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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141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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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141화

은천검제

제141화

 

일각이 또 훌쩍 흐르는 사이 구경하던 이들은 검기를 피해 멀찍이 물러났고, 이따금 정동추마저 진무린의 검이 뿜어내는 위력을 막기 위해 손을 휘둘러 막아야 할 정도로 대결은 치열했다.

쉐에엑! 카앙! 쉭! 캉!

비록 진무린이 뿌린 검기에 목덜미와 볼, 어깨를 갈렸다고 해도 정상교의 재능은 가벼이 볼 수준이 아니었다.

쉬익! 쉭!

그가 뻗어내는 손아귀의 움직임이 어찌나 기묘한지 진무린조차 어깻죽지의 장포가 뜯겨 나가 피가 잔뜩 올라왔다.

“크아악!”

언젠가 폭렬공을 뿜어내던 마등처럼 기괴한 고함을 지르는 정상교는 광기에 물들어 눈빛과 인상이 더욱 흉악하게 바뀌고 있었다.

사악하고, 진득하며 기괴한 기운이 진무린을 꼬드기는 느낌도 있었다.

죽여. 잔인하게 죽여버려!

무시당하지 마!

그리고 정상교의 광기는 묘하게 진무린의 심성을 흔들었다.

마천강기의 위력이리라.

휘말리는 순간, 정상교와 비슷한 몰골이 된다.

그리고 저렇게 미치광이처럼 검을 휘두르다가 쓰러진다.

더럽고 끈적한 유혹이 달려들 때마다 진무린은 등룡창천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리며 엄중함을 잃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쉬익! 찌익!

한순간, 정상교의 손아귀가 진무린의 소매의 중간을 뜯으며 달려들었다.

광기, 끈적한 마기, 강렬한 마천강기가 동시에 담긴 손아귀를 향해 진무린은 검을 든 손목을 뒤틀었다.

급히 고개를 젖힌 정상교가 물러나는가 싶더니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쉑! 쉐에엑! 쉬익!

검이 번쩍였고, 손아귀가 여러 개의 형상을 남길 정도로 치열한 사투가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대결을 지켜보던 정동추는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일호살부터 육호살까지 모두 죽었고, 수라항천대는 이미 뒤로 물러난 참이어서 정상교를 도울 이는 홀로 남은 칠호살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역시 눈앞의 대결에 끼어들기에는 실력이 부족해 달려들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개같은 것들.’

당장에라도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에 정동추는 매서운 눈길로 칠호살을 노려보았다. 

이 밤에 벌어진 몇 번의 사투는 마교의 내분을 외부에 알리는 치욕스러운 대결이었고, 자식이 아비를 죽이겠다고 달려든 수치스러운 모습인 데다, 그 마지막을 진무린이 나서는 참담한 모양새였다.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못난 자식을 안으려 했던 정동추의 욕심이라 비난한다면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타고난 재능에 기뻐한 것도 잠시 정상교의 심성을 알고 난 정동추의 실망은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저놈을 혼내주세요.’

어떤 경우에도 정상교의 태도는 같았다.

처음에는 정동추에게 매달렸고, 다음은 원로들의 소매를 당겼으며, 나중에는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래도 자식이다.

눈매며, 코, 입이 판박이처럼 닮았고, 어릴 적 정동추를 향해 웃어주던 하나뿐인 자식이 정상교였다.

그를 위해 마천강기를 전했고, 소교주에도 올리지 않은 채 섬도곤을 앞에 내세웠으며, 수라항천대를 키워 숨겨 둔 것이 정동추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요, 선택이었다.

그랬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일곱 늙은이에게 휘둘려 아비를 죽인 뒤에 교주가 되겠단다.

쉐에에엑!

반듯한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진무린과 이제는 이성을 거의 잃고 날뛰는 정상교의 모습이 완벽하게 대조를 이루었다.

쉬익! 쉭! 쉭!

마천강기에 몰두하며 무공을 대성했더라면 저 재능에 어디까지 이를지 가늠하지 못할 아들이었다.

‘무엇이 그리 두렵더냐.’

차라리 정동추의 아들이 아니라 중간 규모의 무가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정동추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상대의 검이나 구부린 손이 눈과 목, 명치를 향해 날아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정상교는 그 두려움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고, 부럽고 샘나게도 진무린은 아예 공포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 양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성을 잃고서야 저리 무공을 발휘하는 아들을 보며 정동추는 주먹을 꼭 쥐었다.

‘차라리 무공을 전하지 말 것을. 조용히 숨겨 강호에서 살게 할 것을.’

이 강호는 부족한 이에게 자비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상대의 검과 주먹, 죽음이 두려웠던 아들의 선택은 결국 미치광이처럼 팔을 휘두르는 몰골이었다.

정동추의 고민에 상관없이 대결은 후반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쉐엑!

아래를 노린 검을 피해 정상교가 학처럼 왼발을 들었을 때,

쉐엑! 쉑! 쉑!

진무린의 검이 연달아 정상교의 심장과 왼편 허리를 노렸다.

터억! 터덕!

두 사람의 왼발이 상대의 중심을 무너트리기 위해 연달아 부딪쳤고,

쉬익! 쉑! 쉑!

거칠게 파고드는 정상교의 손목을 향해 진무린의 검이 날았다.

쉐엑! 쉐에엑!

검을 휘두른 진무린은 보법을 이용해 정상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엉뚱한 행동일 수 있엇다.

검을 들었으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데, 오히려 바싹 붙어 대결을 불리하게 바뀌는 모양새이기도 했다.

‘좀 더 다가와! 좀 더!’

진무린의 의도대로 검날에 익숙해진 정상교는 최후의 기회를 얻기 위해 거리를 좁혀들고 있었다.

쉐엑! 쉭! 쉭! 쉬익!

검날에 익숙해졌다고 방심할 때가 기회였다.

쉬이익! 쉭! 쉬익!

거리가 좁혀지자 정상교의 손이 어지럽게 휘날렸다.

쉑! 쉐엑! 쉑! 쉑!

진무린은 반 시진이 다 되도록 꾸준하게,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며 끈덕지게 정상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쉐에엑! 쉬익! 쉬익!

당연히 진무린에게도 위험한 순간은 많았다.

그러나 승패가 갈리는 그 단 한 수를 위해 진무린은 상체를 비틀어가며 마천강기가 가득 담긴 손길을 피했다.

대결을 지켜보던 정동추가 아프게 눈 끝을 우그러트렸다.

그의 시선 앞에서 정상교는 바싹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더욱 진무린에게 다가서려 애쓰고 있었다.

끝났다.

정동추가 보기에 아들 정상교는 이미 진무린의 범위 안에 완벽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것조차 깨닫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진무린이 물러나며 최후의 검을 휘두를 테고, 정동추는 아들의 목이 떨어지는 참혹한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쉬익! 쉭! 쉬이익!

인상을 고약하게 찌푸린 정상교가 연달아 손을 뿌려댄 뒤였다.

정동추의 짐작대로 진무린이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지금이라도 물러나!’

자식은 또 이런 것인가.

정동추는 올라오는 고함을 꿀꺽 삼켰다.

후아아악!

그의 간절한 바람에도 정상교는 오히려 기운을 뿜어내며 물러나는 진무린을 향해 거세게 달려들었다.

퍼럭! 퍼러럭!

이때 진무린은 훌쩍 몸을 띄웠고, 허공에서 다시 한 번 상체를 뒤틀어 핑그르르 돌았다.

붉게 물든 눈을 부릅뜬 정상교가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쉐에에에에엑!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가 허공을 갈랐고, 이어 달려들던 정상교가 움찔하고 멈췄다.

모든 것이 정지한 것처럼 한순간 정적이 깔렸고, 그 사이에서 진무린이 내려섰다.

차가운 겨울밤이었다.

모닥불은 채이고 밟혀 흔적만 남았고, 하나뿐인 횃불이 어둠을 힘겹게 밀어내는 밤.

정동추는 검기를 보았다.

이제 움찔했던 아들의 머리가 떨어지며 얼어붙은 바닥을 구를 테고, 몸뚱이에서 피가 솟구치는 일만 남았다.

털썩.

그때 정상교가 진무린을 향해 무릎을 꿇는 자세로 무너졌다.

산발이 된 머리칼은 얌전하게 어깨에 내려앉았고, 붉었던 눈은 힘을 잃은 병자처럼 가라앉았는데 아직 머리는 그대로 붙어 있었다.

대신 정상교의 목 아래에서 붉은 피가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었다.

각오를 마쳤던 정동추는 다시 한 번 아들의 머리를 확인했고, 이어 멍한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

‘왜?’

진무린의 대꾸는 옅은 웃음이었다.

‘아버지 앞이니까요.’

그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게 알았다.

죽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아들의 목이 달린 것이 잘린 것보다는 백 배쯤 나았다.

“나쁜 놈.”

못난 자식을 둔 아비의 마음을 이토록 알아주다니.

‘오냐. 그렇다면 나는 내 할 바를 하마!’

사파의 무인들이 웅성대며 길었던 대결을 떠들 때, 정동추는 정말이지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아들을 꼬드긴 벌을 받아야지!’

놀란 칠호살이 급히 발을 굴렀으나 함께 솟구친 정동추를 떼어내지 못했다.

쉬익! 쉭! 쉬익! 퍽!

확인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손이 부딪친 직후에 정동추의 오른손이 칠호살의 심장을 뚫고 등으로 튀어나왔다.

피범벅이 된 칠호살은 처참하게 바닥에 널브러졌고, 그 옆으로 정동추가 내려섰다.

“수라항천대는 상교와 죽은 자들의 시신을 수습해 본교로 돌아가라.”

“교주의 명을 받습니다.”

대주 한 명이 답을 하고 난 뒤에 수라항천대가 바쁘게 움직였다.

정동추는 마천강기를 끌어올린 상태로 사파의 무인들을 돌아보았다.

“더 볼 것이 있더냐? 미련이 남아 있는 놈이 있다면 모조리 목을 부러트려 주마.”

분노한 마교 교주를 감당할 이가 무리 중에는 없었다.

뒤쪽부터 주춤거리던 백여 명이 잠시 뒤에 앞을 다투어 산 아래를 향해 뛰었다.

참으로 긴 밤의 중간에 짧은 휴식을 얻은 느낌이었다.

 

**

 

황종관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역시 가신들만 데리고 이동하는 터여서 누구 한 명 휴식이 없는 것에 불평을 늘어놓는 일도 없었다.

누구인지 몰라도 삼보의 무공이 있다고 소문을 낸 것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도화선을 당긴 꼴이었다.

이후 아무리 증명해도 의심의 눈길은 그치지 않을 테고, 조금만 수상하면 진무린에게 그 내용을 밝히라 요구할 것이 분명했다.

‘비월단.’

황종관은 무거운 표정으로 걸으며 비월단의 단주 윤고상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구대문파의 사정도 들여다보기 두렵다던 그가 두이산에서 정황을 살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의심 가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정보 조직의 수장은 현장에 있을 것이 아니라 각지에서 올라온 수많은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터라 그렇다.

점창과 공동의 봉문에 대한 앙심일 수 있고, 아니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윤고상이 얽혀 있을 확률은 높았다.

물론 그가 갑자기 제대로 일해보겠다며 각오를 세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황종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도맹 맹주를 오래 하다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일이었다.

 

**

 

두이산에서 밀려난 사파의 인물들은 쉬 돌아가지 않았다.

대개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지 못한 이들이고, 외톨이로 돌아다니는 습성에다, 원래 사파의 인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봐야 딱히 할 일이 없는 족속이라 그렇다.

고수끼리 붙어서 한쪽은 죽고, 다른 한쪽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보물을 들고 튄다면 단박에 고수가 된다.

강호 제일의 고수.

목숨을 밑천으로 삼는 도박판에서 한 번만 운이 닿으면 천하제일 고수가 될 기회를 만났으니 어찌 쉽게 물러날 수 있으랴.

광연살왕 표음환이 목이 부러져 죽는 바람에 사파의 무리에서는 다시 귀령화자 목순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가 바라던 가장 좋은 그림은 진무린과 정상교가 동귀어진해서 함께 피범벅으로 쓰러지는 것인데 하늘은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 채 검을 든 무인의 승리로 대결을 마무리 지었다.

어느 놈이 삼보의 무공인지 알 길이 있나.

어찌 보면 두 인간 모두 본인의 무공인데, 의심을 담아 살피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진무린이야 말로 삼보의 무공을 얻은 게 아닌가 싶었다.

“듣기에 옥환이 있다 합디다. 그걸 끼면 무공이 급격히 느는데 감당하지 못하는 이는 반쯤 미치광이가 된다고도 하였소.”

누군가 건넨 말에 목순의 고개가 바삐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옥환을 끼지 않았던데?”

“죽거나 손가락 혹은 손목을 잘라 본체에서 떨어지면 눈에 띈다는 말도 있습디다.”

눈가를 좁힌 목순은 정상교를 떠올렸다.

광기, 느닷없이 뿜어내던 독특하고 음험한 기운, 그렇다면 정말 정상교가 삼보의 무공을 지녔던 것일까?

목순의 눈이 번쩍 빛났다.

검기를 그토록 매섭게 발휘하던 진무린이 목을 뎅겅 자르지 않은 이유가 혹시 손가락에 옥환을 남겨두기 위해서?

의심스러운 점도 있었다.

“유가장의 보물이라 확신할 근거가 없잖나?”

목순이 무리를 향해 질문을 던진 다음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유가장이오. 보물을 얻어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히 유가장이 가장 유력한 것 아니겠소? 귀령화자는 무엇을 망설이시오?”

직전에 옥환을 알려주었던 이가 연속해서 말을 건넸다.

“이렇게 눈치를 살피며 시간을 보낼 바에는 먼저 유가장에 가서 삼보의 무공이 유출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 아니겠소?”

그의 조언이 떨어진 직후였다.

바깥쪽에서 귀를 기울이던 세 명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우르르 한 떼의 무인들이 바삐 움직였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사람의 마음을 이리 흔드는 거지?

목순이 고개를 돌렸으나 말을 건 이는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눈치를 살피느냐, 대세에 따라 유가장으로 달려가 기회를 선점할 것이냐.

잠시 고민하던 목순은 마음을 굳힌 것처럼 유가장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

 

수라항천대가 정상교와 그 외에 마교의 시신들을 수습해 돌아가고 난 뒤였다.

정동추는 먼저 섬도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고, 그 후에 동굴 앞에 앉은 진무린에게 다가왔다.

“우선 제자 놈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줄 생각이다. 기운이 안정될 때까지 잠시만 여유를 갖자.”

멋쩍은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던 정동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목을 자를 줄 알았다.”

“맥을 잘랐으니 혹여 오늘 밤이라도 죽을 수 있고, 살아난다 해도 이전과 같은 무공을 보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마음 쓸 것 없다. 놈이 죽으면 죗값을 치른 것일 테고, 하늘의 도움으로 살아난다면 바깥에 내보내 객잔이나 상점을 운영하게 할 생각이다.”

말을 냈던 정동추가 픽하는 웃음을 한숨처럼 토해냈다.

“섬도곤을 차기 교주로 내세우려 했다. 자네도 봤지만, 생각이라는 것이 별로 없는 놈이거든. 욱해서 다른 사람의 머리나 뽑을 줄 알지, 다독이는 맛도 없고.”

“아드님을 숨은 교주로 만들 생각이셨습니까?”

“대항하는 이에 맞서는 것은 섬도곤, 그를 통제하는 것은 상교. 그렇게 계획했었다. 겁이 많은 아들놈을 위한 안배였지.”

진무린의 질문에 정동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궁도란 놈이 어떻게 소문을 퍼트렸는지 알게 되면 꼭 연락을 다오. 그놈과 이 일에 관련된 것들의 목을 모조리 잡아 뽑아야 분이 반쯤 풀릴 것 같다.”

긴 밤이 끝나고 새벽이 진무린과 정동추 주변을 맴도는 시간이었다.

“제자 놈을 구할 의술이 정말 있냐?”

“막힘없이 달리면 반나절이면 당도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실패한다면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본교에도 미치광이 노인이 한 명 있는데 의술이 제법 뛰어나긴 하지.”

이제는 마교로 돌아가도 무방한 정동추가 어디로 향할지 잠시 고민할 때였다.

두 사람의 시선 저 멀리에서 또다시 한 무리의 무인들이 어둠을 타고 동굴을 향해 올라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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