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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183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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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183화

은천검제

제183화

 

수신호위가 말했던 진법은 산 두 개를 넘어간 곳에 있었다.

산의 중간에 나무 일곱 그루를 연결한 진법으로 당장 의식을 잃어 깨어나지 못하는 정동추와 기혈이 뒤집혀 힘을 쓰지 못하는 진무린이 숨을 돌리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내가 지닌 환약이다. 더한 것이 없다면 이것을 교주께 드려라.”

안쪽에 앉은 직후에 진무린은 소매에서 환약을 꺼냈다.

“무공의 길이 다르다고 해서 약효가 바뀌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수신호위의 뜻이 있다면 존중하겠다.”

진무린은 두 번 권하지 않고 두 개 중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수하가 주군을 섬기는 모습이라 이해해주시고, 문주께서는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진무린이 문주가 된 것을 마교의 수신호위가 알다니.

어쩐지 마교와 친분이 너무 깊어지는 느낌에 피식 웃은 진무린은 엄지로 환약을 튕겼다.

손으로 전하는 것만큼이나 느릿하게 날아간 환약이 앞에 있던 수신호위의 손바닥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손에 담은 내공으로 환약을 녹인 수하가 정동추의 입에 약을 흘려 넣었다.

“태상이란 자는 몸을 사릴 테니 다시 이곳을 찾는 적수가 있다면 그의 수하일 거다. 반 시진이 필요하다. 어떤 소란이 있어도 운기를 마칠 테니 그 시간을 벌어다오.”

진무린은 정동추를 돌아본 뒤에 시선을 들었다.

“반 시진 뒤에는 설사 태상이 다시 온다 해도 교주는 무사할 것이다.”

“문주의 은혜를 받습니다!”

물론 진무린의 명을 받을 직책이나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명을 받았다는 말보다 은혜를 받았다는 말뜻이 더 무섭다.

더구나 교주의 목숨을 지키는 일이었다.

진무린이 베푼 은혜를 갚으라 요청한다면 수신호위는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거절하지 못한다.

숨을 내쉰 진무린은 눈을 감고 숨을 조절했다.

정동추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마교의 손아귀에 들어서 모든 것을 내보이는 것은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었다.

진무린은 중단전까지 내공을 끌어올린 뒤에 곧바로 단전으로 돌렸고, 바깥으로 나가는 기운을 차단했다.

이리하면 느낌은 알아차릴 수 있으나 실체를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무공의 단계가 한참 아래인 수신호위가 진무린의 기운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

 

곤륜의 장문인 진하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 송하를 지켜보았다.

검이 한번 번득일 때 세 번의 변초를 뿌리고, 한 번 내디디는 보법으로 두 번 몸을 움직이며, 스물둘의 나이에 검을 울릴 정도로 진전을 보이는 제자였다.

애지중지는 물론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게 만드는 제자가 송하였다.

진하자가 흐뭇해하는 이면에는 직접 찾아가 소림, 무당과 나눈 약조도 있었다.

“본 파는 정도맹주의 독단을 용서하기 어려우나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하여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말씀해보시오.”

“삼보에 무공이 담겼다 들었습니다. 본파의 제자 송하에게 기회를 준다면 이번 굴욕을 삼키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본파 속가 제자이자 섬서 지부장의 팔을 자른 사건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하자의 말에 보우는 나직한 숨을 먼저 내쉬었다.

“그 점은 우리 두 사람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정도맹과 의논해 방법을 찾아야 할 일이라 여깁니다.”

“대사께서 이 사람의 뜻을 받아주시면 됩니다. 소림과 무당이 뒤를 받쳐주는 데도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면 다른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달려들어 진하자는 소림과 무당의 동의를 얻어냈다.

내일은 곤륜산에 비가 비칠까.

넘어가는 해가 유독 붉은 빛을 뿜어낼 때, 눈앞의 제자 송하는 밀었던 검을 빼내며 호흡을 조절했다.

휘릭.

화려하게 검을 돌린 송하가 사부 진하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지붕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뚝 떨어졌다.

송하는 당연하고 그보다 윗길인 진하자조차 침입자의 기척을 짐작하지 못했다.

내려선 이는 육십쯤 돼 보이는 노인이었다.

이리 내려서도록 기척을 짐작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마주했는데도 진하자는 그의 기운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

“뉘신데 말씀도 없이 본파를 방문하셨습니까?”

진하자는 상대가 엄청난 고수라 짐작했다.

나이에 비해 형형한 눈빛, 바른 자세,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까지,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의나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혹시 곤륜에 은혜를 입은 고수가 가르침이나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었다.

“송하라는 아이를 찾았더니 지금 수련한 저 아이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고인께서 어떤 연유로 이 아이를 찾으셨습니까?”

진하자는 속에서 올라오는 반가운 심정을 감춘 채 이유를 물었다.

“대성할 기질은 있으나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을 공연한 걸음을 했나 보군.”

이게 무슨 의미일까.

가르침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뜻일까.

진하자가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그런 수준으로 삼보의 무공을 노리다니. 너는 헛된 탐욕을 부린 네 문파를 원망해라.”

말을 마친 왼손으로 소매를 붙든 노인이 오른손을 둥그렇게 돌려 뒤집었다.

노인이 중지를 엄지에 거는 순간이었다.

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린 진하자가 몸을 날렸고, 송하가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피윳! 퍽!

그러나 허공을 찢는 소리와 둔탁한 소리가 비슷하게 울린 직후에 송하는 뻣뻣하게 뒤로 넘어갔다.

쉑! 쉐에엑!

송하의 검을 잡아챈 진하자가 두 번 검을 휘둘렀으나 노인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주변을 둘러본 진하자는 급히 몸을 돌려 쓰러진 송하의 상체를 붙들었다.

그는 이를 악문 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이마에서 뒤통수까지 구멍이 뚫린 제자는 바닥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쏟아낸 뒤여서 돌이킬 방법이 없었다.

 

**

 

정확하게 반 시진이 흐른 뒤에 진무린은 운기를 마쳤다.

급히 내상을 다스렸고, 내공의 일부를 채웠으나 태상과 맞붙기 전의 절반 상태만 겨우 만들어낸 수준이었다.

눈을 뜬 진무린은 한쪽에 누워 있는 정동추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의식을 차리지 못하십니다.”

수신호위 중 하나가 침울한 음성으로 알려준 내용이었다.

“찾아온 기척은?”

“문주께서 운기에 드신 이후에 이곳을 찾거나 살피는 기척은 없었습니다.”

진무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께서 가실 만한 곳이 있나?”

정동추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장소가 있는지 묻는 것이 수신호위에게는 아픈 질문일 수 있었다.

“천산으로 모시겠습니다.”

“치료는?”

“원래 내상을 치료하시던 장소입니다.”

“섬도곤이 알고 있고?”

“대제자와 함께 지내셨습니다.”

그 정도라면 더는 다른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이 길로 정도맹으로 향하겠다. 너희는 교주를 천산으로 모시고 그곳을 지켜라. 급한 연락이 있다면 섬도곤을 통해서 하면 된다.”

“문주의 뜻을 받습니다.”

지시를 마친 진무린은 몸을 일으켰다.

“진을 해체한 직후에 바로 출발해. 이각 가량 뒤를 따르다 이상이 없다고 느껴지면 돌아서겠다.”

복면으로 가려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상을 입은 진무린의 배려에 수신호위의 눈빛이 흔들린 것만은 분명히 보았다.

세상사가 이렇다.

마교에서도 본분을 다하는 이가 있고, 정도에서도 근본을 팔아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몸담은 문파의 명에 따라 언제 검을 마주하게 될지는 모르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진가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네 명이 바닥에 천을 길게 깔고, 그 위에 정동추를 눕혔다.

이후 자세를 낮춘 네 명은 천의 앞과 뒤를 붙들고 신호를 기다렸다.

가장 앞쪽에 있던 나무로 걸음을 옮긴 수신호위가 뒤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허공이 흔들린 직후였다.

가장 앞쪽의 수신호위가 몸을 날렸고, 정동추를 붙든 네 명이 동시에 솟구쳤으며, 그 뒤를 진무린이 받쳤다.

해가 저무는 시간이었다.

 

**

 

무당의 하루가 저물었다.

세 곳으로 나뉜 수련장에서 각각 일대, 이대, 삼대 제자가 도를 앞으로 내밀어 수련을 마친 것에 감사했고, 태허전 앞에서는 저녁에 앞서 도덕경을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흘러나왔다.

대궁문과 이궁문의 폐문을 알리는 북소리가 낭랑하게 울릴 때였다.

자소전의 앞으로 중년 남자가 뚝 떨어져 내렸다.

수련장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장소이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문인과 원로, 장로들이 모두 나와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이어서 시선이 단박에 집중되었다.

홀로 무당에 침입했다는 말인가.

장문인 진섭자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침묵이 내려앉고 수백의 시선이 몰린 상황에서도 나타난 중년 남자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진섭자는 불진을 떨쳐 왼편 어깨에 걸치고 경계의 의미로 오른손을 가슴 앞에 세웠다.

“무당의 장문 진섭자라 합니다. 고인께서는 어떤 연유로 무당을 찾으셨습니까?”

무당의 이름을 가슴에 담은 이들이 지닌바 기운을 모두 뿜어내자 중년 남자를 향해 쏟아지는 압력은 실로 대단했다.

“서운이란 자를 찾아왔네.”

그러나 중년 남자는 산들바람을 맞은 방문객처럼 편안한 음성이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서운은 당분간 외부인을 만나지 못합니다.”

“흥.”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핀 중년 남자가 왼편 중앙에 시선을 고정했다.

진섭자는 사제 진호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고수가 수많은 제자 틈에서 단번에 서운을 찾았다면 좋은 일이기보다는 악한 의도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이토록 무례하게 나서는 것을 본파는 더 참기 어렵습니다. 고인께서는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진섭자의 요청에도 남자는 서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가 오른손을 드는 순간이었다.

내내 지켜보던 진섭자가 단박에 그의 시선을 막는 것처럼 몸을 날렸고, 사제 진호자가 검을 빼 들고 옆을 받쳤다.

쉬익! 화르륵!

남자가 중지를 튕기는 것과 동시에 진섭자는 불진을 커다랗게 휘감은 뒤에 연달아 원을 그려냈다.

퍼억!

진섭자가 휘두르는 불진에 말려들었던 내공이 바닥에 박히며 청석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부족한 제자 몇이 탄성을 터트렸으나 진섭자는 심장이 저 아래로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남자가 뿌려낸 것은 내공이었다.

돌이라면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무형의 기운인 내공이 불진에 휘말린 뒤에 다시 청석을 깨트릴 만큼 형태를 유지한다면, 오늘 무당은 침입자를 물리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할지 가늠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장로들께서는 오행합의진을 펼쳐주십시오.”

“문주의 명을 받았소.”

평소의 기강은 위험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당황할 장면에서 장로들은 각기 검을 빼 들고 진섭자의 지시에 따라 검진을 펼쳤다.

“일대 제자들은 정로삼재진을 펼쳐 장로들을 보호하라.”

“제자 명을 받습니다!”

우레와 같이 다부진 음성과 함께 일대 제자들이 달려 원로를 바깥을 둥글게 감쌌다.

“사제는 서운을 지키되,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두 분의 신선께 몸을 의탁해라.”

“명을 받습니다.”

진섭자의 지시는 거침이 없었고, 진호자는 사제의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두 분의 신선이란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름을 거느리는 천주봉을 일컫는 말로 그 아래 있는 동굴에 은신하라는 의미였다. 또 근처에 은거하여 우화등선을 기다리는 무당의 숨은 고수들이 있으니 도움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발걸음을 돌린다면 본파는 이쯤에서 양보하겠소.”

“무당이 무서워서 돌아간대서야 어찌 강호에 나서겠나?”

중년 남자의 말은 무서웠다.

눈가를 좁혔던 진섭자는 설마 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벽계에서 오신 분이오?”

“장문인이라더니 눈썰미가 나쁘지는 않군.”

느닷없이 찾아온 침입자는 가장 나쁜 경우로 돌변해 무당의 피를 요구하고 있었다.

“나를 알아볼 정도라면 이리 막아서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알 테지. 굳이 쓸데없는 피를 흘려서 득 될 것이 있겠나. 무당만이 아닐세. 문을 닫은 두 개 문파를 제외한 일곱 개 문파와 오대 세가 중 두 곳이 벽계의 방문을 받아.”

중년 남자는 귀찮은 일을 피하자는 투였다.

“어차피 서운의 목숨을 가져갈 텐데 이런 식으로 세력을 잃고 나면 훗날이 더 뼈아프지 않겠나. 그러니 현명하게 판단하게.”

“협박이 두려워 제자를 내놓은 장문인은 없소.”

진섭자의 다부진 답을 들은 중년 남자가 옅게 웃으며 진섭자를 노려보았다.

섬뜩한 살기가 침묵을 타고 무당을 뒤덮었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잔인한 통보가 그 뒤를 따라 무당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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