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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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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2화

 12화

 

‘꿀꺽! 지, 진짜다. 놈은 나를 진짜 죽이려고 한다. 그렇지. 대련을 하다가 실수를 했다고 하면 핑계가 된다. 사부님도 일이 크게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 설마… 사부님은…….’

화운영은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면서 슬쩍 적상군을 바라봤다.

뒷짐을 지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적상군의 모습이 보였다.

“……!”

화운영은 적상군을 보는 순간 자신이 죽더라도 적상군이 절대로 끼어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적상군의 눈은 그런 눈이었다.

이에 화운영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잊으려 했던 죽음에 대한 무게가 다시 짓눌러 오기 시작했다.

‘죽는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다리까지 떨고 있는 화운영을 보면서 적상군이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저기까지가 한계로군.’

적상군이 보기에 아까의 화운영은 분명 조금이나마 스스로를 이겨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대련을 계속하게 놔두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금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적상군은 이쯤에서 대련을 중지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놀랍게도 화운영이 먼저 패배를 시인했다.

“져, 졌습니다.”

그 한마디를 남긴 채 화운영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화운영에게 강무진이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휴, 무서워서 혼났다. 네 검법이 무서워서 편법을 좀 썼어. 대사형 체면에 질 수는 없잖아. 이해해 줘.”

씨익 웃으며 ‘무서웠다.’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강무진을 화운영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었나? 치잇! 지레 겁먹었던 거야.’

화운영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자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러다 여전히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강무진을 봤다.

‘네놈한테 진 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졌을 뿐!’

화운영은 이런 생각을 하며 강무진의 손을 잡았다.

“여차! 뭐가 이리 가벼워? 밥 좀 많이 먹어야겠다.”

강무진이 화운영을 일으켜 세워 어깨를 툭 치면서 말하자 화운영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여태까지 늘 짓던 알 수 없는 미소와는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미소였다.

“대사형보다는 많이 나갈걸요.”

“흥! 전혀! 막내 사제가 날 따라오려면 하루에 열 끼씩은 먹어야 할걸. 하하하.”

“쳇!”

‘호오, 사람을 포용할 줄도 아는군. 다른 아이들에 비해 그릇이 달라. 흠, 역시 내 아들……. 헉!’

이런 생각을 하던 적상군은 스스로 찔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모두 강무진과 화운영을 보느라 아무도 적상군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좋아. 다음은 소예가 한번 겨루어보거라.”

“네.”

적상군의 말에 주소예가 강무진 앞으로 나섰다.

“한수 부탁드립니다, 대사형.”

“응, 나도 잘 부탁해.”

주소예는 강무진에게 예를 취하고 나자 자세를 취했다. 왼발을 앞에 두고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올린 모습이 권법으로 대련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 주소예의 자세를 보고 왕이후의 눈이 살짝 빛났다.

“호오, 사매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모양인데. 초장부터 우호법님의 비룡신권(飛龍神拳)을 쓰려고 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주소예는 패왕무고에 갔다 온 이후로 수라십삼검을 주로 연습했다.

그러나 아무리 패왕성의 사대비기인 수라십삼검이라 해도 배운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여태까지 익혀온 비룡신권이 더 능숙했던 것이다.

비룡신권은 주소예의 아버지인 파천일권 주양악의 성명절기(盛名絶技)였다.

남쪽에 무려 네 개의 성을 장악하고 있는 패왕성의 우호법이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무공이었다. 패왕성의 사대비기에 비해 조금 못 미칠 뿐이지 다른 무공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뛰어났다.

잠시 강무진을 날카롭게 쏘아보던 주소예가 빠르게 강무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놀라서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손을 들었다.

“잠깐! 잠깐!”

그러나 그런 강무진의 외침에도 주소예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렸다.

그것을 간신히 피해낸 강무진의 발이 꼬이면서 넘어지려는 순간 강무진이 만세를 하듯이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졌어! 졌어! 항복!”

강무진이 그렇게 무방비로 외치자 주소예의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강무진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뭐예요?”

“말 그대로 항복.”

“지금 장난하는 거예요?”

“아니야. 장난이라니. 도저히 안 되겠어.”

“뭐가 안 된다는 거예요?”

“사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도저히 싸울 마음이 생기지 않아.”

“예?”

강무진의 말에 주소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나머지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놈이…….”

뒤늦게 왕이후가 이를 갈고 있을 때, 적상군이 강무진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했다.

“네 이노…….”

“사부님!”

그러나 강무진이 재빨리 먼저 선수를 치며 적상군을 불렀다.

“험! 뭐냐?”

“사매하고는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그냥 제가 진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네 이놈!”

순간 적상군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자 모두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나 강무진만은 여전히 싱글벙글이었다.

‘이놈 봐라? 내 기세에도 안 놀란단 말이지?’

“네놈은 지금 이 대련이 장난인 줄 아느냐?”

“장난이라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지만 사부님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중원에서 가장 예쁜 아가씨가 사부님하고 겨루고 싶다고 주먹을 휘둘러오면 사부님은 그 소저하고 겨룰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안 되는 걸 어떻게 합니까?”

강무진에 의해 한순간에 강호제일미(江湖第一美)로 비유가 된 주소예의 얼굴이 다시 살짝 붉어졌다.

‘어쭈! 이놈 봐라.’

적상군은 자신에게 따지듯이 말하는 강무진의 모습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패왕성의 주인이자 남쪽의 패자로 불리는 적상군이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어렵게 여겼다. 심지어 아내인 부용화와 자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무진은 거리낌이 없었다. 천성이 그런 듯 적상군을 전혀 어렵게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부님도 한 번 보십시오. 여기 사매를 보면 때릴 데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사부님도 솔직히 사매의 무공이 저보다 높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공도 약한데 손도 댈 수 없으니 그냥 졌다고 시인한 것뿐인데 그렇게 뭐라고 하면 안 되죠. 그렇지 않고 제가 사매한테 얻어맞으면 대사형의 체면이 뭐가 됩니까? 굳이 꼴사나운 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좋습니다. 자! 사매, 나 쳐라. 쳐! 쳐!”

강무진이 이렇게 말하면서 주소예에게 머리를 들이밀자 주소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풋! 깔깔깔. 그만 하세요, 대사형. 그냥 이 대련은 무승부로 해요. 그래도 되겠지요, 사부님?”

주소예까지 그렇게 이야기하자 적성군이 인상을 풀면서 말했다.

“험! 그래. 그럼 그러도록 해라. 그럼 이제 이후하고 운휘만 남았구나. 이후가 나서도록 해라.”

“네!”

“잘 부탁드립니다, 대. 사. 형.”

왕이후가 말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도(刀)를 뽑아 들었다. 얼핏 보기에도 날카로워 보이는 것이 보도(寶刀)임에 틀림이 없었다.

왕이후는 강무진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아까부터 계속 주소예가 강무진에게 관심을 두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잘 부탁해, 셋. 째. 사. 제.”

왕이후가 했던 것처럼 뒷말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한 강무진이 씨익 웃으며 아까 바닥에 두었던 커다란 도를 들었다.

그것을 보고 왕이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거도(巨刀)라……. 꽤나 무게가 나가겠는걸.’

왕이후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강무진에게 도를 겨누었다. 왕이후가 배운 것은 패왕성 사대비기 중의 하나인 뇌전폭풍도였다.

뇌전폭풍도는 극양(極陽)의 무공으로 한 번 도를 휘두르기 시작하면 적을 벨 때까지 멈추지 않고 무섭게 몰아치는 도법이었다.

왕이후는 그의 아버지인 패왕폭풍대의 대주 폭풍도 왕철심으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뇌전폭풍도를 배운데다 최근에 적상군의 지도로 더욱 무공이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왕이후를 향해 강무진이 자신의 가슴까지 오는 커다란 도를 어깨에 척 하니 걸치며 자세를 취했다.

이 자세에서는 내려치거나 횡으로 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호오, 감히 뇌전폭풍도 앞에서 위력을 겨루어보자 이거지. 좋았어. 화끈하게 한번 해주지.’

강무진의 자세를 단번에 알아본 왕이후가 내공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갑니닷! 하앗!”

왕이후는 몸을 무섭게 회전시키면서 도를 휘둘렀다.

후웅!

강무진은 그것을 뒤로 훌쩍 뛰어올라 피했다.

그러자 왕이후가 한 걸음 크게 디디면서 몸을 수직으로 회전시켜 그 힘을 이용해 도를 휘둘렀다.

상당히 빠른 연속공격이었기 때문에 강무진이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이에 강무진은 어깨에 메고 있던 도를 힘껏 휘둘렀다.

까아앙!

“크윽!”

“흡!”

도와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났다.

‘생각보다 도의 위력이 대단하다. 자칫했으면 도를 놓칠 뻔했다.’

왕이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무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젠장! 그 찌릿한 게 뭐였지? 하마터면 도를 떨어트릴 뻔했잖아.’

뇌전폭풍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지금처럼 상대의 무기에 자신의 무기가 부딪치면 뇌기(雷氣)가 타고 들어가 순간적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뇌전폭풍도의 공력이 높아지면 그 뇌기만으로도 웬만한 상대는 심맥이 파열되기도 했다.

지금도 만약 강무진이 휘두른 도의 위력이 조금만 약했다면 정말 검을 놓쳤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위력이 비슷하다면 빠르기다. 저 커다란 도로 내 도의 빠르기를 따라올 수는 없겠지.’

“하앗!”

왕이후가 빠르게 도를 휘두르며 강무진의 머리와 어깨를 동시에 공격했다.

이것을 강무진은 그 커다란 도를 약간만 움직이는 것으로 모두 막아내었다.

‘응? 크크. 도가 크니 저런 이점이 있군.’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적상군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왕이후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도를 휘둘러 강무진을 점점 몰아가고 있었다.

‘큭! 이대로는 안 된다!’

“하압! 붕비낙천(鵬飛落天)!”

후우우웅!

순간 강무진이 외치며 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 긋자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왕이후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났다.

파악!

강무진의 도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그 자리에 있던 흙과 풀들이 날아올랐다.

붕비낙천은 원래 공중에서 떨어지며 펼쳐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초식이었다.

그것을 땅에서 펼쳤기 때문에 그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왕이후의 공세에서 벗어나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아직이다! 흐아압!”

왕이후가 잠시 뒤로 물러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강무진이 외치면서 그 커다란 도를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방금 왕이후만큼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도로 펼치는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이에 왕이후가 도를 휘둘러 방어를 하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크윽! 저 커다란 도로 이 정도의 빠르기라니…….’

“붕비량시(鵬飛兩翅)!”

붕비량시는 도를 수평으로 세워서 순식간에 횡으로 긋는 초식이었다. 지금과 같이 상대를 밀어붙이기에는 아주 좋은 초식이었다.

강무진의 도가 그렇게 왕이후를 한 번 몰아가기 시작하자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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