시하거나 그런 게 아니거든.”

“출발하시면 됩니다.”

변명의 끝에서 섭성이 몸을 움직였고, 딸 요정을 안은 백면호리가 그 뒤를 따랐다.

“성이는 무슨 일로 여기 사는고? 딱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몸에서 벽력어와 같은 기운이 나옵니다.”

“벽력어? 물에 사는? 몸에 닿으면 찌르르하는 그 벽력어?”

시선을 준 섭성이 못마땅한 눈치였는데 백면호리의 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지?”

11살 요정이 백면호리의 앞섶을 잡고 흔들었다.

그 어린아이의 눈에도 백면호리가 섭성을 약 올리거나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 탓이었다.

“궁금하잖아. 미안한데 그 기운을 한번 뿜어봐 줄 수 있냐?”

앞서 걷던 섭성이 걸음을 멈추고는 몸을 돌렸다.

“왜? 뭐?”

“따님을 내려놓으시면 기운을 전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정이를 왜 내려놓으라고 해?”

“품에 있어서 함께 기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요정이 또 앞섶을 잡으며 말렸는데도 백면호리는 멈추지 않았다.

“여기가 귀혼곡인지 정확하게 확인해야지. 자칫하면 루주의 심부름을 잘못한 게 되니까.”

그렇게 깊은 뜻이?

새삼스러운 눈빛의 요정과 약간은 놀란 섭성이 눈을 마주쳤다.

‘아빠를 이해해줘.’

‘이런 뜻이 있는 줄 몰랐어. 알았어.’

17세와 11세의 소년과 소녀가 눈빛으로 뜻을 나눈 뒤였다.

섭성은 앞으로 쭉 내민 백면호리의 손을 잡았다.

“준비되셨습니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얼마든지.”

백면호리가 호기롭게 답한 직후였다.

찌지지지지지직.

섬뜩한 소리가 울려 나왔고, 경련처럼 백면호리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으며, 이어 작대기 넘어지듯 뻣뻣하게 뒤로 넘어졌다.

털썩.

“아빠!”

“괜찮으실 거야. 뒤에 풀이 있는 것 확인했고, 힘도 조절했으니까.”

“정말이지?”

“우리 기인촌 사람들은 절대 거짓말을 안 해.”

섭성의 눈을 들여다본 요정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를 다쳤어?”

“어떻게 알아?”

“여기는 다 아픈 사람들이니까 몸의 움직임만 봐도 대강 알아.”

“오빠도 아파?”

오빠 소리에 웃은 섭성이 고개를 젓고는 백면호리 근처에 앉았다.

“잠시만 있어. 바로 깨어나실 테니까.”

염소수염이 구불구불 말려 기절한 백면호리 옆에서 섭성은 철퍼덕 앉았고, 요정은 무릎을 세워 품에 안고서 몸을 말았다.

“처음엔 벽력어의 기운을 조절하지 못했어.”

이안애 앞에 펼쳐진 숲을 보며 섭성이 입을 열었다.

“아홉 살 때 개천에 목욕하러 갔는데 근처 사는 누나들이 있었거든. 머뭇거리는 나를 누나들이 불렀어.”

외부인을 오랜만에 보는 섭성, 사람과 만나는 것이 드물었던 요정, 두 사람 모두 이런 시간이 나쁘지 않은 눈치였다.

“물에 들어간 나를 누나가 안아줬는데 벽력어의 기운이 나온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옷을 반쯤 벗은 누나들이 물에 둥둥 떠내려갔거든. 그 뒤로 나는 매일 구박받았어. 마을에 조금만 나쁜 일이 생겨도 내 탓이라고 했고.”

“힘들었겠네.”

“괜찮아.”

섭성이 답한 직후였다.

“끄으-응.”

신음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던 백면호리가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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