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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0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06화

제5-6장 호현, 팽문을 가르칠 결심을 하다

 

팽문의 몸으로 흘러드는 자연지기에 반가움을 느낀 호현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팽 소…….”

 

“형님.”

 

팽문에게 말을 걸던 호현은 갑자기 들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으로 모여들던 자연지기들이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에 말을 할 틈을 놓친 호현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호현의 시선에 호리호리한 체격에 미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미청년의 등장에 팽문이 손으로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닦아 내렸다.

 

‘저 사람도 팽가에 온 손님인가?’

 

팽가 사람과는 다른 체격에 자신처럼 외부인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팽립이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팽정, 오랜만이다.”

 

‘팽정? 그럼 저 사람도 팽가 사람? 그런데 팽립 소협과는 사이가 좋지 않나 보구나.’

 

팽립의 싸늘한 목소리에 호현이 팽정이라 불린 청년 쪽을 바라보았다.

 

팽립의 반기지 않는 목소리에 팽정이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같은 팽가에 있으면서도 얼굴 뵙기가 어렵습니다.”

 

“흥! 영원히 안 봤으면 좋겠구나.”

 

팽립의 말에 팽문이 눈을 찡그렸다.

 

“같은 가족끼리 말투가 왜 그러느냐.”

 

팽문의 말에도 팽립은 적대심이 가득한 눈으로 팽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팽립을 보며 고개를 저은 팽문이 팽정 옆에 있는 철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철 숙부님을 뵙습니다.”

 

팽문의 인사에 철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팽립을 바라보았다. 철제의 시선에 팽립이 입맛을 다시고는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철 숙부님을 뵙습니다.”

 

팽립의 인사에 철제가 지긋이 그를 바라보았다.

 

‘팽문이 팽가를 잇는다면 팽립의 행동은 이로우나…… 팽정이 팽가를 잇는다면 팽립의 팽문에 대한 충성심이 문제가 되겠구나.’

 

한 단체에 충성의 대상이 둘일 수는 없다. 지금 팽립은 팽문이라는 사람에게 충정을 바치고 있으니 그것은 팽가 입장으로서는 좋지 않았다.

 

지금이야 팽문이 소가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팽정이 소가주 지위에 오른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팽립은 팽정이 팽문의 지위를 뺏는다고 생각을 하는지 그에 대한 적대감까지 보이고 있었다.

 

팽립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철제가 슬쩍 주위에 있는 아이들과 팽철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얼굴에 흠칫 놀란 표정이 나타났다. 팽립뿐만 아니라 팽철, 그리고 아직 어린 아이들까지도 팽정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팽문에 대한 팽가 아이들의 신뢰가 이 정도였던가.’

 

아무래도 팽정이 소가주 자리를 얻게 되면 팽가 내에 광풍이 불겠다는 생각에 철제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그 역시 팽정이 팽가 가주의 자리에 앉는 것이 불만이기는 했지만 대대로 팽가 가주 자리는 가주의 직계에서 나왔다.

 

현 팽극의 아들이 팽문과 팽정 이 둘이 유일했으니, 무공을 잃은 팽문을 대신할 사람은 팽정 하나뿐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팽정에 대해 가내 아이들이 적대감을 보이니…… 앞으로의 팽가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철제가 앞으로 일을 걱정하고 있을 때 팽문은 팽정에게 호현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

 

“인사하거라. 호북에서 온 호현 학사이시다. 내 손님이시니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하거라.”

 

팽문의 말에 팽정의 얼굴에 작은 비웃음이 어렸다.

 

‘흥! 형님의 손님이라고 대접을 해주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소이다. 그나저나 학사라고? 주화입마에 걸린 병신 주제에 학사 나부랭이나 만나고 있다니……. 하긴 몸을 고치겠다고 의원을 만나고 있는 것보다는 학사를 만나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좋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팽정이 슬쩍 호현을 바라보았다.

 

“팽가의 정입니다.”

 

팽정의 무뚝뚝한 인사에 호현이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호북 방헌 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둘이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며 팽문이 팽철에게 아이들 수련 잘 시키라는 말을 하고는 일행들을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처소에서 차를 하자는 말로 소호각으로 향하던 팽문이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얼굴을 보기 어렵더구나.”

 

팽문의 말에 팽정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소가주 지위를 포기하는 선언을 하기는 했지만 정식으로 인정이 된 것이 아니기에 아직 팽가의 소가주는 팽문인 것이다.

 

“어머님의 명으로 폐관에 들었습니다.”

 

팽정의 말에 팽립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무언가 마땅치 않다는 듯 말이다.

 

그런 팽립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팽문이 말했다.

 

“폐관에서 얻은 것이 있더냐?”

 

“오호단문도법이 오 성에 이르렀습니다.”

 

오 성이라는 말에 팽문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어렸고, 팽립의 얼굴은 잔뜩 굳어졌다.

 

“오 성이라, 성취가 좋구나.”

 

“형님에 비해 한참 모자랍니다.”

 

“아니다. 오 성이라면 강기에 강약을 줄 수 있는 경지이니…… 네 도의 날카로움이 더욱 좋아졌을 것이다.”

 

“형님께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팽정의 말에 팽립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공을 잃은 팽문에게 가르침을 달라는 말은 그를 모욕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팽립과는 달리 팽문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 마음 같아서는 대련을 통해 네 도의 무게를 직접 느껴보고 싶지만…… 무공을 잃은 나이니 그것은 아니 되겠구나.”

 

팽문의 말에 팽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팽정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팽문이 그 어깨를 손으로 두들겼다.

 

호리호리한 체구와는 다르게 옷 속에는 단단한 근육이 손에 느껴졌다. 체형은 남궁미소의 피를 따라 남궁세가를 닮았지만 그 체질만은 강골인 팽가의 피를 이은 것이다.

 

‘여리게만 보였던 정의 몸이 이리 단단하구나.’

 

팽정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팽문에게 있어 그는 귀여운 동생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팽문은 팽정의 성격이 편협하게 된 것을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가문의 어른들에게 늘 자신과 비교가 되며 소외가 된 팽정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네가 보이지 않아 말을 하지 못했구나.”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이 우형이 너에게 팽가를 부탁해야 하겠다.”

 

팽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팽정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팽정의 모습을 보던 팽문이 철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철 숙부께서는 팽정을 도와주십시오.”

 

팽문의 말에 철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주화입마만 아니라면 팽가를 천하제일가로 만들기에 충분한 아이거늘…….’

 

“너는 어찌 할 생각이더냐?”

 

“천하에 이 한 몸 누일 곳 하나 없겠습니까.”

 

팽문의 말에 철제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문을 떠나려는 것이냐?”

 

“제가 남는다면 가문의 힘이 저와 정아 둘로 나뉠 것입니다. 팽가의 힘은 모두가 하나라는 데에 나오는 것……. 팽가가 둘로 나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하북팽가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팽문의 말에 팽립이 소리쳤다.

 

“하지만!”

 

“립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말거라.”

 

팽문의 말에 팽립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는 팽문이라면 더 이상 말을 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하지만 팽립 대신 말을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팽정이 말이다.

 

“제 의견은 묻지도 않으십니까.”

 

잔뜩 굳은 목소리의 팽정을 향해 팽문이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의견이라도 있느냐?”

 

팽문의 말에 팽정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제 옆에서 저를 도와주십시오.”

 

팽정의 말에 순간 팽립이 그를 노려보았다. 팽문을 옆에 두고 모욕을 하려는 팽정의 생각을 읽은 것이다.

 

“감히!”

 

“갈!”

 

팽립의 말이 끝나기도 전 팽문이 일갈을 토하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팽립! 팽가의 소가주가 될 사람에게 감히라니!”

 

팽문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를 줄은 몰랐던 팽립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형, 형님.”

 

“네가 진정 나를 형이라 생각한다면 다시는 정이에게 그런 무례를 범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하지만…….”

 

말을 하던 팽립은 팽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술을 먹어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팽문의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은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그런 팽립을 보던 팽문이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도 너를 옆에서 도와주고 싶으나……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내가 가문에 남는 것은 문의 힘을 나누게 될 우려가 크다.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본가에는 능력 있는 아이들이 많고 여러 어른들이 너를 도와줄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한 걸음 떨어져서 보던 호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구나. 말을 들으니 팽문 소협이 소가주 자리를 동생인 팽정 소협에게 넘기려는 듯한데…… 그런데 왜 넘기려는 것이지? 주화입마라는 병 때문에 그런 것인가?’

 

건강해 보이는 팽문이 굳이 소가주 자리를 동생에게 넘기려고 하는 이유를 호현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호현의 머리에 방금 전 팽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무공을 잃은 나이니 그것은 아니 되겠구나.”

 

‘무공을 잃다니 무슨 말이지?’

 

자연지기를 다루는 팽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

 

*

 

*

 

그날 밤.

 

호현은 팽문과 함께 소호각에 있는 작은 정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팽문은 술을 먹자고 했지만, 어릴 적부터 차를 좋아하는 죽대선생의 영향으로 호현은 술보다 차를 좋아하는 것이다.

 

대신 팽문은 술을 마셨다. 그로서는 오늘 주위 사람에게 소가주 포기를 정식으로 이야기했기에 마음이 울적한 것이다.

 

소가주 지위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저버린 것이 기분을 우울하게 하는 것이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호현은 그리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무당파에서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난 후, 아니 정확히는 운학이 그의 몸에 진기를 주입하고 난 이후에는 더위와 추위를 그리 느끼지 않는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둥근 달이 은은한 은광을 뿜으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꿀꺽! 꿀꺽!”

 

어른 머리통만 한 항아리에 든 술을 단숨에 마시는 팽문의 모습에 호현은 살짝 질렸다.

 

“주향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대단하십니다.”

 

“하하, 본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제일 지기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술입니다. 본가에 잔치가 한 번 벌어지면 인근 백여 리 이내의 술이 모두 동이 나고 말지요. 하하하!”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린 팽문이 옆에서 술시중을 드는 팽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수 녀석은 지금쯤 석가장 인근에 있겠구나.”

 

“그렇겠지요.”

 

“팽수의 목적지가 북경이라고 했지?”

 

“표행의 목적지가 북경이니 그렇겠지요.”

 

팽립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팽문이 피식 웃었다.

 

“서운하더냐?”

 

팽문의 물음에 팽립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 모습에 팽문이 고개를 저었다.

 

“다 본가를 위해서 한 것이다.”

 

“저희 도들이 형님을 받치면 되는 것입니다. 제갈세가를 보십시오. 제갈세가 가주가 무공이 강해서 가주직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대신 지략이 뛰어나지.”

 

“학문은 형님도 뛰어납니다. 그러니 향시도 합격한 것 아닙니까?”

 

“후후, 내 작은 학문이 어찌 제갈 가주와 견줄 수 있겠느냐. 그리고 네 눈에는 제갈 가주가 약해 보이더냐?”

 

중원 오대 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의 주인이다. 비록 무공보다 지모에 대한 명성이 더 크기는 하지만 그런 곳의 주인의 무공이 약할 일은 없는 것이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작게 투덜거린 팽립이 슬며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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