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99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99화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태을 표국의 표사 신분입니다. 저 때문에 표행에 지장을 주기는 싫습니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왕수가 미안한 듯 자신을 보는 것에 고개를 저은 호현이 고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책은 다 보셨습니까?”
고운이 책을 돌려주자 호현이 책으로 시선을 두려다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저 멀리 보이는 숭산을 바라보았다.
‘소림사라… 북경에 갔다 오는 길에 들르면 되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서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호현은 소림사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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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 한쪽에서 야영을 하는 표국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휴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쪽에서 호현이 강사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바로 태극호신공을 말이다.
휘익! 휘익!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는 강사는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제길…… 이왕 가르쳐 줄 거면 제대로 된 권법이나 하나 가르쳐 줄 것이지.’
강사의 불만은 바로 그것이었다. 호북에 사는 양민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태극호신공이었다.
게다가 강사도 태극호신공을 할 줄 알았다. 처음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가르쳐 준다고 형을 알려 줄 때 사방에 장강(掌|)을 날리는 것을 보고 민간에 퍼진 것과는 다른 것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호현이 가르치는 태극호신공은 자신이 알던 것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강사를 비웃었다. 절세 고수인 호현에게 무공을 배운다고 해 처음에는 표사들과 표두들은 그를 부러워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가 반로환동을 한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왕수를 통해 알았지만, 어쨌든 호현은 강기를 시전하는 절정고수이니 그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고수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강사가 배우는 것이 태극호신공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람들은 호현이 강사를 데리고 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강사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호현에게 말을 할 수도 없고, 자신이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이런 무공은 배우기 싫다고 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태극호신공을 시전할 뿐이었다.
그리고 호현도 강사의 그런 기색을 눈치 채고 있었다.
‘강 표사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구나.’
무당쌍선조차도 인정한 태극호신공처럼 뛰어난 무공을 강사가 익히기 싫어하니 그것이 이상한 것이다.
강사가 시전하는 태극호신공을 보던 호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강 표사님.”
호현의 부름에 태극호신공을 멈춘 강사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명하십시오.”
정중한 강사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호현이 말했다.
“태극은 조화를 뜻합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고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룹니다. 즉 태극호신공은 조화에서 시작되어 조화에서 끝이 납니다.”
호현의 설명에 강사의 얼굴이 멍하니 변했다. 대체 호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강사를 보며 호현이 조금 설명을 쉽게 해주었다. 물론 호현의 수준에서 말이다.
“태극호신공은 자연과 나를 하나로 하는 것이 요체입니다.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그것을 호흡해 그 기운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받기만 할 수는 없는 것, 자연의 기운을 받은 만큼 내 안의 기운을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즉 태극호신공은 세상과 나를 하나의 태극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태극호신공에 대해 나름 쉽게 설명을 한 호현이 강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못 알아들으시는구나.’
강사의 얼굴에는 호현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하는 표정만이 가득 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강사에게 더 쉽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운학이 떠올랐다.
‘하긴, 나도 신선 어르신이 태극호신공에 대해 이야기해 줄 때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었지.’
운학을 떠올리자 호현의 얼굴에 아련한 그리움이 떠올랐다.
‘신선 어르신께서는 잘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운학이 있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운학을 떠올리며 감상에 적었던 호현이 고개를 젓고는 강사를 바라보았다.
“태극호신공을 연마하며 제가 한 말을 잘 떠올리신다면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호현이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등을 돌리고는 표국 사람들이 쉬는 곳에서 떨어져 나왔다.
운학을 생각하자 그에게 배운 태극호신공을 펼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호현이 멀어지자 강사가 한숨을 쉬며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련이 벌써 끝난 건가?”
모닥불을 쬐고 있던 한 표사의 농 섞인 물음에 강사가 투덜거렸다.
“수련은 뭐가 수련입니까. 한 수 배울 줄 알았는데 고작 태극호신공이라니…….”
“하하하, 그래도 고수가 가르쳐 주는 것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겠지.”
“다르기는 무슨…… 쳇! 가르쳐 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시지,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강사의 말에 표물 확인을 하고 오던 왕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호 학사가 나름 신경을 쓰는 듯하니 열심히 배우거라.”
“흐휴! 이왕 가르쳐 줄 거면…….”
말을 하던 강사가 슬쩍 호현이 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호현이 간 방향에서는 강기의 빛과 함께 폭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바로 호현이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태극호신공을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번쩍! 꽝! 꽝!
강기의 불빛과 폭음을 들으며 강사가 한숨을 쉬었다.
“휴우! 저런 것이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강사의 중얼거림에 사람들이 강기가 터지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번쩍! 꽝! 꽝!
연이어 들리는 강기의 불꽃을 보던 사람들이 웃으며 강사를 바라보았다.
“걷지도 못하는 놈이 날기를 바라는 격이로구나. 강사 네 주제에 강기가 말이 되느냐!”
“쳇!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작게 투덜거린 강사가 마차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오늘도 일찍 자기는 틀렸습니다.”
강사의 말에 사람들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표행을 하다 간혹 야영을 하게 되면 호현이 혼자 떨어져 저렇게 강기를 뿜어냈던 것이다.
꽝! 꽝!
시끄럽게 강기가 터지는 소리에 잠을 잘 정도로 잠귀가 어두운 사람은 없는 것이다.
*
*
*
순조롭게 진행되는 표행은 이제 하남을 지나 하북에 들어서고 있었다.
하북에 들어서자 유난히 쌀쌀한 날씨와 추위가 일행들을 맞아주었다.
그리고 일행은 하북성 최남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감단에 들어서고 있었다.
감단현에서 하루를 묵고 가기로 한 표국 사람들은 객잔 세 개를 빌릴 수 있었다.
표사들과 표두들을 각 객잔에 고루 분포시키고 표물들을 배치한 고운과 왕수는 호현과 같은 탁자에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호현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하북성은 호현에게는 친숙한 곳이었다.
죽대선생이 관직을 내놓고 낙향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경에서 살았으니 말이다.
그런 하북성을 어른이 돼서 왔으니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호현이 그렇게 하북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때, 앞으로의 일정을 계산하던 왕수가 말했다.
“북경까지는 앞으로 한 달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행히 원단 전에는 도착할 수 있겠군요.”
왕수와 고운의 대화에 호현의 얼굴에 들뜬 기색이 떠올랐다.
‘새해가 되기 전에는 북경에 도착할 수 있겠구나.’
중원의 가장 큰 명절인 원단 즉 새해에는 북경에는 볼거리가 참으로 많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대잔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은 호현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호현이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일정을 확인한 왕수가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 학사.”
왕수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십시오.”
“호 학사는 북경에 도착하면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전 한림원 시강학사셨던 조충 학사를 찾아갈 생각입니다.”
호현의 말에 고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 조충 학사라는 분이 천추 학관의 관주님 아니십니까?”
“천추 학관?”
“한림원에서 시강학사를 하셨던 학사가 관직을 놓고 세운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마 제 기억에 그곳의 관주 이름이 조충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아! 그럼 그곳이 맞습니다.”
반색을 하는 호현의 모습을 보던 고운이 잠시 그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금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게 무슨?”
“제가 듣기로 천추 학관의 관주께서 지병이 생겨 요양을 하러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천추 학관은?”
“관주가 요양을 하러 갔으니 천추 학관도 문을 닫았겠지요.”
고운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스승님께서 긴한 서찰이라고 하였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그럼 조충 학사께서 어디로 요양을 하러 가셨는지 모르십니까?”
“그것은 모릅니다.”
그 말에 호현이 어찌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운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하오문을 이용하면 됩니다.”
“하오문?”
하오문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호현이 중얼거리자 고운이 말했다.
“이곳 감단에도 하오문 지부가 있을 것이니, 그곳에 의뢰를 한다면 북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조충 학사가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오문이 사람을 찾아주는 곳인가 보구나.’
하오문에 대해 속으로 정의를 내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주십시오.”
호현의 부탁에 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객잔 점소이를 손짓해 불렀다.
점소이가 다가오자 고운이 말했다.
“하오문에 의뢰를 넣을 것이 있네.”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사라지자 왕수가 의아한 얼굴로 고운을 향해 말했다.
“이곳 점소이가 하오문도인 것을 어찌 알았습니까?”
“이 객잔은 저희 표국에서 북경으로 갈 때에는 늘 이용을 하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하오문도라는 것이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잖습니까.”
고운의 말에 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팔고 사는 것이 바로 하오문이다.
그런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정작 하오문을 찾지를 못한다면 정보를 팔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오문 지부들은 찾고자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호현 들이 앉아 있는 탁자에 한 꼬마가 다가왔다.
“하오문에서 나왔습니다.”
식사를 하던 호현은 꼬마가 하는 말에 의아한 듯 아이를 바라보았다.
하오문 사람이 이렇게 어린아이일 줄은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런 호현의 눈길에 아이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의뢰할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현과 달리 고운은 이런 모습에 익숙한 듯 조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의뢰 내용은 사람을 찾는 것이군요. 찾는 사람은 전 한림원 시강학사 조충 맞습니까?”
아이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의뢰비는 선불로 은 열 냥입니다.”
“은 열 냥?”
은 열 냥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은 열 냥이면 방헌 학관 한 달 운영비와 맞먹는 금액인 것이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호현이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생각을 읽었는지 아이가 말했다.
“이 넓은 중원에서 사람을 찾는 것에 비하면 비싼 금액은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만…….”
호현이 주저하자 아이가 입을 열었다.
“금액이 비싸다고 생각하신다면 돈 대신 정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보?”
“의뢰인이 알고 있는 것 중에 신기하거나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것들이 있다면 저희가 그 정보를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판 정보는 신빙성이 있어야 합니다. 허위 정보를 파실 경우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