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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0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04화

즉…… 팽가 입장으로는 호현은 학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

 

*

 

*

 

팽가의 중심지에는 작은 전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호각(小虎閣)>

 

이곳이 바로 팽가의 소주가 머무는 곳 소호각이었다.

 

쾅!

 

소호각의 문을 부술 듯 안으로 뛰어든 팽립이 고함을 질렀다.

 

“팽문 형님!”

 

팽립의 고함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를 향해 매서운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다.

 

“헉!”

 

갑자기 쏟아진 기운에 놀란 팽립이 헛바람을 삼키고는 급히 몸을 솟구치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어깨 위에 한 백의 중년인의 손이 놓여 있었다.

 

매서운 기운을 뿜어내며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중년인을 본 팽립의 얼굴이 굳어졌다.

 

팽가 오대 봉공 중 한 명인 무적도객 유원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유원대는 팽가주인 도왕 팽극의 의형제였고 팽문의 스승 중 한 명이었다. 성만 다를 뿐 팽가와 성격이 비슷한 유원대는 성격이 급하고 화통했다.

 

“소가주가 머무는 곳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유원대의 말에 정신을 차린 팽립이 급히 말했다.

 

“팽문 형님께서 소가주 지위를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에 유원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가 말을 하려는 순간 전각 위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립이 왔구나.”

 

전각 이층에서 들리는 소리에 팽립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붉은 무복을 입은 거한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형님!”

 

팽립의 고성에 유원대가 조용히 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팽립은 유원대의 눈빛에 따를 생각이 없는지 다시 고성을 뱉었다.

 

“어찌 저에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팽립의 말에 이층에 있던 팽문이 천천히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팽가 사람답게 체격이 크고 호상을 한 팽문은 그 아버지인 팽극을 닮아서인지 밤송이 같은 장비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내 소식을 들었나 보구나.”

 

팽립이 고개를 끄덕이자 팽문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소가주 지위를 놓겠다 선언한 것이 며칠 되지 않는데 벌써 네 귀에 들어가다니…… 역시 천하의 소문이란 달리는 말보다 빠르구나.”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 팽문이 문득 팽립을 바라보았다.

 

“그럼 호북은 가지 않았겠구나.”

 

“호북은 가지 않았으나 무당학사 호현을 만나 데리고는 왔습니다.”

 

“아! 호 학사께서 팽가에 오셨다는 말이냐!”

 

반색을 하며 소리치는 팽문의 모습에 팽립이 눈을 찡그렸다.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까? 소가주 지위를 놓다니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유 숙부께서 계신 곳이다. 언성을 줄이거라.”

 

“하지만!”

 

“어허!”

 

팽립이 입을 다물자 팽문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유원대를 향해 포권을 했다.

 

“유 숙부께서는 북경에 가셨다 들었는데 어인 일이십니까.”

 

“흥! 네놈이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기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짓을 벌이더란 말이냐! 지금 당장 소가주 지위를 놓겠다는 선언을 철회하거라!”

 

유원대의 언성에 팽립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 숙부께서도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을 하십니다.”

 

“쯧! 내 잠시 북경에 볼일이 있어 간 사이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내 지금 형님에게 가 소가주 지위 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다.”

 

“맞습니다. 먼저 가주께 이번 일은 무효라고 말씀을 올리는 것이 순서인 듯합니다.”

 

두 사람이 말을 맞추기라도 했는지 쿵짝을 맞추는 것을 보던 팽문이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팽립과 유원대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존심을 자신의 목숨처럼 삼는 팽가인들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보다 더한 치욕은 없는 것이다.

 

“이놈!”

 

“형님!”

 

그런 둘을 보며 팽문이 입을 열었다.

 

“무로서 일어난 가문이 저희 팽가입니다. 그런 팽가의 가주 될 자가 무공을 잃었다는 것은…… 천하제일도문의 명성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팽문의 말에 유원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천하제일도문이라는 이름이 어찌 너 혼자만의 짊이더냐! 지금 네 아버지이자 내 의형인 도왕 팽극 형님이 천하제일도라서 무림인들이 우리를 천하제일도문이라고 받아들이더냐! 아니다! 그것은 팽가인들 전원의 노력이 있어서였다.”

 

“유 숙부의 말이 옳습니다. 형님 뒤에는 나도 있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형님의 말이라면 불구덩이 안이라도 뛰어들 수백의 도가 있습니다. 그 도들의 주인은 오직 형님뿐입니다.”

 

두 사람의 외침에 팽문이 잠시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전위호가(前衛護家) 팽전무퇴(彭戰無退).”

 

전위호가(前衛護家)

 

가장 앞에서 가문을 지키고

 

팽전무퇴(彭戰無退)

 

팽가의 싸움에는 물러섬이 없다.

 

팽문의 말에 유원대와 팽립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두 문구는 팽가의 가주가 될 때 가솔들을 모아 놓고 외치는 것으로 팽가주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덕목이었다.

 

즉 가문의 위험이 있을 때 가주가 가장 앞에서 그것을 맞이하고, 팽가의 싸움이 있을 때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위험한 자리에 나서야 하는 것이 바로 팽가주의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하지만 무공을 잃은 팽문으로서는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장 선두에 나서서 싸울 수는 있으나 힘이 없다. 그런 팽문을 지키기 위해 다른 팽가의 도들이 희생을 당할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은 무섭지 않으나 자신 때문에 팽가의 도가 희생당하는 것… 팽문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제5-5장 병천룡(病天龍) 팽문

 

팽만이 안내해 준 숙소에는 팽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팽만이 돌아가자 팽군이 작은 보따리를 호현에게 내밀었다.

 

“부탁하신 옷입니다.”

 

“감사합니다.”

 

호현이 보따리를 풀자 그 안에서 백의 학사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 옷이나 주시면 되는데……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아! 팽문 소협은 언제 볼 수 있는 것입니까?”

 

팽문의 이름에 살짝 얼굴이 굳어졌던 팽군이 말했다.

 

“소가주께는 립 형님이 전갈을 하셨을 것이니 준비가 되시면 이쪽으로 오실 것입니다.”

 

팽군이 말을 하고는 호현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팽군이 나가고 호현이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침상 하나와 탁자 그리고 의자들 몇 개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창가 쪽에는 작은 대야가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물병이 있었는데 간단한 세안을 하는 곳인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팽립 덕에 강행군을 해 먼지를 뒤집어쓴 호현이기에 먼저 세안부터 하기 시작했다.

 

천에다 물까지 묻혀 온몸 구석구석을 닦아낸 호현이 학사복을 입기 시작했다.

 

백의 학사복을 입고 옷 가짐을 단정히 하고 있을 때 방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톡톡톡!

 

“팽립입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호현이 머리를 단정히 매만지고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팽립의 얼굴과 바늘과 같이 날카로운 수염을 기른 한 중년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에 호현이 포권을 하며 중년인에게 인사를 했다.

 

“호북 방헌 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는 호현이 인사드립니다.”

 

호현의 인사에 중년인, 팽문이 웃으며 포권을 했다.

 

“팽가의 문이라 합니다.”

 

팽문의 인사에 호현의 얼굴에 슬쩍 놀라움이 어렸다.

 

‘이 사람이 팽문?’

 

팽문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 인상은 사십 중반으로 보였던 것이다.

 

팽문을 보던 호현이 그 옆에 있는 팽립을 슬쩍 보고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팽립 역시 나이가 이십대 초반이지만 얼굴만 본다면 사십대로 봐도 별 이상한 것이 없는 것이다.

 

‘팽가 사람들은 얼굴로 나이를 짐작하면 안 되겠구나. 그런데…… 팽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덩치가 크고 수염을 기르는 것인가?’

 

이때까지 본 팽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던 호현이 그 둘을 안으로 청했다.

 

*

 

*

 

*

 

팽가의 한 내실에 중년 미부가 한 미청년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쪼르륵!

 

주전자에서 따라진 찻물에서 퍼지는 그윽한 향이 내실에 감돌자 중년 미부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향이 아주 좋구나.”

 

미부의 말에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오늘따라 차향이 유난히 좋기는 한 것이다.

 

“차가 오늘 아주 잘 끊여졌습니다.”

 

“찻물까지도 내 마음을 읽는 듯하구나.”

 

미부의 말에 청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문 형님이 가주 승계를 포기해서입니까?”

 

“잘 아는구나. 문, 그 아이가 이제라도 자기 주제를 깨닫고 가주 승계를 포기했으니 팽가로서는 아주 잘된 일이다. 그렇지 않느냐?”

 

가볍게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청년 팽정의 얼굴에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

 

팽정의 어머니이자 도왕 팽극의 아내인 팽가의 안주인 남궁미소가 기분이 좋은 듯 차를 한 잔 더 마셨다.

 

그러고는 팽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문이 소가주직을 포기했으니 이제 소가주직은 정아 너에게 갈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가 너를 부른다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니 너는 가서 잘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자 이날만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실수를 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남궁미소가 팽가의 안주인이기는 하나, 사실 그녀는 팽극의 후처였다.

 

그리고 팽문은 전처의 자식이었고 말이다. 팽문이 정실의 자식이고 장자라는 이유로 소가주가 된 것에 남궁미소와 팽정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팽문이 주화입마에 걸려 내공을 잃게 되자 그동안 팽극을 이리저리 자극하며 팽정에게 소가주 지위가 가도록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팽문에 대한 신뢰가 깊은 팽극은 번번이 남궁미소의 말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팽문이 자기 스스로 소가주 지위를 놓겠다 선언을 했으니 요즘 며칠간은 남궁미소와 팽정에게는 꿈만 같은 나날들이었다.

 

“네가 가주가 되는 날이 참으로 기다려지는구나.”

 

남궁미소의 말에 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 오대 무가 중 하나인 팽가의 가주는 바로 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차를 마시며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을 때 밖에서 시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 봉공께서 오셨습니다.”

 

“뫼시거라.”

 

남궁미소의 말에 팽정이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수려한 외모를 가진 한 중년도객이 들어왔다.

 

팽가의 오대봉공 중 하나인 질풍마도 철제였다.

 

“사부님을 뵙습니다.”

 

팽정의 인사에 철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궁미소에게 예를 표했다.

 

“철제가 형수께 인사드립니다.”

 

“잘 오시었습니다. 지금 정아와 앞날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남궁미소의 말에 철제가 슬쩍 팽정을 바라보았다. 팽정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 즐거운 빛을 본 철제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호부견자라……. 형님의 자식 농사는 반만 성공을 했구나.’

 

“문이가 소가주 지위를 포기한 것이 그리 기쁘더냐.”

 

싸늘한 철제의 목소리에도 팽정의 얼굴색은 변하지 않았다.

 

“무공을 잃은 형님은 대하북팽가의 가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너는 어울리고 말이더냐.”

 

“열심히 할 뿐입니다.”

 

능글능글한 팽정의 말에 철제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잘못 가르쳤구나. 하아! 문이를 가르친 대원 형님이 부럽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철제가 입을 열었다.

 

“너는 형의 앞날이 걱정이 되지도 않느냐?”

 

“형님이야 무공뿐 아니라 학문에도 조예가 깊으니…… 이곳이 아니더라도 잘 사실 겁니다.”

 

“문이 지금은 무공을 잃었으나 그것은 네 형의 재능과 능력이라면 무공은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제의 말에 팽정이 피식 웃었다.

 

“주화입마로 인해 단전이 깨져버렸는데 무슨 수로 무공을 회복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리고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형님을 애지중지하는 본가의 어른들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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