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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60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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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60화

은천검제

제60화

 

사천삼절과 잠시 시간을 보낸 진무린은 종무헌이 지켜보는 앞에서 운기에 들었다.

장설군의 치료 과정에서 얻은 것은 분명했다.

선인의 경지를 한껏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가닥가닥 늘여 내놓았고, 그물처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대사형?”

운기를 마친 직후에 보인 종무헌의 놀라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검은 기운을 보았었냐?”

“알고 계셨습니까? 그것이 혹시 등룡창천을 이루었을 때 보인다는 묵빛 기운 아닙니까? 게다가 그것이 마치 그물처럼 섬세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내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하후도란 자의 경지는 나보다 위에 있으니 이 또한 단계가 아닐까 싶다.”

진무린의 설명에 종무헌은 아예 질린 얼굴이었다.

밤늦게 사천삼절과 시간을 보냈고, 운기에 제법 공을 들여 바깥은 이미 뿌옇게 날이 밝고 있었다.

“삼도방의 자제를 잠시 돌아본 뒤에 무탈하다면 길을 나서도 되겠다.”

몸을 일으킨 진무린은 종무헌과 함께 연공실로 향했다.

“진 대협. 어떻게 이리 일찍 나서셨소?”

“환자의 상태가 궁금했습니다. 피곤하셨을 텐데 안 주무셨습니까?”

“진 대협의 수고로움을 보았는데 어찌 피곤을 말하겠소. 운기에 드셨다기에 집무실에 앉아 마치기를 기다렸던 참입니다.”

수하들이 보고했는지 공손한 모습으로 나타난 장삼도가 진무린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연공실에 들른 진무린은 장설군을 살펴본 뒤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잘 견뎠소. 절맥의 증상이 완연히 사라진 듯하니 이후는 노태부께서 살필 일만 남은 듯하오.”

흉측한 몰골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하얀 눈이 진무린을 향해 끔벅였는데 마치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

“연이 있으면 또 보리다.”

환자가 주는 고맙다는 인사이리라.

진무린은 넉넉한 미소를 건네고 연공실을 나섰다. 

바깥의 소란을 염려해 아직 연공실에 두었는데 서늘한 기운이 오히려 환자에게 나쁘지 않았다.

뒤늦게 달려온 화호검, 무심창, 무정검과 인사를 나눈, 진무린은 그 길로 종무헌과 함께 삼도방을 나섰다.

하루쯤 함께할 줄 알았던 사천삼절이 오 리를 함께 걸으며 아쉬운 정을 나눈 뒤에 돌아섰다. 그러나 장삼도는 그곳에서도 돌아서지 못해 십 리 길을 함께 걸었다.

“방주. 여기에서 헤어져야 할 모양입니다.”

“진 대협. 조금만 더 가면 처음 뵈었던 객잔이 있으니, 그곳에서 석별주라도 나눈 뒤에 헤어지면 어떻겠소? 그것이 어렵다면 아침이라도 모시게 해주시오.”

아이처럼 매달리는 장삼도를 향해 진무린은 예의 빙그레하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방주는 참으로 사람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진 대협만 하겠소?”

장삼도가 볼멘소리를 내어 세 사람이 함께 웃었다.

“방주. 부정한 일을 보거든 바로 잡고, 외롭고 힘겨운 이를 보면 도울 것이며.”

장삼도가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지켜보는 앞이었다.

“의와 협이 아닌 일에 함부로 주먹을 내지 마십시오. 악연은 쉬우나 떨치기 어렵고, 선연은 어려우나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 말하니 지난날이 참으로 부끄럽소.”

“돌이킬 수 없는 일은 홀연히 흘려보내고 앞으로 변하시면 될 일입니다.”

말을 마친 진무린이 뜻밖에도 냉정한 눈으로 뒤편을 돌아보았다.

“누가 있소?”

“후배를 찾아온 모양입니다. 후배의 출신과 관련된 일이라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더는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장삼도는 진실로 혈육을 떠나보내는 아재비처럼 눈시울마저 붉히는 터라 그 모습에 종무헌의 가슴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진 대협. 내게 베풀어준 은혜는 다음 생까지 지닐 것이며, 도움만 된다면 기꺼이 머리를 풀고, 목을 내놓아서라도 갚겠소.”

“방주. 부디 건승하십시오.”

“고맙소, 진 대협. 진실로 고맙습니다, 진 대협.”

겨우 진무린과 인사를 마친 장삼도는 또다시 종무헌의 손을 붙들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걸음을 멈추었다.

진무린과 종무헌이 걷는 길이었다.

관도를 걷던 두 사람이 산길로 접어들 때까지 지켜보던 장삼도의 모습이 산비탈에 가려졌다.

산의 중턱에 오른 뒤였다.

“사제는 예를 갖추라.”

종무헌에게 말을 건넨 진무린이 힘겨운 왼팔을 내밀어 양손을 맞잡고 상체를 숙였다.

진무린이 하라면 하면 된다.

종무헌 역시 짐작하는 바가 있어 읍을 한 직후였다.

홀연히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자 진무린과 종무헌이 문주를 뵙습니다.”

임운령은 진무린의 왼팔을 보고는 고개를 의아한 표정이었다.

“됐다. 사제와 함께라고 성치 않은 몸으로 형식에 매달릴 것 없다.”

그런 뒤에 그는 오른손을 들어 진무린과 종무헌의 인사를 만류했다. 

“내가 은천령을 거부한 것은 들었을 테고.”

“예.”

“삼도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 힘겨운 모습이냐?”

감출 것도 없었고, 암연이 있어 조만간 알게 될 일이었다.

진무린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임운령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모려원의 검에 어깨를 찔렸다는 대목에서 임운령은 무거운 근심을 깊은숨에 담아 내쉬었다.

“암중세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기는 한데 길이 참 험하다. 이 일이 알려지면 반드시 은천령을 내야 한다고 우길 텐데.”

임운령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은천문의 무공을 밖으로 유출한 것을 염려해 은천령을 내리자는 마당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무린을 검으로 찔렀으니 뭐라 해도 감싸기 어려운 것은 분명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전중방의 셋을 내가 상대하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 무언가 흉계가 있는 듯해서였다. 려아가 검을 낼 줄은 몰랐는데 만약 내가 검에 당했다면…….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말을 마친 임운령은 뒷짐을 진 채 아래를 굽어보았다.

“어디로 갈 참이었느냐?”

“모산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임운령이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연의 보고가 있을 테니 이번 일은 반드시 알려진다. 시간이 별로 없어. 내가 최선을 다해 막기는 하겠다만, 네가 려아의 검에 찔린 것이 알려진다면 장로들이 들고일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말을 마친 임운령이 시선을 돌렸다.

“부상이 심해 보인다만, 려아를 구할 사람은 너와 네 사제밖에 없다.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

“감사합니다, 문주.”

“부상이 심한 제자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긴 것은 감사할 일이 아니다.”

입맛을 다신 임운령은 고개를 돌려 여태 말 한마디 못한 종무헌을 보았다.

“네놈은 그 날카로움을 갈무리하라니까 어째 더 뾰족해 보여? 네놈의 사형처럼 진중함이 우러나와야 검에 용을 그릴 수 있다 하지 않았느냐?”

“제자는 재능이 없는 탓에 시일이 더디 걸립니다.”

“하하하!”

듣는 이의 귀를 시원하게 해줄 정도로 통쾌한 임운령의 웃음이 있었다.

“원체 잘난 놈 옆에 있으면 일이 많은 법이다. 내키지 않으면 지금에라도 나와 함께 돌아가도록 하자.”

“이후의 길을 모두 피로 물들이는 한이 있어도 대사형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참으로 거친 인상에 어울리는 흉악한 각오로구나.”

타박인데 또한 타박이 아니었다.

“강호에 나서 두 놈의 제자를 보았더니 한 놈은 어깨를 뚫렸고, 다른 녀석은 흉포하기 그지없으니.”

고개를 저은 임운령은 마치 삶을 마감하려는 사람처럼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살펴 가십시오, 문주.”

진무린과 종무헌이 읍을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임운령은 햇살과 바람, 녹음 사이로 이미 사라진 뒤였다.

 

**

 

백면호리는 귀혼곡의 촌민들에게 모려원을 소개했다.

바깥에서의 일을 백면호리가 떠드는 동안 모려원은 기인촌의 끝으로 움직여 저 앞의 이안애를 바라보았다.

“일이 그리되지 않았나. 그래서 급하게 구한 약재만 보따리에 싸서 달려왔지.”

“이미 연락이 있었소. 당분간 귀혼곡 바깥출입을 자제하라는 말도 있었으니 우리와 함께 지내면 되겠소.”

대화를 마친 뒤였다.

눈치를 살피던 요정이 백면호리의 소매를 잡아 흔들었다.

요정의 시선 끝에 모려원이 있었다.

“뭐? 왜? 너는 아직 어려서 몰라! 저런 때는 그저 가만히, 혼자 두는 게 제일 좋다니까.”

말을 건넨 백면호리는 고개를 저었다.

어린 요정이 저 속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나.

황궁에서 가지고 나온 책자에서 급하게 베낀 내용, 읽었던 내용을 전해주었고, 이어 진무린이 대사형인듯하다는 사연도 들려주었다.

가물가물 기억하는 그녀의 재촉에 진무린의 어깨를 뚫고는 정신을 잃었다는 사실까지 전한 참이니 지금 모려원의 속이 어디 속이겠나.

‘아빠.’

요정이 또다시 백면호리의 소매를 붙들었다.

답답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는데 늘그막에 얻은 딸자식의 애처로운 눈빛을 이길 방법이 백면호리에게는 없었다.

기인촌민들의 근심 어린 표정도 한몫했다.

어쩌랴. 

석상처럼 서 있는 모려원에게 다가갈 수밖에. 

마침 적당한 핑계도 있었다.

한숨을 내쉰 그는 내키지 않는 몸을 일으켜 모려원의 옆으로 다가갔다. 

“흠! 흠!”

그의 기척에 모려원이 고개를 돌린 다음이었다.

“내 나이 마흔 중반에 진정한 짝을 만났지. 그전에 기루나 홍등가에 들른 적이야 부지기수…….”

요정이 들었을까를 염려한 듯 고개를 뒤로 돌렸던 백면호리가 어쩔 거야 하는 투로 어깨를 으쓱한 뒤에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저 녀석을 남기고 눈을 감을 때 그러더군. 고맙다고. 내가 물었지. 뭐가 고맙냐고. 답이 뭐였는지 짐작하겠소?”

모려원의 시선을 본 백면호리가 잇던 이야기를 뚝 잘랐다. 

“이제 얼굴에 있는 면구를 회수할까 하네.”

그가 손바닥을 펼쳐 흔들자 곧바로 모려원의 원래 얼굴이 귀혼곡에 드러났다.

햇살이 걸친 듯한 기다란 속눈썹에, 한 폭의 그림에서나 볼 것 같은 고운 이마와 눈썹, 빛나는 볼과 입술을 보며 백면호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우리 뭔가를 좀 먹어야…….”

백면호리가 눈짓으로 뒤에 있는 요정과 기인촌민들을 가리켰다.

“진 대협이 원하는 바 역시 모 소저가 이리 좌절하는 모습은 아닐 게요.”

모려원은 고개를 돌려 움막 앞에 앉아있는 요정을 보았다.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니 저 작은 아이의 마음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답이 뭐였나요?”

“답? 무슨 답?”

“아까 하던 이야기요.”

“아!”

백면호리는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 사람처럼 탄성을 질렀다.

“아픈 이야기이니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합시다. 지금은 우선 밥을 해결하고.”

“잠시만 더 있다 갈게요.”

“그럼 준비하라 할 테니 부르면 냉큼 오시오.”

“그럴게요.”

답을 한 모려원은 이안애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진무린이 있을 터였다.

“언니는 부르면 오기로 했다! 뭐? 원래 저렇게 생겼었지. 누가? 에이, 아니야. 정아가 훨씬 더 예쁘구만.”

뒤편에서 들리는 백면호리의 말에 결국 모려원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

 

안휘의 옆을 길게 지나 강서의 모산으로 가는 길은 관도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서는 열흘이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그럴 여유가 없는 진무린은 사제인 종무헌과 함께 산을 타고 달렸다.

절벽을 만나면 뛰어내리듯 몸을 던져서는 중간 바위에 의지해 속도를 조절했고, 나무의 끝에 몸을 던져 커다란 가지가 휘청이는 탄력을 이용하여 치솟아 나는 듯 앞으로 나아갔다.

내공을 퍼붓듯이 쏟아내 경공을 발휘하는 참이었다.

바위를 의지할 때마다, 나뭇가지의 탄력에 몸이 솟구칠 적이면 어깨가 끊어지듯 아팠는데 진무린은 이를 깨무는 것으로 이겨냈다.

‘사매! 반드시 기억을 찾아주마!’

진무린의 경지는 경공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나무의 꼭대기를 징검다리 건너듯 밟는 걸음이 그렇거니와 절벽의 중간에서 한 마리 수리처럼 위로 솟구치는 형상이 그랬다.

두 시진을 꼬박 달린 진무린은 널찍한 바위 위에 도착한 뒤에 걸음을 멈추었다.

“허억. 허억.”

종무헌이 독이 잔뜩 오른 눈으로 따라붙었지만, 내공의 한계가 있어 더 달리는 것은 무리였다.

“사제는 운기를 해라.”

“죄송합니다, 대사형.”

“두 시진을 꼬박 달렸다. 그것이 어찌 죄송할 일이냐? 요기할 것이 있더냐?”

“삼도방에서 건량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에 운기를 하고, 다시 움직이기로 하자.”

간단하게 허기를 때운 두 사람은 이 각쯤 운기를 한 뒤에 다시 경공을 펼쳤다.

또다시 두 시진을 달렸다.

마음 같으면 조금 더 달리고 싶었는데 나무의 끝을 밟은 종무헌이 휘청이는 것을 본 진무린은 산의 정상 바로 아래에서 걸음을 멈췄다.

“흐헉. 흐헉.”

종무헌이 가쁜 숨을 연신 쏟아내는 곁에서 진무린은 왼쪽 어깨에 손을 얹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상처가 비틀렸는지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운기를 먼저 해라.”

“예, 대사형.”

워낙 지친 참이었다. 

어차피 이번에는 조금 긴 휴식이 필요한 터라 진무린과 종무헌은 운기를 통해 떨어진 기력을 먼저 보충했다.

이 각쯤이 또 흘렀고, 휘영청 밝은 달이 산의 정상을 기웃거리는 밤이었다.

달 참 밝다.

눈을 뜬 진무린이 풍광을 둘러볼 때, 종무헌이 눈을 떴다.

“불을 놓을까요?”

“날이 춥지 않으니 공연히 시선 끌 것 없겠다.”

등짐을 뒤적거린 종무헌이 은천문의 비약인 금창약을 꺼내 들었다. 

사양할 일은 아니었다. 

진무린은 어깨의 옷깃을 열어 앞부분의 상처에 금창약을 바르고, 뒷부분은 종무헌에게 맡겼다.

약을 바른 뒤였다.

이번엔 등짐에서 만두를 꺼낸 종무헌이 진무린에게 건네준 뒤에 다른 하나를 커다랗게 베어 물고서 우물거렸다.

“모산이 흉수라 여기십니까?”

“백향초까지 구해 사매에게 다가선 것은 분명하니 그들에게서 출발하는 게 옳겠지. 다른 의견이 있냐?”

“달리느라 다른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진무린은 옅게 웃은 뒤에 입을 열었다.

“사매는 술법에 당한 듯싶다. 그러니 모산에 들러 사매에게 어떤 술법을 썼는지 알아낸 뒤에 움직이는 것이 옳지.”

“예, 대사형.”

우직하게 답을 한 종무헌이 손에 남은 만두를 털어 넣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모산이 두렵지는 않으나 공연히 강호에 흉한 소문이 돌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확실히 종무헌은 이 길에서 모산을 피로 물들일 각오를 세웠는지 뒤에 있을 소문을 염려하고 있었다.

“모산에는 도를 닦는 도사와 부적과 술법에 치중하는 도사의 두 부류가 있다고 들었다. 어려울 것이 있겠냐? 순순히 나오면 대화로, 악하게 나오면 검으로 상대하면 될 일이다.”

“예, 대사형.”

답을 건네는 종무헌의 눈빛이 칼날처럼 빛나고 있었다.

“사제는 이제 길게 운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예, 대사형.”

가부좌로 눈을 감는 종무헌을 보며 진무린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휘영청 밝은 저 달이 은천문은 물론이고 귀혼곡마저 비출 터였다.

달을 보던 진무린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지금은 새벽을 위해 운기를 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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