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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58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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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58화

은천검제

제58화

 

선인의 경지에 도달했고, 거기에 더해 진기를 가느다랗게 뿜어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치료가 아니라 운기를 했더라면 주화입마에 빠졌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호오! 중단전이 막힌 데다 어깨를 뚫리는 부상을 당하고도 치료에 나섰더란 말이지? 이런 기회가 있을까?”

잔뿌리를 돌려 뒷짐을 진 백향초가 진무린을 향해 감탄사를 던졌다.

‘백향초에 술법을 걸어두었구나!’

진무린은 죽은 셋을 떠올리며 상황을 짐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중단전이 막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상황이 급했으나 당장은 손 하나 꼼짝하기 어려웠다.

“흥! 절맥을 치료한답시고 기를 거슬렸으니 너는 폐인이 되고 이 아이는 공연히 얼마 되지 않을 명만 단축한 꼴이 아니냐? 이를 어쩔꼬?”

백향초의 말대로 중단전이 막힌 상태에서 이런 위기를 맞았다면 돌이키기 어려웠을 일이었다.

진무린은 역류하는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서둘러 호흡을 조절했다. 

한껏 여유를 부린 백향초가 뇌두를 고개처럼 돌려 장설군을 살폈다.

“이 아이가 방주의 자식인 모양이지?”

진무린은 가까스로 진기를 다스렸는데 대신 장설군의 코에서 나온 시커먼 피가 마른 볼을 타고 침상에 흘러내렸다. 

다독여 놓았던 음기가 다시 맥을 파고든다는 의미였다.

“푸하하하!”

상황을 짐작한 백향초가 뇌두를 뒤로 젖히며 통쾌한 웃음을 터트린 후에 진무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아끼는 수하 셋을 무참히 살해했으니 그 죄가 작지 않을 터!”

진무린이 힘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한 눈치였다. 

‘은천문을 얕보는 놈이 있다니.’

임시방편으로 내기를 다스린 진무린은 먼저 호흡을 길게 뱉어냈다.

백향초 따위로 사람을 죽이려 들어?

진무린은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놈이 졸개 셋을 보낸 장본인이냐?”

“어떻게……? 중단전이 막힌 상태였는데? 기가 역류했는데?”

화들짝 놀란 백향초가 뒤로 주춤대며 물러났다.

“백향초가 당황하는 꼴이 나는 더 놀랍다!”

휘이이익! 스응!

한마디 외침과 동시에 진무린은 침상 위로 몸을 날리며 검을 뽑았다.

휘리리리릭!

허공에서 몸을 비튼 진무린은 먼저 장설군의 혈맥을 검으로 빠르게 찍었다.

쒜에엑!

그리고는 곧장 백향초의 뇌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검광이 번쩍인 뒤에 뇌두가 잘린 백향초가 비틀대며 서너 걸음을 밀려났고,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는 장설군의 이불 위에 털썩 쓰러졌다.

참으로 마지막 모습까지 기가 막힌 광경의 연속이었다.

검을 집어넣은 진무린은 백향초를 들어 잘린 부분을 장설군의 입에 물렸다.

기가 역류하는 바람에 장설군은 피를 쏟아내고, 이미 뇌두를 잘라버린 백향초는 당장 사용하지 않으면 약효를 잃는다. 그러니 장설군에게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푸훅-!”

백향초를 장설군의 입에 물린 진무린은 피를 뿜었다. 

기가 역류한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고도 쓰러지지 않은 것은 직전에 얻은 선인의 경지와 강인한 의지 덕분이었다.

백향초를 물고 있는 장설군의 이불과 침상이 진무린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사람 일은 참으로 알기 어렵다.

이로써 장설군은 내공을 잃지 않을 테고, 오히려 앞에 먹은 영약에 백향초의 위력마저 얻을 게 분명했다.

 

**

 

“끄아아-악!”

목을 움켜쥔 양묘가 비명과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벌컥 뛰어든 도사 셋이 달려와 부축했을 때, 양묘의 목에는 한줄기 붉은 선이 진하게 피어 있었다.

“푸헉!”

부축하는 도사의 어깨를 움켜쥔 양묘가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를 연거푸 토해냈다.

“동남의 피를…….”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사 한 명이 달려나갔고, 잠시 뒤에 사발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급히 사발을 입으로 가져간 양묘는 제대로 삼키지 못해 절반가량을 흘렸다.

“좀 더! 있는 대로 가져오너라!”

“예, 진인!”

끔찍한 지시를 받은 도사가 급히 상양궁을 뛰쳐나갔다.

“무서운 놈…….”

겨우 안정을 찾은 양묘가 피범벅인 입을 움직여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 그는 통증을 느끼는 양, 붉은 선이 그어진 목을 매만졌다.

“중단전이 막혔고, 진기마저 역류했음에도 검을 휘두르는 무공과 강단이라니! 벽계에서 왜 그리 놈을 염려했는지 이제야 짐작이 가는구나!”

그가 탄식을 내뱉을 때 밖에서 “살려주세요!” 하는 아이의 절규에 이어 “아-악!” 하는 비명이 들렸다.

“진인!”

그리고 도사 한 명이 김이 나는 사발을 들고 들어왔다.

양묘가 사발을 비우는 동안, 밖에서는 또 다른 아이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

 

참으로 사연이 많았던 백향초는 결국 장설군의 입을 통해 그 효용을 다했다.

혈도를 찔린 장설군의 몸 곳곳에서 피가 배어 나왔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볼에 은은한 혈색이 올라온다는 점이었다.

“후우.”

장설군의 입에 물렸던 백향초를 들어서 침상 위에 내려놓은 진무린은 그제야 기울였던 몸을 세웠다. 

진무린은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듯 수십 년에 한 번 나온다는 백향초 역시 연이 따로 있었던 모양이었다.

“소협. 치료는 이것으로 끝났소. 진기가 역류한 상태라 소협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니 혹여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부디 기운을 내서 이겨주시오.”

말을 건넨 진무린은 침상에서 물러나 바닥에 앉았다.

기의 흐름이 뒤엉켰고, 어깨의 상처도 작지 않아 실상 진무린 역시 치료와 운기가 시급한 상태였다.

남은 문제는 백여 명이 달려온다는 바깥의 상황이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더 무리했다가는 돌이키기 어렵다.

어떻게 할까.

소주천으로 위기만 우선 넘길까, 밖의 상황을 무시하고 제대로 운기에 들까.

고민하던 진무린은 연공실의 입구로 시선을 돌렸고, 그 뒤에 옅게 웃었다.

사제인 종무헌의 기운이었다.

이제 당장 바깥의 상황은 안심해도 될 모양이었다.

‘사제가 너무 심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니겠지?’

가볍게 웃은 진무린은 그나마 편안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

 

삼도방의 방주 장삼도는 비장한 표정으로 앞을 노려보았다.

횃불을 환히 밝힌 대문 안쪽의 연무장에 사십여 명의 방도들이 도를 든 채 도열했고, 하북에서 백 대 고수에 꼽힌다는 하북삼괴까지 듬직하게 힘을 보태는 마당이었다.

본채의 대청에 놓인 커다란 의자에 당당하게 앉은 장삼도는 온몸에서 강한 의지를 피워냈다.

강호란 곳이 이렇다.

장삼도가 전중방의 세 사람에게 백향초를 요구했던 것은 자식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고, 반대로 누군가가 삼도방에게 백향초를 내놓으라 요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자 만행이 된다.

장삼도가 그렇거니와 지금 삼도방을 향해 달려온다는 세 곳 모두 애초에 명분 따위 없었다. 

이럴 때 강호인들이 내세우는 전가의 보도가 있으니 강한 자가 옳다는 격언이 아니던가.

다리를 벌린 자세로 앉아 등을 꼿꼿하게 세운 장삼도는 다부진 표정으로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온다는 놈들이 있다더니 다 헛말이었나?’

제법 시간이 흐르도록 방문하는 자가 없자 장삼도가 슬쩍 안쪽을 바라볼 때였다.

밖을 지키던 방도 하나가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다가오는 자들이 있습니다! 숫자가 족히 백은 넘습니다!”

도를 어깨로 치켜세운 방도는 놀란 기색이 다분했다.

하긴, 삼도방의 성세라야 방도 사십에 하북삼괴와 나머지를 다 털어 오십 수준인데 백 명이 넘는 침입자를 보았다면 놀랄 법도 하겠다.

“크흠.”

장삼도는 마침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바로 뒤를 따라 하북삼괴와 수하들이 문을 나섰다.

횃불을 활활 밝힌 삼도방의 대비를 보았을 텐데도 다가오는 이들은 당황하거나 주저하는 기색 따위 없었다.

향이 삼분지 일쯤 타오를 시간이 흐르고서 방문자들이 삼도방의 앞쪽에 당도했다. 

방도의 보고대로 족히 백은 넘는 숫자에 세 명의 무인이 인솔하는 모양새였다.

“뉘신데 야심한 시간에 통첩도 없이 본방을 찾으셨소?”

장삼도가 익힌 내공을 음성에 실어 내뿜자 그의 질문이 어둠에서 커다랗게 울려 나왔다.

“석관평에 삼도방이 있다더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었구려!”

답은 가운데 선 무인이 내었다.

그의 음성은 비록 크지 않았으나 담긴 내력은 담대하고 깊어 확실히 장삼도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비록 통첩은 못 보냈으나 이제라도 객의 도리를 다할까 하오. 나는 문우산장의 장주 화호검 곽동문이라 하오. 왼편이 무심창 고섭량, 오른쪽이 무정검 금남조라는 분이오.”

“흠.”

장삼도는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강호 백 대 고수에 드는 세 사람, 사천삼절이 모두 왔다면 장삼도는 따귀를 얻어맞은 꼴과 다르지 않았다.

“삼도방을 이끄는 장삼도가 사천삼절께 인사드리오! 이 장 모가 안목이 조악해 세 분을 바로 알아뵙지 못한 것을 사죄드리외다.”

강호 백 대 고수인 곽동문이 홀로 나서도 휘청일 삼도방에 고섭량과 금남조가 가세했으니 더 말해 무얼 하겠나. 

오늘 싸움의 결과는 실로 눈을 감으면 앞이 캄캄해진다는 것만큼이나 명확했다.

“불쑥 찾아온 객이라 낯을 들기 어렵구려.”

대꾸를 전한 곽동문이 좌우를 둘러본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짐작하는 내용을 이리저리 돌려 무얼 하겠소? 우리가 내내 찾던 백향초가 귀방에 있다는 말을 들었소이다. 무릇 귀물은 인연이 있는 법, 방주께서 너그럽게 양보해주기를 청하는 바이오.”

곽동문은 양손을 맞잡아가며 뻔뻔하기 그지없는 용건을 점잖게 꺼내 들었다.

“본인의 아이가 절맥이라 고심하던 차에 인연이 닿았고, 위급한 상황을 맞아 이미 치료에 들었소.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원하던 답을 드리지 못해 송구하오이다.”

“그렇다면 치료를 중지하는 것이 어떻소?”

곽동문은 재차 양손을 마주 잡으며 물러나지 않았다.

“절맥의 치료라는 것이 약초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중단할 방도가 없습니다.”

“사천삼절의 이름으로 청하는 일이오.”

“지금 중단하고자 하면 치료를 맡아준 분에게도 해가 되는 일이라 불가합니다.”

“흥.”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투로 포권을 풀어낸 곽동문이 코웃음을 터트렸다.

“이곳을 방문한 우리 세 사람의 이름을 무시할 정도라니 치료를 맡은 분의 정체가 심히 궁금하외다.”

장삼도는 이를 깨물며 분을 삭였다.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드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굴욕을 씹고 삼켜서라도 진무린이 장설군을 치료할 시간을 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금일 본방을 방문하여 바로 치료에 들었기에 자세한 출신은 알지 못하외다.”

“출신도 모르는 이에게 치료를 맡기셨다?”

“이 장 모가 보기에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았소이다.”

“그렇다면 내 눈으로 그의 치료를 봐야 방주의 말을 믿겠소.”

“불가하오.”

“혹시 백향초를 감추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은 아니오?”

“앞으로 한 시진이면 치료가 끝나리라 봅니다. 빤히 드러날 얄팍한 수가 세 분께 통하리라 기대하지 않소이다.”

이거 봐?

곽동문은 눈을 갸름하게 뜨고 장삼도의 좌우를 둘러보았다.

무릇 강호란 기인이사가 언제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 아니던가.

장삼도는 물론이고, 하북삼괴, 삼도방 방도들의 태도를 보아서는 장삼도의 말이 헛소리만은 아니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고, 삼도방 따위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명판을 떼어낼 수준이니 급할 것은 없었다. 

게다가 한 시진 안에 치료가 끝날 정도라면 백향초는 이미 쓸모를 다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 궁금한 것은 치료를 맡았다는 자의 정체였다.

“치료를 맡은 분의 이름이 어찌 되오?”

“진무린 대협이라 하외다.”

곽동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호북의 상등에서 마등을 물리쳤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이의 이름이 바로 진무린이었다.

“별호나 사문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소?”

“강호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부께서 은거한 고인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하였소이다.”

장삼도의 대꾸가 나온 직후였다.

“감히 누구 앞이라고 가벼운 혀로 장난질을 치느냐!”

무심창 고섭량이 버럭 고함을 터트렸다.

그의 내공 또한 곽동문에 뒤지지 않아 삼도방의 방도들이 들고 있던 횃불이 뒤로 휘날렸고, 열어 놓은 정문이 놀란 듯 웅웅 소리를 내며 울었다.

“내 비록 하남의 말석을 차지하나 말로 사람을 속이지는 않소이다!”

“그렇다면 진무린이란 자를 당장 이리 데려오너라!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들어가 그의 면을 보겠다!”

“치료 중이라 불가하다고 말씀드렸소!”

“그 진무린이란 자를 믿어 감히 삼도방의 방주 따위가 이 무심창을 욕보인단 말이냐!”

쩌렁!

내공이 약한 삼도방의 방도 서넛이 아찔한 정신을 추스르려 고개를 털어낼 정도로 이번 고함에 담긴 고섭량의 내공은 엄청났다.

“어찌 답이 없느냐! 네가 최근 명성을 얻은 분의 이름을 빌려 우리를 속이려 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진무린이란 자를 데려와 실력을 증명해라! 만약 그가 터무니없이 허세를 부린 것이라면 내 창에 그의 머리를 달아 그 죄를 벌하겠다!”

또다시 쩌렁 고섭량의 분노가 터진 직후였다.

“누가 감히 대사형을 함부로 언급하느냐!”

우르르릉!

천신이 노한 듯 날아든 음성이 삼도방 앞에 선 모두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삼도방의 방도들과 사천삼절의 뒤에 선 수십 명이 비틀댔고, 장삼도가 얼른 내공을 일으켜 진정했을 정도로 음성에 담긴 내공은 무서웠다.

퍼러러러럭!

이어서 깃발이 펄럭이듯 장포를 휘날린 무인 한 명이 장삼도와 사천삼절의 중간에 떨어져 내렸다.

신장은 진무린과 비슷했고, 스물 후반으로 보였는데 그의 첫인상은 잘 벼려놓은 한 자루 검을 연상시킬 정도로 날카로웠다.

“대사형의 머리를 창에 걸겠다는 망발을 지껄인 것이 네놈이냐!”

들개 떼 사이에 호랑이가 뚝 떨어졌다면 지금 상황이리라.

호기롭게 떠들던 고섭량이 대꾸조차 못 한 채 눈치를 살피는 꼴이 그랬다.

“삼도방의 방주와 오가던 말끝에 실언이 있었소. 본인은 문우산장의 장주 화호검 곽동문이라 하외다!”

“닥쳐라! 너에게 묻지 않았다!”

찌이-잉!

“욱!”

분위기를 바꾸려던 곽동문이 입을 억지로 다물며 급한 비명을 토해냈다. 그에게 집중된 내력이 어찌나 강하던지 가슴이 진탕되어 피가 울컥 솟구친 탓이었다.

스으응-.

그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젊은 무인은 종내 검마저 뽑아 들었다.

“너는 창을 들어 나서라. 감히 그따위 망발을 지껄일 실력이 있는지 내가 확인하겠다!”

우우우웅.

“우-.”

검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양쪽 모두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불쌍한 것은 고섭량이었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것은 차치하더라도 상대가 되어야 달려들지 않겠나.

삼도방의 장삼도가 굴욕을 삼키던 그 심정 그대로 이번에는 몰려든 개떼들이 성난 호랑이의 눈치를 살필 때였다.

“사제는 그만 검을 거두어라.”

진중한 음성이 삼도방의 문 안쪽에서 울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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