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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78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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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78화

은천검제

제78화

 

화산의 장문인 은혼이 눈빛을 가라앉히는 순간이었다.

품었던 도를 내린 쌍적이 단박에 달려들었다.

쉑! 쉐엑! 캉! 카앙! 

은혼은 삼선검법의 여명상호의 초식을 이용해 두 개의 도를 쳐냈고, 

휘리릭!

이어 손목을 트는 상고현선의 초식으로 검에 변화를 주었다. 

그의 검이 현란하게 움직이자 좌적은 급히 고개를 숙였고, 우적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피했다.

승기를 놓칠까.

“하앗!”

기합을 지른 은혼이 뇌천검법을 펼치자 새벽의 옅은 빛을 품은 그의 검이 화려하게 빛났다.

쉑쉑! 휘릭! 쉐엑! 휙! 쉐엑! 휙!

화산의 검은 참으로 변화무쌍해 검광이 은혼의 주변을 가득 메웠고, 그와 동시에 쌍적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피하기에 바빴다.

얼핏 보기에는 은혼 한 사람이 두 명의 복면 괴한을 압도하는 장면이었다.

휘릭! 퍼러럭!

그러나 한순간 은혼은 짧게 검을 떨친 뒤에 다섯 걸음을 날 듯이 뒤로 물러났다.

‘과연!’

쌍적이 여유롭게 상체를 세우는 것을 보며 은혼은 지금 물러난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여겼다. 

저 둘은 지금껏 밀리는 척, 시간을 끈 것이 분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른 새벽에 다가와서 왜 시간을 끄는가 하는 점이었다.

“무슨 의도냐?”

은혼의 질문에 쌍적은 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 직후에 은혼의 눈에 의아함이 담겼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의 기운이 삽시간에 바뀐 까닭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였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이들이 느닷없이 풍기는 강렬한 마기였다.

“어찌 마교가……?”

놀랐던 은혼의 눈이 곧바로 더할 수 없이 차갑고 냉정하게 빛났다.

청강이 당한 것이 바로 이 수법이리라.

게다가 청강이 당한 수법을 미루어 짐작건대 복면인 두 사람은 섬전검법을 구사하리라.

저 둘이 기운을 감춘 채 밀린 척한 것은 한순간의 기회를 노린 것이니 화산의 장문인과 등에 매달린 아이를 상대로 하기에는 참으로 간악하고 추악한 의도였다.

“오냐.”

은혼은 검을 내며 숨을 골랐다.

그는 매화검수 시절부터 청강에게 배웠던 매화삼릉검의 기수식을 취하며 왼손을 들어 목을 안고 있는 표충량의 손을 좀 더 단단히 당겼다.

그 짧은 틈을 노렸을까.

쉑! 쉐엑!

매섭게 도가 날아들었다.

휘릭! 쉑! 쉐엑!

달려든 도는 몸을 뒤튼 은혼의 뒤를 노골적으로 파고들었다.

휘릭! 카앙! 카강!

은혼이 검을 휘둘러 도를 막은 직후에 상체를 뒤틀었다가,

쉐엑! 피윳!

왼쪽 어깨가 갈라지고 말았다. 

원래는 상체를 크게 돌려 도를 피했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표충량이 다칠 상황이라, 마음껏 움직이지 못한 탓이었다.

쉑! 쉑쉑! 퍼럭! 카강! 카앙!

도는 계속해서 표충량을 노렸다. 

게다가 한 명은 마교의 도를 구사하고, 다른 한 명은 섬전검법을 도에 담아 뿌려대는 터라 동작이 부자연스러운 은혼에게 위기가 많았다.

쉐에엑! 쉑쉑쉑쉑!

삽시간에 은혼의 상반신이 피로 물들었다.

쉐엑! 카앙! 카강! 쉑쉑쉑!

궁금한 것은 복면한 흉수가 마교 장로급의 수준이라는 사실이고, 놀라운 것은 섬전검법이 분명한 초식이 복면인의 도를 통해 무섭게 쏟아진다는 현실이었다.

쉑! 피윳! 쉑쉑! 카강! 쉑! 핏!

또다시 상체 두 곳을 베인 은혼이 현란하게 검을 놀려 위기를 벗어났다.

기특하게도 어린 표충량은 은혼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그 작은 머리를 바싹 붙인 채 숨조차 조심하고 있었다.

‘내 너를 반드시 진 대협 앞에 데리고 가리라.’

사부인 청강은 이보다 강한 삼 인을 상대로 그들을 쓰러트리고 표충량마저 지켰는데, 어찌 제자가 되어 둘을 상대하지 못하고 무너질까.

쉑! 카앙. 쉐엑! 피윳! 쉑쉑! 카강!

분주히 검을 휘두르는 사이, 은혼은 왼팔을 내어주더라도 먼저 복면인 하나를 잡을 결심을 세웠다. 

한 명을 먼저 제거하면 표충량을 내려놓고 상대할 수 있으니 최소 동귀어진도 가능하리라는 계산이었다.

퍼러럭!

마음을 굳힌 그는 곧바로 몸을 팽이처럼 돌렸고, 이어 마교의 기운을 풀풀 풍기는 복면인을 향해 왼손을 매섭게 내질렀다.

부웅!

화려한 검법과 달리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화산의 복호권이 복면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휘익!

왼손을 피해 복면인이 상체를 뒤로 젖혔고,

쉐엑!

복호권을 펼친 은혼의 왼팔을 자르기 위해 다른 복면인의 도가 떨어져 내렸으며,

휘리릭!

그와 동시에 은혼의 손에 들린 검이 방향을 틀었다. 

왼손을 지킬 듯 움직이던 은혼의 검이 삽시간에 몸을 뒤로 젖힌 복면인의 목을 노린 것이니.

퍼러러러럭!

어디선가 깃발 날리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은혼과 복면인 모두 상황을 이해했으나 피할 방법은 없었다.

비장한 결심을 세운 은혼이 이를 악문 가운데, 이제 화산의 장문인은 왼팔을 잃을 것이며, 복호권을 피해 상체를 젖힌 복면인은 그의 검에 목이 찔려 죽을 테고, 왼팔을 자른 복면인만이 무사하게 몸을 빼낼 것이 분명했다.

‘원시천존!’

화산과 사부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은혼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을까.

눈앞이 검어지는가 싶더니,

터억.

그의 왼팔을 누군가 눌렀고,

카아-앙!

팔을 노리고 날아들던 도를 쳐냈으며,

휘익! 퍼벅!

그 짧은 순간에 상체를 젖혔던 복면인의 다리를 걷어찼다.

퍼럭! 퍼러럭!

복면인 둘이 급하게 몸을 빼고서야 은혼은 나타난 이를 돌아볼 수 있었다.

“진 대협?”

청강을 따라 은천문을 방문했을 적에 보았던 진무린이 어찌 이 위기에 눈앞에 있을까.

“서두른다고 하였으나 이리 늦었습니다. 장문인께서는 뒷일을 제게 맡기고 잠시 상처를 돌보시기 바랍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은혼은 왼팔을 구했고, 표충량은 목숨을 구했다. 게다가 진무린마저 만나게 되었으니 이는 실로 우화등선한 청강의 보살핌이리라.

“고맙소, 진 대협.”

은혼이 재차 이름을 부르며 고마움을 표시하자, 여태 얼굴을 묻고 있던 표충량이 빼꼼히 고개를 내었다.

“네가 표충량이라는 아이냐?”

“예, 대협.”

진무린이 보기에 표충량은 총기가 가득해서 청강이 왜 이 아이를 아꼈는지 단숨에 알 정도였다.

“청강 진인은 내 사부와 막역하셨고, 나 역시 존경해 마지않던 어른이시다. 너를 보호하느라 장문인께서 곤란한 점이 많으셨으니 남은 이야기는 흉수를 처리한 뒤에 하마.”

표충량에게 말을 전한 진무린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멈칫했으나 복면인 둘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 모양새였다.

“오의는 말할 것도 없고, 진수조차 깨닫지 못한 섬전검법을 도에 담으려 하다니. 누가 전해주었는지 보기조차 참담하다.”

이미 은혼의 팔을 지켜주느라 검을 뽑았던 진무린이었다.

“이제부터 진정한 섬전검법을 펼칠 것이니 죽어서도 그 무서움을 잊지 마라.” 

진무린은 흉수를 향해 바로 걸음을 옮겼다.

‘원시천존!’

지켜보던 은혼은 도호를 삼켰다.

걸어가는 진무린의 뒷모습이 어찌나 강해 보이는지 검왕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더는 밀릴 수 없다고 여겼을까.

복면인 둘이 진무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쉐에엑! 쉑! 캉! 카앙!

무섭게 떨어지는 도를 진무린은 가볍게 밀어냈다.

“섬전이란 이런 것이다!”

그리고는 언제 방향을 틀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우측의 복면인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쉐-에엑! 쉐에엑! 

“원시천존!”

은혼이 도호를 터트렸다.

무릇 섬전이 무엇이던가.

번쩍하는 번갯불을 의미하지 않던가.

진무린의 검이 어찌나 매섭고 빠르게 떨어지는지 오른쪽 복면인의 머리 위로 빛줄기가 길게 늘어선 듯 보였다.

“끄아-!”

처음으로 비명이 터졌는데,

카앙! 캉! 카앙!

그 직후에 진무린은 좌측에서 달려든 복면인의 도를 연신 쳐내었다. 그리고.

쉐에에에엑!

짧게 이어지던 진무린의 검 소리가 합쳐지며 길게 이어졌다. 

어찌 사람의 무공이 저럴 수 있을까.

비틀거리는 우측의 복면인 머리 위로 빛줄기가 빛나니 나뉘었던 소리마저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털썩.

마침내 빛줄기를 감당하지 못한 우측의 복면인이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새들과 산짐승마저 숨을 죽인 듯 침묵이 내려앉은 속에서 진무린은 좌측의 복면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마교 따위가!”

이를 꽉 깨문 진무린의 음성이 들린 직후였다.

휘릭! 카앙!

급하게 휘두른 복면인의 도가 부질없이 튕겨 나갔고,

쉐에에엑! 피윳!

빛줄기가 번쩍하고 날아 복면인의 목을 뚫었다.

쉐엑! 피윳!

잔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검을 뽑았던 진무린은 재차 복면인의 심장을 뚫었다.

“크륵!”

목에서 뿜어진 피가 복면인의 무복을 적시고, 검이 갈라놓은 틈으로 거칠게 튀어나왔다.

‘사부님!’

은혼은 이때 턱없이 청강을 떠올렸다.

진무린을 믿고 연락하라더니 그가 나타나 위기를 넘겨주었다.

그뿐이랴.

은혼이 팔을 내주고 동귀어진을 각오할 정도로 강한 마교의 장로급 복면인 둘을 아이 상대하듯 가볍게 해결했다.

‘감히 마교 따위가!’라고 했다.

뒷말이야 당연히 ‘화산을 노린단 말이냐!’ 일 테니 진무린이 얼마나 화산과 청강을 존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휘릭!

검을 세차게 떨쳐낸 진무린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검집에 검을 넣었다.

표충량은 아직 은혼의 등에 있었다.

“이제 제자를 내려놓아도 되겠습니다.”

뒤늦게 표충량이 등에 있음을 깨달은 은혼이 급히 자세를 낮추어 아이를 내려주었다.

“금창약이 있으십니까?”

“본파의 상비약이라 소지하였습니다.”

“그러시면 장문인께서는 상처를 먼저 돌보십시오.”

진무린의 권유를 받은 은혼은 혈도 몇 곳을 눌러 출혈을 막은 뒤에 소매 안쪽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상처에 발랐다.

“잘 견뎠다.”

그러는 사이 진무린은 표충량에게 시선을 주었다.

“진충무관의 제자 표충량이 진무린 대협을 뵙습니다.”

겁이 났으련만, 아이는 화산의 명예와 청강 진인, 은혼 장문인의 이름값을 지키고자 애써 대견한 태도로 양손을 잡았다.

사부와 막역했던 청강이 아끼던 아이이고, 화산의 장문인이 등에 업어 지킨 아이다.

“소형제를 보니 강호의 앞날이 밝음을 짐작하겠다. 진무린이라 한다.”

진무린이 양손을 잡아 가볍게 흔들며 인사했는데 뜻밖에도 표충량은 입술과 눈을 길게 늘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저 심정을 왜 짐작하지 못하랴.

어린아이가 청강의 죽음을 목도했고, 이어 은혼의 위기를 보았는데, 그 끝에서 목표하던 진무린을 보았으니 눈물이 터지는 것이야 당연하고 남을 일이었다.

잠시 시간을 주기 위해 진무린은 은혼을 향해 몸을 돌렸다.

눈과 눈이 마주친 뒤였다.

진무린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두 사람 모두 이 순간에 먼저 떠난 청강을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서 감정이 울컥 올라온 탓이었다.

“진인은 제게 조부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미욱한 저를 끌어주셨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송구합니다.”

“사부를 지키지 못한 못난 제자 앞에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다행히 사부의 뜻을 지켜 어린 제자를 진 대협께 인사시켰으니 그나마 죄를 조금이나마 더는가 싶습니다.”

사부의 은혜를 잊지 않고 유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장문인 은혼을 보며 진무린은 화산의 미래가 밝으리라 짐작했다.

“보시다시피 주변이 흉해서 진인의 말씀을 전해드리기 난처합니다. 진 대협께서는 잠시 자리를 옮기시면 어떻겠습니까?”

쓰러진 복면인을 두고 걸음을 옮긴 세 사람은 산비탈 초입의 조용한 곳에 자리했다.

진무린은 먼저 그간 있었던 부맹주 소강명과 약연, 그리고 아미의 일행이 돌아와 벌어진 일을 간략하게 전했고, 이어 은혼이 청강 진인의 죽음에 관해 보고들은 내용을 전했다.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난 뒤였다.

진무린이 시선을 돌렸는데 표충량은 눈물을 지운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진인께서 주신 말씀을 모두 기억하느냐?”

“최선을 다해 반복했는데 그것이 틀렸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장문인이 허락하신다면 서둘러 들어보고 판단하도록 하자.”

청강의 마지막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진무린의 시선을 받은 은혼은 오히려 반가운 기색이었다.

“아이와 함께 잠시 산 위에 올랐다 내려오겠습니다.”

“편히 하십시오.”

진무린은 자세를 낮췄다.

“너와 함께 저 위에 오를 생각이다.”

“예, 대협.”

답을 들은 진무린은 표충량을 안은 뒤에 훌쩍 몸을 세웠다.

퍼러러러러럭!

그와 동시에 솟구친 진무린은 삽시간에 나무의 끝에 올랐고, 두 번을 디딘 뒤에 높다란 산의 뾰족한 바위에 올라섰다.

“내가 기운을 내었으니 네가 하는 말을 누구도 듣지 못한다. 이제 청강 진인께서 남기신 말씀을 다오.”

햇살이 산의 위로 올라 세상을 찬란하게 비추는 시간이었다.

“바람이 북에서 동으로 불 때면 매화는 설산에서 꽃을 피워 향을 남서로 피우는구나. 햇살은 봄과 다르지 않으나 땅은 한기를 피워내니 매화는 홀로 향기롭다. 바다에서 시작된 기운은 산을 타고 맥을 따라 흐르니 정상에 도달하여 평야를 달리는데…….”

아직 앳된 아이가 전하는 싯구와 같은 구절이었다.

서너 장에 가득 담길 긴 구절을 외우는 표충량과 그를 묵묵하게 듣고 있는 진무린 사이를 파고든 햇살이 저 아래를 향해 느긋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표충량이 전하는 말이 끝났다.

“수고했다. 다시 한 번 들려줄 수 있겠냐?”

“예, 대협.”

진무린의 요구에 표충량이 또랑또랑 방금 들려주었던 말을 다시 읊었다. 

이때 진무린은 혹여 표충량이 앞에 읊은 것과 다른 점이 있는지를 새겨들었는데 다른 점은 없었다.

“참으로 대견하구나.”

표충량을 칭찬한 진무린은 길게 늘어진 햇살을 타고 저 멀리에 시선을 주었다.

어린아이를 통해 전한 것은 청강이 얻은 깨달음이 분명했다.

‘진 대협. 화산의 검을 익히며 얻은 정수를 보내드렸소. 혹여 흉수가 섬전검법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은혼을 통해 은천문과 척 지지 말라 알린 것이고, 이어 진 대협께 아이를 당부하니 부디 이 가련한 제자를 외면치 마시오.’

청강은 마지막 순간에도 은천문과 화산의 관계를 염려하였고, 또 이 어린 제자의 앞날을 위해 연을 남겨놓았다. 게다가 진무린을 믿고 화산 검의 정수마저 맡겼으니 그 고맙고 감사한 뜻을 어떻게 외면하겠나.

‘강호가 어려운데 어찌 이리 일찍 가셨습니까.’

진무린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만약 청강이 표충량에게 정수를 전했음을 안다면 본산 제자들의 시기를 이 어린아이는 감당하기 어려울 일이다. 

매화검을 욕심내지 않을 사람, 한 번 듣고 그 정수를 아이에게 전해줄 사람, 청강은 진무린을 그 정도로 믿었던 모양이었다.

사부의 유지를 받들어 이 아이를 지키겠다며 은혼은 분명 왼팔을 내놓았다.

아직 주변에는 좋은 이가 많으니 강호를 지킬 명분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햇살이 세상을 빛내는 시간이었다. 

주변을 굽어보는 바위 위에서 진무린은 먼 하늘로 시선을 주었다.

‘이 아이는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이며, 전해주신 매화검의 정수를 깨우칠 수 있도록 잘 살피겠습니다.’

그리고는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 청강을 향해 굳은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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