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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73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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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73화

은천검제

제73화

 

조연명의 눈이 비둘기의 눈알처럼 움직였고, 번득인 뒤에 운진은 견디기 어려운 비명을 토해냈다.

“끄으!”

진무린이 알지 못하는 기운이었다.

‘술법이구나!’

진무린은 양묘를 상대할 때처럼 등룡창천의 기운을 뿜어냈고, 이어 운진의 백회를 틀어막았다.

조연명에게 기운을 연결했다가 그의 세상에 끌려가면 아직 대항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반응은 곧바로 있었다.

“진 대협. 노도가 말씀드리면 잠시 기운을 거둬주시오.”

고통에서 벗어난 모양으로 운진이 소매에 손을 넣었다.

그 직후였다.

“흐하하하하!”

뜻밖에도 조연명이 커다랗게 웃었는데 분명 남자의 거칠고 음흉한 웃음이었다.

“감히 모산의 도사 나부랭이가 부적을 꺼내 든단 말이냐!”

고함은 컸고, 우렁찼다.

놀란 정도맹의 무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그 뒤에 바로 소림과 무당의 제자들이 달려왔다.

“옴 바리니, 마하 구타리, 바라야 훔! 지금이요, 진 대협!”

짧은 진언을 외운 운진은 검지와 중지에 끼운 부적을 머리 위로 뿌렸다.

진무린이 기운을 거두어들였으나,

화륵! 화르륵!

부적은 허공에서 불이 붙었고, 허무하게도 한 줌 재로 바닥에 떨어졌다.

“소림과 무당은 보아라! 본 사태와 성명 사제, 그리고 제자들을 살해하려던 장본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진무린이란 자다! 그는 우리의 입을 막고자 모산의 도사까지 동행하여 재차 악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너희는 이 두 사람을 쓰러트리는 데 힘을 보태라!”

조연명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원래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본 사태가 네놈의 악행과 실체를 보이리라!”

조연명이 무서운 눈으로 재차 고함을 지른 뒤였다.

“크윽!”

비명을 지른 운진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눈빛이 바로 바뀌었다.

“진 대협…….”

그의 백회를 열어주었던 진무린은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운진의 눈이 모산에서 물들었던 것처럼 사악하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감히 모산을 무시하느냐!”

휘릭! 휘잇!

운진이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 뿌리자,

“꺄아아악!”

거친 비명이 들리며 끔찍한 표정의 악귀들이 바닥에서 한 자 높이로 날아 사방으로 달려들었다.

“사제들은 뒤로 물러나라!”

소림의 명허가 앞으로 나서며 항마장을 뻗어냈고, 무당의 수인자는 득달같이 검을 내서 앞을 막았다.

쉐엑!

진무린은 날아든 악귀를 검으로 가른 뒤에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문주!”

우르르르릉!

골목의 담벼락에 부딪힌 고함이 천둥처럼 울었고, 기와지붕이 들썩였으며, 지켜보던 정도맹의 무인들이 주저앉을 정도로 음성에 담긴 내공은 대단했다.

“진 대협?”

“문주는 저를 믿으시고, 물러나십시오.”

진무린은 검을 꺼내 든 채 먼저 명허와 무당의 제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태는 이미 혼을 점령당했다. 그의 혼을 술사가 차지하고, 강시술을 부리는 것이니 소림과 무당은 결정해라. 너희가 원한다면 나는 문주와 함께 물러나겠다.”

“무슨 헛소리냐! 암습하여 본 사태를 죽이려 달려들었던 네놈이 이제는 아예 강시라 모함한단 말이냐?”

조연명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때 진무린은 운진의 백회를 지키고 있었는데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운이 달려드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사태의 몸을 차지한 것은 분명 술사다. 아까의 웃음과 고함을 정도맹 무인들이 들었고, 소림과 무당의 제자들 역시 사악한 기운을 알아챌 정도이니 이보다 더한 증거는 없다.”

“흥! 아미를 급습한 자답게 뻔뻔하기 이를 데 없고 흉악한 배포가 참으로 크구나!”

아쉽다! 아깝다!

조연명이 말을 할 때면 확실하게 백회로 느끼는 기운이 있는데 이번에는 대화가 짧았다.

“너희는 무얼 하느냐! 소림과 무당의 제자라는 것들이 본 사태의 명을 어기고 흉수를 따른단 말이냐!”

조연명이 버럭 고함을 질렀는데도 진무린은 침묵했다.

처음 단전에 기감을 얻었던 때처럼 한 번만 확실하게 잡으면 된다. 그러면 내내 간질이던 상단전의 기운을 분명하게 얻는다.

“명허와 수인자는 끝내 아미의 이름을 무시하겠다는 게냐!”

“제자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찌 본 사태의 말을 따르지 않은 채 지켜보고만 있느냐!”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명허가 제자들에게 눈짓을 전했다.

조금만 더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에 진무린은 이를 단단하게 물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고, 때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언제고 상단전을 깨우칠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 심정으로 진무린은 시선을 돌렸다.

“명허는 본문과 화산의 관계를 생각해 잠시 물러나라.”

가뜩이나 아미의 기운이 음험해서 고개를 젓던 명허와 수인자는 진무린의 지시가 다행이란 투로 자리를 지켰다.

남은 것은 조연명이었다.

“문주. 제가 이들의 목을 가르면 술사는 어찌 됩니까?”

“혼을 담은 터라 그는 분명 제 몸으로 돌아갈게요.”

“이전에 양묘를 상대할 때 그의 술법 세상에서 점혈하거나 목을 가르면 현실에 남은 육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습니다.”

운진은 진무린이 뜻하는 바를 바로 알아들었다.

“진 대협이 저자의 백회를 막고 목을 가른다면 술사는 반드시 함께 죽게 되오!”

그가 반가운 음성으로 대꾸한 뒤였다.

“진 대협! 눈으로 증명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그리하시면 뒤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대화의 앞뒤를 가늠한 명허가 빠르고 나직하게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는 또한 소림과 무당의 입장을 살펴달라는 당부와 같았다.

막말로 진무린이 조연명과 조성명의 목을 가르는데 지켜만 보았다면 명허와 수인자 역시 비난과 추궁을 피할 길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주를 감싸던 기운을 풀어낼 참입니다. 홀로 견디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만 시간을 주시오.”

운진은 진무린의 뒤로 다섯 걸음을 물러나 가부좌로 바닥에 앉았다.

“명허와 수인자는 사제들을 이끌고 모산의 문주를 감싸라. 그에게 달려드는 사특한 기운이 있다면 그를 막아설 것이요, 혹여 문주가 다시 발호하면 그의 술법을 저지할 일이다.”

“진 사숙의 말씀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명허와 수인자는 상황을 판단하는 눈이 있어 진무린의 지시대로 움직여 운진을 둘러쌌다.

그 직후였다.

“크하하하하!”

비둘기의 눈알처럼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 채 동그랗게 변한 눈알을 번득인 조연명이 또다시 남자의 음성으로 웃었다.

“보았느냐! 소림과 무당의 제자들마저 간악한 자의 세 치 혀에 속아 아미를 욕보이니 본 사태는 제자들과 동귀어진을 각오하여 이 억울함을 만천하에 알리련다!”

말을 마친 조연명이 번득 눈빛을 바꾸고 달려들었고, 그녀의 주변에 있던 조성명과 제자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나무랄 데 없는 아미십이장의 주먹이 진무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카앙! 카가강!

죽은 자라 들었는데 익힌 내공은 그대로인지 진무린의 검이 주먹에 닿자 쇳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쉐엑! 쉑!

진무린은 조연명을 노렸다.

그녀의 백회를 틀어막는 순간에 목을 자르면 조성명과 제자들은 술법에서 벗어날 것이 분명했다.

“진 사숙! 검에 사정을 주십시오!”

진무린의 각오를 보았을까.

명허가 조연명의 목을 잘라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당부를 재차 전했다.

카앙! 쉐엑! 카가가강!

묵룡검법으로 아미를 상대하며 진무린은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조연명과 조성명, 사제들이 진을 만들어 달려들었으나 진무린의 검은 사방에서 번득였고, 스물네 개의 주먹을 완벽하게 막았다.

죽일까?

그리되면 진무린의 지시를 따라 운진을 지키는 명허와 수인자가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카앙! 쉑! 쉐엑!

그렇다고 언제까지 음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아미를 상대로 지루한 대결을 끌기도 어렵다.

틈틈이 뒤를 노리는 주먹들을 막아내며 진무린은 눈을 번득였다.

“문주! 내가 말씀드리면 강시를 붙드는 부적을 내십시오!”

운진이 나선 것이 아니라 진무린이 요구한 일이다.

“알았소, 진 대협!”

답을 들은 직후에 진무린의 검이 바뀌었다.

휘릭! 휘리리릭!

진무린은 거칠게 검을 몰아붙였고, 그 끝에서 왼손을 뻗었으며, 이어 발을 사정없이 내찼다.

퍼억! 퍽!

조성명이 뒤로 날았고, 이어 제자 한 명이 높다랗게 떠서 흑사련 호북 지부의 안으로 처박혔다.

그 뒤부터 진무린의 손과 발은 자비가 없었다.

휘릭! 퍼억! 쉐에엑! 퍽! 퍼벅!

다시 달려든 조성명이 서너 걸음 앞으로 넘어졌고, 제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 직후였다.

번득!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진무린은 왼손과 검자루로 조연명의 목덜미와 어깨를 사정없이 찍었다.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본 진무린은 삽시간에 등룡창천을 펼쳤다.

검은 기운이 실타래처럼 퍼져 조연명을 감싸는 순간이었다.

“지금입니다! 문주!”

진무린이 고함을 질렀고, 기다리던 운진이 허공으로 부적을 뿌렸다.

후아아아악!

하늘로 치솟은 부적은 마치 길이 정해져 있다는 듯 화살처럼 날았고, 조연명을 비롯한 조성명, 그리고 아미 제자들의 이마를 날았다.

멈칫!

부적이 붙기 무섭게 조성명과 제자들은 몸이 굳었는데 조연명은 아니었다.

“끄으-아!”

거친 남자의 고함을 토해낸 조연명이 이를 악물었다.

눈알은 완전히 작아져서 흰자위 안에 점을 찍은 듯하고, 입술 끝은 귀까지 올라가 악귀의 형상 그 자체였다.

“네놈은 중단전을 치유했구나!”

진무린이 고개를 갸웃할 고함을 내뱉은 조연명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미타불.”

“원시천존.”

명허와 수인자가 각각 불호와 도호를 내놓을 정도로 어둠이 내려앉은 흑사련 호북 지부의 풍광은 기괴했다.

부적의 영향일까.

그동안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던 조연명과 일행은 낯빛마저 하얗게 바뀌어 오래전에 죽은 것이라 믿을 정도였다.

‘중단전이 막혔던 사실을 알고 있었지? 하후도만 알고 있을 사실을 술사가 안다면 그들이 한통속이란 의미겠지.’

진무린이 조연명을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진 대협. 술사는 이미 떠났소.”

운진의 나직한 음성이 진무린을 깨웠다.

“다른 이들의 눈이 무섭습니다. 이들을 안으로 넣은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술사가 빠져나갔다고는 하나, 이들 몸에서 술법을 빼내지 않는 한, 이렇게 죽음과 삶의 중간에 있게 된다오. 우선 노도가 처리하겠소.”

“완벽한 처리는 정도맹과 구대문파가 온 뒤에 부탁드립니다.”

“그리하겠소.”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운진이 진무린의 뒤로 다가와 나직하게 주문을 외웠다.

놀랍고 괴이한 광경이었다.

운진이 걷기 시작하자 조연명을 비롯한 조성명과 제자들이 줄줄이 뒤따라 움직이는데 그녀들의 몸에서 고약한 악취가 실제로 풍겼다.

“아미타불. 어찌 이런 일이…….”

누가 봐도 죽은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에 명허가 재차 탄식을 털어놓았는데 그곳에 있는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과 같았다.

“진 사숙. 소질들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명허와 수인자는 사제들과 이 자리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기록해두고, 사문의 어른들이 오면 부적을 사용하라는 내 지시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씀드려라.”

“진 사숙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핑곗거리를 얻은 명허가 먼저 반장으로 고개 숙였고, 이어 수인자가 검을 든 손을 맞잡아 고마움을 표시했다.

진무린은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누가 지휘자인가?”

“금령단 3조 조장 장중남입니다.”

“그대 역시 오늘 일을 기록해두었다가 맹에 보고하고, 이후로 아미의 인물들을 감시하는데 방심하지 마라.”

답을 해야 할 장중남이 마른침을 삼키며 애처로운 표정을 보였다.

“진 대협. 금령단은 아미의 무공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부디 소림과 무당의 도움을 청해주십시오.”

한숨이 절로 나올 요청이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목숨이 달린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바람이었다.

“진 사숙. 저희가 주변을 경계하겠습니다. 혹여 있을지도 모를 흉한 일을 막고자 하는 것이니 이대로 물러나는 것보다 오히려 반갑습니다.”

진무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명허와 수인자가 사제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미의 음험한 기운에 놀랐고, 운진의 술법에 당황했으며, 진무린의 무공에 감탄한 복잡한 감정이 흑사련 호북 지부에 들어서는 그들 눈에 가득했다.

‘하후도.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

진무린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만약, 중단전이 막혀 있었다면 흉한 꼴을 보게 되지 않았을까.

가만 서서 생각을 정리하던 진무린은 퍼뜩 홍화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원예라면 적어도 상등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관해 아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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