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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87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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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87화

은천검제

제87화

 

날이 밝은 직후, 진무린 일행은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어차피 이곳에 두 명이 남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터라 짐을 챙겨야 하는 부담 따위 없었고, 준비와 정리에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다른 문제가 없다면 출발하자.”

“예, 문주.”

임운령의 지시에 따라 진무린과 운진이 움직였고, 그 뒤를 열여덟 명의 제자들이 따랐다.

은천문 제자들이 동행하는 길이었다.

운진과 단둘이 움직일 때와는 다른 든든함이 진무린을 받쳐주었고, 많은 적을 상대로 그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어제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습니다.”

걷는 동안 건넨 진무린의 말에 임운령은 시선만 주었다.

“갈마천을 상대했었습니다.”

“갈마천? 고적구권 갈마천 말이냐?”

반문했던 임운령은 또다시 기가 찬다는 투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상대하고 이토록 멀쩡하단 말이지?”

“대결 직후에 기혈이 엉켜 피를 토하기는 했습니다.”

임운령이 심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으나 하려던 말은 대결의 결과가 아니었다.

진무린은 먼저 대결의 결과를 임운령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 뒤에 하고 싶었던 말을 덧붙였다.

“그가 말하기를 사매의 기억을 지운 것이 혈교라 하였습니다.”

“흠. 그 점은 이미 짐작했었다.”

임운령은 이미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백승 장로가 만난 이들이 구양강, 무랍, 그리고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모사 차림의 중년인, 이렇게 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하후도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또 모르던 내용이었다.

진무린의 표정을 본 임운령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무렴 문주가 돼서 함부로 은천령을 내렸을 것 같으냐? 다만, 네놈 덕분에 얻은 것이니 그 점은 능히 칭찬할 만하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장 노대에게 선택하라 했다며? 그 며칠 전에 원고성이 똑같은 권유를 했던 모양이다. 언젠가 내가 염려했던 대로 정보를 중간에 감추는 일이 있었는데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내게 털어놓았다.”

근심 어린 진무린을 보며 임운령은 넉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과거의 잘못은 모두 용서했다. 그러니 장 노대에 관한 일은 너무 염려할 것 없다.”

진무린의 속을 들여다본 것과 같은 설명이었다.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비선이 있구나.’

임운령을 보며 진무린은 묘한 의구심을 떠올렸다.

문주는 장 노대에게서 솔직한 사실을 듣기 전부터 그가 정보를 숨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누가 문주에게 그런 내용을 전했는지 짐작 가는 이는 없다.

진무린이 알기로 제자를 내보내는 일 외에 은천문이 외부와 연락하는 고리가 없는 까닭이었다. 

‘은천수호검과 같이 문주만 아는 비선이 있을까?’

여기까지.

진무린은 고개를 털어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헛된 생각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아니라 풍령관에 집중하는 게 옳았다.

무엇보다 임운령과 열여덟 명의 사제들, 그리고 운진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당장 진무린이 신경 써야 할 상황이라 그렇다.

서리가 내렸던 세상이 녹으며 짧게 맴돌았던 습기가 햇살에 사라졌다.

그런 길을 넉넉하게 걷고 있지만, 풍령관에 다가갈수록 긴장이 팽팽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경험이 부족한 운진이 연신 입술을 둥그렇게 말고 숨을 길게 내쉬는 것만 봐도 그의 심정을 익히 짐작할 만했다.

일행이 풍령관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 것은 솟은 태양이 정수리에 한 뼘쯤 못 미친 시각이었다.

먼저 임운령과 진무린, 운진이 걸음을 멈추었고, 그 뒤를 따르던 제자들이 주변을 살폈다.

아직 이각은 더 걸어야 하련만, 정면으로 두 개의 산봉우리에 걸쳐 자리한 본채가 보였고, 그곳에서 팔처럼 뻗은 팔관교가 양쪽 산의 중턱으로 늘어져 있었다.

“과연 어떤 이도 몸을 감추고 들어서기 어렵다더니 이렇게 지형을 이용했구나.”

감탄을 토해낸 임운령이 풍령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풍령관 본채로 오르려면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을 타고 들어가 좌우를 택해 올라야 하고, 다시 팔관교를 거쳐야 하는 터라, 임운령의 말대로 몸을 감추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 걸음을 옮기면 풍령관에 당도한다. 그 전에 뒤에 녀석들에게 도울 말이 있다면 이쯤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

권유처럼 들렸으나 임운령의 말은 지시에 가까웠다.

고개를 숙여 보인 진무린은 몸을 돌려 뒤편에 서 있던 열여덟 명의 은천문 제자들을 향했다.

“보다시피 눈앞에 펼쳐진 곳이 바로 풍령관이다. 관주 구양강은 말할 것 없고, 어쩌면 고수 두 사람 이상이 초빙되어 있을 테니 쉽지 않은 상대다.”

진무린은 늘어선 사제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명성관에서 함께 수련하던 사제들로 모려원에게 혼나고, 종무헌의 눈빛에 벌벌 떨던 아이들인데 어느새 듬직한 태도를 갖추고는 진무린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적을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으니 하나는 술법이다. 오늘 모산의 문주께서 동행하신 것은 저들의 술법을 상대하기 위해서니 너희는 무엇보다 문주의 안위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예, 대사형.”

열여덟 명이 단단한 눈빛으로 내놓은 답이 있었다.

“다음으로 적은 잠력대법의 일종인 폭렬공을 익혔다. 상대하던 적의 기운이 한순간에 다섯 배에서 열 배까지 폭주하는데 그 점을 방심하면 큰 위험에 빠진다.”

긴장한 사제들을 보며 진무린은 분명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관주는 문주께서 상대하시고, 술법은 모산의 문주께서 감당하신다. 너희는 최선을 다해 모산의 문주를 보필하고, 혹여 어려운 동료가 있다면 그를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라.”

“대사형의 명을 받았습니다.”

임운령과 운진이 대견하게 바라보는 앞에서 진무린의 말이 끝났다.

“가자.”

무언가 한마디를 할 것 같던 임운령이 바로 걸음을 옮기면서 일행은 저 멀리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풍령관을 향했다.

일각쯤 걸은 뒤였다.

“진 대협. 귀기와 술법이 계곡 전체를 뒤덮었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좌측과 우측의 산 아래에서 마기가 진하게 풍깁니다.”

운진이 느낀 바를 전했고, 임운령이 의견을 덧붙였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진무린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저들의 준비가 예사롭지 않은 점이야 각오했던 바나 예상보다 훨씬 강한 마기를 접하자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조금 더 다가간 다음이었다.

풍령관 전체에 깔린 살기와 진한 마기가 진무린 일행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듯 계곡 사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계곡과 계곡 사이를 통해 들어간 진무린 일행은 풍령관의 앞마당처럼 넓은 평지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좌우로 늘어진 팔관교가 일행을 가두는 것처럼 계곡 안쪽으로 들어선 곳이었다.

다들 긴장한 눈으로 주변을 살필 때였다.

본채의 중앙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난간의 끝에 서서 구경하듯 아래에 있는 일행을 굽어보았다.

인상착의로 알 수 있었다.

왼편에 검은 장포를 늘어트린 이가 구양강일 테고, 오른편의 황금색 승복을 입은 자는 무랍이라는 혈교의 인물일 것이며, 중앙은 이미 대면한 적이 있는 하후도였다.

“왼편이 구양강, 오른편이 무랍 존자로 추측됩니다. 가운데 서 있는 자가 제가 말씀드린 하후도입니다.”

진무린의 설명에 임운령이 세 사람을 살핀 뒤였다.

“뉘신데 방문첩도 없이 본관을 방문하셨소?”

내공에 실린 구양강의 음성이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구 관주!”

임운령의 내공이 돋보이는 대꾸였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는데 반대로 또렷하게 멀리 퍼져서 잠시 후 산 곳곳에서 여러 차례의 울림이 터져 나왔다.

“그대는 본문의 장로 두 사람과 결탁하여 본문을 손에 넣으려는 암계를 꾸몄으며, 청강 진인을 해하는 데 일조한 것은 물론, 본문의 제자를 납치하여 술법을 자행하는 데 동조하였다. 이에 본문은 그 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은은한 임운령의 음성이 풍령관을 뒤덮은 뒤였다.

“크하하하하!”

구양강이 내공을 뿜어내며 크게 웃었고, 무랍이 이를 드러내며 재미있다는 투로 진무린 일행을 굽어보았다.

“은천문이 왜 청강의 일에 나서고, 모산의 문주는 어찌 된 연유로 그에 동조하는가. 특히, 모산의 문주는 아무 은원도 없는 풍령관을 무례하게 방문했으니 이는 강호의 법도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임운령의 추궁을 외면한 알맹이 없는 대꾸였다.

“항변할 기회를 주겠다만, 죄가 워낙 확실해 할 말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주변에 깔아놓은 수하들을 믿고 엉뚱한 말을 늘어놓을 거라면 이쯤에서 죄를 자복하고 벌을 청하는 게 좋을 게다.”

임운령이 넉넉하게 꾸짖은 뒤였다.

“죄라? 당장 내가 죄가 있음을 무엇으로 증명할 참이냐!”

“관주라 대접해 주었더니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풍령관에서 풍기는 이 마기는 무엇으로 설명할 참이냐!”

“흥! 공연히 나서서 답이 곤궁하니 이제는 마기를 탓하는구나! 그렇다면 너는 누구에게서 마기가 풍기는지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마기를 증명하면 관주는 화산의 청강 진인을 살해하고, 은혼 장문인을 습격한 것과 본문의 장로와 내통한 일에 관해 설명하겠느냐!”

“크하하하! 네놈들이 살아 있다면 무언들 못 해주겠냐. 본관의 무서움을 알려줄 테니 능력이 있다면 이리 올라와 마기가 있음을 증명해라!”

어차피 힘 대 힘으로 싸워서 결정 낼 일이었다.

다만, 임운령은 마지막 기회를 주어 이후에 일어날 분란을 미연에 방지했고, 구양강은 터무니없는 궤변으로 명분을 쥐려 애썼을 뿐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였다.

학사 차림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강연회의 회주 하후도라 한다.”

그는 분명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그 음성이 귓가에 대고 말하는 듯 또렷해서 진무린은 물론이고, 임운령과 운진마저 그를 다시 볼 정도였다.

“구 관주에게 여러 가지 죄를 뒤집어씌워 그를 빌미로 핍박하려 하니 오늘 본회주는 구 관주를 도와 너희의 경망함을 벌할 것이다.”

하후도의 말을 들은 진무린은 이를 물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구경하거나 몸을 피하리라 여겼던 그가 직접 나선다면 이 싸움의 결과를 짐작하기 쉽지 않았다.

“면식이 있는 아이도 있으니 나의 무서움을 알 법도 하련만, 꼭 피를 보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진무린을 슬쩍 돌아본 임운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겠다.”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래야지.”

진무린과 임운령이 주고받은 짧은 대화를 운진과 은천문 제자 열여덟이 모두 들었다.

“어디 그 무서움을 한번 보여주시구려!”

임운령이 시원하게 대꾸하고 나서였다.

그 직후에 무랍이 번쩍이는 오른 소매를 높게 들었다.

“우우-.”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양, 섬뜩한 울음이 풍령관의 계곡을 가득 메웠다.

“우우-. 우우우-.”

울음은 더욱 침울했고, 하늘은 먹을 뿌린 듯 검게 변했으며, 사방에서 음산한 안개가 피어나 일행을 감싸며 돌기 시작했다.

“술법이오, 진 대협!”

어두워지는 하늘과 다가오는 안개를 살핀 운진이 다급한 음성으로 상황을 전해주었다.

“혈라수라진이외다! 저 안개 너머에서 혈승이 부적을 날리면 그것이 독사와 살인매로 변해 달려든다오!”

스응! 스으응!

진무린과 임운령이 검을 꺼내 들었고, 뒤따라 제자들이 동시에 검을 앞으로 들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진 대협! 저들이 날릴 부적을 막아보겠소! 그러나 혹여 놓치는 것이 있다면 결단코 그것을 피하거나 막아야 하오! 독사와 살인매가 실물이라고 여겨야 하외다!”

급히 말을 전한 운진은 허리에 찼던 목검을 꺼내 들고는 이어 어깨에 걸쳤던 불진을 앞으로 펼쳤다.

“사마사마리야. 다리나야. 함모라야.”

그가 검을 하늘로 높다랗게 세운 직후였다.

쿠르르릉.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일행의 머리 위 하늘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두껍게 뭉친 검은 구름이 중앙을 향해 휘도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진 대협! 조심하시오!”

운진의 외침이 떨어진 직후였다.

팔관교가 연결된 양쪽 산에서 불덩이가 일행을 향해 쏟아졌다.

불덩이는 중간에서 흉측한 독사와 악귀의 눈알을 박아 넣은 듯한 매로 변해 일행에게 날아들었다.

“제자들은 문주를 지켜라!”

진무린이 지시를 내릴 때였다.

목검을 바닥에 꽂은 운진이 소매에 손을 넣었다. 

“가라-아!”

그리고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날아드는 불덩이를 향해 부적을 날렸다.

화르르륵!

검은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하늘을 가렸고, 사위가 어둠에 휩싸였는데 운진이 날린 부적 역시 불덩이로 변해 독사와 매를 향해 날았다.

화륵! 퍼억! 화르륵! 퍼억! 화르륵! 퍼억!

“크흑!”

이때쯤에야 알았다.

술법의 대결이 내공으로 맞붙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말이다.

“문주! 적당히 넘기십시오!”

부적이 구렁이와 매를 쓰러트릴 때마다 운진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대사형!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지켜보던 제자들이 운진을 둘러싸며 움직였고, 날아드는 부적에 대응하는 모양으로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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