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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0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08화

화아악!

 

문곡성이 열리며 주위에 떠도는 자연의 기운들이 눈에 들어왔다.

 

땅 속의 지하라 그런지 주위를 맴돌고 있는 기운들에는 묵직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운들을 향해 손을 내밀자 주위를 떠돌던 기운들이 하나 둘씩 호현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우우웅! 휘이익!

 

바람 한 점 없는 지하 연무장에서 호현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 모습을 본 팽문의 얼굴은…… 놀람에 차 굳어졌다.

 

“이것은?”

 

제5-7장 입산수도

 

팽문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호현은 주위에 있는 자연지기들과 자신의 기운들을 하나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기운을 배출하고 자연지기를 흡수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던 호현은 팽문을 바라보았다. 팽문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자연지기를 볼 수 없는 팽문이기에 정확히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호현의 몸으로 주위의 기운들이 흘러가고 흘러나오는 것 정도는 무인의 감으로 느끼고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지기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호현이 팽문을 향해 말했다.

 

“어떠십니까?”

 

“무, 무엇을 말입니까?”

 

“제 몸으로 자연지기가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까?”

 

호현의 말에 팽문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지금 그 말은 당신이 자연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너무 놀라 존칭까지 잊은 팽문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지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연과 저를 하나로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은 당…… 아니 호 학사께서 천지합일의 경지라는 말입니까?”

 

천지합일이라는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신선도 아닌데 어찌 천지와 합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저 자연의 기운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 자연지기라니…….”

 

멍하니 중얼거리던 팽문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저에게 분명! 자연지기가 저를 향해 흐른다고 말을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 말은 자연지기를 제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지기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순간 자신의 언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낀 팽문이 잠시 숨을 골랐다.

 

“제가 자연지기를 사용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분명 제 눈에는 팽 소협의 몸으로 자연지기가 들고 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모두 자연의 기운을 흡수하고 배출하지 않습니까?”

 

팽문의 말에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간혹 문곡성이 열렸을 때 본 사람들은 분명 자연지기를 흡수하고 배출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미미한 양이었을 뿐 팽문과 자신과는 달랐던 것이다.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럼 자연지기를 사용…… 아니 자연과 하나가 되려면 어찌 해야 합니까?”

 

“수련을 해야지요.”

 

호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팽문이 오체투지를 하며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이러시면 제가 곤란합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하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공을…… 오늘 처음 본 나에게 전수해 주는 것은 무리겠지.’

 

하지만 곧 팽문의 얼굴이 밝아졌다.

 

“가르침은 곤란하고…… 제가 배운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은공!”

 

은공이라는 말에 호현이 웃으며 그를 일으켰다.

 

“은공이라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그저 호 학사라고 불러주시면 족합니다.”

 

몸을 일으키는 팽문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그리고 저도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저에게 경공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경공?”

 

호현의 말에 팽문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천지합일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자신에게 경공을 가르쳐 달라고 하니 이상할 수밖에…….

 

“혹…… 천왕강림을 가르쳐 달라는 것입니까?”

 

천왕강림은 팽가의 비전의 경공신법이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에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천왕강림은 그 속도 면에서는 천하에 짝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천왕강림은 가주 직계에 한해 전수가 되는 것이기에…… 팽가에서도 익히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팽문은 호현 정도의 고수가 원할 경공이라면 팽가의 천왕강림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천왕강림?”

 

그게 뭐냐는 듯 바라보는 호현의 모습에 팽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왕강림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지?’

 

팽문이 의아해하는 것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경공은 몸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배웠습니다. 저는 경공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럼 은…… 흠!”

 

호현이 은공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을 떠올린 팽문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호 학사께서는 경공을 하지 못하십니까?”

 

팽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팽문의 얼굴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은공께서 나와 장난을 하시는 것인가?’

 

무공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경공을 천지합일의 고수가 할 줄 모른다니…….

 

그런 팽문을 보며 호현이 변명을 하듯 말했다.

 

“경공의 기초인 몸을 가볍게 하는 것과 허공에 뜨는 법은 배웠습니다.”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야 경공의 기초라고 할 수 있지만 허공에 뜨는 법이 기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호현을 보던 팽문이 말했다.

 

“그 허공에 뜨는 법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침을 삼켰다.

 

‘꿀꺽! 정말 허공에 뜬다는 것인가?’

 

팽문의 호기심 어린 눈을 보며 호현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리고는 발을 향해 조금씩 뿜어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작은 진동음과 함께 호현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 기운의 양을 늘리기 시작하자 호현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뼘 정도 떠오른 호현이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 걷기 시작했다.

 

‘묵직한 기운이라 조금 수월하구나.’

 

주위에 흐르는 자연지기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걸음을 옮기던 호현의 눈에 입을 쩍하고 벌린 팽문이 보였다.

 

그 모습에 호현이 천천히 기운을 줄이자 그의 몸이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제야 팽문의 입에서 신음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허, 허공답보?”

 

멍하니 있는 팽문에게 호현이 다가갔다.

 

“이제 저에게 경공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허공답보를 하는 고수에게 대체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인가.’

 

호현을 보며 중얼거린 팽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제 능력으로는 호 학사를 가르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모양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이제 자연지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 말을 해주기를 기다린 팽문이기에 호현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아까 저에게 말을 한 대로 학사인 저보다는 팽 소협이 무공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 팽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야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쓴 것과 같구나.’

 

팽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의 말이 이어졌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꿀꺽!”

 

‘정말 대인이시구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절세의 무공을 나 같은 자에게 전수를 해주시다니!’

 

“이 무공은 무당파의 무공입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당의 무공이라면 저는 익힐 수 없습니다.”

 

“이 무공은 무당의 도인들께서 선한 마음을 가지고 만든 선한 무공이기 때문에 아무나 익혀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 말에 팽문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절세 무공을 아무나 익혀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무당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할 일이 없지 않는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공은 태극호신공입니다.”

 

쿵!

 

호현의 말에 순간 팽문은 자신이 말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혹 방금 제가 태극호신공이라고 들은 것입니까?”

 

“맞습니다.”

 

멍하니 호현을 보던 팽문이 물었다.

 

“지금 저에게 태극호신공을 전수해 주시려는 겁니까?”

 

“맞습니다.”

 

잠시 호현을 보던 팽문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천천히 양팔을 벌리고는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육중한 몸과는 다르게 팽문의 움직임은 구름처럼 가볍고 부드러웠으며 흐르는 물처럼 거침이 없었다.

 

바로 태극호신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아! 팽 소협도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계시구나. 과연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있으니 자연지기가 팽 소협에게 흐르는 것이구나. 하지만…… 형만을 너무 치중해 그 안에 담겨 있는 자연의 이치를 모르시는구나.’

 

그리고 곧 태극호신공의 모든 형을 펼친 팽문이 몸을 멈췄다.

 

“제가 펼친 것이…… 호 학사께서 가르쳐 주시려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공 태극호신공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으득!”

 

순간 팽문이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무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으니 그 분노가 너무 큰 것이다.

 

주루룩!

 

얼마나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는지 팽문의 입에서는 피까지 흘러내렸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호현이 자신을 놀린다 생각한 팽문이 몸을 홱하고 돌리더니 연무장을 나서려했다.

 

그 모습에 의아한 호현이 급히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태극호신공은…… 저도 알고 있는 무공입니다. 가르치실 것이 태극호신공이라면 저 혼자 하겠습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태극호신공을 한 번 더 시전해 보여주시겠습니까?”

 

호현을 물끄러미 보던 팽문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양팔을 벌리며 태극호신공을 펼쳐 보였다.

 

그렇게 한 차례 태극호신공을 펼쳐 보이는 팽문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틀렸습니다.”

 

멈칫!

 

호현의 말에 팽문이 눈을 찡그리며 몸을 멈췄다.

 

무인에게 강한 신체가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드러움도 필요했다.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팽가에는 없는 부드러운 무공, 즉 태극호신공을 익히게 했다.

 

태극호신공이 세상에 많이 전해지고 흔한 무공이기는 하지만 양생과 몸을 부드럽게 하기에는 그 한 무공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 태극호신공을 호현이 틀렸다고 하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 틀렸습니까.”

 

“자연의 기운을 느끼려 하지 않고 오직 형에만 치우쳐 있으니 팽 소협께서 펼치신 태극호신공은 진정한 태극호신공이 아닙니다.”

 

말과 함께 호현이 연무장 중심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천천히 태극호신공의 자세를 취했다.

 

그것을 보기 위해 팽문이 다가오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가까이 있으면 위험합니다. 되도록 저에게서 멀리 떨어지십시오.”

 

위험하다는 말에 팽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작 태극호신공을 펼치는데 위험하다니? 은공은 정말 모를 사람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뒤로 물러나자 호현이 더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에 팽문이 연무장 끝에 있는 벽까지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안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말했다.

 

“제가 아직 태극호신공에 익숙하지 않아 자연지기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미숙하지만 제가 펼치는 태극호신공을 보고 팽 소협의 것과 무엇이 다른지 보십시오.”

 

말과 함께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펼쳤다.

 

‘돌고 돌아 태극이니,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은과 양 또한 자연의 기운이니 굳이 나눌 이유가 없고 나누어야 하는 법도 없는 것이다. 내 기운과 자연의 기를 나누고 나누어 내 자신을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합일이고 태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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