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9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96화
‘제길…… 가르쳐 주려면 국주인 나를 가르쳐 주셔야지.’
표국 사람들은 호현이 자신들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싫어 강사를 데리고 멀리 갔다고 생각을 했지만 사실 그런 것이 아니었다.
호현이 강사에게 전수하려는 무공은 바로 태극호신공인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없는 먼 곳으로 갈 수밖에……. 혹여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다 뿜어진 장력이 사람들이 다치면 안 되니 말이다.
태극호신공이 민간에 전해지기는 했지만 그 효용의 뛰어남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호현이기에 강사에게 그것을 전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호현이 아는 무공은 구궁보와 태극권뿐인데, 태극권은 남에게 알려주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고 구궁보를 전수하자니 주역에 대해 알 것 같지 않은 강사가 익히기 어렵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니 남은 태극호신공을 전수할 수밖에…….
표국 사람들과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자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호현이 걸음을 멈췄다.
“이 정도면 괜찮겠군요.”
호현의 말에 강사가 표국 사람들이 있는 곳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다른 사람이 무공을 훔쳐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응? 무슨 말입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호 표사께서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을 거라는 말씀입니다.”
“아…… 하긴 이렇게 거리가 머니 그렇겠지요. 자!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꿀꺽!”
호현의 말에 침을 삼킨 강사가 정신을 집중해 그를 바라보았다. 호현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그런 강사를 보며 호현이 살며시 양팔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주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문곡성이 절로 떠지며 주위의 기운들이 하나 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을 느끼며 호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알려 드릴 것은 무당에서 배운 것입니다.”
“아! 무당의 무공!”
호북에서는 신으로 통하는 무당파의 무공을 배운다는 생각에 기뻐하던 강사가 문득 얼굴이 굳어졌다.
“무당의 무공을 제가 배워도 되는 것입니까? 훗날 무당 도사들이 제 무공을 보고 출처를 묻는다면…… 저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무당 무공을 훔쳐 배웠다는 말이라도 나오면 그는 중원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자파의 무공이 외부로 유출이 됐다는 것을 알면 무당에서 척살을 하려 할 테니 말이다.
“괜찮습니다. 이 무공은 무당에서 양민들을 위해 만든 무공인 태극호신공이니 말입니다.”
태극이라는 말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던 강사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다.
‘태극호신공이라니……. 그것은 기체조가 아닌가? 설마 어른께서 나를 놀리려는 것인가?’
태극호신공은 강사도 익히고 있는 무공인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강사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 움직임을 보고 잘 따라 하십시오. 형은 쉬우니 오늘은 형을 배우고 내일은 그 마음가짐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강사가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그를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신이 아는 태극호신공의 움직임을 따라 말이다.
‘하아! 내가 그러면 그렇지. 기연은 무슨…….’
*
*
*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왕수는 호현의 움직임을 안력을 집중해 보고 있었다.
절세 고수가 가르치는 무공이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그 초식을 조금만 응용을 할 수 있어도 기연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왕수가 정신을 집중해 호현 쪽을 보고 있을 때 서른 정도로 보이는 진 표두가 그에게 다가왔다.
“국주님.”
“왜?”
왕수의 시큰둥한 물음에 진 표두가 다시 그를 건드리며 말했다.
“국주님 뒤에서 접근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접근?”
그제야 고개를 돌린 왕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진 표두가 근처에 있는 마차 위로 올라갔다.
마차 위에는 이 장은 될 듯한 큰 봉이 꽂혀 있었는데 그 위에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 같은 판이 붙어 있었다.
약하기는 하지만 경공을 시전할 수 있는 표사들이 교대로 봉 위로 올라가 주변을 감시하는 것이다.
진 표두가 먼저 봉 위로 올라가 판을 붙잡자 왕수가 봉을 잡고 몇 번 몸을 움직여 판 위로 내려섰다.
성인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가자 휘청거리는 봉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몸을 몇 번 움직인 왕수가 진 표두에게 말했다.
“어디?”
“남쪽입니다.”
“남쪽이면 우리가 왔던 곳인데? 설마 우리 뒤를 따르는 자들인가?”
뒤를 쫓는 자들이라면 도둑일 확률이 컸지만 왕수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절세 고수가 있으니 말이다.
“불을 밝히고 이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저희 뒤를 따르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진 표두의 말에 왕수가 보니 확실히 남쪽에서 횃불을 든 무리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횃불이…… 스무 개 정도 되는군. 그렇다면 최소한 사십 명 이상이라는 것인가?”
무리 이동을 할 때 한 사람당 하나씩 횃불을 들지는 않기에 대상의 수를 대충 짐작한 왕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많으면 육십 이상도 되겠어. 표국? 군대? 아니면 도적?’
밤에 저렇게 움직일 만한 무리들을 떠올리던 왕수가 진 표두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 경계 태세를 취하라 하게.”
“알겠습니다. 호 표사를 모셔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멀리 떨어져 있는 호현을 바라보며 묻는 진 표두의 물음에 왕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일이 난다면 호 표사께 이 정도 거리는 한 호흡에 오실 수 있는 거리에 불과하네. 괜히 호 표사께서 하시는 일에 방해를 했다가 별일이 아니라면 우리가 곤욕을 치를 수 있으니 놔두시게.”
말과 함께 봉에서 내려온 왕수가 남쪽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자들이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멀리서 빠르게 말을 타고 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척후? 그렇다면 저들도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이군.’
일행에서 떨어져 두 명만 말을 타고 오는 것에 속으로 중얼거린 왕수가 내공을 끌어올려 소리를 질렀다.
“태을 표국의 왕수가 인사를 드립니다! 어디 방면에서 오시는 고인들이십니까!”
왕수의 고함에 잠시 후 말을 타고 오던 자들이 고함을 질렀다.
“천월 표국의 고운이 인사드리오이다!”
천월 표국이라는 말에 왕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천월 표국은 무당 속가 제자가 운영하는 표국으로 호북에서는 손가락에 드는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표국에서 일하는 표사와 표두들 역시 대부분 무당에서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라 그 성향이 무척 공명정대해 사귀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밝히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는 무당의 큰 어르신인 무당쌍선과 연이 있는 분도 있고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말을 탄 중년 장한 둘이 곧 왕수의 앞에 도착했다.
“워! 워!”
말에서 내린 장한이 태을 표국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느 분이 왕 국주시오?”
장한의 말에 왕수가 웃으며 포권을 했다.
“고명 익히 들어 한 번 뵙기를 갈망했는데 이렇게 뵈니 반갑습니다.”
왕수의 말에 장비 수염을 기른 장한이 포권을 했다.
“천월 표국의 대표두 직을 맡고 있는 고운입니다. 저 역시 요즘 호북에 명성이 자자한 왕 국주를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뵈니 정말 좋군요.”
포권을 하는 고운의 눈빛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금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지만 왕수는 어두운 밤이라 미처 그것을 보지 못했다.
“하하하! 저희처럼 작은 표국에 명성이라니요.”
“요즘 태을 표국이 북경! 까지 가는 표물을 운송할 정도로 세가 커졌다는 것을 그 누가 모르겠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얼마 전까지 호북을 벗어나지 않던 태을 표국이 하남성과 하북성을 넘어 북경으로 가는 표행에 욕심을 낼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조소가 어린 듯한 고운의 목소리에 왕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의미입니까?”
“진정 몰라서 묻는 것인가.”
존대에서 순간 평대로 바뀐 고운의 말에 왕수가 눈을 찡그렸다.
비록 천월 표국이 태을 표국보다 규모나 세력이 훨씬 크기는 하지만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비를 거는 것이오.”
“시비는 그쪽에서 먼저 건 것으로 아는데. 촉진 하 대인, 백평의 이원 상회에서 북경으로 보내는 물품은 매년 우리가 운송을 하던 것인데 그것을 가로채다니 태을 표국은 상도도 없는 것인가!”
고운의 고함에 왕수가 눈을 찡그렸다.
‘저들에게 가야 할 표물이 우리에게 온 모양이군. 하지만 그것이 왜 우리 탓이라는 말인가.’
“표물을 표국에 맡기는 것이야 주인들 마음대로지 그것이 어찌 우리 잘못이라는 말이오!”
“흥! 정당하게 그리됐다면 나도 뭐라 말을 할 생각이 없소. 단! 배상금을 네 배로 정하다니 그것은 다른 표국들과의 상도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고운의 지적에 왕수가 속으로 아차 싶었다. 호현이 있어 배상금을 물 일이 없으니 배상금을 높게 책정을 했는데 그 때문에 다른 표국들의 원망을 산 모양이었다.
물건을 맡기는 사람으로서야 배상금을 물건 값의 네 배로 준다는 태을 표국이 더 이익이니 말이다. 잘 가면 좋고 잘못 가면 물건 값의 네 배를 받으니 더 좋고 말이다.
말을 잇지 못하는 왕수를 보던 고운이 태을 표국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왕수를 바라보았다.
“게다가 그런 배상금을 걸었다면 표행에 안전을 더욱 기울어야 할 것인데 고작 스무 명도 안 되는 무사들로 북경으로 가는 표물을 맡았다는 말인가?”
“그건!”
“그건 무엇이오? 우리 천월 표국은 이번 하북 안평으로 가는 표행에 표사 서른, 표두 일곱을 배치했소. 또한 우리 천월 표국의 표두들은 모두 일류 고수들이오. 묻겠소. 당신 태을 표국은 진정 북경까지 표물을 운송할 능력이 있는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호북 표국에 서신을 보내 당신들을 표국 업계에서 추방을 시킬 것이오.”
고운의 고성에 왕수가 입술을 깨물고는 호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에게는 절세 고수가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펑!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폭음에 왕수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빛나는 기운이 번쩍이며 땅에 부딪히는 것이 보였다.
꽝!
폭발성과 함께 사라지는 빛을 본 고운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강기?”
고운의 눈에 비친 빛은 분명 수많은 무인들 중 선택 받은 소수들만이 사용을 할 수 있는 강기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되기라도 했는지 멀리서 강기의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펑!
수십 개의 불꽃이 터져 나가는 듯한 그 강기의 향연에 고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게 대체?”
그런 고운의 놀라는 모습에 왕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지금 강기가 터지는 곳을 보니 절세 고수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 표사 중 한 명이 무공 연습을 하는 모양이군.”
“표사?”
의아해하는 고운을 보며 왕수가 슬며시 강기가 터지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호현이 입고 있는 복장만 확인이 된다면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강기를 이렇게 시전할 수 있는 고수를 본다면 태을 표국을 우습게 여기는 고운의 코를 납작하게 뭉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왕수의 얼굴에 미소가 어릴 수밖에…….
제5-1장 천월 표국과의 합류
하남성 서협의 관도 위에서 야영을 한 태을 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기고 출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 표국 사람들 중에는 호현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새 일찍 일어나 자신의 옷가짐을 정돈한 호현은 사람들이 짐을 꾸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등짐을 이는 것을 도와준 쟁자수의 인사에 미소를 지은 호현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표국 사람들 모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 호현이 따로 도와줘야 할 것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